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74)
35. 아미파의 위기.(1)
제갈위기의 웃음이 터지자 주변에 모여있던 무승들이 머리를 움켜쥐고 비틀거
리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 속에 담긴 혈마진기가 사람들의 머릿속을 헤집어 놨던
것이다.
무승들이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자 복호사의 주지인 혜공대사(惠空大師)가
대웅전 앞에서 일갈을 터뜨렸다.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
반야바라밀다라는 음성이 울려 퍼지자 그제서야 무승들의 얼굴에서 서서히 고
통이 사라져 갔다. 불가에서 말하는 반야라는 것은 최고의 지혜를 의미하지만,
이 자체가 이미 분별인식을 넘어선 관조(觀照)이다. 반야바라밀다라는 것은 실상
(實相)을 비추어 아는 지혜로서, 생사(生死)의 이 언덕에서 열반(涅槃)의 저 언
덕에로 이르는 배(船)와 같은 것이다. 혜공대사의 내력이 담긴 일성이 터지자 혈
마진기는 순간적으로 공멸(空滅)해 버리고 말았다.
제갈위기는 갑자기 나타난 노승의 일갈로 자신의 혈마진기가 사그라들자 앙천
광소를 터뜨리며 노승에게 날아갔다.
“크하하핫… 뭐가 반야란 말이냐… 내가 진정으로 너를 생사가 없는 열반의
세계로 데려다 주마…”
제갈위기가 한 손을 노승을 향해 뻗자 혈장이 노승의 안면을 향해 날아갔다.
“갈!”
혜공대사가 금정신공을 끌어올려 항마금강장(降魔金剛掌)으로 혈장을 향해 두
손을 마주쳐 갔다.
“펑!”
“크윽…”
일장을 교환한 혜공대사의 신형은 뒤로 주루룩 밀려나다가 대웅전의 벽에 닿
아서야 멈추었다. 입으로 피를 토하며 앞을 바라보는 혜공대사의 두 눈이 더욱
크게 떠졌다.
“어헉… 어찌 인간이 저럴 수가…”
제갈위기는 그 속도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 혜공대사를 향해 날아들고 있
었던 것이다.
“이놈, 어딜!”
그제서야 무승들이 분분히 몸을 날려 제갈위기와 혜공대사의 사이를 가로 막았
다.
“크하하핫… 오냐, 너희는 처음부터 이렇게 한꺼번에 덤볐어야 한다.”
제갈위기가 크게 소리지르며 사방으로 혈장을 날렸다. 제갈위기의 혈장이 떨어
지는 곳마다 혈과 육이 난무하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이 연출되었다.
“제자들은 속히 사방나한진(四方羅漢陳)을 펼치도록 하라”
무승들을 지도하던 중굉(衆宏) 스님이 죽어가는 무승들을 향해 소리 지르자 허
둥지둥 대던 무승들이 제갈위기를 사방에서 둘러쌌다. 제갈위기는 무승들이 자기
를 둘러싸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정면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땡중들, 어차피 모두 죽인다…’
제갈위기가 붉게 물든 혈장을 사방으로 뿌리며 전진하자 사방나한진이 맥없이
무너지며 무승들이 속절없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에잇… 도저히 더는 못 보겠다.”
자기들이 이곳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애꿎은 승려들이 죽어간다고 생각한 사공
철이 한 손으로 검을 움켜쥐고 장내로 뛰어들었다.
“오라버니!”
사공화가 비명을 지르더니 결심한 듯 검을 뽑아들고 사공철의 옆으로 뛰어갔
다. 무승들은 이미 사방나한진이 무너진 뒤라 그저 죽지 않기위해 혈장을 이리
저리 피하고 있을뿐이었다.
“이 미친 놈아, 어디 나의 검을 다시 받아보거라!”
생사를 도외시한 사공철이 일성을 터뜨리며 필생의 공력으로 천뢰무망의 일식
을 펼치니 검 끝에서 급기야 파란 검기가 두자나 쭉 뻗어나갔다. 검기는 곧장 제
갈위기의 등판을 향해 뻗어 갔다.
‘헉, 천뢰무망이다!’
멀리서 사태를 주시하던 이무심은 제갈위기의 등으로 교묘히 파고드는 전뢰검
기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보아도 젊은이가 날아가
며 펼치는 검법은 틀림없는 천뢰무망의 일식이었다.
제갈위기는 혜공대사를 향해 뻗어가던 손을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양강의 검기가 몸에 두른 혈마기를 흐트러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놈이, 어디 숨지도 않고 제발로 걸어 나오다니!”
제갈위기가 한손으로 검기를 쳐내고 다른 손으로 사공철을 잡아갔다. 번개같은
움직임으로 제갈위기가 사공철의 목을 움켜쥐려고 하는데 열린 가슴을 향해 파사
(破邪)의 기운이 담긴 검기가 몰아쳐 왔다. 이번에는 사공화가 뇌화풍비의 일식
으로 제갈위기의 가슴을 향해 검 끝을 세우고 몸을 날렸던 것이다.
