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64)
31. 청해성의 패자가 바뀌다.(3)
“당주님,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가 뭐 있습니까? 제가 처리하겠습니
다.”
사공영이 힐끗 보니 그의 아들 사공철이었다.
‘과연… 철이가 노마두를 당해낼 수 있을까…?’
“와아! 청룡신검!”
황하수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열광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사공철이 마두를
쓰러뜨리면 사기가 오르고 그 반대로 쓰러지면, 아들도 죽고 황하수채도 흔들리
는 것이다.
“하하핫… 좋다. 네가 이 노마두를 요령껏 처리하도록 해라”
사공영이 요령껏 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즉 여의치 않으면 몸을 빼고 달아
나라는 말이었다. 사공철이 히죽 웃으며 사공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노마두야, 이제 닭 잡는 칼이 나왔으니 어디 한번 발광을 해 보거라.”
청해신마 나극찬은 한편으로는 수치심으로 이를 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젊은 녀석이 황하수채의 새로운 고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신중이 검을 뽑
아 들었다.
나극찬의 귀로 전음성이 들렸다.
-싸우다가 적당한 때에 신호를 하시오. 황하수채를 쓸어버립시다.-
천살마인 오주영의 전음에 나극찬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갔다.
자기가 이기든 지든 이 싸움을 끝으로 황하수채와 청해수산연합은 정면으로 맞붙
을 것이다.
‘반드시 이겨야… 싸움이 끝난 후 황하수채를 내가 가질 수 있다.’
나극찬은 싸움이 끝나 논공행상을 할 때 상관마로부터 황하수채의 운영을 위임
받으려면 이 싸움에서 자기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놈!”
나극찬은 청해신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청해성에서 손꼽는 고수다. 그가
한소리 외치며 도를 쭉 뽑아 올리자 도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나극찬이 도를 뽑으며 쓸어오자 사공철은 몸을 뒤로 훌쩍 날리며 검을 뽑아 도
기를 후려쳤다.
“챙~”
한번의 접전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극찬은 도를 쥔 손
아귀가 저려서 놀랐고, 사공철은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서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상대의 내력에 놀랐다. 사공철이 조금만 방심했어도 뒤로 훌러덩 넘어질 뻔했던
것이다.
“흥, 노마님이 도망이라도 갔느냐? 미련한 놈이 힘만 남았구나!”
나극찬은 머리에 피도 안마른 상대로부터 노마님 어쩌구 하는 소리를 듣자 그
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나고 말았다.
“오늘 네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나극찬이 도를 종횡으로 휘두르며 사공철을 몰아갔다.
“휘익!”
“어차차차…”
나극찬의 도를 간발의 차이로 피하면서도 사공철은 쉴새없이 입을 놀렸다.
“에라 이 노마야. 조금 더 깊이 베어야 내가 쓰러지지 않겠느냐!”
그러면서도 나극찬의 빈틈이 보일 때마다 날카로운 검 끝을 밀어 넣으니 나극
찬은 입에 거품을 물 지경이었다.
두 사람이 어우러진지 이미 일각이 지났지만 누구도 승기를 잡지 못하자 상관
마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겨우 부당주 하나를 처리하지 못하니 수하들의 사기
가 점점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오장로, 아무래도 신호를 기다리기는 틀린 것 같소. 둘이 싸우고는 있지만 더
이상 볼 것없소. 수하들을 풀어놓으시오.”
“그래야겠습니다. 저들이 싸움에 넋을 놓고 있을 때 일거에 쓸어 버리겠습니
다.”
천살마인 오주영이 몇몇 수하들을 행해 전음을 보냈다.
“와아! 황하수채를 쓸어버려라!”
“XXXX! 모두 죽이자!”
청해수산연합 오 백 여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황하수채를 향해 밀려들었다. 청
련의 무리들이 몰려들자 장소룡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제 운명의 시간이 된 것
이다. 엉터리 진법이 성공이냐 실패냐에 따라 모두의 앞날이 좌우될 것이다.
“발진!”
‘가거라 봉시진아, 그리고 제발 성공해다오…’
장소룡이 크게 소리치자 황하수채 사람들이 순식간에 대열을 정리했다.
주변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자 나극찬과 사공철은 잠시 사방을 둘러보다가 다
시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둘 다 상대를 서둘러 없앤 후 전투에 뛰어들 생각을
굳힌 것이다.
사공화가 사공철을 대신해 봉시진의 선두에 섰다. 그리고 빙화옥검이라는 별호
답게 사방으로 검을 무자비하게 휘둘러 댔다. 사공화가 선두에서 청룡당의 사람
들을 이끌고 전진하자 그 뒤를 따라 황하수채의 사람들이 화살촉 같은 형국으로
상관마와 오주영 일행이 있는 곳으로 밀려 들어갔다.
나극찬은 사공철의 검이 옆구리로 파고들자 살을 주고 뼈를 깎는 기술을 쓰기
로 했다. 나극찬의 육중한 옆구리로 사공철의 검이 박혀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극찬은 도를 세워 직도횡룡(直刀宖龍)의 수법으로 사공철을 내리찍었다.
