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80)
37. 하늘의 그물은 놓치는 것이 없다(天網恢恢 疏而不失).(1)
장염은 복호사의 산문을 나서다가 멀리서 급하게 다가오는 정현스님을 보았다.
“장사부님, 마침 나오시는군요.”
“네, 어쩐 일이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올라가는 길입니다만.”
장염이 정현의 얼굴을 바라보자 정현이 간단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 일로 지금 의혈단의 사람들이 장사부님을 뵈려고 기다리고 있답니다.”
장염의 안색이 대번에 어두워 졌다.
‘그들이 나를 만난다면 반드시 경재학의 귀에도 곧 들어갈 텐데… 큰일이로구
나…’
장염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자 정현이 조심스럽게 장염을 살폈다.
“가십시다.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면 마땅히 풀어 주어야 겠죠.”
장염이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다시 금정사로 오르기 시작했다. 한 식경 쯤 지
났을 때 마침내 장염은 금정사의 객청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짧지 않은 시간동
안 장염이 얼마나 고민을 하였는지 금정사에 도착했을 때는 머리가 지끈 지끈 아
플 정도였다.
정현스님은 객청 앞에 서서 잠시 옷을 가다듬고 조용히 말했다.
“사부님, 장사부를 모셔 왔습니다.”
“안으로 모시거라.”
정현스님이 앞서서 문을 열고 장염의 앞에 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장문인께서 부르셨습니까?”
장염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장문인과 파경사태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허리를 숙였다.
‘허, 이 젊은자가 누구이기에 장문인까지 저토록 예의를 차리는가?’
정무부장은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이십대가 조금 넘어 보이
는 한 젊은이에게 장문인과 아미파의 장로가 지극히 존중을 하는 것이 일순 납득
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정무부장은 그 다음 나온 말에 더 놀라고 말았다.
“이분은 아미파의 무공사부이신 장부득 소협이십니다.”
그제서야 두 사람이 황급히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나눴다.
“몰라뵈었습니다. 저는 의혈단의 정보부장 조영(趙影)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무력부장 최일선(崔一線)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장염이 두 사람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장소협 이리로 앉으시지요.”
파경사태가 빈자리를 가리키자 장염이 천천히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좌우를 둘러보니 절로 긴장이 되는 것이었다.
‘드디어 무림맹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구나.’
장염이 속으로 긴장하여 두 사람을 바라보자 정보부장이 굳게 닫았던 입을 열
었다.
“길게 돌려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장문인과 장로님들께 장소협에 대한 이
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가 궁금해하는 것을 여쭤 볼테니 자세히 대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장염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정보부장이 마른침을 삼키고 다시 입술을 열었
다.
“장소협께서는 서장에 가신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장염이 고개를 끄덕이며 선선히 대답을 했다.
“장소협께서 혈마사와 마인에 대해 아미장문인께 정보를 제공했다고 알고 있습
니다. 그것에 대해 자세히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장염이 조영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자신의 말 한마디에 따라 분
위기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까지 장염은 자기에게 현상금
까지 걸려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하고 단지 경재학의 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
관념만 가지고 있었다.
장염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장문인과 파경사태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이들에
게 장부득이라고 말해 왔는데, 이제 스스로 그 사실을 번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
것이 어떤 이유에 의해서 이건 장염 자신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킬 것이 틀림없었
다.
“저의 이름은 장염이라고 합니다.”
장염이 천천히 말문을 열자 정무부장은 장염의 이름이 주는 충격에 사로 잡혔
다. 현상금이 걸린 사내이며, 지난 몇 달 동안 의혈단의 고수들을 바쁘게 만들었
던 장본인인 것이다. 서장에서의 활약과 마교 교주의 만행에 직접 간접적으로 관
련이 되어 있다고 알려진 바로 그 사람이다. 아미 장문인과 파경사태는 의외로
담담한 표정으로 장염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부득(不得, 얻은 것이
없다)이라고 했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이름이라고 느꼈다. 옛부터 불가에는 과거
가 화려한 사람들이 많이 몸을 숨기곤 했다. 다만 사람됨이 진실하니 그의 과거
가 궁금할 뿐이었다.
“저는 호북성 균현 장가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습니다. 후에 일행 열 두
명과 함께 사천성의 천하무림대회를 구경하러 나왔다가 무당파 사검사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 뒤 일행에게 사고가 생겨 저만 홀로 성도의 천하제일루 주방에서
요리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중 우연히 무당파 사검사를 다시만나게 되었
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무당파 사검사의
영화 소저로부터 서장으로 가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장염이 여기까지 말하자 아미파 사람들은 장염과 영화의 마음이 통하여 좋은
관계가 되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정무부장은 다만 장염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후 사천혈사의 목격자로 오해한 복면의 괴인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되어
사천성을 떠나 서장으로 향했습니다. 그가 제갈위기라는 사실은 얼마 전에야 밝
혀졌지만 그때만 해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장염이 잠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장염은 조금씩 이야기하는데 부담을 느끼
기 시작했다. 마교교주와 장가촌 사람들의 죽음은 생각하기도 싫은 고통스런 기
억이었기 때문이다.