제갈위기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손으로 사공화의 검기를 쳐내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크흐… 본좌를 한 걸음이라도 뒤로 물릴 수 있는 것은 역시 너희 둘 뿐이로
구나.”
제갈위기가 잠시 두 남매를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몸을 틀었다.
“우선 너희 둘부터 해탈을 시켜 주도록 하마.”
혜공대사는 내상을 입고 억지로 서있다가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자 긴장이
풀려 그만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제갈위기의 주변에 있던 무승들은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제갈위기에게 기
세가 제압당해 그저 광마가 자기를 향해 달려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두 남매는 마지막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서 먼저 세
상과 작별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느 누구도 광마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 결국은 시간의 문제일 뿐 모두 죽을 것이 분명했다.
제갈위기의 혈장이 다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떠나거라!”
제갈위기가 두 남매에게 날아가며 양손으로 오행혈마기를 뿌렸다. 사공철과 사
공화는 날아드는 혈장을 보며 천산둔형의 일식을 펼쳐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
렸다.
“꽈광!”
두 남매가 서있던 자리에 혈장이 떨어지자 사방으로 돌 조각이 튀었다. 무승들이
모두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자 장내에는 다시 세 사람의 혈전이 벌어지게 되었
다.
“오행혈마기 무극토(無極土)의 힘을 아느냐? 크하하핫…”
제갈위기가 광소와 함께 두 손을 들어올리자 그의 몸 주위에 있던 흙과 돌들이
소용돌이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막 땅에 떨어져 내리는 두 남매에게
태풍이 휘몰아치듯 밀려들었다.
“헉…”
두 남매는 소용돌이에 갇혀 앞이 보이지 않자 검을 들어 가슴을 보호하며 사방
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혜공대사가 운기하다가 멀리서 두 남매의 위로 날아가는 혈마인을 보고 다급
하게 소리를 쳤다.
“시주, 머리 위를 조심하시오!”
사공철이 검을 들어 올려 막으려 했지만 무극토의 진기에 갇혀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사공화도 다급한 얼굴로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크하하핫… 이제 그만 가라!”
제갈위기가 소리치며 두 손을 아래로 뻗자 두 줄기 혈장이 남매를 향해 밀려들
었다.
제갈위기의 혈장이 무극토의 그물에 갇혀 꼼짝도 못하는 두 남매에게 떨어질
때 멀리서 한줄기 날카로운 검기가 제갈위기의 허리를 향해 쏘아왔다.
“헉…”
제갈위기는 검기가 이르기도 전에 혈마기가 진동을 하며 몸이 부르르 떨려오자
황급히 손을 돌려 검기를 마주쳐 갔다.
“펑!”
검기와 혈장이 마주치자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진력(進力)이 날아가 닿는 것은
모조리 부수고 말았다.
“감히… 어떤 놈이냐!”
이무심이 아무 말도 없이 한 손으로 검을 세운 뒤 천산둔형의 초식으로 몸을
날렸다. 제갈위기가 바라보니 사람과 검이 흐릿해서 정확히 어디로 치고 들어올
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잡것들이… 감히…”
제갈위기가 부르르 떨며 무극토의 마공을 일으키자 다시 무극토의 진력이 소용
돌이치기 시작했다.
“화야, 저것은 천산둔형이 아니냐!”
기사회생한 사공철이 동생을 보며 소리쳤다. 사공화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
보니 과연 희미한 검과 사람의 모습이 천산둔형의 조화였다.
이무심이 천선둔형의 일식으로 제갈위기에게 가까이 날아들더니 곧 몸을 뒤집
으며 천뢰무망의 일식으로 검 끝을 기의 소용돌이를 향해 밀어 넣었다.
“파파팟!”
그러나 곧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과 함께 이무심의 신형이 뒤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크하하핫… 오행진기가 우주만물의 근본적인 힘이라는 걸 모르는 어리석은
것…”
천뢰무망은 사기(邪氣)를 제압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무극
토(無極土)의 소용돌이는 오행혈마신공의 최상승 경지로 오행진기의
토기(土氣)를 바탕으로 한 무상진력이었다. 이무심의 검공이 그것을 뚫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튕겨져 나가고 만 것이다.
이무심은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바닥에 내려섰다.
“으드드득… 어디 다시 한번 해보자.”
이무심은 본래 오행혈마인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었다. 이무심이 이를 갈며
몸을 날리자 제갈위기는 쌍장을 들어올려 이무심을 향해 혈마기를 쏟아 부었다.
이무심이 검을 허공에 세운 뒤 서서히 정면의 혈장속으로 밀어 넣었다. 드디어
무량검의 일식인 중검을 펼친 것이었다.
혈장과 검기가 만나자 다시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터졌다.
“크흑…”
이무심의 몸이 뒤로 주루룩 밀려났다. 내상을 입은 이무심의 입술사이로 피가
흘러 내렸다. 이무심은 그제서야 장염이 자기에게 ‘혈마인을 만나면 죽지는 않
을 것입니다’ 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5.아미파의 위기.(2) 관련자료:없음 [12804]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6 01:04 조회:4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