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57)
29. 드디어 때가 찼다.(2)
의혈단에서 그간의 사정을 적어 세 방파에 기별하자 당문에서는 독공과 암기의
고수 삼십 명을 의혈단으로 파송했다. 그들은 오자마자 당장에 마교로 찾아가 복
수를 해야 한다고 펄펄 뛰었다.
“아니 의혈단에서 이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오?”
당문의 장로인 일수탈백(一手奪百) 당근(唐根)이 김다주를 향해 언성을 높였
다.
“그건 아직 다른 방파에서 기별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오”
그러나 사실 이 말은 김다주가 해본 소리였다. 이미 풍림장으로부터 고수를 보
낼수 없다는 기별을 받은 뒤였기 때문이다. 풍림장은 아직 생사가 확인이 안된
만큼 좀더 조사한 후 대처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풍림장으로서는 이미 서장에 파
견한 영호진에게 다시 동생의 생사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던 중이어서 달리 파견할
고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마침내 단주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무당파에서 이청의
죽음이 확실하다고 믿고 무당파 고수 오십 명을 의혈단으로 파견했던 것이다.
당문과 무당파 사람들로 의혈단이 시끌시끌해지자 드디어 단주 김다주는 사절
을 마교로 보냈다. 그가 가지고 간 서신에는 마교 교주가 의혈단 사람들의 죽음
에 대해 해명하고 그에 따르는 응분의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사절은 천산의 마교 총단에 찾아간 그날 감금당하고 말았다.
“사절을 가두다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이오!”
의혈단의 사신으로 파견된 이동거(李動巨)가 옥사에서 고함을 버럭 질러댔다.
“어쩔 수 없다. 교주님이 안 계시는데 어쩌란 말이냐?”
마교장로 혈천마도 풍소곡이 이동거를 바라보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교주가 없으면 내가 나가서 마교의 교주가 없다고 전해야 할 것 아니오?”
“교주님이 중원으로 나가시면서 누구든지 찾아오는 자가 있으면 잡아두라고 하
셨으니 그대가 때를 잘못 잡은 것이다.”
풍소곡은 이자를 놔줄까 생각도 해봤지만 교주의 명령은 목숨보다 앞선 것이었
다. 장소는 마공을 익힌 뒤로 집착마저 강해져서 누가 찾아오면 무조건 잡아 두
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이때 마교 교주는 이미 강호에 출도하여 감숙성의 난주에 머무르고 있었다. 몇
달 전에 내보낸 마교의 십마왕과 그 수하들이 감숙성의 난주에 마교의 임시총단
을 세워 두었던 것이다. 감숙성에서 교주는 음산의 신마교와 벌일 일전을 준비하
고 있었으니 천산의 사절은 교주와 대면할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만 것이다.
의혈단은 사절을 보냈지만 사절이 돌아오지 않고, 들리는 소문에 교주가 천산
에 없다고 하자 강호에서 교주를 찾는데 주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
이 다시 훌쩍 지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무림에는 온갖 흉험한 일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맹주, 낙양에서 계속되는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헌데 그 살인의 수
법이 일전에 사천성에서 일어났던 그 모습 그대로라고 합니다.”
“그래요? 제가 사천에 머문지 벌써 여섯 달이구려. 그 동안 호남성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니… 아직도 이곳에서 마교교주와 결탁한 사람도 찾지
못했는데…”
대전에서 경재학과 마주 앉아 얘기하던 김다주는 속으로 ‘그 한사람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아직도 연연해하는가’ 싶었지만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의혈단의 관할
하에서 그 사람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달리 말할 면목이 서질 않았던
것이다.
“단주님, 그뿐 아닙니다. 아미산 일대에서도 그 비슷한 살육의 흔적이 근래에
들어 발견 되고 있습니다. 아미산 뿐이 아닙니다. 산서성의 태원에서도 그런 일
이 있다고 합니다. 중원 전역이 갑작스런 엽기적 살인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이
러다가는 조만간 관에서 무림인들을 조사한다고 돌아다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종피리가 맹주와 단주에게 그 동안 무림 곳곳에서 신비의 살육이 벌어지고 있
다고 말을 하고 맹주를 바라보았다. 맹주는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그 살육의 대
상 중 태반이 무림인 이었던 것이다.
‘쩝… 마침내 오행혈마인이 마기를 참지 못하는군…’
드디어 때가 찬 것이다. 그러나 경재학은 자신이 만든 오행혈마인이 좋지 않은
시기에 마성의 발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번거로운 일이 처리된 후에 여유
있게 하나씩 처리하고 싶었다. 오행혈마인을 하나씩 처리하며 구대문파를 얼르고
달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사천성에서 몸을 빼자니 뒤가 개운치 않았다.
