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06)
이세계 골드리치-106화(106/256)
<– 59층으로 가는 길 –>
칸이 비행을 멈춘 것은 58층이었다.
난관 때문은 아니고, 아스트리드와 하르미노가 멈춰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은 세계수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쟤들 왜 멈춰 있냐?”
“쉬려는 걸걸.”
“그런가.”
“그럴걸.”
칸은 아스트리드에게 날아갔다.
“아스트리드.”
“왔군.”
“왜 쉬고 있지?”
“날개가 아프다.”
아스트리드가 날개를 집어서 칸에게 보였다.
날개가 축 늘어져있다.
“그렇군.”
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칸.”
그때, 저 먼 곳에 있던 하르미노가 날아왔다.
칸은 그녀에게 말했다.
“하르미노. 왜 여기서 멈췄어?”
“마나가 없어서.”
“그렇구나.”
그녀들이 멈춘 결론이 나왔다.
5시간의 장시간 비행 덕에 피로가 쌓였다.
그녀들은 휴식이 필요했다.
이렇게 된 거, 그간 미뤄온 일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얘네들 친하게 만들어보자.’
성래족 사냥은 내일 하든 내일 모래 하든 상관없었다.
그녀들의 사이 개선이 먼저였다.
칸은 그녀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쉬자. 대신, 다 같이 쉬자.”
“…..왜지?”
아스트리드가 반문했다.
칸은 변명을 급조했다.
“여긴 벌레 안전지대가 아니야. 뭉쳐 있어야 누가 끌려가도 도와줄 수 있어.”
“인간. 내가 끌려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여기 서식하는 지네들은 마비독이 무기야. 너도 마비 당하면 어쩔 수 없어.”
“…..그건 그렇군. 잠깐. 마비독은 어떻게 알고 있..”
“그럼 쉬러 가자.”
칸은 와이번을 돌려서 날아갔다.
목적지는 세계수 벽에 난 ‘거대 굴’이었다.
“야. 너 용가리한테 반말 쓰네? 다 같이 있으니까.”
“…..그러게.”
칸은 이제서야 깨달았다.
“용. 안 가나?”
“정령. 내가 가든 말든 뭔 상관이지?”
“..그럼 오지 말던가 맘대로 해라.”
하르미노는 정령 날개를 파닥거리며 칸에게 날아갔다.
“…..요즘 것들은 증말.”
천 살 아스트리드도 결국 날개를 펼쳤다.
그녀도 칸에게 날아갔다.
*
드넓은 평야.
기병대가 고블린 무리에게 돌격한다.
“괴이족들을 쳐부숴라!”
“여긴 우리의 영토다!”
기병대 전원이 중갑과 랜스로 무장했다.
“으리야야야!”
“으라라라라!”
구르르르-
수 백의 말들이 진격하자 모래바람이 일었다.
병사들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고블린 무리를 응시했다.
[ 우호적 영토 전투력 보너스 100% 획득! ]이 곳은 제니아 왕국.
칸의 승리로 찬탈한 인간족의 새로운 영토다.
“끼헤헤헤!”
“인간들이 겁도 없이 덤비는구나!”
“인간의 뼈를 이쑤시개로 써주지!”
고블린들은 이빨을 빛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진격해오는 인간족을 기다렸다.
“으라라라라!”
“크라라라라!”
인간족과 고블린 무리가 부딪혔다.
푸슉!
푸확!
“끼헥!”
“끼헤엑!”
중갑 기병대의 랜스 차징.
그 강력한 일격에 고블린들이 뒤로 넘어졌다.
고블린들의 배가 뚫린 것은 아니지만, 피해는 유효했다.
인간족의 사기가 진작되었다.
“으아아아아!”
“할 수 있다!”
“괴이족을 쳐부숴라!”
기병대가 일시에 방향을 틀어 옆으로 후퇴했다.
이제 궁병들의 차례다.
“사격 개시!”
“”하!””
수백의 궁병들이 화살을 발사했다.
고블린 무리에게 죽음의 비가 내려졌다.
“끼에에!”
“끄에에!”
