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75)
35. 아미파의 위기.(2)
‘그래… 나는 이제 겨우 달아날 수 있는 경지였지…’
이무심은 속으로 ‘태극양의검법을 사용하는 젊은이들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까
지 무리를 하지는 않았을 텐데…’ 라고 중얼거리며 멀리 덜어진 젊은이들을 바
라보았다. 장가촌의 아들과 제자들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구나… 장아우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이구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무심은 언제 내상을 입었냐는 듯 크게 하하하 웃으
며 검을 든 손으로 입으로 흘러내리는 피를 훔쳐냈다.
제갈위기는 내상을 입은 상대가 도리어 웃음을 터뜨리자 일순 당황해서 움직임
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전신으로 오행혈마신공을 끌어 올렸다. 이
미 피를 본 이상 서둘러 일을 끝내야 하는 것이다.
“화야, 저분이 이사백 같다. 이번에야말로 죽을힘까지 다 써야겠다.”
“그래요 오라버니…”
두 사람이 다시 검을 움켜쥐고 몇 걸음 옮기자 제갈위기를 가운데 두고 이무심
과 사공남매가 품자 형태로 둘러싸게 되었다.
혜공대사는 어디서 저런 절세의 고수들이 한꺼번에 나타났을까 의아해 하면서
운기조식을 하며 장내를 지켜볼 따름이었다. 복호사의 무승들은 세 사람의 무공
에 힘을 얻었는지 다시 그들 뒤로 크게 원을 둘러 사방을 에워쌌다.
“이 빌어먹을 놈 같으니…”
제갈위기는 자신의 계획에서 자꾸 어긋나기 시작하자 이무심을 향해 무지막지
하게 달려 들었다. 갑자기 끼어든 이무심에게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달려가던 제갈위기가 두 손을 교차하며 장력을 쏟아내자 두 줄기 장력이 회전
하며 이무심에게 쏘아져갔다. 이무심은 다시금 남아있는 진력을 모두 끌어올려
중검을 펼쳤다. 혈장과 중검이 마주치자 이미 힘을 잃은 검 끝이 부르르 떨리며
바깥쪽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 순간 이무심은 몸으로 쏟아지는 혈장을 피하려
고 몸을 땅바닥으로 굴렸다. 뇌려타곤이라고 하는 이 일식은 무림의 고수들이 죽
으면 죽었지 차마 쓰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이미 이무심은 오직 복수의 일념으로
사는 사람이라 저도 모르게 몸을 떼구르르 굴리고 말았다.
“수치를 모르는 놈이로구나!”
제갈위기가 다시 장력을 날리며 소리치자 사공철이 비웃음을 날리며 덤벼들었
다.
“이 미친 녀석아, 네놈은 수치를 알아서 부녀자들을 죽이고 피를 빼쳐먹느냐?”
제갈위기가 그소리를 듣자 그만 노기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비록 마공을 익
히느라 그러고는 있었지만, 그 일은 스스로도 가장 괴로워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오냐, 네놈의 피도 먹어봐야겠다.”
제갈위기가 이무심을 향해 날리려던 혈장을 사공철에게 날리자 사공철이 마주
하지 않고 이리 저리 피하며 계속 야유를 날렸다.
“내 피를 먹으면 마공이 정화되니 네놈의 집으로 돌아가 더러운 제갈가의 피나
실컷 처먹어라.”
“이런… 죽일 놈이…”
제갈위기는 길을 잘못 들어서 그렇지 본래 유생출신의 고고한 사람이었다. 그
가 사공철같은 수적과 입씨름을 하니 당연히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네 가족의 피는 너도 더러워서 마시지 못하는 것이냐? 그래서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 게로구나! 아하하핫…”
“오냐 어디 내 손에 잡혀서도 그렇게 지랄을 떨 수 있는지 보자!”
제갈위기가 쉬지않고 떠들며 도망치는 사공철을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
이 아니었다. 이무심과 사공화의 전뇌검기가 계속해서 제갈위기에게 쏘아오고 있
었던 것이다.
“끄아아아!”
사공철을 잡으려고 했지만 끝내 잡지 못하게 되자 제갈위기의 마성이 극에 달
하고 말았다. 그의 전신은 피빛으로 물들었고 움직임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빨라졌다.
두 눈으로 사이한 혈광을 뿌리며 사공철을 따라가던 제갈위기가 갑자기 몸을
돌려 이무심 에게 장력을 뿌렸다.
이무심은 검끝으로 땅을 찍으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기세로 일곱
번이나 공중에서 몸을 뒤집으며 날아가 반대편의 무승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헉헉…”
이무심이 무승들 사이에서 숨을 헐떡이며 장내를 바라보았다. 이무심이 갑작스
런 장세를 피하기 위해 몸을 빼자 제갈위기는 여유있게 사공철에게 쌍장을 날렸
다. 깜짝 놀란 사공철이 재빨리 천산둔형의 일식으로 혈장을 피했지만 혈장의 여
파를 감당하지 못해 입으로 피를 토하며 뒤로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사공철이 쓰러지자 제갈위기는 다시 사공화에게 쌍장을 날렸다. 사공화는 감히
맞받지 못하고 옆으로 몸을 날렸지만 혈장이 허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외마디 비
명과 함께 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이무심은 다시 검을 가슴 앞에 세우고 제갈위기 앞으로 다가갔다. 두 남녀가
마치 장가촌 사람들이라도 되는 듯 이무심은 그들의 비참한 최후를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사부, 이 자리를 피하면 살수 있겠지만… 이제 마지막이 될 것 같소.’
