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72)
34. 아미산의 마왕.(2)
포졸 몇 명이 길을 막았다. 검문이라야 신분을 알 수 있는 호패나 확인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이사는 그 일을 매우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오가는
그 사람들 중에 반드시 살인마도 섞여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사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대는 아미산의 살인마에 대한 소문을 듣지 못했소?”
사공철이 가까이 다가와 말하는 사람을 보니 제법 신분이 높은 듯 했다. 고개
를 돌려 사방을 바라보니 포졸들이 길마다 막고 서있고, 아미산 곳곳에는 병영까
지 세워져 있었다.
“우리도 소문은 들었습니다. 저는 청해성에서 온 사공철이라 하옵고 이 아이는
제 여동생인 사공화라고 합니다. 아미산에 친인을 찾으러 왔으니 오래 머물지 않
을 겁니다.”
“흠… 누구를 찾으시는 게요?”
“사조와 사백을 찾으러 왔습니다. 사조의 함자는 장염이라 하고, 사백은 이무
심이라고 합니다.”
“엇! 그들이라면 혹시 사천제일루에 있던 그분들이 아니시오?”
이사가 반갑게 아는 척을 하자 사공철과 사공화의 안색이 대번에 밝아졌다. 아
미산에 오자마자 사조와 사백에 대해 아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예, 맞습니다. 그분들이 어디 계신지 알고 계십니까?”
사공철이 황급히 묻자 이사가 대답했다.
“나는 서장에서 만나본 후 아직 다시 만나지 못했소. 두 분이야말로 이대협을
만나면 내게도 기별을 좀 주시구려. 이사가 얼굴을 뵙자고 하면 아실게요.”
“원래 이사 대협이셨군요. 사조님과 사백님을 뵈면 반드시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소협도 요리를 배우고 계시오?”
장염을 사조라고 하자 이사는 엉뚱하게도 사공철이 요리제자인줄 알고 되묻는
것이었다.
“네…? 하하핫… 저는 그저 물질이나 해서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랬구려… 어서 가서 찾아보시구려. 나도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소.”
“알겠습니다. 대협,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멀어지자 이사가 흐뭇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무
심과 장가촌 사람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순박한 사람들이었지… 그리고 열정적이고. 당금 강호에 보기 드문 의리의
사내들이었는데,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르겠군.’
두 남매가 아미산을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아 제갈위기가 아미산 근처에 나타났
다. 제갈위기는 근처에 깔린 포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위로 솟구쳤다. 제
갈위기의 신형이 허공으로 가뿐하게 날아오르더니 곧 나무 꼭대기에 내려섰다.
제갈위기는 절정의 신법으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도약하며 아미산을 오르기 시작
했다.
“흥, 많이도 깔렸군…”
제갈위기가 나무 위에서 몸을 도약하며 보니 조금이라도 공터가 보이면 군막이
쳐있고 군졸들이 옹기종기 모여 먹거나 잡담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래 봤자다… 아직은 크게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너희들을 살려 둘 뿐이
다.”
제갈위기가 중얼거리며 신형을 날리다가 문득 눈에 이채를 띄었다. 멀리서 두
남녀가 아미산을 부지런히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너희들의 운세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구나…”
제갈위기가 먹이를 발견한 매처럼 조심스럽게 두 남녀가 있는 나무위로 떨어져
내렸다.
사공철은 문득 주변에 가득 찬 마기에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오라버니?”
“심상치 않다. 근처에 마기가 짙어…”
그제서야 사공화가 전신의 진기를 돋궈보니 과연 사방에 은은히 깔린 마기가
느껴졌다. 본래 두 사람이 익힌 무극일원심법은 사마와는 극성이라고 할 수 있으
니 심법에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두 사람이 이처럼 강한 마기에 반응을 하지 않
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었다.
‘오호, 제법이군…’
제갈위기는 두 남녀가 걸음을 멈추고 긴장하여 사장을 경계하자 자신의 마기를
느꼈다고 생각했다. 두사람과의 거리는 약 오장정도 남겨 두고 있었다. 아직 까
지 자신이 살심을 품었을 때 이정도의 거리에서 자신의 마기를 알아챈 사람은 없
었다.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사공철이 검을 뽑아들고 크게 소리를 치자 주변이 쩌렁쩌렁 울렸다. 사공화가
그런 사공철을 보며 더욱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이렇듯 먼저 검을
뽑아들고 사방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오라비의 모습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사공철은 사공화에게 말하길 ‘놀란 개가 먼저 짖어대는 법이다’ 라고 말해
왔기 때문이다.
사공철은 일부러 내력을 돋구어 크게 소리를 쳤다. 거기에는 마기를 뿜어대는
자 뿐만 아니라 근처에 깔려있는 수많은 무림인들이 들어 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
음이 담겨있었다.
‘심상치 않다.’
사공철이 사방을 둘러보는데 뒤에서 나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핫…”
제갈위기가 광소를 터뜨리며 사공철을 향해 폭풍처럼 휘몰아쳐 왔다.
“헉!”
