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60)
30. 집착을 버려라.(2)
이무심이 손목 얘기에 그만 과거의 일을 떠올리고 흥분을 하고 만 것이다. 자
기의 손목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함께 동고동락했던 아들과 제자 그리고 장소룡
의 일에 이르기까지 떠오르자 그만 치밀어 오르는 살기를 주체하지 못한 것이었
다.
“무슨 짓이냐!”
그제서야 다른 철검대원이 분분히 검을 뽑아들고 최이자의 곁에 섰다. 이무심
의 살기가 너무 강해 저도 모르게 검을 뽑아든 것이었다.
“네놈이 감히 나의 손목을 운운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무심이 이를 으드득 갈며 말을 내뱉자 최이자는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러나 최이자의 별명 맹자는 거저 생긴 것이 아니었다.
“이놈이, 감히 어디서 사술을 쓰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는 최이자가 한마디 던지며 검을 뽑아들었다.
“챙~”
“조장님, 그만 고정하시고 일대를 수색하십시다.”
이무심의 기도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조원들이 최이자를 만류했지만 이미 이
성을 잃은 최이자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저놈이 수상하니 일단 저놈부터 잡고 보아야겠다.”
최이자가 소리를 지르며 이무심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이무심이 이리저리 몇 번 몸을 움직이자 최이자의 검이 헛되이 허공을 가를 뿐
이었다.
“이놈이 정녕 사술을 쓰는 놈이로구나. 모두 이자를 잡아라.”
마침내 최이자가 혼자 상대가 되지 않음을 깨닫고 철검대 대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다섯 명의 철검대 대원도 어쩔 수 없이 슬금슬금 이무심에게 다
가들었다.
“흥, 너희가 감히 숫자를 믿고 나를 업신여기려 든다면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무심이 한마디 외치고 허리의 검을 뽑아들자 사방으로 무형의 살기가 뻗쳐
나갔다. 그제서야 철검대 대원들은 모두 몸이 거미줄에 걸린 듯 꼼짝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헉, 가공할 검기다…’
대원들의 마음에 긴장이 퍼져 가는데, 최이자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이무심에
게 달려들었다.
“이놈!”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마음 약한 다섯 명의 대원이 검 끝을 이무심을 향해
들이 밀었다.
“어리석은 것들.”
이무심이 한소리 외치며 검을 들어 찔러오는 검들을 걷어냈다. 그리고 그들이
자세를 미처 갖추기도 전에 일 검을 휘두르니 놀랍게 철검대원의 어깨에 각각 하
나씩 깊은 검상이 새겨졌다.
“헉…”
여섯 명이 자기 어깨를 보니 구멍이 뚫려있고 피가 방울방울 솟아나고 있었다.
“한번만 더 나에게 헛손질을 하면 그때는 한 팔씩 자를 것이다.”
이무심이 차갑게 말을 하고 몸을 돌렸다.
그때 갑자기 이무심의 등뒤를 향해 최이자가 검을 날렸다.
“어딜…”
이무심이 허리를 급히 꺽으며 검을 뒤로 쭉 뻗으니 검에 최이자의 팔이 닿았
다. 이무심이 사정을 두지 않고 검 끝을 한바퀴 돌리고 회수하니 털썩하고 땅바
닥에 최이자의 한쪽 팔이 떨어지고 말았다.
“으헉…”
“다시 검을 내미는 자는 목을 베겠다.”
“…”
이무심이 말을 마치고 자리를 벗어날 때까지 사람들은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이무심의 뒤만 바라보았다.
“으윽… 저자가 바로 혈겁을 일으킨 원흉일 것이다.”
최이자가 지혈대를 움켜쥐고 원한 가득한 소리를 내뱉자, 철검대원들은 속으로
‘설마’하면서도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날 복귀하자마자 최이자는 철검대 대장에게 한쪽 손목이 없는 수상한 사람이
혈겁의 원흉인 것 같다고 말하며, 자신이 그와 결투하다가 팔을 잃었다고 보고
를 했다.
“최조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드디어 살인마의 행적을 찾게된 것이오”
최조장의 말은 일파만파로 커져갔다. 철검대 대장은 즉시 무력부 부장에게 그
와 같은 사실을 보고 했고, 무력부장은 다시 정보부장과 함께 부단주에게 찾아가
마침내 살인마를 찾아냈다고 보고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의혈단의 고수들을 총동원하여 그 살인마를 잡아 들이도록 하
시오.”
단주의 추상과 같은 호령이 떨어지자 다음날부터 의혈단의 고수들은 아미산에
서 외팔이 검객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무심이 철검대원의 팔을 자른 날 장염도 뜻하지 않은 불청객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네놈은 누군데 아미산에서 이처럼 지랄을 떨고 있는 것이냐?”