고블린들이 죽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피해는 유효했다.
이 곳의 고블린들은 힘의 탑에 가본 적도 없는 초짜들.
그들은 방어조차 하지 않고 화살을 맞았다.
“이거 이거 못 봐주겠군.”
그때, 오크 하나가 뛰어 나왔다.
그가 돌 하나를 집어 궁병 부대에게 던졌다.
쾅!-
돌이 궁병 부대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몇몇 궁병들이 돌을 피하지 못 했다.
“크하악!”
“내. 내 다리!”
돌에 다리가 깔린 궁병이 비명을 질렀다.
한 궁병은 머리가 깔려서 절명했다.
“허억…..”
“마. 마커스가 죽다니…..”
궁병들이 할 말을 잃었다.
“마. 마커스! 네가 이렇게 죽으면 어떡해!”
한 궁병은 이성을 잃었다.
지휘관이 소리쳤다.
“닥쳐라. 베니스! 정신을 차리고 전투에 집중해라!”
“마. 마커스가 죽었는데 그게 뭔 상관입니까!”
“지금 입을 닥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단 말이다! 젠장할! 전원 사격을 멈추지 마라!”
“”하!””
궁병들이 사격을 다시 개시했다.
그러나 사기가 떨어진 것일까, 발사 속도가 느렸다.
오크가 걸어왔다.
“조금 따갑긴 한데, 아무것도 아니군. 크르르.”
코뿔소만한 괴이족, 오크.
서열 12위 버프가 사라졌어도 그는 괴물이었다.
“인간 학살을 시작해볼까.”
오크가 눈을 빛냈다.
그리고 달려들었다.
쿵 쿵 쿵
“이. 이런 젠장!”
“왜 화살에 맞고도 멀쩡한 거야!”
병사들은 이를 악물고 사격했다.
“크하하! 여기가 니들의 영토라고 해도 날 얕보면 곤란하지!”
오크가 웃으며 달려왔다.
“젠장!”
지휘관이 침음을 삼켰다.
이렇게 되면 비장의 패를 쓸 수 밖에 없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때 쓰려 했지만, 지금 상황이 긴박했다.
지휘관이 소리쳤다.
“천재들! 지금 나와서 싸워라!”
순간, 일곱의 병사가 활을 버리고 칼을 들었다.
그들이 앞으로 나왔다.
종족 강화로 얻은 천재(天才)들이었다.
“내가 공격을 받겠다. 나머지는 둘로 나눠져 옆에서 쳐라.”
“”하!””
일곱의 병사가 흩어졌다.
하나는 오크의 앞으로 달려 나갔고, 나머지 여섯은 반으로 갈라져 옆으로 달렸다.
“기병대! 고블린을 쳐라!”
지휘관은 전장을 누비며 병사들을 통솔했다.
“지휘관님의 명령이다!”
“고블린들을 쳐라!”
“두 번째 돌격이다!”
거리를 벌린 기병대는 다시 한 번 랜스를 빛냈다.
그들이 고블린에게 진격했다.
“크르르. 이거 영토 보너스 때문에 쉽지는 않군.”
오크는 자신 앞으로 달려오는 병사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평범한 병사라면 맞고 쓰러질 공격.
그러나 병사는 달랐다.
후웅!-
그는 몽둥이를 옆으로 피했다.
그리고 오른발을 땅에 박으며 몸을 회전했다.
푸확!-
회전베기가 들어갔다.
오크의 뱃가죽이 살짝 베어졌다.
“…..좀 하는군.”
오크의 얼굴이 굳었다.
그가 몽둥이를 들어 진심으로 내리찍었다.
콰앙!-
강한 충격음과 함께 병사의 칼이 날아갔다.
오크는 몽둥이를 한 번 더 휘둘렀다.
병사는 그것을 피할 생각이 없는 듯 씨익 웃었다.
“뭐지?”
콰앙!-
병사는 머리가 깨져서 사망했다.
“왜 쪼개고 난리야. 크르르.”
오크는 병사를 비웃었다.
그것은 그의 마지막 웃음이었다.
여섯의 병사가 그의 옆을 찔렀다.
