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50)
27. 마음이 어디 있는가?(1)
혈마사 주지인 마하륵(摩遐肋)은 대전 가득 모인 노라마들 앞에서 부들부들 떨
고 있었다.
“혈마사가 생긴 이래에 이토록 수치스러운 일은 없었소. 중원인들은 열 명의
죄수들을 데리고 나가면서 우리 형제 오십 명이나 죽였소. 더구나 그들은 사지가
찢긴 채 죽었으니 그 원한이 하늘에 닿아 해탈하기도 힘들었을 게요.”
“마하륵이시여, 우리가 이번 일을 그냥 넘긴다면 중원은 물론 서장의 모든 수
도자들로부터 멸시를 받게 될 것입니다.”
주지에게 말을 한 사람은 이십 년 전 보정산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중 하나인
혈마륵이었다. 그는 강경파 라마승들의 대표였다. 강경파 라마승의 대표라는 말
은 차기 혈마사의 주지후보라는 말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지금 혈마사를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강경파였기 때문이다. 혈마사는 타협을 모르는 사
람들이었다.
“혈마륵이여, 그대가 형제들의 원혼을 극락으로 보내줄 수 있겠는가?”
“마하륵 이시여, 중원 무림인의 피로 일 천 번의 제사를 올려 오십 명의 원혼
을 해탈시키겠나이다.”
“삼 백 명의 형제들을 모아라. 그들과 함께 중원 무림인의 피로 일 천 번의 제
사를 드릴 것이다.”
마하륵과 혈마륵이 고개를 돌려 극마의 경지를 넘어선 노라마가 있는 곳을 바
라보았다. 노라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혈마사는 이십 년 전부터 중원행을
벼르고 있었다. 이제 그 때가 도래한 것이다. 처음에는 마경을 되찾기 위해서였
는데, 지금은 형제의 복수마저 더해져 누구도 중원행을 막을 수 없었다.
일룡이 이봉을 데리고 의혈단에 도착했을 때 의혈단은 그들의 처참한 모습보
다 그들이 전한 말에 더욱 기겁을 하고 말았다.
“뭐라고요? 드디어 마교 교주가 나타났는데, 그가 광마인(狂魔人) 이라고요?”
김다주의 어이없는 외침이 의사청 안에 메아리쳤다. 일 년 이상 열 다섯 명의
고수를 투입해 감시하던 혈마사는 오히려 잠잠한데 이제 와서 마교에서 혈풍의
조짐이 보인다니 말이나 될법한 소린가!
종피리도 일룡과 이봉이 가져온 소식에 어안이 벙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제
그들에게는 경계해야할 대상이 세 개나 되는 것이다. 이패와 천년마교가 그것이
다. 이패 만으로도 숨이 가빠오는데 천년마교마저 발호한다면 중원 무림은 내우
외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틀이 지나서 노호가 소소를 데리고 도착했다. 총 열 다섯 명의
고수가 파견되었던 사천혈사의 조사는 그렇게 단지 다섯 명 만이 서장에서 돌아
오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의혈단은 이번 사천혈사로 총 열 명의 고
수를 잃고만 것이다.
대신에 그들이 얻은 성과는 컸다. 그러나 그 성과가 무림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클수록 괴로운 일 아니겠는가!
의혈단은 즉시 전서구를 통해 무림맹에 이들의 귀환했음과 광마인 장소가 마교
교주라는 사실을 알렸다. 드디어 잠시 평온했던 무림사에 혈풍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혈마사나 교하국이 아닌 마교로부터 말이다.
의혈단에 돌아왔던 노호와 소소는 무당산으로 가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세 사
람으로부터 비난의 눈길을 받는 것도 지쳤지만 그들이 살아 돌아온 것을 무당파
장문인에게 알려 줘야 했다. 게다가 사형과 사매가 악마에게 죽임을 당했
으니 무당파로 돌아가 훗날을 기약해야 한다. 무당파는 마교에게 따로 받아 내야
할 혈채가 있는 것이다.
