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48)
26. 음(陰)이 차면 양(陽)이 시작된다.(1)
검귀가 잠시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어차피 이들은 죽어 줘야 한다. 그
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으나 서로간의 입장이 다른 것이다. 검귀는 교주
의 명령에 따라 장가촌 사람들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네 명의 마인도 검귀의 뒤
를 따라 장가촌 일행에게 다가갔다.
“장소, 이 배은 망덕한 놈아. 너는 사부도 친인도 없단 말이냐?”
장소룡이 멀리서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장소룡의 마지막 말은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어릴 때부터 키워왔던 제자가 사부와 혈육과 친구들을 죽이라고 하는
것이다.
“장소, 네가 진짜 그럴 수 있냐. 장소!”
이삼인이 분노해서 소리를 쳤다. 이삼인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꿈만 같
았다. 장소가 자기 입으로 장가촌 사람들을 죽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함
께 뒹굴며 수도 없는 밤을 함께 보낸 친구가 일년이 못되어 살인마왕이 된 현실
이 괴로웠다.
장가촌 청년들도 기가 막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 중에는 장소의 먼 친척들
도 있었던 것이다.
“장소형, 어찌 혈육도 못 알아본단 말이오!”
장염은 장소가 사람들을 죽이라고 명령하자 암담했다. 복면인 하나도 힘겨운
데, 장소와 그 수하들까지 막아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장염이 몸을 날려 마교의 고수들에게 날아갔다.
“모두 피하세요. 이자들은 제가 막겠습니다.”
검귀와 네 명의 마인은 장염이 갑자기 자기들에게 날아오자 움직임을 멈췄다.
장염은 자기들의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장소와 복면인이 장염
의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검귀는 다시 몸을 날렸다. 이제 무자비한 살육을 시작
해야 하는 것이다.
검귀가 장가촌 청년들 사이로 뛰어들어 한 마리 호랑이처럼 사방으로 칼질을
했다. 검귀의 검에서 뻗어 나온 검기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 그의 검기에 무
공이 가장 약하던 장이와 장명의 목이 순식간에 잘리고 말았다.
장소룡은 제자들의 목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자 크게 소리지르며 검귀에게
달려들었다.
검귀와 장소룡이 붙었다가 떨어지기를 몇 번 반복했다. 한번씩 검귀가 검을 그
을 때마다 장소룡의 몸에 검흔이 남았다. 검귀는 장소룡을 위해 고통없이 끝을
내려고 했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덤비는 장소룡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네 명의 마인은 이무심과 나머지 제자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애초부터 장가촌
일행은 마교 고수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무심은 자기의 큰아들 무쌍이 한 마인
에게 얻어맞아 머리가 터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자욱한 피보라가 이무심의 마음
을 찢어 놓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게 키운 사랑스런 아들
의 피였다.
이무심은 그 고통스러운 광경 속에서 태극양의검법의 ‘양(陽)이 충만하면 음을
위해서 물러나고 음(陰)이 충만하면 양을 위해서 물러난다(陽卦多陰陰卦多陽)’는
이치가 생각났다.
‘지금 마음의 고통이 이토록 큰데, 어디서부터 위로가 시작되는 것이냐!’
처참한 심정으로 이무심이 절규하는 그 순간 사물이 매우 천천히 움직이기 시
작했다.
너무 느리다. 모든 것이 느리다. 검도, 주먹도, 그리고 저 마인이 휘두르는 기
형도(奇形刀)도… 이무심은 그 비극의 순간에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었다.
아들의 죽음과 맞바꾼 심득(心得)이었다.
이무심이 죽은 제자들의 검을 주워들어 다가오는 기형도를 맞이했다. 기형도는
이무심의 검에 닿자 곧 힘을 잃고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무심이
검 끝을 돌려 기형도를 걷어내자 기형도는 삼장 밖의 거대한 고목에 쿵 하고 박
혀버렸다.
이무심은 젖은 눈으로 아들의 주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어헝’ 소리와 함께 마
인들에게 부딪쳐 갔다. 처음 기형도를 잃어 버린 마인이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하
고 이무심의 검에 허리가 베였다. 이삼인과 장천을 향해 검을 날리던 마인이 몸
을 돌려 이무심에게 검을 날렸다.
이무심은 너무 느리다. 너무 느리다. 생각하며 검을 다시 걷어내고 마인의 몸
을 갈랐다. 그렇게 이무심이 두 명의 마인을 베자 나머지 두 명의 마인이 이무심
에게 달려들었다. 장천은 잠시동안 멍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촌 둘이
검에 맞아 죽어있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장천
이 멍하게 서있는데 이무심과 검을 맞대던 마인 하나가 뒤로 물러나다가 장천이
서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허리를 베어버렸다.
“커헉…”
장천의 상체가 짧은 비명을 터뜨리고 땅에 떨어져 내렸다. 이삼인은 장천의 몸
이 베어지는 것을 보고 마인에게 달려들었으나 도리어 팔에 일검을 맞고 뒤로 물
러났다. 이삼인의 실력으로 마인은 무리였던 것이다.
장소룡은 그때 무영과 무혼 두 아들과 함께 검귀를 맞아 악전 고투를 치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장소룡 혼자 상대했지만 아버지가 위험하다고 느낀 두 아들이
함께 달려들어 삼대 일로 격전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장염은 장가촌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한사
람만 해도 상대하기 어려운 적을 둘이나 한꺼번에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면인의 복면은 장염의 폭풍같은 검기에 이미 날아간지 오래였다. 위맹하게
생긴 육십대의 노인이 검기를 일으켜 장염을 찔러 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장소가 장염의 뒤를 노리며 혈장을 날려댔다.
경재학의 검이 장염의 허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금새 장염의 하체가 피에 젖어
갔다. 장염이 검상으로 휘청거리다가 다시 장소의 혈장에 등을 내주고 말았다.
펑 소리와 함께 상체가 크게 흔들렸지만 장염은 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몸의
상처가 깊을수록 오히려 미친듯이 검을 휘둘렀다.
장염이 한번 검을 떨칠 때마다 일장씩 뻗친 검기가 소청검, 태청검, 유운검,
대라검, 현천검을 쏟아냈다. 그때마다 장소와 경재학은 감히 다가들지 못하고 뒤
로 물러났다.
허공으로 몸을 날린 장염이 최후의 기력으로 구궁연환검을 떨치고 잠시 사방을
둘러보았다. 처참했다. 친구 이삼인은 한 팔을 잃었고 장가촌 사람들 중 서서 움
직이는 사람은 이무심과 장소룡 부자들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몸과 머리 또는
몸과 허리가 분리되어 땅에 쓰러져 있었다.
‘아아… 이것이 무림의 세계구나… 내가, 우리가 그토록 동경하던 무림의 세
계가 결국은 저런 비참이었구나…’
장염이 문득 고개를 들어 장소를 바라보았다. 달려오는 장소의 혈안(血眼)이
눈에 들어왔다.
‘저 녀석도 비참 중의 하나일 뿐이다…’
문득 사방이 어두워지더니 드디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제 목:[연재] 천사지인26.음이차면양이시작된다.(2) 관련자료:없음 [12693]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05 00:52 조회:4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