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71)
34. 아미산의 마왕.(1)
아침이 되었지만 황사수채의 사람들은 대부분 지난밤 잔치의 여파로 잠자리에
서 깨어나질 않았다. 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사공철과 사공영이 힘차게 말을 달려
황하수채의 구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우리가 사조님과 사백님을 찾을 수 있을까요?”
“머… 나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더냐? 하
하핫”
“오라버니는 이 기회에 그저 강호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 아닌가요?”
“하하핫… 내가 놀러 다니고 싶은 심보였다고 하더라도 사부님의 정성이 저리
지극하시니 하늘이 우리를 외면하시겠느냐?”
사공화가 생각해보니 말이 맞는 듯 틀린 듯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원래 사
공철은 말이 많고 실없는 소리도 잘하는 사람이라 사공화는 잠시 생각하다가 곧
잊어버렸다. 지금은 두 남매가 아미산으로 가는 것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다.
두 남매는 청해성에서 아미산으로 가는 동안 사천성의 혈사를 들었다. 객점에
들릴 때마다 사람들이 사천성, 그중에서도 아미산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만류했
다.
“오라버니, 이거 괜히 기분이 으스스 한데요…”
“그러게 말이다. 그렇다고 아미산으로 가던 걸음을 돌릴 수도 없고… 까짓 것
우리가 그 살인마를 잡아 버리자꾸나. 하하핫…”
“괜한 소리 마세요. 수많은 무림인들도 그에게 사지가 뽑혀 죽었다는데 무슨
수로 우리가 그를 잡아요?”
사천성의 진미반점(珍味飯店)에서 만두와 국수를 시켜놓고 두 사람이 아미산으
로 가는 것을 염려하고 있을 때였다.
“이거 실례하오. 두 분도 아미산의 그 살인마를 잡으러 가려고 하시오?”
사공철이 보니 세 사람의 젊은 검사가 옆에 섰는데 그중 검은 경장의 제법 위
맹하게 생긴 사내가 히죽거리며 서있었다.
“우리가 아미산에 가는 것은 맞소만, 살인마는 관심 없소.”
“하하핫… 금방 살인마를 잡자 어쩌자 하는 것 같더니… 이 소형제가 겁을
먹었나 보구먼. 아 그래도 자그마치 상금이 오 백 냥이나 걸렸는데 한번 용기를
내야 하지 않겠나?”
사내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사공철을 보며 계속 이죽거렸다.
“우리야 해야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니 어디 상금에 연연하겠소? 형씨들이나 살
인마를 잡아 팔자를 고쳐 보시구려.”
사공철이 느긋하게 대답하자 사내들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형님, 이 자가 아직 사천삼용(四川三龍)을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가르침
을 좀 내려 줘야 겠수.”
“둘째 아우… 조금 진정하게 무공이 깊을수록 좀더 느긋해지는 그런게 필요한
게야. 하지만 듣고 보니 내 마음도 별로 개운치는 않구먼.”
“형님, 제가 따끔하게 교훈을 내려 줄까요?”
셋째가 대감도를 탁자 위에 턱하니 올려놓으며 소리쳤다.
사공철이 어이없어서 그들을 쳐다보니 세 사람이 한결 같이 손등에 세 자루 도
의 문신이 세겨져 있었다.
‘이들이 사천의 삼도회인가 보구나…’
사공철이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서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데 만두와 소면이
나왔다.
“이제 식사를 좀 하려고 하는데 형씨들은 좀 비켜주지 않겠소?”
“어허허헛… 아우들아. 이거 비켜 줘야겠다.”
흑의의 장한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자 두 명의 사내가 각자 탁자 위
에 엉덩이를 털썩 걸치고 만두와 소면그릇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는 벌써 아침에 한번 손을 쓴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오라버니가 좀 해결하
세요. 특별히 소면 에는 먼지가 앉지 않게 해주세요.”
세 사람의 장한이 막 욕설을 퍼부으려고 하는데 사공철이 묵묵히 나무 젓가락
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탁자 위를 쿵 소리가 나도록 내리쳤다. 그리고 손을 떼
자 어느새 젓가락은 탁자에 깊이 박혀 있었다.
‘헉… 고수다.’
세 장한은 동시에 탁자에서 벌떡 일어나 본능적으로 각자의 병장기를 뽑아 들
었다. 그리고 서로 쳐다보며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진미반점 안에 삽시간에 싸늘한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던 사람들
중 마음이 약한 사람은 슬며시 일어나 계산대로 걸어나갔고, 담력이 있는 사람들
은 힐끗거리며 자리에 앉아 사공철과 세 사람의 장한을 바라보았다.
흑의 장한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조용히 물어왔다.
“우리는 사천성 삼도회의 형제들이오. 소협은 삼도회에 아는 사람이 있소?”
