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66)
32. 아미파의 무공사부.(2)
그날 이후로 이무심과 장염은 복호사와 금정사를 왔다갔다하며 하루 일과를 보
내게 되었다. 장염은 복호사와 금정사의 무승들을 지도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만
불정에 앉아 명상에 잠기곤 했다.
범종 소리와 함께 금정사의 아침이 밝았다. 수많은 여승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마자 모두 금정사의 안뜰로 모여들었다. 승려들의 건강을 위한 간단한 연공이
시작된 것이다.
“얘기 들었어요? 어떤 젊은 기인이 무승들에게 무공을 전수한다면서요?”
“네, 몇 일 됐답니다. 무승들만 신이 났죠…”
아미파 여승들이 두 명만 모이면 젊은 무술사부의 얘기가 주된 화제 거리로 떠
올랐다.
“조용히들 하고 보현팔법(普賢八法)을 시작하도록 하시오.”
보현팔법은 아미산에서 보살행을 하던 보현보살이 아미산에 있는 원숭이들의
여덟 가지 모양을 본따서 만든 운기행공법이었다. 진명스님이 소리치자 그제서야
여승들이 조용히 보현팔법의 기초행공을 시작했다.
한편 의혈단의 고수들은 최이자의 엉뚱한 복수심 때문에 혈겁의 주인공으로 지
목된 이무심을 찾느라고 아미산을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복호사와 금정사
만 들락거리는 이무심을 산중에서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설마 그
흉악한 마두가 아미파 안에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산밑에서만 오락가락 했
던 것이다.
“허어…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아미산 일대를 수색했지만, 그 손목이 없다는
마두를 찾을 길이 없으니 어쩌면 좋은가?”
종피리가 의사청에 앉아 고민에 잠겨 있을 때였다.
“부단주, 아미산에서 또 동일한 살인이 발생했습니다.”
정보부장이 다가와 전해준 말에 종피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라구요? 사천성 성주의 조카딸이 아미산에서 살해되었다는 말씀이오? 성주
의 조카라면 경호무사들도 있었을 텐데…?”
“그들도 모두 사지(四肢)가 찢긴 채…”
“이런 일이… 이제 관에서도 가만있지 않겠구려… 무림에 관부까지 동원된다
면 그 파장이 실로 작은 것이 아닐텐데…”
“이미 아미산은 정사(正邪) 무림인은 물론 관부의 인물들로 들끓고 있습니다.”
정보부장의 말처럼 아미산은 지금 의혈단과 삼도회, 그리고 관부의 인물들로
가득했다.
일찍이 사천성 성주 왕가위는 사천혈사가 일어났을 때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은밀히 조사를 시킨 강직한 성품의 사내였다. 이제 다시 혈겁이 일어나고 그 와
중에 자신의 조카마저 피해를 당하고 보니 대대적으로 관병을 풀어 아미산 일대
를 수색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무림인들과
마찰이 일어난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나 워낙 관병의 숫자가 많이 아미산에서
는 무림인들이 관병을 피해 다니는 형편이었다.
“그대는 단원들에게 관병들과 소동을 벌이지 말라고 주의를 단단히 주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혈마사의 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혈마사에서 대제전(大祭典)이 열렸다고 하는 정보가 있습니다…”
심각한 얼굴로 얘기를 들은 종피리는 정보부장을 보내고 김다주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정보부장의 이야기를 다시 김다주에게 빠짐없이 전해 주었다. 종피리의
설명을 들은 김다주가 길게 탄식을 터뜨렸다. 성주의 친척까지 살해되었다면 이
제는 사천성 전체의 문제로 비화될 것이 들림 없기 때문이다.
“그거 큰일이로군요. 그렇지 않아도 관부에서 무림인들의 무기소지에 대해 반
대가 그치질 않는데… 이거야…”
김다주의 염려는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관에서는 일반인들이
철로 제작된 무기류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조정에 불
만을 가진 일반 백성들이 민란이라도 일으킬 때를 대비해서였다.
대대로 혁명을 일으키는 명가(名家)에서는 사병들을 양성했다. 그리고 사병이
많아지고, 성 안팎으로 인심을 얻게되면 곧바로 일반 백성들을 부추겨 반란을 일
으키곤 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수성(守成)을 하는 황제나 성주의 입장에서
는 일반 백성들의 무장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무림인이라는 특별한 이유 때문에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했는데, 성주의
조카가 살해되고 성이 뒤숭숭해지면 또다시 무림인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
는 것이다.
“단주… 더 큰 문제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아니 더 큰 문제라니요? 살인마의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무엇입니까?”
“혈마사에서… 대제전(大祭典)이 열렸답니다.”
“그런데요…?”
“서장을 출입하는 상인들의 말에 의하면… 이십 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대제
전이 열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후에 중원무림이…”
“헉… 어찌… 그런 일이…?”