사공철이 검을 들어 태극양의검의 천뢰무망(天雷无妄) 일식을 펼쳤다. 사공철
의 검에서 제갈위기를 향해 뇌전같은 검기가 쏘아져 갔다. 천뢰무망이란 정심한
공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검공으로 뇌전과 같은 힘으로 사기(邪氣)를 제압하는 효
능을 가지고 있었다.
제갈위기는 자신의 장세를 뚫고 날카로운 검기가 몸으로 쏘아오자 그제서야 상
대가 보기드문 고수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군…’
제갈위기가 몸을 비틀어 사공철의 검기를 피하고 장내에 내려섰다.
“네놈이 아미산에서 살겁을 저지르는 이유가 무엇이냐!”
사공철이 소리치자 제갈위기가 두 남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살겁이라니… 본좌는 단지 흙 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다. 너는 아느냐? 자신
이 흙이라는 것을? 자신이 흙에서 왔다는 것을 아는 자가 고금(古今)에 몇이나
될까… 크하하핫…!”
“미친 녀석아! 네놈의 미친 놀음에 죽어간 수많은 사람의 원혼이 두렵지도 않
단 말이냐!”
사공화가 소리치자 제길위기가 사공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특별히 본좌의 신공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니 저런 것과는 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 잠시만 기다리거라 모두 해탈시켜 주마… 크하하핫…”
제갈위기가 크게 웃고는 붉게 달아오른 육장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사공철을
향해 두 손을 휘두르자 장풍이 몰아쳐 갔다.
“헉, 장풍이다!”
사공철이 황급히 신형을 뽑아 올리며 태극양의검의 천산둔형(天山遯形)을 펼치
자 사공철의 신형이 검과 함께 흐릿해져 뚜렷이 구분되지 않았다. 천산둔형은 검
과 사람이 음(陰)한 기운에 맞서지 않고 양(陽)의 기운과 함께 뒤로 물러나는 절
정의 수비식이었다.
사공철의 신형이 검과 함께 흐릿해지자 혈장은 정확한 방향을 잃고 사공철의
몸 주위를 스쳐 지나갔다. 스쳐 지나갔다고는 하나 혈장의 장세(掌勢)가 이미 인
간의 경지를 벗어난지라 사공철의 옷과 피부가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크윽…”
사공철이 위기에 몰리자 사공화가 옆에서 함께 검을 들어 태극양의검 뇌천대장
(雷天大壯)의 일식을 펼치니 사방은 극양(極陽)의 전뢰검기(電雷劍氣)로 가득
차게 되었다.
천산둔형으로 위기를 모면한 사공철이 태극양의검의 뇌화풍비(雷火豊飛)를 더
하니, 휘몰아쳐 오는 양강(陽剛)의 검기 앞에서 제갈위기는 잠시 몸을 사리지 않
으면 안될 만큼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이 두 남여의 검식은 그가 처음 접하는
것으로 일반 무림의 검세와 달라 크게 당황했던 것이다.
본래 사공철과 사공화 남매는 무공의 재질이 남달랐다. 같은 태극양의검을 펼
치더라도 과거의 장가촌 사람들이 펼치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이미 상
승의 검로에 접어든 두 남매가 필사의 각오로 태극양의검을 펼치니 제갈위기도
쉽게 두 사람을 제압할 수 없었다.
시간을 오래 끌었다고 생각한 제갈위기가 마침내 마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니
제갈위기의 주변으로 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크하하핫… 너희 두 사람의 무학은 본좌가 처음 대하는 것으로 실로 대단한
것이라고 인정하마… 그러나 이제 그만 놀이를 끝내야겠다.”
제갈위기가 바람처럼 몸을 움직이며 쌍장을 뿌려대니 장내는 온통 혈장의 바다
로 변하는 듯했다. 장력을 날리던 제갈위기가 갑자기 몸을 날려 두 남매의 전신
혈도를 치고 들어왔다.
“흥, 마두야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라!”
사공철이 크게 소리치고 검세를 거둬들이며 검 끝으로 제갈위기의 손목을 내리
쳤다.
“챙!”
“헉… 금강불괴?”
사공철이 놀라는 사이 제갈위기의 손이 사공철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커헉…”
사공철의 어깨가 부서졌지만 사공철은 뒤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다가들며 혼
신의 힘으로 다시 한번 천뢰무망의 일식을 펼쳤다. 사공철의 검기가 마침내 혈장
을 뚫고 제갈위기의 심장을 찔렀다.
“챙!”
“커헉…”
사공철은 검 끝으로 상대의 심장을 찔렀지만 오히려 강한 반탄력으로 뒤로 튕
겨지고 말았다.
“울컥… 화야… 피하거라…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
사공철이 입으로 한 모금의 피를 토해내며 소리 질렀다.
“오라버니!”
사공화가 사공철의 옆으로 달려와 검 끝으로 제갈위기를 견제하며 사방을 둘러
보았다. 다행히 마두는 사공철의 검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 일순간 움직임
을 보이지 않았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4.아미산의 마왕.(3) 관련자료:없음 [12789]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5 00:57 조회:4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