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77)
36. 스스로 옳다하는 자는 빛나지 않는다.(1)
그날 밤 복호사의 선방에는 누워있는 한사람 주위로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모
여 앉아 있었다.
“이대협, 당분간 무공을 사용하지 못할 겝니다… 아미파의 말로는 한달 정도
요양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장사부 오늘의 일로 나는 크게 깨달은 게 있소.”
장염이 이무심의 초췌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미파 사람들의 말을 들어 그가
얼마나 큰일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기들의 선장에 맞아 죽을 뻔하다가 살
아난 아미파 사람들은 이무심을 복마대협(伏魔大俠)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장염이 이무심의 눈을 들여다보자 이무심이 눈가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소.”
장염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부와 장아우는 나에게 있어 실로 소중한 사람들이오. 두 사람을 볼 때마
다 나는 죽은 아들과 제자들을 떠올린 다오. 과거의 소중한 기억이 흐려지지 않
게 하는 두 사람 덕분에 나는 오늘까지 견딜 수 있었던 게요. 나는 장아우와 헤
어진 뒤 그가 살아있기를 빌고 또 빌었소. 그 바램이 오늘에야 이루어지다니…
실로 하늘이 원망스럽다가도 고마울 따름이오.”
이무심의 눈으로 눈물이 고였다가 곧 넘쳐흘렀다. 장염이 사공철의 어깨를 감
싸고 남은 천으로 이무심의 눈을 닦아주었다.
사공철은 이무심의 말을 들으면서 옆에 있는 장염을 힐끗 힐끗 바라보았다.
‘이렇게 비실비실 한 사람이 어떻게 상승의 무공을 창안했다는 말인가? 믿을
수가 없구나…’
사공화가 사공철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찔렀다. 사공철이 잠시 생각에
잠기느라고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장염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들은 장대협의 제자들이라고 하던데…”
“아, 예…”
사공철이 황급히 장염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대협이 뒤늦게 제자 복이 터졌나 보군요. 그러지 않습니까 이대협?”
“저도 저 아이들을 처음 볼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우리 장가촌 젊은
이들 같지 않군요.”
사공철은 이들의 대화 속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것은 자신과도 관계 된 것이었다. 장염이라고 하는 조사는 사백에게 이대협이
라고 하고, 사백은 장염을 장사부라고 불렀다. 자기들의 사부 장소룡은 장염이
태극양의검법의 시조라고 했고 이제 그 검법을 여러 사람이 배웠으니, 장염의 사
람을 대하는 태도는 지극히 비정상 적이었다.
‘장염이라는 분은 왜 사람들에게 이대협, 장대협 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사공철이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사공화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왜 장사부나 이사백은 장염이라는 젊은이에게 사부라고 부르는 것일까?’
두 남매가 똑 같은 현상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추측하며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장염이 사공철에게 넌지시 물었다.
“사공소협은 태극양의검법을 어디까지 배우셨소?”
사공철이 잠시 ‘이 사람은 어째서 나에게까지 소협이라고 하는 것일까?’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태극양의검의 사초식 뇌화풍비까지 배웠습니다.”
태극양의검법은 본래 그 형식을 중요시 여기지 않았으나 그래도 나름대로 초식
의 구별이 있었다. 일초식은 물러나는 천산둔형이며, 이초식은 파사의 전뢰검기
를 동반하는 천뢰무망, 삼초식은 멀리 떨어진 목표를 향해 검기를 날리는 뇌천대
장, 사초식이 공격과 수비를 겸한 뇌화풍비였다.
사공철은 이렇게 말할 때 속으로 적잖이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무공의 기재라
는 자기의 여동생도 아직 삼초식 밖에 익히지 못한 것을 자기가 이미 사초식까지
대성을 했으니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이다.
“짧은 기간동안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한 자질이요.”
“…”
사공철이 자기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 장염의 말을 듣고 흐뭇한 얼굴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사공화는 표정의 변화 없이 장염을 바라볼 뿐이었다.
