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03)
이세계 골드리치-103화(103/256)
<– 54층으로 가는 길 –>
넝쿨더미를 통과한 칸과 아스트리드, 베르몬트, 하르미노.
그들은 바로 세계수 탐험을 이어갔다.
아스트리드가 고속으로 날았고, 시큐엘도 질 수 없다는 듯 매섭게 날았다.
칸은 베르몬트를 태우고 맨 뒤에서 날았다.
휘이이이-
“칸! 나 궁금한 거 있어!”
“..말해!”
두 남녀는 강한 바람 탓에 소리를 지르며 대화했다.
“있자나!”
“어!”
“너 아스트리드한테 말할 때하고! 나한테 말할 때하고 왜 말투가 달라!?”
“말투!?”
“어!”
베르몬트의 의문은 칸의 말투였다.
칸은 평소에는 편안한 말투를 쓰면서.
아스트리드에게는 딱딱한 말투를 썼다.
베르몬트는 그것이 싫지 않지만, 이유는 궁금했다.
칸은 이유를 말했다.
“그냥!”
“..그냥이라고!?”
“어!”
“그게 뭐야!”
이유는 ‘그냥’이었다.
칸은 적당히 소심한 남자.
상대방이 딱딱한 말투를 쓰는데.
자기만 편하게 말하기도 그랬다.
휘이이이!-
칸은 기류를 타고 계속해서 날았다.
-끼에에!
그런데 그때, 와이번이 울었다.
“왜 그래?”
-끼에에!
[조련(A) 번역] – 뒤에서 이상한 녀석이 붙고 있어요.“..이상한 녀석?”
와이번의 청각은 인간보다 좋다.
칸은 몸을 돌려 뒤를 보았다.
“베르몬트. 고개 숙여봐.”
“…..어.”
베르몬트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이상한 녀석이 보였다.
‘…..사마귀?’
1톤 트럭만한 사마귀였다.
그 녀석이 녹색 안광을 빛내며 날아온다.
‘겁도 없지.’
와이번이 용의 아류이긴 해도, 일단 하늘의 폭군이다.
그런데 곤충 따위가 달라붙다니.
다른 별에서 와서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와이번이 브레스 한 번 쏴주면 끝인데…..’
그러나 와이번에게 명령하기는 조금 그랬다.
앞으로 몇 시간 더 날아야 하는데, 브레스로 힘을 소비하는 건 좋지 않다.
이럴 때는 베르몬트가 좋았다.
“베르몬트!”
“어!?”
“뒤에 있는 애 좀 처리해줘!”
“뒤!?”
베르몬트가 뒤를 보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랐다.
“엄마야!”
그녀가 칸을 와락 안는다.
칸은 소리쳤다.
“쟤한테 화염 한 방 만 쏴줘!”
“..징그러운데!”
“그러니까 잡아야지!”
“..!”
베르몬트가 오른손을 빼냈다.
그리고 왼손으로 칸의 배를 부둥켜 안고 몸을 붙였다.
떨어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잠깐만..’
칸과 딱 붙어있는 것이 이상한 느낌일까.
베르몬트가 소리쳤다.
“너 이거 수작 부리는 거 아냐!?”
“뭔 소리야!?”
“너 내가 안아주는걸 노리고 사마귀 부른 거지!?”
“도대체 뭔.. 빨리 불이나 쏴!”
“..너 지금 즐기고 있지!”
칸은 눈을 감고 침묵했다.
그러자 베르몬트도 잠잠해졌다.
“내가 특별히 봐 주는 거야!”
그녀가 소리치며 염화를 모았다.
그리고 사마귀를 소멸시킬 수준의 마나가 모인 순간.
염화를 발사했다.
“지옥의 염화!”
푸화아!-
한 줄기의 염화가 사마귀를 향해 날아갔다.
-키에에에!
사마귀는 목숨을 잃고 추락했다.
‘한 방이네.’
칸은 사마귀의 괴성을 들으며 와이번의 옆구리를 찼다.
사마귀때문에 느려진 비행 속도가 다시 빨라졌다.
“으하악!”
베르몬트가 기겁하며 칸의 등을 와락 안았다.
그녀가 소리쳤다.
“너 나한테 안기는게 그렇게 좋냐!”
칸은 말을 아끼고 비행에 집중했다.
