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78)
36. 스스로 옳다하는 자는 빛나지 않는다.(2)
장염과 이무심이 사공남매를 내보내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때 제갈가에는
삼 백 여명의 무림인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여러분 이 고월산장(孤月山莊)이 바로 제갈천의 장원이외다. 제갈천이 그의
아들과 이곳으로 돌아와 함께 생활한지 이미 십 년이 지났으니 아비가 자식의 변
화를 몰랐을 리 만무하오. 마땅히 제갈천도 사로잡아 혈겁의 전모를 밝혀 내야
할 것이오!”
“그 말이 맞소. 일단 둘 다 잡아야 하오!”
몇 사람이 소리를 치자 금방 삼 백 여명의 무림인들은 부자를 잡아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손에 횃불을 들고 제갈가의 부자에게 욕을 퍼
붓다가 고월산장의 대문을 발로 걷어차고 마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꽝!”
“무림의 공적 제갈천과 제갈위기는 썩 나오너라!”
대문이 부서져 나가는 순간 십 여 명의 하인들이 손에 몽둥이를 들고 뛰어 나
왔다.
“아니 왠 놈들이냐!”
제갈가의 하인들은 평소 고월산장의 제갈가주가 보여주는 고고한 인품에 감동
해 있던 터라 안하무인으로 설치는 무림인들이 마두들처럼 보였다.
“어허, 저런 천한 것들이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게냐!”
공동파의 장로 참마검(斬魔劍) 위후동(爲吼動)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앞에 나
서던 하인 하나를 주먹으로 내질렀다.
“컥…”
권에 맞은 하인이 입으로 피를 토하며 날아가 담장에 처박히자 그제서야 하인
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고 슬금 슬금 몸을 빼기 시작했다.
“인면수심의 제갈 부자는 썩 나오너라!”
참마검 위후동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내력을 돋궈 소리를 지르자 지붕이
들썩거렸다.
제갈천은 내실에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밖이 소란스럽자 마침내 잠에서 깨고 말
았다.
“이 심야에 누가 저리 소란을 피우는 걸까요?”
“부인 염려 마시오. 설마하니 제갈가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이야
있겠소.”
제갈천은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들이 오행혈마경을 익히는 것
은 오직 부자간의 비밀이었다. 다른 가족들은 아무도 부자가 그런 비밀을 간직하
고 있는 줄 알지 못했다. 가족들에게 그들은 자상한 지아비요 효성 깊은 아들이
었기 때문이다.
“내 나가 볼 테니 부인은 나오지 마시오.”
제갈천이 따라 나서려는 부인을 억지로 앉히고 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헉…’
제갈가의 사방은 도검을 뽑아든 무림인들로 물샐틈없이 봉쇄되어 있었고, 드문
드문 횃불이 타올라 마치 전장터를 방불케 했다.
“내가 제갈가의 가주요. 당신들은 대체…?”
“닥치거라 이 마두야! 너희 제갈가의 음모가 이미 무림에 드러났는데 아직도
상황을 짐작 못하고 헛수작을 하려는 게냐!”
고함을 지른 이는 의혈단의 철검대 대주 이검한(李劍漢) 이였다. 그는 수하 열
두 명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고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제 삼 조 중에는 그의
아들도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두 눈은 증오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대협 지금 무슨 소리를…”
제갈천이 과거에 몇 번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는 의혈단의 이검한을 바라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을 흐리자 이검한이 손가락으로 제갈천을 가리키며 소
리쳤다.
“이놈! 제갈위기가 이미 오행혈마인이 되어 사천성에서 지난 일년간 쉬지 않고
살겁을 저질러 왔는데 네놈이 모른다고 발뺌을 하는 게냐? 오늘 낮에도 아미산에
서 철검대 열 두 명이 살해당했다. 삼대 독자인 내 아들도 그 중에 있었단 말이
다. 이놈! 감히 내 이름을 입에 담지 말아라!”
제갈천이 그제서야 이미 제갈위기의 마공이 세상에 드러남을 알고 좌중을 둘러
보았다. 가까이 서있는 자들 중 어떤 이는 의혈단을 드나들며 안면을 익힌 자도
있었고, 어떤 이는 제갈가에 찾아와 학문을 익히고 돌아간 자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혐오의 빛이 가득
했다.