이무심이 두 눈을 부릅뜨고 제갈위기를 노려보았다. 마인 앞에서 죽음을 각오
한 이무심의 마음은 오히려 평온해졌다. 대적을 앞에 둔 이무심이 저도 모르게
자기의 검 끝을 관조(觀照)하기 시작했다. 그 찰나의 순간 이무심은 검과 동화되
는 자신을 느꼈다. 검이 심장처럼 뜨거워졌다가 어느 순간 다시 이성이 칼날처럼
차가와 졌다. 그렇게 차갑고 뜨겁고를 반복하던 이무심이 검을 바라보자 마침내
검이 보이지 않았다.
제갈위기는 이무심이 묵묵히 서서 검 끝을 바라보기만 하자 그가 무학의 새로
운 경지로 접어드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단지 ‘이놈이 어떤 검식을 펼치려고 이
러는가?’지켜볼 뿐이었다.
멀리서 이무심의 담담한 기도를 보던 혜공대사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이대협의 기세가… 마치 전설 속에나 나올법한 신검합일의 단계 같구나.’
대충 운기조식을 마친 혜공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승들을 향해 소리쳤다.
“복호사의 무승들은 삼십 육 나한진을 펼쳐 이대협을 도우도록 하라!”
살아남은 삼십여명의 무승들이 다시 삼십 육 나한진을 펼쳐 이무심의 뒤에 늘
어섰다.
“흥… 나한(羅漢)은 본래 무수히 고생하는 자를 일컫는 말이니 내 오늘 너희
들에게 진정한 고생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해탈시켜 주마.”
제갈위기가 다시 혈장을 내뻗으려는 순간 이무심의 눈이 번쩍 빛이 났다. 제갈
위기는 상대의 눈에서 칼날 같은 안광이 쏟아지자 움찔 놀라면서도 사정없이 혈
장을 뿌렸다.
이무심의 몸이 검과 함께 제갈위기에게 쏘아갔다. 혈장과 이무심의 검 끝이 마
주치자 마침내 혈장이 좌우로 갈라지며 이무심이 검과 함께 제갈위기의 정면에
도달하고 말았다. 제갈위기의 눈이 커지는 순간 이무심의 검이 제갈위기의 가슴
을 베고 지나갔다.
“파팍…”
이무심은 손에 닿는 느낌이 너무 괴상해 재빨리 시선을 마인의 가슴으로 돌렸
다가 허탈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자신이 필사의 검기로 제갈위기를 베었지만 단
지 옷만 찢어져 펄럭이고 있었다.
제갈위기가 한 걸음 물러나 따끔거리는 느낌에 가슴을 내려다보니 검이 지나간
자리로 하얀 선이 그어져 있었다. 검이 닿았던 자리의 혈마기가 깨어진 것이다.
이무심의 뒤에 있던 무승들이 두 손에 움켜쥐고 있던 선장(禪杖)으로 재갈위기
를 찔러갔다.
“이놈들!”
제갈위기가 마침내 다시 한번 무극토의 오행진력을 끌어올리자 무승들의 선장
이 모조리 빨려 들어가 허공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헉… 사술이다…”
무승들이 오행지기에 제압 당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허공에서 회전하던 무승들의 선장이 무서운 속도로 무승들을 향해 날아갔다. 삼
십 여명의 무승들이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서있을 때였다.
바람처럼 날아든 두 사람의 신형이 무승들 주위를 한바퀴 돌며 눈 깜빡할 사
이에 삼십 여 개의 선장을 모두 날려 버렸다. 선장을 걷어내자 오행진기 무극토
의 기운이 사라졌다.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삼십여명의 무승들이 황급히 뒤로 물
러났다.
이무심이 검을 들어 가슴을 보호하며 곁에선 사람을 향해 미미하게 고개를 끄
덕였다. 이무심의 곁에서 고아한 검기를 발산하며 서있는 사람은 파경사태였다.
드디어 복호사의 비상 종소리를 들은 금정사의 무승들이 달려온 것이다.
‘이대협의 신위가 예상외로 대단하구나…’
금정사에서 오십 여명의 무승들을 이끌고 뛰어오던 파경사태는 산문(山門)을
넘어서다가 복호사 무승들이 위기에 빠진 것을 보고 무작정 몸을 날렸다. 그리고
십 여 개의 선장을 걷어냈는데, 어느 틈에 이무심이 뛰어들어 나머지 이십 여 개
의 선장을 걷어낸 것이다.
파경사태는 이무심의 무공이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신도 겨
우 심검지로에 들어 오늘의 위기를 막아줄 수 있었는데, 이 중년의 사내는 자기
보다 더한 경지에 있는 것이었다.
“이대협, 저희들이 조금 늦게 도착했습니다.”
“사태께서 오셨으니 이제 살길이 보이는 듯 합니다. 저자가 바로 혈마인입니
다.”
파경사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제갈위기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인데…’
파경사태는 일찍이 의혈단에 출입을 자주 했던 터라 제갈위기의 얼굴이 낮설지
않았다.
“그렇구나, 네놈은 바로 제갈가의 소가주가 아니냐!”
파경사태가 경악을 터뜨리자 제갈위기가 다시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핫… 오늘 아미파에 와서 크게 살계를 열어야겠구나.”
제 목:[연재] 천사지인35.아미파의 위기.(3) 관련자료:없음 [12805]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6 01:04 조회:4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