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62)
31. 청해성의 패자가 바뀌다.(1)
청해성의 황하수채가 수적 중 발군이라면 청해수산연합(靑海水産聯合)은 청해
성에 거주하는 군소 수적들과 사파무림인의 연합이었다. 이들은 일찍이 청해성
제일의 사파를 표방하며 뭉쳤는데, 십 년 전 사천성의 삼도회와 충돌한 뒤로 그
세력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해수산연합은 아직까지 청해성 제일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회주, 이번 기회에 황하수채를 재교육시켜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감히 청해수산연합의 세금을 떼어 먹은지 이미 이년이 지
났습니다.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다른 소방파들까지 본 회의 위엄을 거스르려 들
것입니다.”
회주 칠지검(七指劍) 상관마(常關馬)는 자기 앞에서 떠들고 있는 두 사람을 인
상을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재교육시키자고 말하는 사람은 청련(靑聯)의 장로 천
살마인(千殺魔人) 오주영(吳駐英)이었고, 그들 부추기는 사람은 역시 장로인 청
해신마(靑海新魔) 나극찬(羅極讚)이었다. 청해신마 나극찬은 본래 황하수채의 사
람이었는데 채주인 구절양장 서문당에게 채주 자리를 빼앗긴 뒤 강호를 유랑하다
가 다시 청련으로 들어온 사람이었다.
‘저자가 분명히 서문당에게 원한을 갚으려고 오주영을 꾀는 모양인데… 이를
어쩐다.’
상관마가 아무리 계산을 해도 지금 청련이 황하수채와 싸워서 득이 될게 없었
다. 이 싸움에서 진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이 싸움의 승자가 청해성에서
실질적인 맹주가 될 것이다.
상관마는 그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청해성의 패권을 놓고 싸워야 한다는 것
이 청련으로서는 내세울 만한 전적이 되지 못한다. 이미 청련은 사천성의 삼도회
와도 패권을 놓고 싸웠을 만큼 전적이 화려하다. 그러나 황하수채로서는 이기나
지나 자랑스러운 전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장로 둘이 몰려와 그런 명분 없
는 싸움을 시작하자고 조르고 있는 것이다.
“알겠소. 어차피 황하는 두 마리 청룡이 살기에 좁은 곳이오. 황하수채에 세금
독촉의 사절을 보내고 일전을 준비하시오.”
결국 황하수채는 이번 싸움에서 완패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 전적이 자랑스
러운 것이 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상관마는 그렇게 다짐했다.
“채주님, 청해수산연합에서 사절이 왔습니다.”
구절양장 서문당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이년 전 그들에게 세금을
바치지 않기로 작정했을 때부터 조마조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를 가지고 이
날을 기다렸던 것이다. 청해성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
가 될 것이다. 이십 년 전 황하수채에 처음으로 격검승급일을 만들었을 때부터
언젠가 청해성의 패자로 군림하리라 다짐 했었다.
“어험. 서채주 그간 별래무양 하셨소이까?”
사절로 온 사내는 거들먹거리며 황하수채의 창룡전(蒼龍殿)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시게. 그래 어쩐 일이신가?”
“허허… 채주의 신세가 훤해 지셨소.”
‘이놈… 감히 나에게 시건방진 농지꺼리를 하다니…’
속으로 사절의 거동에 이를 갈면서도 서문당은 웃었다.
“허허헛… 다 상관회주 때문이오. 상관 회주는 무고(無故)하시오?”
“황하강이 유유히 흐르는데 무슨 탈이 있겠소? 오가는 배들은 여전하오?”
‘오호… 강물에 오가는 배들로부터 걷은 돈을 왜 안 갖다 바치느냐?’
“배들이 어디 내배요? 선주들 얼굴을 보아야 여전한지 아닌지 알지 않겠소?”
‘흐흐… 이놈아 네놈이 그래봐야 황하수채는 일전을 피할 길이 없다.’
“청련의 회주께서 어째 요즘 왜 황하수채의 아우님으로부터 소식이 없는지 궁
금해하시오.”
그 순간 서문당이 화를 벌컥 냈다.
“아니 이런 무지막지한 놈을 보았나. 언제부터 내가 그의 아우가 되었단 말이
냐?”
사실 나이로 보나 강호출도로 보나 서문당이 상관마 보다 몇 년 앞서 있었다.
