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63)
31. 청해성의 패자가 바뀌다.(2)
청해성이 들썩거릴 때도 서문당은 속이 편했다. 믿는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그간 장소룡이 청룡당의 수하들에게 무공의 지도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본래 장소룡은 장가촌에서 무술 사범을 하다가 온 사람이니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일가견이 있었다. 게다가 과거 천마파천권과 태극양의검을 수련하며 얻은
무공에 관한 심득이 적지 않았다. 그 심득을 청룡당 수적들에게 쏟아 부으니 청
룡당 수적들은 얼떨결에 기연을 만난 셈이었다.
‘흥, 네놈들에게 청해수산 청룡단이 있다는 것을 내 알지만 어디 우리의 청룡
당과 일전을 벌였을 때 몇이나 살아 남나 지켜보겠다.’
일찍이 상관마가 ‘황하에 두 마리 청룡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도 바로 그
런 이유에서 였다. 공교롭게도 청해수산연합과 황하수채의 돌격대가 같은 이름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서문당은 장소룡을 찾아가 거나하게 잔치를 벌였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서문당이 장소룡에게 말했다.
“허허헛… 장대협, 오늘은 저의 청을 꼭 들어 주셔야 겠습니다.”
“하하하… 청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채주님께서 말씀하십시오.”
“장대협께서 이번에 꼭 황하수채의 총호법이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따지고 보
면 청룡당에 장대협의 제자들이 하나둘이 아닌데, 장대협께서 총호법이 되어 주
신다면 이번에 청룡당 형제들이 더욱 힘을 낼 것입니다.”
장소룡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이 꼭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채주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고집을 부릴 수가 없습니다. 하
하하…”
다음날 장소룡은 황하수채의 총호법으로 임명되었다. 그 동안 황하수채 사람들
은 모두가 장소룡이 총호법이 되기를 은근히 갈망하고 있었다. 장소룡에게 몇 수
배우려고 해도 그가 청룡당에서 나오질 않아 만나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장소룡이 총호법이 되자 수채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배우기를 청했다. 장소룡은
일전을 앞둔 터라 황하수채 사람들이 배우기를 원하면 마다하지 않고 가르쳐 주
었다.
“회주, 허장광이 죽은 지도 일주일이나 지났습니다. 더 이상 끌면 수하들의 사
기가 떨어질 것입니다.”
상관마는 나극찬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민하고 있었다. 최근에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황하수채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황하수채하면 그저
서문당이나 사공철, 천호장, 정도의 고수만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몇 일 전 수
하 하나가 황하수채의 신진 고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왔던 것이다. 그 둘은 아
비인 사공철보다 강하다고 했다. 그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 조금씩 다르다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그래 봤자… 그 나물에 그 밥이겠지만…’
“좋소. 내일 황하수채를 방문하도록 합시다.”
회주가 결정하자 청해신마 나극찬은 뒤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형제들! 드디어 내일 우리는 황하수채를 접수하러 간다!”
“와아! 황하수채를 접수하자!”
“황하수채에 반반한 계집들이 제법 있다던데 다 잡아 회를 칩시다!”
“와하하핫…”
수하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상관마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벌써 황하수
채의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날이 밝자 상관마는 수하들 오 백 명을 이끌고 황하수채를 찾아갔다.
“회주, 이 정도 숫자면 싸울 필요도 없겠습니다. 하하핫…”
“그러게 말이오. 그들이 조금 덤벼 줘야 수하들의 피가 식을텐데…”
황하수채는 청해성 남서쪽 황하강 유역에 자리하고 있었다. 상관마가 수하들을
이끌고 황하수채로 가자니 그들의 싸움 소식에 멀리서 구경꾼들이 몰려들고 있었
다. 상관마가 한 떼의 구경꾼들마저 거느리고 황하수채에 다다른 것은 정오 무렵
이었다.
“회주, 저들이 무릎을 꿇지 않고 싸움에 임하려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놈들이 왜 저러고 서있는 게냐?”
상관마가 옆에 서있는 천살마인 오주영을 보고 물었다. 그의 눈에 황하수채의
서있는 모양새가 어째 이상했기 때문입니다. 청해수산연합의 고수들이 걸음을 멈
추고 황하수채 앞에 도열했다.
“총호법, 저 많은 사람들을 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채주님은 염려 마십시오. 고수들끼리 싸움에야 우리도 밀리지 않을
테고… 남은 것은 수하들의 대접전입니다. 저들이 오 백 여명인데 우리는 겨우
이 백 여명이니 단번에 저들의 우두머리를 잡아서 싸움을 끝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법을 펼쳐야하는 것입니다.”