아니 내리 찍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으로 나극찬의 육십 년 인생은 끝이 나고
말았다. 사공철의 검기가 워낙 정순해서 그만 나극찬의 허리가 이등분되고 만 것
이었다.
사공철은 나극찬을 베자마자 곧바로 봉시진의 선두로 뛰어들었다. 아무리 뛰어
나다고 해도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선두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공철이 봉미진의 선두로 복귀하자마자 청룡당 수하들에게 ‘형제들 가자!’라
고 소리 지르자 봉미진의 선두가 급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빠르던지
멀리서 바라보던 서문당은 진짜 화살이 쏘아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서문당이 그렇게 느꼈다면 상관마의 놀라움은 더 컸다. 오 백 여명의 수하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어정쩡하게 뛰어다니는데 눈앞으로 벌떼처럼 달려드는 일단의
고수들을 보게된 것이다.
“헉…”
미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상관마는 몸을 굴려야 했다. 사공철이 날아오르며
횡으로 검을 휘둘러 검기가 얼굴까지 뻗쳤기 때문이다. 상관마가 피한 대신 얼떨
결에 오주영이 어깨에 일검을 맞고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상관마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오주영과 자신은 십 여명의 황하수채 고수
들에게 포위당한 뒤였다.
“잠깐… 나는 서문채주와 대화를 하고 싶다.”
“에라 이 미친 녀석아, 네놈의 머리만 가지고 갈 테니 그래도 대화가 되나 보
자.”
황하수채의 사람들이 소리를 내지르며 검을 휘두르자 상관마가 자리에 무릎을
꿇고 사공철을 향해 소리쳤다.
“소협, 채주님과 만나게 해주게…”
사공철이 다가가 상관마의 어깨를 잡아 일으킨 뒤에 중인들을 향해 소리 질렀
다.
“모두 싸움을 멈추어라!”
쩌렁쩌렁한 사공철의 음성이 강가로 퍼져 나갔다. 청해수산연합의 사람들이 칼
질을 멈추고 둘러보니 회주와 장로들이 모두 쓰러지거나 잡혀있었다. 아직도 힘
이 남아 펄펄 뛰는 몇 명은 초청 받은 고수들뿐이고 청해수산연합의 고수들은 대
부분 넋을 잃고 서있었다.
그제서야 장소룡이 껄껄 웃으며 서문당에게 ‘이것이 봉시진입니다’ 라고 말했
다.
“노부가 이제야 안계를 넓혔소이다. 아하하핫…”
서문당이 장소룡의 두 손을 꽉 잡으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침내 사람들이 하나둘 검을 땅바닥에 던지기 시작했다. 황하수채가 청해수산
연합을 맞아 대승을 거두고 청해성 사도(邪道)의 패자(覇者)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날 저녁 장소룡은 사공철과 사공화를 불렀다.
“내가 왜 이번 싸움에 뛰어들었는지 오늘 다 말해 주고자 한다. 본래 나는 호
북성 균현의 장가촌에서 나온 사람이다. 강호에 나올 때 한 분 형님과 사부, 그
리고 제자들을 데리고 나왔으나… 형님과 사부를 잃고 나만 홀로 떨어지게 되었
다. 그리고 우리가 뿔뿔이 흩어지던 날 아끼던 제자들은 모두 한 떼의 마두들에
게 죽임을 당했다.”
장소룡은 잠시 말을 멈추고 가슴을 진정 시켰다. 그날의 비극을 어찌 시간이
간다고 다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본래 사천성의 용마표국에 잠시 몸담은 적이 있는 만큼 어찌 수적들과
어울리랴만, 한 가닥 인연으로 너희 아버지를 만나 예까지 이르게 되었다. 나는
본래 아무도 모르게 떠나고자 했으나 사부와 형님을 찾을 때까지 황하수채에 머
물기로 마음을 먹었다. 너희는 이제부터 내가 말하는 것을 유념해 두었다가 반드
시, 어디를 가든지 잊지 말고, 반드시…”
장소룡은 말을 하다가 잠시 멈췄다. 장가촌을 떠날 때의 추억과 그날의 비극이
겹쳐지자 절로 목이 메어왔다.
“너희는 반드시 나의 형님과 사부를 찾아야 한다. 사부의 존함은 장염이며, 형
님의 함자는 이무심 이시다. 장사부가 전수해준 무공은 실로 독창적인 것이니 너
희에게는 조사(祖師)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희가 그분을 뵙는다면… 그것은
진실로 너희의 복이다. 알겠느냐?”
“사부님 염려 마십시오. 저희가 반드시 조사님과 사백님을 찾겠습니다.”
장소룡이 두 사람의 결의에 찬 모습을 보고 흡족한 듯 미소지었다.
“너희는 황하수채가 안정이 되는대로 아미산으로 먼저 가보거라. 나도 그 이상
은 알 수가 없구나… 아미산에 계시지 않으면 사천성의 용마표국에 들러보고,
그곳에서도 찾지 못하면 호북성 균현으로 가보거라.”
“알겠습니다. 수채가 잠잠해 지면 곧 출발하겠습니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2.아미파의 무공사부(1) 관련자료:없음 [12764]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2 01:15 조회:4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