그러니 오늘 사자(使者)로 온 독수비마(毒手飛魔) 허장광(許長廣)은 잘나가다 말
의 실수를 한 셈이었다. 서문당이 공식적으로 상관마에게 무릎을 꿇은 적은 없었
다. 그러니 더더욱 형, 아우를 논할 수 없었는데, 신경전을 벌이다가 상관마의
이름으로 헛소리를 하고 만 것이다.
서문당이 소리를 지르자 주변에 서있던 몇몇 고수들이 금방 달려들어 허장광을
잡아 무릎을 꿇렸다. 사자를 잡아 무릎을 꿇렸으니 더 이상 좋은 얘기가 오가기
는 틀린 것이다.
“채… 채주, 한번 말실수를 가지고 어이 이리 사람을 핍박하시려 하오?”
분위기가 살벌하게 변하자 허장광은 얼굴마저 하얗게 변한 채 소리를 질렀다.
“이놈아, 그렇지 않아도 청해수산물인지 뭔지가 돈을 내라고 지랄을 떠는 통에
신경이 쓰여 죽겠는데, 이제 네놈이 감히 나에게 아우라고 하다니 죽고 싶은 게
로구나!”
서문당이 문득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소리 외쳤다.
“형제들, 이 후안무치한 놈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채주, 그런 놈은 곱게 죽이면 황하수채의 모욕입니다. 일단 사지를 묶어 창룡
전 마당에 세워두고 청해수산물에서 찾으러 올 때까지 바싹 말려버립시다.”
주변의 사람들이 옳소! 라고 외치자 서문당은 수하들에게 그대로 하라고 이르
고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형제들, 저 어리석은 종자들이 자유로운 황하의 수적들 위에 군림하여 세금을
뜯어가려고 하니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맞습니다. 황하의 수적은 자유롭습니다!”
“옳소, 청해수산연합을 황하수채 아래에 두고 우리가 세금을 걷어야
마땅하오!”
사람들이 떠들어대자 서문당은 비로서 ‘자유를 위해 일전을 준비하자’고 외쳤
다.
장소룡은 창룡전의 객실 하나를 얻어 쓰다가 밖의 소란스러움을 보고 사공철을
불렀다.
“철아, 어찌 된 일이냐?”
“사부님 청해수산연합과 우리가 곧 일전을 벌이게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사공철은 장소룡에게 그간에 있었던 세금 문제와 두 방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세력다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네가 이제부터 할 일이 막중하겠구나…”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침을 내려 주십시오.”
사공철은 이미 황하수채의 청룡당 부당주가 되어 있었다. 청룡당이 황하수채의
제일 행동대였기 때문에 이 일전에서 가장 앞서 싸우게 될 것이다. 사공철과 장
소룡은 자연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또다시 제자를 잃고 싶지 않구나…”
“사부님, 절대 죽임을 당하지 않겠습니다.”
“죽음이 어디 사람을 가려서 찾아 온다더냐… 내가 강호의 생활은 짧지만 사
람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은 안다. 네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오직 너의
검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명심하고 있습니다. 사부님.”
사공철은 대답을 하고서 사부를 바라보았다. 이미 청해성 일대에서 청룡신검
사공철을 모르는 흑도무림인은 없었다. 사공철은 청해무림에 청룡신검으로, 그의
동생은 빙화옥검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간 두 남매가 모두 청룡당으로 입
당하여 수없이 많은 전과를 올렸던 것이다. 작금에 이르러 황하수채 청룡당은 무
패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뒤에는 이 두 남매의 검술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부를 바라보는 사공철의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뭐라고? 감히 청련의 사절을 결박하여 말라 죽이고 있다고?”
상관마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허장광을 보낼 때 그들
이 사정사정 하면 대충 얘기를 끝내고 일단 그냥 돌아오라고 말해 두었기 때문이
다. 설마 황하수채에서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나올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
“청해수산연합의 일급 비상령을 발동하고 고수들을 불러모아라. 전열이 갖춰지
는 대로 황하수채를 정리하러 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회주님.”
청해신마 나극찬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뜻밖에도 일이 급전직하(急轉直下)
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문당 이놈, 두고봐라… 이번에 네놈의 숨통을 반드시 조여주마.’
청해성에 거주하는 흑도 무림은 느닷없는 청련과 황하수채의 결전 소식에 촉각
을 곤두세웠다. 군소 방파들은 이 싸움의 향방에 따라 거취를 결정해야 하기 때
문이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1.청해성의패자가바뀌다.(2) 관련자료:없음 [12754]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1 00:56 조회:4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