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59)
30. 집착을 버려라.(1)
아미파와 점창파 사이에 유명한 흑도 방파가 하나 있으니 그 이름을 삼도회(三
刀會)라고 했다. 그들이 삼도회라고 불리우는 것은 그들의 손등에 있는 세 개의
도문신(刀文身) 때문이 아니었다. 삼도회는 누가 어디에 가든지 세 명 이하로는
다니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그들의 무공이 약하기 때문에 최소한 세 명씩 다
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 개개인의 무공은 거의 일류급
이라는 게 흑도 무림의 평가였다. 그럼에도 세 명씩 다니는 이유는 절대 삼도회
의 이름을 땅바닥에 떨어뜨릴 수 없다는 회주(會主) 다비검(多泌劍) 남궁척(南宮
尺)의 신념 때문이었다.
그 삼도회는 사천성 일대 흑도방파의 맹주나 다름없었다.
“우리가 아미파와 점창파 사이에 삼도회를 개회한지 어언 삼십 년이 흘렀다.
그동안 무림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삼십 년 전에는 사파의 종주라는 마
교와 무림 오대문파가 칠 개의 성을 돌아다니며 혈전을 벌였다. 그 와중에 희생
된 사파의 크고 작은 방파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 사람의 희
생자도 내지 않았다. 이십 년 전에는 이패라고 하는 외세의 중원침공이 있었다.
우리는 이때도 역시 무사했다. 십 년 전, 청해성의 사파 맹주인 청해수산연합
(靑海水産聯合)과 이년에 걸친 혈전이 있었다. 이때 우리는 하나가 죽으면 상대
열을 죽이는 위업을 달성했다…”
회주 다비검 남궁척이 말을 끊고 무리를 둘러보았다.
총관 삼목혈검(三目血劍) 양제(陽題)는 속으로 ‘그 동안 우리가 무사했던 건
십 년 전에야 처음으로 무림 일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중얼거렸다.
사실 십 년 전까지 삼도회는 죽은 듯이 지냈던 것이다. 십 년 전 회주가 기련
산을 지나다가 이 백 년 전 무림공적 기련혈마가 남겼다는 다비검보(多泌劍譜)를
발견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때까지 삼도회는 그냥 강호의 삼류였다. 그 뒤 회주
가 수많은 마도의 거물을 꺽고 마침내 삼도회가 대방파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도 회주가 하는 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 사람이 이유 없이
살해당한 것을 가지고 삼도회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로 회주가 흥분을 하는 것이
었다. 그 동안 삼도회가 이유 없이 살해한 숫자는 삼 백 회가 넘었다.
‘회주는 우리가 한 일은 생각지 않는군…’
“그런데 근래에 들어 세 명이나… 잔인하게 살해된 것이다. 양총관이 그들이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설명해줄 것이다.”
삼목혈검 양제가 벌떡 일어나 말을 받았다.
“예, 그들은 참으로 잔인하게도 사지가 뜯겨져 나간 채 죽어 있었습니다. 제가
회주님을 모시고 삼 십 년이나 삼도회에 있었지만 그 동안 이처럼 처참한 형제들
의 죽음을 본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그렇다. 우리는 반드시 원수를 갚아 형제들의 원혼을 위로해야 하는 것이다.”
“회주님의 말씀을 들었느냐? 형제의 원수를 갚자!”
총관이 느닷없이 소리를 버럭 지르자 모여있던 백여 명의 삼도회 간부들이 우
렁차게 따라 소리쳤다.
“형제의 원수를 갚자!”
“오늘부터 다시 아미산 일대를 수색하여라. 그리고 이상한 낌새를 보이는 사람
은 무조건 잡아 들여라!”
회주의 명령이 떨어지자 삼도회 간부들이 일제히 ‘알겠습니다’를 외치고 분분
히 흩어졌다.
“회주님 이번에는 반드시 그 살인마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지…”
회주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본래 아미파의 영역이라 조심스러워 몸을 사렸
었지만 이번에 살해된 세 사람은 그야말로 삼도회의 창립공신들이었던 것이다.
이무심은 얼마전부터 아미산 일대에 나타나 여기 저기를 쑤시고 다니는 무림인
들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혹시 경재학이 무림맹의 사람을 풀어놓은 것일까?’
그러나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정파의 무림인들 뿐만 아니라 사파의 무림인들도
눈에 띄었다.
‘마교의 무리와 무림맹의 사람이 연합으로 우리를 찾을 리는 없는데…’
걱정하던 이무심이 아미산 일대의 연쇄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장
염을 통해서였다. 아침에 장염이 이무심에게 산행(山行)을 주의하라며 말해 주
었던 것이다.
“이대협, 아미산 일대에 연쇄살인범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누가 그런?”
