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40)
20. 정해진건 없다.(3)
장염이 전의기를 데리고 간 곳은 전의기의 예측대로 작년겨울에 교분을 나눈
서장인의 집이었다. 물론 내용을 알고 보면 무림의 협객 전의기가 놀라 까무러칠
일이겠지만 말이다. 작년 겨울 장염은 거의 굶어죽기 일보 직전에 이 집 앞에서
구걸을 했었다. 서장인은 한겨울에 돌아다니는 이 불쌍한 이방인을 위해 먹을 것
을 조금 주었고, 장염은 그 보답으로 집안의 구석구석을 청소해 주었다. 서장인
집주인은 나중에 집안을 둘러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방인이 그 동안 해묵은
집안의 때를 말끔히 제거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뒤쪽에 있던 양과 야크의 사육장
도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서장인 집주인은 야크의 사육장에 가서 이
방인이 해놓은 일을 보고 완전히 반해 버렸다. 이 이방인은 친절하게도 쌓여있던
야크의 똥을 연료로 쓰기에 적당한 크기로 뭉쳐서 한곳에 가지런히 쌓아 놓기까
지 했던 것이다. 그 뒤로 장염은 이 서장인의 집에서 겨울을 지낼 수 있게 되었
다.
장염은 작년겨울 이 서장인 집에서 양과 야크의 먹이를 주고, 똥을 모아 연료
로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느라 쉬지 않고 일했다. 먹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장염은 낮 시간 동안 영화를 찾아다니는 것 이
외에는 집안 일을 거들어 주며 지냈다. 그리고 밤에는 축사(畜舍) 옆의 창고로
들어가 입에 재갈을 묶고 잠을 청했다. 자신의 비명으로 인해 한겨울에 이 집에
서 등을 떠밀리면 살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봄이 되어 장염이 다시 길을 떠나
게 되었을 때 서장인 주인은 장염에게 야크를 한 마리 내주기까지 했다. 그 한
마리 야크 덕분에 장염의 서장 유랑이 더욱 수월했었다.
전의기는 처음에는 장염이 이 서장인 집안의 대단한 은인이나 되는 줄 알고 있
었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마침내 장염이 서장인 집안의 청소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염은 전의기를 데리고 서장인 집에 들어간 날부터 다시 청소를 시작했
던 것이다.
전의기는 장염이 야크의 똥을 주물럭거리는 것을 보고 역겨워서 장염의 옆에
가지도 않으려고 애썼다. 게다가 이 남자는 밤에 잠을 잘 때 자기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자는 변태적인 요소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어색하게
몇 일을 지냈을 때 장염이 전의기에게 불쑥 말을 걸었다.
“전형, 나는 당신이 무얼 하는 사람인지 알지 못합니다. 나는 내일 이곳에서
떠날 생각인데, 전형이 당분간 이 집에 몸을 숨기고 있어야 한다면, 우선은 이
집안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겁니다.”
전의기가 약간은 붉어진 얼굴로 장염을 바라보았다. 사실 몇 일째 장염이 열심
히 일하는 동안 전의기는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않고 잘 대접받고 있었던 것이
다.
“장형께서 급한 볼일이라도 계시오?”
“저는 다시 사람을 찾으러 좀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의기는 머리를 꺄웃거렸다. 이 사내는 낮선 땅에 와서 사람을 찾는다고 했
다.
“나도 그간 납살에서 여섯 달을 지냈소. 내 동료들 중에는 일년 이상 납살에서
지낸 사람도 한 명 있다오. 장형이 찾는 사람이 중원인이면 내가 도움이 될지 모
르겠소.”
전이기는 말을 하면서도 그 한사람 죽었는지 살았는지 자신도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전의기는 단지 그간에 장염이 보여준 성의가 고마워 말을 했던 것
이기 때문이다. 전의기가 그렇게 말을 하자 사정도 모르는 장염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저는 본래 사천제일루 주방에서 일하던 장염이라는 사람입니다. 제가 찾는 사
람은 무당파의 매화검 영화소저랍니다. 그녀는 내게 서장으로 간다고 했는데…
그 뒤로 소식이 끊어져, 찾다보니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난 일년간 서
장을 헤매고 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혹 소식을 알게되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 !”
장염의 이야기를 듣는 전의기는 놀란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이 남자는
바로 의혈단이 자리한 사천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명인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가 찾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의혈단에서 파견한 일룡이봉삼절사검중 하나인 매화검
영화가 아닌가! 매화검 영화라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녀와 일행은 혈마사의 지하 뇌옥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의혈단의 감찰부 소속
다섯 명의 협객이 일년이상 납살과 서장 일대를 수색하다가 최근에 들어서 알아
낸 그 정보 때문에 벌써 세 명이 죽어갔다. 자신도 그 일로 몸을 피하다가 장염
과 만나 이곳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다.
전의기는 장염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무엇이 이 명인으로 하여금 서
장까지 와서 일년이상을 유랑하게 하였을까?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매화검 영
화에 대한 사랑 때문이리라. 헌데 매화검 영화는 무당파의 제자로 미모와 자존심
이 드세기로 유명하다. 아무리 장염이 사천성에서 유명인이라 해도 영화의 눈에
는 차지 않을 것이었다. 전의기는 이 사내의 뜨거운 사랑을 매화검 영화가 받아
주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랬다. 누가 보아도 장염은 서장인이나 유목인중의 하
나로 보일 만큼 고생한 흔적이 전신에 역력했다. 이런 사람은 사랑을 받을 자격
이 충분한 것이다.
“장형에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소.”
그렇게 운을 뗀 전의기가 드디어 의혈단과 이패, 그리고 혈마사의 이야기를 시
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입에서 일룡이봉삼절사검이 지금 혈마사의 지하뇌옥
에 갇혔다는 말이 나오자 장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전의기는 ‘이 열혈의 사내도 혈마사가 두렵기는 한가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장염이 벌떡 일어났다.
“전형, 전형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소. 나는 이제 혈마사로 가오. 전형이 무
사히 중원으로 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여기서 헤어져야겠소.”
“…”
전의기가 어안이 벙벙해서 장염을 바라보는데 벌써 일어나 행장을 꾸리고 있었
다. 커다란 천막과 몇 가지 도구들이 단번에 꾸려져 그의 등에 매어졌다. 정신이
반쯤 나간 듯한 그의 표정에 전의기는 할말을 잃었다. 몇 번이고 장염의 팔을 잡
아 앉히던 전의기는 드디어 포기하고 말았다. 무림인도 아닌 장염이 혈마사로 가
면 죽을 것이 뻔했다. 그러나 장염은 죽고싶어 안달이라도 난 사람처럼 말을 듣
지 않았다. 이 사람이 이토록 성질이 급한 사람이었을 줄이야 탄식하던 전의기는
장염에게 혈마사의 뇌옥이 어디쯤에 있는지 일단 자세히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
날 밤에 자신도 서장인의 집에서 떠났다. 야크의 똥을 만지기도 싫었지만, 혹시
라도 장염이 잡혀 서장인의 집에 자기가 숨은 것을 털어놓을까 싶어서였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21.무슨일이일어나고있다.(1) 관련자료:없음 [12664]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02 00:55 조회:4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