“아미산이라면 이곳에서 멀지 않은데, 단주께서 고수들을 보내어 아미산 일대
를 조사해 보셔야 하지 않겠소?”
“맹주의 말씀대로 해야겠죠. 부단주께서 고수들을 선발해서 아미산 일대로 보
내주시구려.”
“알겠습니다. 정무부장들에게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재학이 곰곰 생각해보니 아미산이라면 아무래도 의혈단에 소속한 그자의 짓
이 분명했다. 지난 일년간 잠잠하더니 다시 발작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사천혈사
후 일년동안 잠잠한게 오히려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본좌도 조만간 맹으로 돌아가야겠소. 낙양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니…”
‘낙양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바로 본가에서 도망간 그놈의 짓이 분명한데… 마
기 하나 다스리지 못해서 낙양에서 살육을 저지르다니… 생각보다 자질이 떨어
지는 놈이로군…’
어차피 어느 놈이 잡혀도 자기들이 기연(奇緣)으로 획득하여 익힌 줄 아는 오
행혈마경이었으니 경재학은 담담하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완숙단계에 있는 오행혈마인을 견식해 보고 싶었다. 그것은 일전에
본 마교교주의 금강불괴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자신이 그를 제압할 때 검을
쓰지 않아서 단지 피부가 강하다는 느낌만 받았었는데, 나중에 장가(張家) 중 한
사람이 검으로 찔렀을 때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났던 것이다. 진짜 금강불괴인지
이번 기회에 꼭 확인을 해두고 싶었다.
결국 경재학은 장염 찾기를 포기하고 의혈단의 고수들이 아미산으로 가던 날
호남성으로 떠나고 말았다.
의혈단이 열심히 장소를 찾고 있을 때, 마교 교주 장소는 감숙성의 난주에 머
무르며 음산의 신마교를 압박하고 있었다. 난주는 중국 서북부에 위치한 감숙성
의 성도이다. 난주는 황하 상류의 하서회랑(河西回廊)의 동쪽에 위치하며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황하를 따라 있는 도시이다. 금이 이곳에서 발견됨에 따라
금도(金都)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예로부터 실크로드의 요충지로서 번영했다. 서
역을 여행하고 인도에 들어간 현장법사도 이곳에서 하룻밤 묵었을 정도였다.
그 난주에 마교교주 장소가 자리를 잡고 음산의 신마교를 통합하려는 구상을
세우고 있었다.
“교주님, 신마교에 직접 찾아가시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먼저 몇몇 형제들을
통해 친분이 있는 고수들을 이리로 끌어오면 단천혈마(斷天血魔)도 어쩔 수 없이
신마교를 포기하고 말 것입니다.”
말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수호사령 검귀였다. 그는 일찍이 단천혈마와 함께 마
교의 수호사령으로 지낸바 있기 때문에 장소교주에게 조금 기다리자고 간청하고
있었다. 장소가 가면 여럿이 죽을텐데, 그러다가 단천혈마도 죽게될 가능성이 높
았던 것이다. 검귀는 마교의 고수들이 가급적 죽임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을 가지고 있었다.
“흥, 내가 그들을 기다려 줘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교주님, 그들은 장차 교주님의 수족이 될 터인데 하나라도 아껴 두심이…”
“본좌가 여섯 달을 기다려 주마. 그때까지 아무런 결과가 없을 때는 신마교로
곧바로 찾아갈 것이다.”
“교주님, 이미 교주님이 이곳에 천마교의 성전을 세우셨을 때부터 저들은 조금
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좋은 소식이 줄지어 들어올
것입니다.”
장소가 잠시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신마교의 회유는 당분간 네게 맡기겠다. 이면수와 함께 처리를 하도록 하라.
본좌는 좀 쉬어야겠다.”
“존명.”
장소가 검귀와 이면수에게 일처리를 맡기고 자리를 뜨자 검귀는 얼굴 가득 의
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혈수서생 이면수야 원래부터 마교의 군사(軍師)역할을 자처하던 사람이니 그와
상의할게 이상할 리는 없다. 다만 교주가 지금 가고있는 곳에 있는 여인과 교주
를 생각하면 이상한 것이다. 교주는 몇 달 전 의혈단 일행을 죽이던 날 한 여자
를 잡아왔다. 그때부터 청해성과 난주까지 그녀를 데리고 다녔던 것이다. 검귀는
그녀가 무당파의 검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장소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게 되었는지 그 내막은 모르고 있었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29.드디어때가찼다.(3) 관련자료:없음 [12739]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09 01:02 조회:4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