“서장에서… 의혈단의 전의기소협을 만나 그와 묵으며 혈마사에 의혈단의 사
람들이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뒤 저는 혈마사의 앞에서 생활을 했
죠. 그때 한 노라마가 나타나 오행혈마경과 마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
다.”
아미파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사람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장염의 이야
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나 정무부장들은 실로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혈마사의 앞에서 생활을 했다니…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조영이 머릿속으로 장염의 말을 들으며 의심나는 부분을 나름대로 정리하기 시
작했다.
“그때 마교교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일년 전쯤에 헤어진 장가촌의 일행
중 한사람이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그가 저를 만나기 위해 서장까지 온 줄
알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전의기 소협과 마교사람들 그리고 제가 뇌옥을 부수고
들어가 의혈단의 일행을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정무부장은 이때부터의 얘기는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일룡과 이봉이 그들의 탈
출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던 것이다.
“혈마사의 추적을 피하다가 우리는 모두 독에 당했고…
그 뒤로는 기억이 없습니다. 단지 그후 정
신을 차리고 보니 마교 교주가 저를 벼랑에서 던져 죽이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호수에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장가촌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
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다시 나타난 마교 고수들과 정체를 모를 복면인에 의
해 일행은 모두 살해당하고 저는 이대협에 의해 구출이 되어 아미산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장염이 말을 마치자 아미파 사람들은 장염이 왜 자기 자신을 장부득이라고 했
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배신의 아픔과 모든 것을 잃어버린 뒤에 스스로 지은 것이리라…’
파경사태가 안쓰럽다는 듯이 장염을 바라보았다. 나이에 비해 그가 겪은 일들
이 너무 엄청났던 것이다.
“우리는 장소협의 말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특히 맹주께서는
마교 교주의 살육에 장소협이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믿고 계시
오. 그러니 아무래도 모든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장소협을 의혈단으로 모셔야 할
것 같소.”
장염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경재학이 기어코 무림맹을 통해 자신의 숨
통을 조여오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우리는 소협의 말을 믿소. 소협도 자신의 말이 추호의 거짓도 없는 진실
이라면 마땅히 우리와 함께 보정산의 의혈단으로 가 주실 것이라 생각하오만.”
조영의 말은 교묘했다.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으면 아미파에 남으려고 버틸 것
이고, 거짓이 없다면 의혈단으로 따라 오라는 소리였다. 이 말은 어쨌거나 반드
시 의혈단으로 함께 가야한다는 말과 같았다. 장염이 함께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면 스스로 거짓을 시인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더군다나 의혈단이 자기들만 돌아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조시주께서는 장소협에게 무엇을 강요하지 마시기 바라오. 장소협은 우리 아
미파의 무공사부이며, 아미파는 그의 말을 믿고 따르고 있소이다. 지금 조시주께
서 장소협을 억지로 데려 가려고 한다면, 그건 바로 우리 아미파를 모욕하는 행
동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파경사태가 노기가 가득찬 음성으로 또박또박 말을 하자 장내는 긴장이 가득
찼다.
“아미파는 오래전 무림맹의 복명첩(復命牒)에 장문인의 이름으로 수결(手決)을
맺으셨는데 이제 와서 무림맹의 권위를 부정하려 하십니까?”
조영이 비교적 차분한 음성으로 파경사태에게 말하자 파경사태는 부르르 떨 뿐
달리 할말을 찾지 못했다.
이십 년 전 중원이 이패의 강호행으로 혈풍에 잠겼을 구대문파는 무림맹을 결
성하고 반드시 맹주의 지휘에 따르겠다는 표시로 복명첩을 만들어 구대문파 장문
인의 이름으로 수결을 했던 것이다. 복명첩은 이패와 관련된 위기가 해소되면 자
동으로 효력이 없어지도록 규정해 놓았었다.
그러나 이패와 관련되어 위기 상황이 도래한다면 구대문파는 복명첩 아래 놓이
게 되는 것이다. 오행혈마인은 바로 이패의 하나인 혈마사의 문제였으니,
지금 조영은 그 사실을 환기시켜 주는 것이었다.
파경사태는 이제 와서 조영이 복명첩을 운운하니 단지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본파에서 장소협을 외인으로 치지 않고 문내에 받아들
인 이상 일방적으로 의혈단의 행사에 맡길 수는 없소.”
아미파 장문인이 조용하게 말하자 조영의 안색이 찌푸려졌다. 장문인까지 반대
를 한다면 일은 정말 복잡해지는 것이다.
“장문인께서는 선대에 맺은 약속을 어찌 저버리려 하십니까?”
“그대는 말을 삼가도록 하시오. 약속을 저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좋은
방법을 찾아 보자는 것이 아니오. 장소협이 아미파에 있고 의혈단이 보정산에 있
다는 것 외에 달라질 것은 없소. 그대들이 아무 때고 와서 장소협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릴 사람은 없소.”
‘이런 괘씸한 일이 있나… 정말로 무림맹을 너무도 우습게 보고 있구나…’
조영이 속으로 울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분기를 참고 있는데 무
력부장 최일선이 탁자를 ‘쿵’ 소리가 나도록 내리 치면서 일어났다.
“우리는 아미파에서 무림맹을 이처럼 우습게 여길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
소이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7.하늘의그물은놓치는것이없다.(2) 관련자료:없음 [12826]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8 00:51 조회:3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