*
3시간이 지났다.
와이번은 그 동안 쉼 없이 날았고, 54층 후반부에 도착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아스트리드와 하르미노가 보였다.
그녀들은 50m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다.
‘사이가 너무 안 좋은데.’
정령족과 용족이 사이가 안 좋긴 해도, 저 정도는 아니다.
왜 저렇게 서먹서먹한지 참.
칸은 와이번을 몰아 그녀들 사이에 도착했다.
-끄르르.
와이번이 울음소리를 냈다.
“왔군.”
그 소리에 아스트리드가 반응했다.
“칸. 왔구나.”
하르미노도 반응했다.
그녀가 칸에게 날아왔다.
가만히 있는 아스트리드와는 반대다.
“칸. 저 팻말 보여?”
하르미노가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칸은 그 곳을 슬쩍 봤다.
“어. 보여.”
[ 위험! ]이라고 써진 팻말이 보였다.“저게 무슨 뜻일까?”
하르미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베르몬트가 얼굴을 내밀었다.
“딱 보면 모르냐. 위험하다는 소리지.”
하르미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어떤 위험인지가 궁금하다는 거지.”
“그걸 얘가 어떻게 아냐? 이제 도착했는데.”
“칸은 넝쿨더미도 알고 있었어. 이것도 알고 있을 수 있잖아.”
“아니 몰라. 칸은 저 팻말 처음 본다고. 칸 그치. 너 모르지.”
그녀들이 동시에 칸을 응시했다.
어느새 아스트리드도 날아왔다.
칸이 말했다.
“팻말을 지나면 게이트가 열릴걸.”
베르몬트와 하르미노의 희비가 갈렸다.
베르몬트는 고개를 숙였고.
“역시…..”
하르미노는 뿌듯한 얼굴을 했다.
“니들 뭐하나?”
그때, 아스트리드가 끼어들었다.
“몰라도 돼.”
“가만히 있어라. 용족.”
베르몬트와 하르미노가 동시에 공격했다.
아스트리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런 가증스러운 것들이……”
아스트리드가 하르미노를 째려본다.
‘날 잡아서 친하게 만들어야겠다..’
칸은 중재에 들어갔다.
그가 입을 열었다.
“얘들아. 잠깐 위를 좀 봐줘.”
그러자 베르몬트와 하르미노가 고개를 들었다.
“…..알았다.”
아스트리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위를 보았다.
유리처럼 투명한 결계가 보였다.
결계는 위로 가는 모든 공간을 차단하고 있었는데, 개미 하나 못 지나갈 정도로 촘촘했다.
부수려면 성래족을 불러내 사냥해야 했다.
성래족 게이트는 결계 정중앙에 있었다.
칸이 게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들 보라색 게이트 보여?”
“응.”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칸은 말을 이었다.
“추측이긴 한데, 팻말을 지나면 성래족이 나올 거야.”
그의 말은 추측에 불과했다.
“그렇구나.”
그러나 하르미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동의.”
“믿어주지.”
베르몬트와 아스트리드도 마찬가지였다.
칸은 틀린 적이 없었고, 깊은 신뢰를 받았다.
“그럼 여기서 잠깐 쉬자.”
“엉.”
“응.”
칸은 어느새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는 54층 휴식 포인트를 찾아 그녀들에게 배분했다.
그녀들 사이가 조금 안 좋아서, 포인트간 거리를 벌렸다.
첫 번째는 베르몬트였다.
칸은 세계수 벽의 ‘작은 굴’에 와이번을 주차했다.
“베르몬트. 너는 여기서 쉬어.”
“…..조금 칙칙한데?”
“벌레는 안 나와. 넝쿨더미 애벌레들 봤잖아.”
“…..하긴.”
베르몬트가 수긍했다.
그녀가 칸의 어깨를 잡고 와이번에서 내렸다.
그리고 몸을 돌려 칸을 보았다.
“칸.”
“어.”
“나 데리러 올거지?”
그녀가 눈을 깜빡거린다.
칸은 즉답했다.
“당연하지.”
그녀의 플라잉 마법은 비행 속도가 느리다.
계속해서 협력 플레이을 하려면, 칸이 데리고 다녀야 했다.
게다가 베르몬트는 비행 중 자잘한 도움을 많이 줬다.