장소룡은 변변치 않지만 그래도 무가(武家)의 출신이라 기본적인 병법의 공부
까지 마친 사람이다. 그는 총호법의 자리에 오른 뒤 적의 수가 오 백 명쯤 된다
고 하자, 이 백 명의 황하수채 사람들을 데리고 그간 간단한 진법을 연습시켰다.
장소룡이 대단한 병법가는 아니었기에 심오한 진법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삼류 도적들의 싸움에 진법이 동원된다면 승리는 숫자만 가지고는 예측 할 수 없
는 것이라고 장소룡은 믿었다. 비록 자신이 알고 있는 진법이 완전하지도, 어
떻게 운영해야 잘하는 건지도 몰랐지만 장소룡은 마치 도박하는 심정으로 진법에
매달렸다.
“저 진법의 이름은 바로 봉시진(鋒矢陣)이라는 것입니다. 선두에 세운 청룡당
의 절반이 활 끝처럼 버티고 있는 게 보이십니까?”
서문당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소룡이 계속 사방을 지적하며 말을 이었다. 그들
이 뚫고 나가는 동안 좌우에 있는 나머지 청룡당 형제들이 옆을 받쳐주고, 그들
의 뒤에 황하수채의 본진이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 진법이라면 일각이 지나지
않아 상관마를 포함한 우두머리들을 모두 잡아낼 수 있습니다.”
“과연… 그렇겠군요. 저 선두에는 지금 총호법의 제자들이 서있겠구려?”
“그렇습니다. 이제 저들은 우리에게 손을 몇 번 쓰다가 우르르 덤벼들 것입니
다. 그때 우리의 봉시진이 발동되는 것이지요. 하하하…”
과연 장소룡의 말대로 청해수산연합에서 몇 사람의 고수가 앞으로 나와 소리를
질렀다.
“에라 이 도리를 모르는 도적들아! 담력이 있는 놈이 있다면 나와서 나의 철퇴
를 구경하거라!”
“와하하핫… 저들에게 그런 담력이 있겠는가!”
청해수산연합의 사람들이 낄낄거리며 비웃기 시작했다.
소리치고 있는 사람은 바로 흑면마왕(黑面魔王) 거용각(巨勇角)이었다. 그는
이번에 특별히 초빙되어온 고수중의 하나였는데, 사천성 일대에서 흉악한 이름이
드높았다.
“네놈이 그 나이에 아직도 헛수작을 하고 다니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나선 사람은 바로 황하수채의 청룡당 당주 사공영이었
다.
사공영이 나오자 거용각은 즉시 철퇴를 뽑아들고 사공영에게 다가갔다. 상대가
나온 이상 더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서로 빙글빙글 돌며 상대를 염탐하던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시작되었
다.
“으음… 저 청룡당 당주라는 녀석의 무공이 언제 저렇게 늘었단 말인가?”
거용각은 이미 삼십 년 이상 청해성에서 고수로 군림했었다. 그의 상대로 서문
당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상관마는 절로 신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거용각의 철퇴를 오른쪽 어깨로 흘려 보낸 사공영이 벼락같이 검을 휘둘렀다.
거용각이 검을 피하려고 몸을 비틀자 어느새 사공영의 발끝이 그의 안면으로 박
혀 들었다.
“퍼억!”
“크윽…”
둘이 어울린지 얼마 되지 않아 거용각이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아하하핫… 이거야 어디 싱거워서 쓰겠는가!”
사공영이 크게 웃으며 소리를 지르자 누군가 그의 앞으로 걸어나왔다. 과거 황
하수채의 부채주이자 청해성 사파의 거물인 청해신마 나극찬이었다. 사공영이 속
으로는 잔뜩 긴장하면서도 입심 좋게 큰소리를 쳤다.
“네놈은 황하수채에서 나간 뒤로 청해수산연합에서 밥을 빌어먹고 있다더니 과
연 그 말이 맞았구나…”
“크하하핫… 네놈은 내가 부채주로 있을 때 겨우 사정사정해서 받아들인 뱃사
공아니냐? 어디서 칼질을 배웠나보구나. 이제 내가 나왔으니 서문당이나 나오라
고 해라.”
사공영이 입을 꾹 다물고 청해신마 나극찬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아직 이자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냥 들어가자니 자존심이 허락
치 않았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1.청해성의패자가바뀌다.(3) 관련자료:없음 [12755]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1 00:57 조회:4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