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73)
34. 아미산의 마왕.(3)
두 남매가 아득한 심정으로 사방을 휘둘러보는데 멀리서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두 남매가 소리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세 사람이 어우러져 싸우고 있는 곳으로 일단의 무림인과 관병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잠시 후 장내는 이십 여명의 관병과 십여 명의 무림인으로 가득 찼다.
“저 사람은 제갈공자 아닌가? 그가 왜?”
철검대 제 삼 조장 이철숭(李鐵崇)이 의아한 얼굴로 제갈위기를 바라보았다.
제갈위기는 사람들이 몰려오자 오히려 태연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문득 철검대 제 오 조장 문일기(文一期)가 삼 조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대협, 제갈공자의 두 손을 보시오…”
“헉… 저게 대체 어떤 무공인지 아시겠소…?”
제갈위기의 두 손이 여전히 은은한 피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크하하핫… 그 동안 오며 가며 너희들을 어찌할까 고민했었는데, 오냐 오늘
모두 죽여주마.”
검에 심장을 찔린 뒤 살기가 치솟아 있던 제갈위기가 광소를 터뜨리며 가까이
있는 관병들에게 육박해 들어갔다. 몰려왔던 관병들이 황급히 창끝을 제갈위기에
게 들이밀었다.
“우두두둑…”
순식간에 관병들이 찔러가던 창 끝은 모조리 부러져 나갔고, 곧이어 처참한 비
명이 아미산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제갈위기가 두 손으로 관병들의 몸을 한번씩 건드리고 지나갈 때마다 몸통이나
머리가 터져 나가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철검대는 저 미친 자를 잡아라!”
이철숭이 소리 지르며 검을 뽑아들고 장내로 뛰어들었다. 그의 뒤로 다섯 명의
조원이 병장기를 움켜쥐고 따르고 있었다. 문일기도 수하를 이끌고 이철숭의 뒤
를 따랐다.
어느 틈에 관병들은 대여섯 명만 남기고 모두 죽어 있었다.
“오라버니, 이틈에 피해요.”
“그래… 여기 있는 자들이 다 덤벼도 저 마두 하나를 어쩌지 못할 것이니…
일단 아미파로 피하도록 하자.”
사공철이 사공화와 함께 아미파를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공을 펼치던 사
공철이 뒤를 돌아보니 마두가 관병들을 다 죽이고 다시 무림인들 속으로 뛰어들
고 있었다.
“헉헉…”
아미산 중턱에 이르자 이미 관병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오가는 사람들도
없어 산 전체가 무덤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두 남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력
을 모두 끌어올려 경공을 펼쳤다. 여기서 다시 그 마두에게 잡히면 반드시 죽는
것이다.
아미파 장문인은 그 시간에 아미 삼로의 방문을 받고 있었다.
“장문인, 아미산에 마기가 충천하오.”
운현 노사태의 말에 파진사태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니 어쩌면 좋습니까? 제자들을 모두 불러모았는데… 이 가공할 마기를
무슨 수로 감당한단 말입니까…”
“장문인 장소협과 상의를 해 보시는 게?”
“그렇지 않아도 모셔오라고 했습니다.”
네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서 정현스님의 음성이 들렸다.
“장문인 장사부를 모시고 왔습니다.”
네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장염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장문인께서 어쩐 일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장소협, 본의 아니게 일전에 삼도회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
었습니다.”
“네…”
“오늘 아미산에 마기가 충천하니 아마도 그 마인이 아미산에 출현한 것이 틀림
없는 것 같은데 본승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장소협을 청했습니다.”
장염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천천히 말했다.
“본시 그 마인은 혈마사의 마경인 오행혈마경을 익혀 저리된 것입니다. 원래
오행혈마경은 혈마사의 것인데 한 악인이 훔쳐내어 자신의 야욕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중이지요.”
“뭐라고요? 허어.. 어찌 그런 일이…”
장문인이 길게 탄식을 터뜨렸다.
“오행혈마공이 깊어지면 혈마인이 되는데, 그 경지는 가히 천하제일이라고 들
었습니다. 오행혈마인은 숨을 쉬면서 천하의 오행지기를 끌어 모으는데, 그 과정
에서 정기적으로 인간의 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본시 이 오행혈마경 때문에 혈마
사가 라마교로부터 분리되어 나왔다고 하니… 그 흡혈이 혈마사의 라마승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염의 말이 끝나자 좌중의 여승들은 그야말로 처음 들어보는 괴사라 모두 어
이가 없는 표정들이었다.