“아무래도 무림맹에 연락을 해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지요… 이거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소이다. 만일 그들이 또다시
중원으로 온다면 청해성이 아니면 이곳 사천성이겠구려…”
종피리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청해성이 아니면 사천성 외에는 달리
갈곳이 없었다.
“곤륜파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그들이 차라리 청해성으로 먼저 갔으면 하
는 바램이오…”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가 그것이 불가능한 기대라는 것을 알고 있
었다. 혈마사의 라마승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왜 청해성으로 돌아 들어오겠
는가? 게다가 이십 년 전 보정산의 원한이 서린 무림맹이 사천에 있는데 말이다.
“당주님, 어디를 가십니까?”
“어, 따라오너라. 오늘 오랜만에 아미산에 다시 올랐으니 동생을 보고 가야겠
다.”
삼도회 십이당 소속의 악검(惡劍) 도지(島地)는 철면마검 오극렬의 말을 일순
이해하지 못했다. 오극렬 같은 악질에게 동생이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주님, 아우님이 생기셨나보죠?”
“주둥아리 놀리지 말고 따라오너라. 커험…”
“…”
도지는 그제서야 찔끔 놀라 눈을 내리깔고 오극렬의 뒤를 따랐다. 그런 도지를
보며 동행하던 도살장력(盜殺掌力) 이돈아(李豚兒)가 눈치를 주었다. 오극렬은
원래 수하들과 사담을 나누지 않는 것을 신조로 삼는 사나이였던 것이다.
“어허, 분명 평소에 만불정에 나와 있는다고 했는데…”
오극렬이 만불정에 올라 사방을 휘둘러보아도 지체부자유한 장부득이 보이질
않았다.
‘이거 보물을 가진 것이 죄라고 은자 두 냥 때문에 무슨 변을 당한 건
아닌가?’
오극렬이 혼자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어슬렁거리는데 마침 만불정 아래 작은
길로 왠 여승이 부지런히 걸어가는 게 눈에 띄었다. 평상시의 오극렬은 절대 아
미산에서 여승들에게 집적거리지 않았다. 대아미파의 여승들을 건드렸다가 삼도
회와 아미파가 일전이라도 벌이는 날이면 삼도회는 그날로 공중분해 될지도 모르
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급한 마음에 아미파 여승 앞으로 몸을 훌쩍 날렸
다.
“아미타불… 시주는 무슨 볼일이 있으시오?”
여승의 근엄한 음성이 오극렬의 귓가로 울려 왔다.
‘헉… 아미파의 무승이로구나…’
뒤따라 몸을 날린 도지와 이돈아가 깜짝 놀라 오극렬의 눈치를 살폈다.
‘이 미친 녀석아, 하필 아미산에 올라 여승에게 수작을 걸려는 게냐…’
도지와 이돈아가 속으로 오극렬을 욕하며 제발 아무 일 없이 넘어가기를 바랄
때 였다.
“커험, 하나 물어봅시다. 이 근방에 내 동생이 있다고 했는데, 본적 없수?”
“시주의 동생이 뉘신지 알아야 보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 동생은… 장부득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몸이 이리저리…”
오극렬이 몸을 비비꼬며 장부득을 설명하자 여승의 안색이 굳어졌다.
“장사부를 찾으시는 것 같은데 만일 그분이 시주의 동생이 아니라면 그대들은
아미파에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오. 따라오시오.”
진명스님이 냉랭하게 말을 하고 앞장섰다.
‘손등을 보니 삼도회의 건달들 같은데… 감히 장사부를 아우라 부르다니…’
오극렬의 손등에 세 개의 도가 그려져 있는 것을 빼놓지 않고 관찰한 스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흥, 손등의 도(刀) 문신하며… 인자무적(仁者無敵)? 용기(勇氣)? 왕(王)? 그
팔모가지 하나에 무슨 쓸 글이 그리 많다고… 쯧… 쯧…’
오극렬은 차마 따라 나서지 못하고 두 눈만 꿈뻑꿈뻑 거릴 뿐이었다.
“왜 따라오지 않으시오?”
오극렬은 ‘내가 찾는 건 그리 대단한 사람이 못되니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라
고 말하고 싶었지만 수하들 앞이라 엉거주춤 따라갈 뿐이었다.
‘일단 가서 본 후에 내가 찾는 사람은 이렇게 훌륭하신 분이 아니라고 해야겠
다.’
내심 작정을 하자 다시 팔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놈들아 어서 따라오지 않고 무얼 하는 게냐?”
“당주님… 저기…”
“어허… 이 썩을 잡것들이!”
“어이쿠… 갑니다.”
도지와 이돈아가 속으로 ‘우린 죽었다’ 외치며 오극렬의 뒤를 따라 갔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2.아미파의 무공사부(3) 관련자료:없음 [12766]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2 01:16 조회:4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