“어제 아미파의 여제자들에게 들었습니다. 의혈단에서 협조공문이 날아왔다고
합니다. 아미산 일대에 사지를 뽑아 살해하는 살인마가 나타났으니 우리도 주의
하라고 하더군요. 제가 생각하기에…”
“장소와 마찬가지로 오행혈마인이라고 생각하시오?”
“그렇습니다. 그들이 아니고는 그렇게 연쇄적으로 사람들을 살해할 인물이 없
습니다. 살해되는 사람들은 무림고수에서 일반인까지 다양하다고 하니 분명 오행
혈마인일 것입니다.”
“장사부는 제가 오행혈마인과 비교해서 어떻다고 보십니까?”
“이대협은 오행혈마인에게 쉽게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
장염은 단지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말은 맞는 말일 것
이다. 오행혈마인 장소를 보아서 그들의 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장소
는 일년사이에 그렇게 변해갔다. 그보다 더 오래 수련한 오행혈마인은 아마 장소
보다 더 끔찍할 것이다.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으니… 도망칠 수 있다는 말이로군… 그나마
다행이다.’
이무심은 그렇게 위로하며 사냥을 하러 산을 돌아다녔다. 한 손 뿐인 이무심이
사냥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이무심은 주로 멧돼지나 호랑이
등 난폭한 야생동물을 사냥했다. 일단 자기 자신이 미끼가 되어 몸을 내보인 후
에 달려드는 것들을 일검에 죽여 잡아왔던 것이다.
그날은 이무심이 한참을 돌아다녔어도 쥐새끼 한 마리 구경하지 못했다. 무림
인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니 동물들도 깊숙이 들어가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결국 이무심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대는 어디의 누구인가?”
이무심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 일단의 무림인들이 이무
심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무심은 그 사람의 질문이 언젠가 비월장 장주 금
거산의 말투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어이없게 그 금거산의 조카 금철심에게
손목을 잘렸었다.
이무심에게 말을 건넨 사람은 의혈단 무력부 소속 철검대의 최이자(崔梨子)였
다. 그는 어미가 배나무에서 낳았다고 이자(梨子)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주
변에 무례하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다. 이자는 어려서부터 무예가 출중하여 좋
은 스승을 많이 만났다. 그러나 스승들은 그의 무예를 아껴 인간성을 별로 돌아
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의혈단에 선출되고, 그 중에서도 무력으로 사태를 수습
하는 무력부 철검대에 배속되자 더욱 기고만장하였다. 동료들은 뒤에서 그를 눈
에 보이는 게 없다고 맹자(盲者)라고 불렀다.
“나는 아미산에 사는 이무심이라고 하오만?”
이무심은 검도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하수들에게 친절해 지는 장염류에 물이 들
어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맹자 최이자는 상대가 고분고분 나오자 주변의 철검대원을 둘러보았다. 다섯
명의 철검대원이 그냥 가자는 얼굴로 최이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최이자도 마땅히 할말을 찾지 못해 그냥 돌아서서 가려고 하는데 문득 보니 이
무심의 한쪽 손목이 없었다. 그리고 허리에는 검을 비스듬히 찬 모양이 강호의
검사흉내를 내는 것 같았다.
‘이자가 손목이 없는 것을 보니 도둑질이라도 하다가 잘린 모양이군…’
“당신은 검을 왜 가지고 다니오?”
최이자가 이무심의 아래위를 쳐다보는데 얼굴에는 조소가 가득했다. 도둑질이
나 하다가 손목을 잘린 주제에 검을 차고 다니니 우스워 보였던 것이다.
다른 철검대원은 조장이 시비를 걸고 자리를 뜨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그냥
곁에 서서 구경할 따름이었다. 철검대에서 아미산에 오 개의 조를 파견했다. 조
장 한 명에 다섯 명의 조원을 한 조로 만들었는데 최이자의 조는 그 중의 하나였
다.
“그대는 왜 가지고 다니오?”
이무심이 담담히 말을 받자 최이자는 발끈 성질이 나고 말았다. 감히 대철검대
의 조장에게 너는 왜 검을 가지고 다니느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검을 가지고 다닐 자격이 되니 가지고 다니오만, 그대는 자격이 있소?”
이무심이 그제야 상대를 바라보니 분명히 싸움을 걸어오는 기세였다. 상대를
볼 줄도 모르는 이런 자와 검을 맞대기도 귀찮다고 생각한 이무심이 고개를 절래절
래 흔들며 그냥 몸을 돌렸다.
“왜 남은 손목이 마저 잘릴까봐 겁이 나는 것이냐?”
그 소리에 이무심이 몸을 다시 틀었다. 이무심이 몸을 틀자 삽시간에 최이자를
향해 어마어마한 살기가 쏘아져 갔다.
“커헉!”
최이자는 그만 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짧은 비명과 함께 비틀거리며 뒤로 물
러서고 말았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0.집착을 버려라.(2) 관련자료:없음 [12749]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0 00:58 조회:4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