장염의 앞에 버티고 서서 말하고 있는 사람은 삼도회의 십이 당주(堂主) 철면
마검(鐵面魔劍) 오극렬(吳極烈)이었다. 평소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얼굴도 두
꺼운 놈이 무공마저 높다고 하여 철면마검이라고 불리웠다.
오늘도 철면마검은 회주의 명령에 따라 아미산 일대를 어슬렁거리다가 만불정
까지 오르게 되었는데, 젊은 사내가 사지를 늘어뜨리고 있으니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대협, 저는 장부득이라 하옵는 촌 무지렁이 이옵니다.”
일찍이 장염은 이런 류의 사람을 많이 겪어보았다. 처음 무림에 출도했을 때
장가촌 일행과 많이 당한 적이 있다. 이런 류의 사람은 무조건 자신을 낮추고 상
대를 올려줘야 만족함을 얻는 것이다.
“크허허헛… 네가 부득이라니 부모를 지지리도 잘못 만났구나.”
“…”
오극렬은 부모가 자식을 낳고 ‘얻은 것이 없다’고 이름을 지을 정도면 참으로
괘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장염의 꼬라지를 보니 사지가 꼬여서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자기도 부모 없이 고아로 자라다 보니 철면마검이라
는 외호까지 얻게 되었다. 얼굴이 두껍지 않으면 약한 사람이 살아갈 방법이 없
었기 때문이다.
‘불쌍한 놈…’
오극렬이 장염을 잠시 바라보다가 큰 소리로 물었다.
“네 나이가 몇이냐?”
“올해로 스물 다섯입니다.”
“그래? 너는 형제가 있느냐?”
“열두 살 먹은 여동생이 있을 뿐입니다.”
‘이자가 왜 남의 가족사에 대해 묻는 건가?’
장염이 산적같이 생긴 사람의 이야기에 꼬박꼬박 대답하며 이유를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뿌헐… 그렇다면 너는 오늘부터 나를 형님으로 모시도록 해라. 내가 네놈이
죽지 않고 살수 있게끔 뒤를 봐줄 터이니.”
‘헉…’
느닷없는 이야기에 장염이 기겁을 했다. 더러운 인상의 사내에게 봉변을 당하
면 어쩌나 염려하고 있던 차에 엉뚱한 형제지연의 제안을 받은 것이다.
“제가 어찌 감히… 대협의 동생이…”
“크하하핫… 괜찮타. 본시 영웅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법이다. 네
가 나를 형님으로 섬긴다면 사천성에서 너를 괴롭힐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장염이 속으로 ‘약자에게 약하려면 네가 내 앞에서 그냥 사라져 줬어야 한다
이놈아’ 라고 중얼거렸다.
장염이 속으로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오극렬은 혼자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형님의 존성대명은 철면마검 오극렬 이시다. 오늘부터 누가 너를 괴롭히려고
하는 자가 있으면 나의 이름을 대거라. 그래도 괴롭히면 삼도회로 사람을 보내
나를 찾거라. 알겠느냐?”
“예…”
차마 입 밖으로 형님이라는 소리가 나오질 않아 그냥 ‘예’ 하고 말자 오극렬이
혀를 쯧쯧 차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내가 그토록 자신감이 없어서야 어디다 쓰겠느냐? 오극렬의 동생이라는 이
름에 어울리도록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장염이 크게 대답하자 그제서야 오극렬은 만족한 표정을 짓더니 품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장염에게 은자 두 냥을 덥석 쥐어주는 것이었다.
“옛다. 형제의 기념으로 네게 주는 선물이다.”
문득 장염이 오극렬을 바라보니 눈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인간애(人間愛)가 보이
는 것이었다. 장염은 비로서 마음으로부터 이 거칠고 투박한 사내를 형님으로 모
셔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형님.”
“뿌하하핫… 이제야 제법 남자의 기상이 나오는구먼. 나는 이만 가보겠다. 아
무 때고 삼도회의 철면마검을 찾아오도록 해라. 그러면 네 인생도 그때부터 화려
해 질 것이다. 언제 시간날 때 다시 들리마.”
오극렬이 큰소리를 치며 자리에서 떠나가자 그제서야 주변이 조용하게 가라앉
았다.
‘대단한 기세다…’
무공을 떠나 한사람의 기운이 이처럼 어수선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장염은 처음
알았다. 장염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다가 저 거칠어 보이는 사람의 마음속에 스
며있는 따스한 인간애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도무지 그의 얼굴과 속마음이 어
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곧 눈에 보이는 대로 사물을 판단
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0.집착을 버려라.(3) 관련자료:없음 [12750]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0 00:59 조회:4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