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56)
29. 드디어 때가 찼다.(1)
한편 이무심과 장염이 아미산에 자리를 잡았을 때 경재학은 사천의 의혈단으로
찾아와 장염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장소룡은 황하에서 죽었으니 이제는 장
염을 찾아 처리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장염이 원래 마교교주와 친구라니 그 광마인에 대해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게
본좌의 추측이오. 그가 직접 해를 끼치지는 않았을지라도 간접적으로 관계가 있
을 것이오.”
“비록 그들이 친구라고는 하지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더구나 장염은 무림인도
아닙니다.”
목격자 명원이 장염의 편을 들자 이봉도 명원을 거들어 장염이 그럴 사람이 아
니라고 했다.
경재학은 속으로 ‘이 미련한 것들아 그의 무공이 너희 백 명을 합친 것보다 나
은데 무림인이 아니라니 말이 되느냐.’ 라고 말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는 장염을 본적이 없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염의 무공 수위
를 아는 사람은 마교교주와 달아난 중년의 장가촌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허허… 정히 그렇다면 일단 장염이라는 사람을 찾은 뒤에 그의 얘기를 들어
보도록 합시다.”
경재학은 만약 장염이 발견되면 자신이 먼저 나서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
릴 심산이었다. 장염이 그때 회복 불가능한 상세를 입었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
문이다. 자신의 검이 장염의 검기를 흐트렸을때 마교 교주의 혈장이 장염의 몸을
정통으로 때렸었다. 경재학은 그때 장염의 사지육신이 완전히 일그러지는 것을
분명히 보았던 것이다.
결국 의혈단에서는 만약에 장염이 아직 살아 있다면 그를 찾아보기로 하고 벽
보를 붙였는데, 벽보에는 상금 이 백 냥과 함께 장염이 마교의 사람과 결탁한 혐
의가 있다고 적혀있었다.
경재학은 의혈단에서 마련해준 천의각(天意閣)에 머물며 따로 수하들을 사방으
로 풀었다. 그러나 장염과 중년인은 땅속으로 꺼졌는지 도무지 종적을 찾을 길이
없었다.
“죽일 놈들…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경재학은 지난 이십 년간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일이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들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누군가? 천하제일가의 가주이자
구대문파 장문인들이 충성을 맹세한 무림의 지존이었다. 지나온 일을 아무리 생
각해도 일이 잘못될 빈틈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찍이 천하제일가는 경재학이 태어나자마자 가문의 부흥을 위해 영약으로 벌
모세수를 시키고 각종 무공비급을 익히게 했다. 원래 천하제일가의 선조는 북방
민족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경재학은 어려서부터 기이하리 만치 쏘다니며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을 좋아했다. 종들을 두 패로 갈라서 싸움을 시키다가 자신도 한
쪽의 수장이 되어 싸움에 끼기 일수였다. 조금 더 커서는 수하들을 두 패로 나둬
비무를 시켰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가 사십대가 되어 가히 무공으로 천의무봉한
경지에 이르게 되었을 때 경재학은 천하를 대상으로 싸움판을 벌이기로 마음먹었
다.
먼저 그는 혈마사와 교하국을 건드려 중원으로 이들을 끌어냈다. 깜짝 놀란 구
대문파는 무림맹을 결성하기로 결의를 하였고, 서로 간의 견제 끝에 천하제일가
의 가주인 경재학을 맹주로 추대하기에 이르렀다.
경재학은 구대문파가 자신을 맹주로 추대한다고 하자, 자기가 최전방에서 적들
을 물리치겠노라고 장담하고 기꺼이 그 일을 떠맡았다. 소림사는 경재학의
의기(義氣)에 감복하여 무림의 전설적인 기보라는 대환단까지 내주었다. 이미 어
려서부터 영약으로 키워진 경재학에게 대환단까지 주어졌으니 가히 무공의 수준
이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사천의 보정산에 이르렀을 때 이패가 분열되었고, 경재학은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너무도 빨리 이패의 준동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삼 년이 지나
기도 전에 경재학에게 머리를 조아리던 구대문파는 모두 떠나 버리고 말았던 것
이다. 그리고 만들어 진 것이 사천의 의혈단이었다. 하남의 무림맹에도 단지 구
대문파의 장로들 몇 명이 파견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십 여 년이 지나자 경재학의 패기가 다시 끓어올랐다. 천하가 계획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은밀히 심어 두었던 간세를 통해 오행혈마
경을 배포하기로 하였다. 오행혈마인이면 무림맹이 다시 결성 될 정도의 사안이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십 년 전 처음 오행혈마경을 익히도록 손을 쓴 사람이
마교 교주 고성기였다. 그런데 그는 오행의 수(水)기를 받아들이다가 자살하고
말았다.