“장소협은 이 오행혈마경을 가지고 세상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자가 누군지 아
시오?”
운현노사태가 장염을 바라보았다. 왠지 장부득이라는 사람이 그 악인을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아무도 모르고 있는 일대
비사(泌事)를 그토록 소상히 알고 있다면 자의든 타의든 이미 그 비밀에 깊숙히
관여되어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장염의 입이 꽉 다물어져 누구도 그 입을 다시 열게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지금은 말해봤자 아무도 믿지 않고 오히려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말 것이
다.’
장염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그 마인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장문인의 질문에 장염이 묵묵히 머리를 끄덕였다.
“혈마사의 고승이 직접 한 말이니 틀림없을 것입니다.”
‘혈마사의 고승이라니… 세상에…’
장문인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장부득이라는 사람은 저주의 혈마사에 대해
너무 소상히 알고 있는 것이다.
“장소협은 혈마사에 간 적이 있습니까?”
장문인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장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람을 구해보려고 혈마사의 앞에서 몇 달간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허어… 기사(奇事)로다…”
아미삼로가 입을 쩍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혈마사의 앞에서 살았다니 차마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제서야 장염이 무당파의 영화를 구하기 위해 몇 달간 혈마사 앞에서 지낸 이
야기와 노라마를 만난 이야기를 간추려서 해주었다.
“그렇다면… 지금 아미산에 와서 저 가공할 마기를 뿌리고 있는 사람은 진정
오행혈마인이겠구려. 아미파의 제자들로 그를 잡을 수는 없겠소?”
장문인의 말에 장염이 조용히 대답했다.
“아미파의 제자들이 다 합세를 한다해도 그를 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조금 미안하기는 해도 아미파를 위해서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편이 좋은 것이
다. 장문인과 아미삼로의 안색이 잔뜩 흐려졌다. 그렇다고 장부득의 말을 부인할
수도 없었다. 근래에 들어 과거 장부득의 무공수위를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
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염과 아미파 원로들이 금정사에 모여 오행혈마인의 문제를 놓고 고민
하고 있을 때 복호사로 뛰어든 두 명의 남녀가 있었다.
“아미타불… 시주들은 뉘시오?”
“헉헉… 우리는… 마인에게서 도망친 사람들입니다. 아미파에 도움을 청하러
달려 왔습니다.”
입구에서 외부 손님의 안내를 맡고있던 원각스님이 느닷없이 뛰어든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입과 어깨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여자의 옷도 나뭇가지에
찢겨 졌는지 엉망이었다.
원각스님이 잠시 어리둥절해 있을 때였다.
“크하하핫… 오오… 복호사, 복호사까지 왔단 말인가!”
광소와 함께 한 남자가 허공에서 복호사의 산문 앞으로 바람처럼 날아 내렸다.
“악… 스님, 어서 다른 스님들게 알리세요. 저자가 바로 아미산의 살인마입니
다.”
사공화가 비명을 지르며 소리를 지르자 근처에 있던 몇 명의 무승들이 뛰어왔
다.
“아미타불, 시주는 걸음을…”
“펑!”
“커헉…”
원각스님이 제갈위기 앞으로 걸어 나가다가 가슴에 일장을 맞고 뒤로 날아갔
다. 원각스님의 몸이 복호사의 석탑 밑에 처박혀 잠시 부르르 떨다가 잠잠해졌
다.
“땡!땡!땡!땡!”
복호사에 비상을 알리는 종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크하하핫… 그래봤자 너희는 모두 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명만 재촉할 뿐
이지…”
복호사의 무승들이 제각기 봉과 선장을 들고 대전 앞으로 모여들었다.
복호사에서 검술을 수련하던 이무심도 급하게 울리는 비상종소리를 듣고 무승
들과 함께 대전으로 달려나갔다.
“헉… 혈마인이다.”
이무심은 단번에 제갈위기를 보고 그자가 장소와 같은 오행혈마인임을 알아보
았다.
복호사의 무승 오십 여명이 나타나자 제갈위기는 천천히 대웅전 앞으로 걸어
나갔다. 무승들이 제갈위기를 따라 대웅전 앞으로 모두 모여 들었다. 장내에 싸
늘한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부처님이라… 내가 아니면 누가 지옥에 가랴… 너희 인면수심
의 무림인들을 심판하기 위해 나는 악마가 되기로 했다. 자아, 모두 오너라…
크하하핫…”
제갈위기가 느닷없이 두 팔을 벌리고 광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5.아미파의 위기.(1) 관련자료:없음 [12803]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6 01:03 조회:4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