“없다.”
이미 이들이 물러서지 않으니 손을 쓰기로 작정한 사공철이 냉랭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소협은… 사천성에 아는 사람이 있소?”
“없다.”
흑의 장한이 다시 뜸을 들이다가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가 비록 인연은 없으나 사해가 동포라 했소. 소협은 기어코 우리로 하여
금 손을 쓰도록 하시겠소?”
사공철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어리둥절해서 그가 한 말의 진위를 생각하고
있는데 흑의 장한이 재빨리 말했다.
“아우들 검을 거두게. 다행히 소협이 우리에게 손을 쓰지 않았으면 하니 그만
물러나야겠네.”
그러더니 정말 자기 검을 얼른 검집으로 집어넣고는 뒤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큰 형님, 참 아쉽소.”
둘째가 황급히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둘째 형님, 원래 진기를 내보냈다가 즉시 거두는 것이 무학의 어려운 경지라
했소. 오늘 우리가 아니면 어디서 그런 경지를 보이겠소.”
셋째도 한마디 보태고 뒤로 물러나자 사방에 넘실거리던 긴장이 순식간에 해소
되었다.
“흥!”
사공화가 콧방귀를 뀌고는 만두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사공철도 어이없다는 얼
굴로 자리에 앉아 소면을 후루룩거리며 먹기 시작했다. 사공철이야 말로 순간적
으로 전신에 진기를 끌어 올렸다가 다시 되돌리느라 잠시 애를 먹었던 것이다.
세 명의 장한은 얼굴도 뻔뻔하게 사공철 남매의 옆 탁자에 자리를 잡고는 점소
이를 불러 음식과 술을 주문했다.
“오라버니 사천성 사람은 다 저런가요?”
“글세 그걸 어찌 알겠느냐… 서둘러 먹고 아미산으로 가보자꾸나.”
사공철로서는 가급적이면 삼도회의 사람들과 부딪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사
조와 백부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 남매는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아
미산으로 말을 달렸다.
남매가 진미반점을 나서자 곧 그 뒤로 한 사내가 따라 나갔다. 그는 남매가 말
을 타고 아미산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더니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제갈공자 아니시오?”
사내가 뒤를 돌아보니 길거리에서 한 중년 유생이 그를 향해 아는 척을 하고
있었다.
“하하… 지학사(池學士) 아니십니까? 반갑습니다.”
“나야말로 반갑소이다. 이게 몇 년 만이오? 제갈가의 가주와 공자가 하남으로
갈 때를 끝으로 뵙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뵙는구려.”
그는 과거 제갈위기와 함께 수학하던 유생이었다. 부친과 더불어 하남으로 떠
난 이후로 만나보지 못했는데 오늘 우연히 조우한 것이다.
“학사께서도 평안하셨습니까?”
“나야 늘 그렇소만, 제갈공자의 신수는 훤해지셨구려. 과거와는 몰라보게 달라
졌소이다.”
‘허, 너 때문에 내가 저 두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니… 저 두 남녀의 올해 운
세가 과연 얼마나 좋은지 봐야겠군…’
제갈위기가 지학사와 인사를 대충 마치고 돌아보니 이미 남매는 흔적도 없었
다. 제갈위기는 반점 뒤에 매어 두었던 말을 끌어내 올라타고 아미산 방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제갈위기가 달려가는 아미산은 그에게 고통스런 재기(再起)의 장소였다. 그 동
안 그는 제갈가에서 먼 아미산을 흡혈의 장소로 정해 두고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죽여왔던 것이다.
한편 아미산의 산밑에서 벌써 한달 가까이 오가는 사람들을 검문 검색하던 포
두 이사(李四)는 이번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어느 미친 자가 스스로 자신의 광기를 다스리지 못하니 누군가 나
를 좀 잡아주시오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고서야 정사무림인과 관부까지 동원된 마당에 버젓
이 아미산을 범행의 무대로 삼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놈은 무지막지한 무공의 소유자일 것이다.’
대단한 무공의 소유자라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덤벼들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그러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이놈은 굉장히 깔끔한 성격의 무림인이 틀림없다.’
그것이 이사가 내린 결론이었다. 대체로 포두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범죄의 형
태만 보아도 범인의 심리를 느낄 수 있게된다. 서장에서 돌아온 뒤 이 사건에 투
입된 이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이 오직 아미산에서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그 범행이라는 것이 끔찍하게도 흡혈이었다. 이 살인마는
스스로의 정신적인 고아함 때문인지 몰라도 오직 같은 지역에서만 손에 피를 뭍
히고 있는 것이다.
이사가 바라보니 낮선 두 명의 남녀가 아미산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멈추시오!”
제 목:[연재] 천사지인34.아미산의 마왕.(2) 관련자료:없음 [12788]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5 00:56 조회:4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