‘미친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기(水氣)를 받아들이겠다고 물 속에 들어
가 죽다니… 쯧쯧…’
경재학은 마교의 수하에게 자질이 뛰어난 자가 나타나면 그에게 오행혈마경을
전수하라고 지시했다. 마교에 심어둔 수하는 어지간하면 마경에 욕심을 낼만도
한데 교주가 미쳐서 자살하는 것을 보고 욕심을 버렸는지 경재학의 명령에 충실
히 따랐다. 경재학은 다시 몇 년을 기다리다가 이번에는 한꺼번에 네 명에게 마
공을 전수했다. 그리고 마교의 수하로부터 천살성(天殺星)의 기운을 타고난 사람
이 나타나 교주로 세우고 마경을 전수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다섯 명이나
만든 것은 그 중에 고성기처럼 자살할 사람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러나 하늘
의 뜻은 교묘해서 이번에는 아무도 자살하지 않았다.
‘마교와 무림맹과 의혈단과 비룡장 그리고 본가에 각각 하나씩 오행혈마인을
키웠다. 이제와서 그 미친놈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것도 고민인데… 그 모든 게
내가 벌인 일이라는 소문이 돌면 곤란하지…’
무림맹주 경재학이 천의각에서 깊은 시름에 잠겨있을 때였다.
“맹주, 계시오?”
“단주시오? 들어오시구려.”
의혈단 단주 김다주가 들어오자 맹주 경재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인 일이시오?”
“실은 마교의 움직임이 수상쩍다는 보고가 연이어 들어오고 있습니다. 맹에서
이일을 어떻게 처리하실 것인지…”
“그것에 대해서는 이미 조치를 취해 두었습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그들
이 단지 문파 내부의 일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있다고 하니 크게 염려하지 않
으셔도 될 듯 하오만…”
똑같은 일도 어느 쪽에서 보면 더 강성해지기 위한 초석이 되고 다른 쪽에서
보면 자중지란이 된다. 김다주는 마교가 하나가 되면 아무래도 무림에 산재해 있
는 사파가 힘을 얻을 것 아니냐는 염려였고, 경재학은 마교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치고 받으니 오히려 과거보다 힘이 약화될 것이라는 투였다.
“그리고… 이번에 마교 교주에 의해 살해된 의혈단 신진고수들에 대한 처리는
어떤 복안을 가지고 계신지요?”
“아무래도 단주께서 마교 교주에게 사신을 보내어 일을 처리 하셔야 할 듯 싶
소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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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주의 얼굴이 어두워 졌다. 경재학은 도무지 의혈단의 일을 무림맹의 일로
확대시키기를 원치 않는 듯이 보였다. 지금도 의혈단이 살해되었으니 단주가 알
아서 사신을 보내라는 것이 분명했다.
결국 김다주는 아무런 소득 없이 경재학의 방에서 물러나야 했다. 경재학은 오
히려 장염이라는 사내에 대한 소식을 물어왔지만 그에 대해서는 별다른 보고 사
항이 없었다. 김다주가 천의각에서 물러나 단주의 집무실로 돌아오자 종피리가
찾아왔다.
“맹주께서는 뭐하고 하십니까?”
“마교에 대해서는 자중지란이라며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고, 마교 교주에 대해
서는 일체의 일을 의혈단에 위임 하셨소.”
“그런 일이…”
종피리가 들으니 맹주는 불이 발등에 떨어져야 우물가로 걸어갈 사람 같았다.
“나는 한편으로는 섭섭하지만 맹주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소.”
종피리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김다주를 바라보았다.
“지금 구대문파가 제각기 문파의 일에만 정신을 쏟고 있는데, 어느 누가 마교
와 싸우자고 맹으로 제자들을 보내겠소? 무당파를 빼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
오. 괜히 맹주령을 발동했다가 오히려 망신스러운 일이 생기면 어쩌겠소? 그러니
더더욱 의혈단의 일에는 끼이고 싶지 않으신게요.
애당초 구대문파가 맹주에게 충성을 다짐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것을 염두에
뒀어야 했소. 무림맹과 우리만 내실 없는 종이 호랑이가 되고 만게요. 지금 우리
단에도 구대문파 사람은 몇 사람뿐이오. 그러니 구대문파에서는 의혈단의 손실이
생겨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게요. 복수하자고 나서줄 사람도 없는게 당
연하고…”
“그렇다 해도 그것을 잘 이끌어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내야하는 사람이 맹주
아닙니까? 만일 이런 저런 일로 대란이 일어났을 때만 보란 듯이 맹주령을 발동
한다면, 그 이전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서는 대체 누가 책임을 진다
는 말입니까? 대소 문파 사람들은 결국 자기 손으로 자기 문파를 지키는 방법 외
에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무림맹이나 우리 의혈단의 존재는 더욱 의미가
없습니다. 단주께서도 기운을 내십시오. 지금 맹주께서 사안의 중대성을 모르시
는지, 혹은 다른 생각으로 저러시는지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까지 대의
를 저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부단주의 말씀이 옳소. 먼저 당문과 풍림장, 그리고 무당파에 전갈을 띄워 공
동으로 대책을 마련해 보도록 합시다. 일단 몇 사람이라도 모이면 더 많은 사람
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겠소?”
당효는 당문에 속해 있었고 영화와 이청이 풍림장과 무당파에 속해 있었으니
이 세 방파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종피리가 고개를 끄덕이
며 김다주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복잡한 시선이 교차되었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29.드디어때가찼다.(2) 관련자료:없음 [12738]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09 01:01 조회:4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