“두 분은 몸이 낫게 되는대로 장대협에게 우리가 조만간 황하수채로 찾아뵈러
간다고 말씀을 전해 주었으면 고맙겠소.”
사공철의 어깨가 부서져 있었고, 사공화의 옆구리도 길게 찢어져 있었기 때문
에 두 사람의 몸이 회복되는 대로 먼저 돌아가 소식을 전하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공철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 다시 사공화를 바라보았다.
사공화가 우물쭈물하는 오라비의 표정을 보니 이방에서 좀 나갔으면 하는 기
색이 역력했다.
‘휴… 오라버니는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모른단 말인가?’
사공화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지만 사공철은 오히려 한술 더 떠 장염을 향해 이
만 건너가 쉬어도 되겠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시오. 두분 다 오늘 고생이 심하였소.”
“사백님과… 조…사께서는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사공철이 떠듬거리며 어색하게 조사라고 말하자 장염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핫… 사공 소협은 힘들여 발음하려고 애쓰지 마시오. 본시 만물은 마
음이 흐르는 대로 가기 마련이라오. 그저 마음 편하게 나를 불러준다면 고맙겠
소.”
사공철이 무안한 가운데서도 생각해보니 장염이 자기보다 겨우 여섯 살 정도
많을 뿐이었다. 여섯 살 많은 사람에게 조사라고 하기도 내키지 않고, 대협이라
고 하기도 어색해서 순간 할말을 찾지 못했다.
“조사께서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저희가 장사부께 무공을 배운이상 장염조사
께서는 저희 두 사람에게는 실로 조사나 진배없습니다. 저희가 조사의 예를 다하
지 않는다면 훗날 사부님이나 아버님을 뵐 면목이 없어집니다.”
사공화가 또박또박 끊어서 말을 하자 사공철과 장염 모두 그만 무안해 지고 말
았다. 장염이 생각해 보니 젊은 아가씨가 하는 말속에 ‘사부와 아비를 위해서 조
사라고 하는 것이다’라는 뜻이 은연중에 내비쳤기 때문이다.
사공철도 두 사람을 힐난하는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사공화를 바라보니 과연
사공화의 안색이 차분한 게 어려서부터 답답하거나 화가 났을 때 짓던 얼굴이었
다.
“조사라고 하는 말은 심히 듣기 어려우니 마땅히 달리 부를 말이 없으면 두 분
은 그저 장소협이라고 불러 주면 고맙겠소.”
“네, 장염 조사께서 그렇게 원하신다면 그리 불러 드려야겠지요.”
사공철이 얘기가 갑자기 이상하게 흐르자 마음속에 은근히 불안이 싹트기 시작
했다.
‘나는 단지 조사라는 말을 처음으로 쓰려니 어색했을 뿐인데 이 얘 때문에 조
사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도 어렵게 되었으니, 나중에 사부님께 뭐라고 말씀을 드
린단 말인가…’
사공철이 동생을 바라보니 동생의 표정이 굳은 것이 더 이상 말을 가지고 장난
을 쳤다가는 반드시 뒤탈이 생길 것 같았다.
‘휴우… 어쩔 수 없구나…’
“그럼 사백님과 장소협께서는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장염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사공철 남매가 이무심을 바라보니 이무심은 두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장염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사공화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절을 올리고 밖으
로 나갔다. 사공철도 주춤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장사부, 왜 저 아이들에게 거리를 두려 하시는 게요?”
느닷없는 이무심의 소리에 장염이 피식 웃고 말았다.
“그들과 저는 본래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고, 어떤 정리도 없으니 구태여
높임을 받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본래 스스로 드러내는 자는 밝지 않고 스스로
옳다하는 자는 빛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휴우… 장사부의 그 깊은 마음을 어찌 저들이 세세히 알 수 있겠소…”
제 목:[연재] 천사지인36.스스로옳다하는자는빛나지않는다.(2) 관련자료:없음 [12818]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7 01:05 조회:4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