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s Witness RAW novel - Chapter (81)
37. 하늘의 그물은 놓치는 것이 없다(天網恢恢 疏而不失).(2)
“무례하오, 장문인 앞에서 말씀을 삼가시오.”
다혈질인 파경사태가 마주 일어나 소리를 치자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지경으
로 변하고 말았다. 두 사람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자 장내는 삽시
간에 긴장으로 가득찼다.
“사매 그만 노기를 가라앉히게. 오랜만에 본파를 방문한 손님에게 그래서야 쓰
겠나.”
파진사태가 침중한 음성으로 당부를 하자 파경사태가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
러나 무력부장은 좀체로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고 있었다. 평소 아미파에 대해 그
다지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오늘 이렇게 무시를 당한다고 생각
하자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던 것이다.
파진사태가 물끄러미 쳐다보자 최일선은 파진사태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최
일선의 기세는 대단한 것이어서 파진사태는 최일선이 한차례 손을 섞어야만 마음
이 가라앉을 것 이라는걸 느꼈다.
‘이자가 아미파의 무공을 얕보고 있구나…’
파진사태의 생각은 정확한 것이었다. 최일선은 평소 아미파의 무공에 대해 경
외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여승들의 무공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여기
질 않았다. 그러던 중 오늘 무림맹의 행사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놓이게 되자 그만 저도 모르게 평소의 생각이 겉으로 들어 난 것이었다.
정보부장 조영도 그걸 깨닫고 최일선을 만류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미파에서
맨손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면 한차례 따끔한 맛이라도 보여주길 바랬다. 최일선
은 무림에서 철장귀수(鐵掌鬼手)라고 불릴 만큼 장공(掌功)의 달인이었다.
정파인들 특히나 계보가 서로 다른 정파인들은 젊은 시절 호승심으로 참가한
비무대회 때나 한 두 번 서로 손속을 겨룰 뿐 일생동안 거의 손을 맞댈 일이라곤
없다. 지금 최일선은 기세를 가라앉히지 않은 채 다소 무례하다 싶을 만큼 아미
파의 장문인과 파경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흥, 한번 해보자 이거냐…’
파경사태가 마침내 최일선의 의도를 짐작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예전 같
으면 오할의 승률을 가지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비무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
다. 그녀는 이미 상승검로의 길에 들어섰던 것이다.
“장문인 아무래도 최대협이 아미파의 무공을 견식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은데…”
파경사태가 말끝을 흐리자 장문인이 파경사태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매에게는 오늘이 아주 뜻깊은 날이 되겠군
요.”
정보부장은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약간 허황되다 라고 생각했다.
파경사태는 무림에 무명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철장귀수는 그야말
로 혁혁한 무명을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조영은 아미파 장문인이라도 쉽게 상대
하지 못할 사람을 앞에 두고 너무 여유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무림인으로 사는 한 결국은 무력이 자존심을 지켜주게 되는 것이다.’
조영이 중얼거리며 최일선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오늘 아미파의 자존심은 땅
바닥에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오늘 아미파의 무공을 견식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를 드리오.”
최일선이 상대가 몸을 빼지 못하도록 미리 못을 박았다.
“별말씀을요, 최대협의 무명이 드높은데 아미파의 무공으로 괜히 눈만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파경사태가 대답하자 두 사람 사이에 비무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미파 무공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내 앞에서 큰소리냐…’
최일선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성큼 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미 협상은 결렬
되었으니 남은 것은 상대의 콧대를 꺽으면 끝나는 일이었다. 장염의 문제는 단주
에게 보고해서 윗 선에서 해결하도록 요청할 생각이었다.
염무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미파 제자들과 철검대 삼 개 조원들로 가득 찼
다. 선배들의 비무 자체는 원한의 유무를 떠나 후배들에게 무공수련의 귀한 간접
체험이 되는 것이기에 아미파 장문인은 그들의 접근을 만류하지 않았다.
잠시 후 연무장에는 두 사람이 마주서게 되었다.
철장귀수라는 별호답게 최일선은 단지 두 팔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묵묵히 서
있었다.
‘과연 그의 기도가 비범한 경지로구나.’
장염은 멀리서 최일선의 자세를 보고 단번에 그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최일선의 정면에 선 파경사태도 그의 기도를 느끼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결코
그가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디 한번 해보자.’
파경사태가 중얼거리며 서서히 검을 뽑았다.
‘흐음…’
파경사태가 검을 뽑고 조용히 서자 최일선도 내심 긴장하고 말았다. 검을 뽑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검을 뽑는 순간 마치 날선 검 앞에 선 것 같은 예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예의상 가볍게 읍을 한 뒤 곧바로 마주쳐 갔다. 그만큼
서로에 대해 화가 나 있었던 것이다.
최일선의 권이 파경사태의 몸에 이르러 갑자기 장으로 변화되며 당문혈(當門
穴)을 치고 들어왔다. 당문혈은 위치로는 가슴 쪽이라 여자에게 쓰기에는 좀 무
리가 있는 수법이었고, 혈혈(血穴)이라 맞으면 피를 토하고 목숨마져 위험해 지
는데도 최일선은 마치 겁을 주려는 듯 서슴없이 손을 뻗었다.
최일선의 좌장이 빠르게 밀려들자 파경사태는 슬쩍 몸을 비키면서 검 끝으로
양쪽 가슴의 장태혈(將台穴)을 짚어갔다. 이도 역시 심하면 죽음까지 이르게
되는 요혈이라 두 사람이 얼마나 상대에게 노기가 치밀었는지 쉽게 알 수 있었
다.