“사형, 큰 사형과 사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글세… 모르지… ”
그렇게 말하면서도 노호는 둘 다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노호는 그 두 사람
을 다시 볼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일룡과 이봉을 한 달만에 다시 만났을 때 느
낀 것과 같은 감정 때문이었다. 세 사람의 눈 속에 떠올라 있던 그 혐오가 계속
해서 노호의 마음 한 구석에서 떠나지 않았다.
‘병신들… 자기들도 마음으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서…’
노호는 삼분요충으로 고통받을 때 다른 사람도 장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
게 하고 약을 얻기를 바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과 자기의 차이는 그들은
마음으로 자신은 행동으로 나타낸 것 뿐 이었다.
“사매, 속으로 생각한 것과 겉으로 행동한 것의 차이가 있나?”
소소는 노호가 아직도 일룡과 이봉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걸 알아 차렸다.
장염을 걷어찬 이유로 그들이 보여 주었던 그 눈빛이 노호의 마음에 앙금처럼 남
아있는 것이다.
“그들은 위선자예요.”
소소의 한마디 말에 노호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노호는 그 소리가 듣고 싶
었다. 그들은 위선자이고 자기는 솔직한 사람이다. 그러나 사형과 사매를 만난다
면, 그래서 그들로부터 다시 원망어린 눈빛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 슬프지만 더욱 그들은 모두 죽었다고 믿고 싶었다.
한편 장염과 이무심을 아미산 방향으로 보낸 장소룡은 마인들을 뒤에 달고 청
해성(靑海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장소룡은 때때로 걸음을 멈춰 마인들과 싸우
다가 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줘야 장염과
이무심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다. 장소룡은 달
리는 내내 지금은 세상에 없을 두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누가 그런 장소
룡을 보았다면 아마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경재학과 장소는 장소룡을 쉽게 따라잡을 수 없었는데 그것은 장염과 싸우던
그날 쏟아져 내린 폭우 때문이었다. 먹구름이 몰려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
큼 어두운데다가 폭우마져 쏟아져 내려 장소룡을 쉽게 찾지 못했던 것이다.
몇 일 동안 정신 없이 달아나던 장소룡은 청해성 북동쪽에 이르러 멈추고 말았
다. 도도하게 흐르는 황하강(黃河江)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장소룡이 주
위를 둘러보니 마침 나룻배 하나가 강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보시오, 강을 좀 건넙시다.”
“강이야 늘 그 자리에 있는데 무얼 그리 서두르시오. 돈이나 내시구랴.”
얼굴이 주먹만한 사공이 장소룡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장소룡이 서둘러 몸
을 뒤져보았다. 그러나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여보시오, 내 급한 사정이 있어 그러니 먼저 좀 건넙시다. 내 반드시 사례하
리다.”
“이보슈, 당신은 처녀 배 위에 그냥 올라타는 사람 본적 있수?”
장소룡이 황당해서 사공을 바라보자 사공이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아무리 당신 사정이 딱해도 이 배는 지난 보름동안 수리하고 오늘 처음 띄운
배요. 말만한 처녀 위에 그냥 올라타겠다는 건 무슨 심보요? 재수가 없어서 난
그렇게 못하오.”
장소룡이 속이 타서 안절부절하자 사공이 힐끔거리면서도 도무지 배를 강으로
밀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장소룡의 노기가 폭발하고 말았다. 그 동안 아들 둘을 잃고 눌러왔던
마음의 분노가 엉뚱하게 사공에게 터진 것이다.
“에라 이 더러운 포주놈아. 네놈의 아가씨 배에 구멍이 나도 장사를 할 수 있
을 것 같으냐?”
“쿵!”
장소룡이 크게 소리치며 한쪽 발을 구르자 정말 배가 구멍이 날 듯 소리가 울
렸다.
사공이 놀래서 장소룡을 다시 보니 그제야 얼굴이 반쯤은 미친놈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이런 XX, 어쩌다가 이런 X 같은 놈이 개시를 하게 되었담.’
놀란 사공이 얼른 배를 밀자 배가 서서히 강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장소룡이
붉그락 푸르락 해진 얼굴로 사공과 강둑을 번갈아 바라보는데 멀리서 몇 명의 무
림인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27.마음이어디있는가?(2) 관련자료:없음 [12709]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07 00:49 조회:4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