와이번이 칸과 베르몬트를 이어보려고 급발진, 급정지를 하는 유일한 흠이 있기는 하지만.
칸은 그녀를 데리러 올 것이다.
“그럼 푹 쉬어. 성래족 사냥하러 가야 하니까.”
칸은 그 말을 끝으로 날아올랐다.
후웅!
베르몬트는 와이번의 뒷모습, 정확히는 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그래도 데려와 주기는 하네.”
*
와이번을 타고 있는 칸.
“이제야 끝났네.”
그는 포인트 배분을 끝냈다.
베르몬트, 하르미노, 아스트리드.
그녀들을 100미터 간격으로 띄워서 휴식 포인트에 넣어줬다.
“와이번아. 우리도 자러 가자.”
칸은 와이번의 목을 긁었다.
-끄르.
[조련(A) 번역] – 정말요?“어. 저기로 가자.”
칸은 베르몬트와 하르미노 사이에 있는 포인트를 가리켰다.
-끄르르.
[조련(A) 번역] – 알겠어요. 근데 말이에요.-끄르르.
[조련(A) 번역] – 오늘 한 명 덮쳐버리죠.와이번이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칸은 와이번의 귀를 잡아당겼다.
“..와이번아. 내가 걔네들 덮칠 정도로 세 보이니?”
-끄르.
[조련(A) 번역] – 아. 안되나요?와이번이 안타깝다는 듯 날개를 쪼그렸다.
칸은 와이번의 목을 쓰다듬었다.
“그만하고 가자. 내일 사냥하려면 쉬어야지.
-끄르.
[조련(A) 번역] – 네.와이번이 날개를 펼쳤다.
그리고 칸이 말한 포인트.
베르몬트와 하르미노 사이 ‘굴’로 날아갔다.
“와이번아. 옆에서 자.”
-끄르.
[조련(A) 번역] – 네.굴은 꽤 넓었다.
와이번이 누워도 칸이 쉴 공간이 남았다.
-그르르.
와이번이 굴에 몸을 눕혔다.
칸은 와이번의 배를 쿠션 삼아 몸을 기댔다.
그리고 환상족의 알을 꺼냈다.
‘간만에 쓰다듬어야지.’
칸은 알을 쓰다듬으며 휴식을 즐겼다.
이 깊고 그윽한 휴식은, 그를 수면으로 끌어들였다.
*
연분홍 머리의 시험관, 루비.
그녀는 반팔티와 돌핀 팬츠를 입고 이불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농땡이다.
“흥~ 흥~”
그녀는 이불을 껴안고 소설책을 읽고 있었다.
“이히히.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군…..”
장르는 역하렘이다.
시녀 하나를 두고 7왕국의 23왕자가 경쟁하는 소설이었는데.
미청년 시종, 금발 상인 등을 합치면 남주 후보가 30명이 넘었다.
총 30권이 넘는 이 역하렘 소설은, 루비의 취향을 저격했다.
“으하앙. 너무 조아.”
그녀는 1왕자를 응원했다.
1왕자는 몸무게가 120kg 넘는 근육질 남자였는데.
가슴에 털이 많다는 설정이 있어서 루비의 최애캐였다.
게다가 지금 루비가 읽고 있는 장면은, 1왕자와 시녀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부분이었다.
-아리아드네. 내가 우유를 사주지.
-…..무슨 우유를 말씀하시는 거죠?
-바나나 우유, 딸기 우유, 그리고 아이러브유.
“꺅.”
루비가 얼굴을 배게에 파묻었다.
그녀의 두 다리가 파닥거렸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그녀는 황홀한 얼굴을 했다.
이런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부족했다.
누군가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평생 이 기분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방해는 언제나 생겼다.
위이이잉-
크리스탈이 울렸다.
“…..모야!”
루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에이 진짱.”
그녀가 이불에서 일어나 크리스탈을 들었다.
발신자는 관리국이었다.
“하아…..”
루비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또 뭘 시키려구…..”
그녀는 인상을 쓰며 크리스탈을 터치했다.
[ 시험관, 루비. 층 이동 명령입니다. ] [ 탑 71층에서 관리자 업무를 승계하십시오. ]“…..어?”
루비의 얼굴이 멍해졌다.
관리자 업무를 승계하라는 것은, 그 층을 맡으라는 의미였다.
“…..승진했다.”
루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