두 사람은 한동안 번갈아 가며 사혈과 요혈만을 노리고 검과 장을 날렸는데, 그
러다 보니 오히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수월하기까지 했다. 어느 위치를 노리고
오는지 확연히 알 수 있으니 그보다 더 피하기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한참
만에야 두 사람도 이런 식으로 해서는 피로만 쌓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드디어
비장의 한 수로 상대를 쓰러뜨리기로 결심을 굳혔다.
‘오냐 네가 나의 구궁무한장(九宮無限掌)을 받아 낼 수 있는지 보겠다.’
최일선이 잠시 물러나 전신으로 진기를 순환 시킨 후 철장귀수라는 별호를 만
들어준 구궁무한장으로 파경사태의 몸을 때려갔다. 쾌(快)와 중(重)과 변(變)의
삼 요소를 두루 갖춘 구궁무한장은 일식이 아홉 변의 변화를 가지고 있었다. 구
궁무한장이라 이름 붙은 것은 구식까지 정식(正式)과 역식(逆式), 혹은 연환(連
環)으로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히 정식 팔십일식, 역식 팔십일식의 오묘
한 수법이었는데 연환으로 까지 펼치면 백 육십 이식이 한번에 쏟아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최일선의 구궁무한장 팔십일식이 쏟아지자 파경사태는 노도처럼 밀려드
는 암경에 맞서 검기를 날리며 서른 여섯 번이나 방위를 이동했다.
그러나 파경사태의 신형이 미처 자리를 잡지 못했을 때 바람처럼 날아든 손바
닥이 파경사태의 등을 치고 지나갔다.
“퍽!”
“크윽…”
파경사태는 등을 상대에게 내준 뒤 사방으로 신형을 네 차례나 더 옮긴 뒤에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등이 저리면서 온몸에 은근한 통증이 전해졌다. 한
번만 더 저 장력에 몸이 맞으면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제법이구려…”
최일선은 구궁무한장을 구식까지 펼치고도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하자 피식 웃
으며 다시 몸을 날렸다.
파경사태는 최일선의 비웃는 말을 듣자 더 이상 자신도 절기를 숨길 필요가 없
다고 생각하고 내력을 끌어 올렸다.
파경사태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력을 검 끝으로 밀어 올리자 파란
광망(光芒)을 날리며 검기가 세 치나 뻗어 나갔다.
“헉… 검기다…”
멀리서 보고있던 조영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불사신검 경재학이 이십 년 전
에 검기를 다루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자신이 직접 검기 발출의 경지를 본적
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파경사태의 검이 세 치나 늘어난 듯 검기를 뿌리며 최일
선을 향해 쏘아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태 손속에 사정을 두시오!”
조영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지르고 말았다. 체면이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
은 것이다. 무력부장 최일선은 그의 오래된 지기이자 동료였다. 비록 후에 그에
게 욕을 조금 얻어먹을지언정 차마 죽어가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최일선은 자신의 구궁무한장 팔십 일식을 뚫고 가슴으로 날아드는 파란 빛 줄
기를 피하기 위해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땅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크윽…”
땅바닥을 구르던 최일선은 그제야 밀려드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벌떡 일어나
구궁무한장 연환 백 육십 이식을 펼치며 미친 듯이 파경사태에게 돌진했다.
파경사태의 주변으로 허초인지 실초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장영(掌影)이 가득
찼다. 파경사태는 몸을 피하지 않고 도리어 장영의 한가운데로 뛰어 들더니 한
무리 광채를 사방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검기가 닿는 곳마다 장영이 꺼지듯이 사
라지고 마침내 장내에는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최일선 만이 남게 되었다. 최일선
의 양쪽 어깨에는 작은 구멍이 뚫린 듯 피가 방울방울 솟아나고 있었다.
“시주의 장법에 살기가 짙어 어쩔 수 없이 어깨를 봉쇄했습니다. 근골을 피했
으니 몇 일 지나지 않아 다시 힘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승자의 여유로 파경사태가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마치자 최일선이 허탈한 표정
으로 땅바닥으로 똑똑 떨어지는 핏방울만 바라보았다. 최일선이 무림에 출도한
이래 이와 같은 패배는 없었다.
조영이 다가와 최일선의 어깨를 지혈시키고 다독거리며 장내를 벗어났다. 그들
의 뒤로 삼 개조의 철검대 대원들이 조용히 뒤따랐다.
아미파 제자들이 뒤에서 파경사태의 신위를 보며 너도나도 한마디를 하자 구경
하던 정현과 정원, 정경은 의기양양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사매의 진전이 그 정도 일 줄은 짐작도 못했다오.”
“일전에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장사부의 가르침에 가장 큰 덕을 본 사람
은 오히려 저라구요.”
그제서야 아미파 장문인이 멀리서 허허롭게 서있는 장염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의 서있는 모습을 보니 아미파와의 인연도 이제는 그 끝이 보이는 듯 했다.
‘그는 정말 구름과 같은 사람이다.’
소란스러운 제자들을 뒤로하고 아미파 장문인은 파경사태를 데리고 보현전으로
향했다.
제 목:[연재] 천사지인37.하늘의그물은놓치는것이없다.(3) 관련자료:없음 [12827] 보낸이:조진행 (finitum ) 2000-12-18 00:51 조회:4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