“어허허헛…”
문득 제갈천이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날렸다.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기리란 걸 예측했으면서도 왜 아들이 마공을 익히겠다고 했을 때 적
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단 말인가! 제갈천의 가슴으로 회한이 스쳐지나갔다.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구나… 제갈가는 이로써 끝나는 것인가?’
제갈천은 좌우를 둘러보다가 제갈가가 오늘 여기서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제갈가를 둘러싼 의혈단과 사천성의 무림인들이 풍기는 짙은 살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림인들의 마음속에 끈적끈적한 살의가 쌓여가고
있었다.
“네놈의 아들 제갈위기는 어디에 있느냐!”
철검대 대주 이검한이 다시 크게 소리치자 좌중은 제갈천의 얼굴을 바라보았
다.
“그 아이는 오늘 집에 들어오지 않았소…”
제갈천은 차라리 잘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짧은 순간 아들이라도 살아
서 후손을 이어 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던 것이다.
“오늘 이렇게 여러 무림동도를 뵈니 송구스런 마음뿐이오. 허나 원인 없는 결
과가 어디 있겠소. 오늘 제갈가가 이처럼 무림에 죄를 짓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무림이 제갈가를 버렸기 때문이 아니겠소.”
제갈천의 담담한 말은 오히려 중인들의 분노에 불을 당긴 꼴이 되고 말았다.
“이 미친자야, 무림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어디 너희 부자뿐이더냐?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들고일어나 마공을 익힌답시고 살겁을 저지른다면 그게 말
이나 될법한 소리냐!”
철검대 대주 이검한이 소리치자 ‘맞소, 저런 인면수심의 무리들은 살려둘 필요
가 없소’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렇게 긴장된 순간에 어디선가 경악
성이 터져 나왔다.
“헉, 여기에 사람의 피가 가득 담긴 통이 있다!”
누군가 제갈가를 뒤지다가 마침내 지하연공실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 한마디
말은 마침내 중인들을 광란으로 치닫게 했다.
“마두를 죽여라!”
사람들이 소리지르며 제갈천을 붙잡은 뒤 다짜고짜 권과 장을 날리기 시작했
다.
“커헉…”
제갈천은 평생을 학문에만 정진하던 사람이라 무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그가 무림인들의 폭력에 잠시 방치되자 곧 가슴뼈와 얼굴이 내려앉으며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제갈천은 나이가 이미 육십을 넘어선 노인이어서 계속되는 구타
에 견디지 못하고 피거품을 흘리며 서서히 죽어갔다.
“악! 어찌 사람을 때려죽일 수가 있단 말이오!”
제갈천의 부인이 비명을 지르며 맨발로 뛰어나왔다.
“여보, 정신차리세요…. 여보… 아악…”
노부인의 처절한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지자 이미 살심이 크게 일은 무림인
들 몇이 다시 달려들어 노부인의 몸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닥치거라 마물들아! 너희는 죽어 마땅하다. 사람을 죽이고 그 피를 마시는 요
괴들에게까지 베풀 인정은 없다!”
“으윽…”
노부인은 몇 차례 발길질에 견디지 못하고 제갈천의 시체를 끌어안은 채 함께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의혈단과 사천성의 무림인들은 다시 하인들을 끌어다가 ‘너
희는 마물들을 섬겼으니 육축(六畜)만도 못한 놈들이다’라고 외치며 한자리에서
때려죽이고 말았다. 한번 집단적인 살기가 일자 의혈단과 사천성의 무림인들은
제갈가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찾아내서 죽이기 시작했다. 공포의 살육
은 새벽이 되어 더 이상 제갈가의 식솔들이 눈에 뜨이지 않게 되자 멈추어졌다.
“이 마굴을 불살라 버립시다!”
누군가 횃불을 집어던지며 소리치자 손에 불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곳곳에 횃
불을 던지고 손을 털었다. 날이 완전히 밝자 거세게 타오르던 불길도 잦아들었
다. 무림인들은 제갈위기가 나타나면 다시 모이자는 말을 끝으로 뿔뿔이 흩어졌
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6.스스로옳다하는자는빛나지않는다.(3) 관련자료:없음 [12819]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7 01:06 조회:4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