푸확!-
“커헉!…..”
오크가 입에서 핏물을 토했다.
병사들은 검을 빼내어 오크를 난도질했다.
오크는 그들의 공격을 버틸 수 없었다.
쿵!
오크가 무릎을 꿇고 땅에 쓰러졌다.
“아크. 네 죽음은 잊지 않겠다.”
“평생 너를 기억하지.”
여섯의 병사는 사망한 병사를 애도했다.
그리고 검을 빼들어 전장으로 달려 나갔다.
궁병들은 오크의 죽음을 멍한 얼굴로 보았다.
“지. 지금 오크가 죽은 거야?”
“우리 힘으로.. 오크를 죽였다고?”
오크의 죽음.
그들은 진작되었다.
“으아아아!”
“인간족도 할 수 있다!”
병사들의 힘으로 일궈낸 오크에 대한 첫 승리.
인간족에게 큰 희망이 되었다.
그들은 영토를 위해 계속 진격했다.
*
58층, 세계수의 넓은 굴.
칸은 그 곳에서 세 명의 여인을 모았다.
‘드워프랑 엘프들 오려면 10시간 정도는 걸릴 테니까.’
그 동안 애들 친해지게 만들고 자면 되겠다.
59층 성래족 사냥은 그 다음에 하면 딱 맞네.
칸은 대충의 계획을 완성했다.
그는 왼쪽부터 베르몬트, 아스트리드, 하르미노 순으로 앉아 있는 그녀들을 보았다.
그녀들은 빵 하나씩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칸이 준 거다.
“우리 시간이나 때우자.”
칸은 자연스럽게 계획을 시작했다.
학창시절 아싸였지만, 지금은 근자감이 있었다.
그는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개그 하나를 꺼냈다.
“얼음이 죽으면 뭔지 알아?”
칸은 일부러 은근히 웃었다.
“얼음이 죽어?…..”
“얼음이 죽는다라…..”
“흐음…..”
그녀들은 빵을 오물거리며 미간을 좁혔다.
칸은 타이밍을 보다가, 개그를 터트렸다.
“다이빙~”
그녀들이 오물거리던 입을 멈췄다.
베르몬트와 아스트리드의 눈은 차게 식었고, 하르미노는 눈을 껌뻑거렸다.
“좀 무리수였던 듯.”
베르몬트는 그 말을 하고 빵을 물어뜯었다.
“인간. 매우 실망이다.”
아스트리드는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하르미노는.
“..얼음이 죽으니까 다이빙. 아하하. 하하.”
묘사할 필요도 없다.
칸은 하나 더 할까 고민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나는 재밌는데..’
칸은 아쉬움을 삼키고 놀이를 전환했다.
개그는 안 먹히니까, 고통이 수반되는 고전놀이가 필요했다.
칸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희 가위 바위 보 손목맞기라고 알아?”
“아니 몰라.”
베르몬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배워볼래?”
“그러지 뭐.”
베르몬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칸은 속으로 웃었다.
원래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랬다.
*
“하. 한 판 더 해! 이 빌어먹을 용족!”
“흐음? 심리전 못하는 정령족 말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데?”
“으으!….. 내 손목만 팅팅 부었잖아!”
“네가 못한 걸 왜 나한테 따지는 거지?”
놀이가 끝났다.
아스트리드와 하르미노의 관계가 많이 진전되었다.
예전에는 차가운 냉기만 흘렀는데, 이제는 뜨거운 열기가 생겼다.
이제 저 열기가 좋은 쪽으로 바뀌면 된다.
“이제 자자.”
칸은 손뼉을 쳐서 환기를 전환했다.
그러자 손목이 팅팅 부은 하르미노가 소리쳤다.
“칸! 나 억울해! 조금만 더 놀자! 이건 놀이잖아!”
“인간. 네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일을 위해 쉴 때가 된 것 같군.”
“도마뱀 너 진짜!”
“도마뱀? 이런 신령스러운 기집애가 어디 만물의 영장에게 하찮은 영물의 이름을!”
‘오..’
정말 많이 발전했다.
서로 간에 욕이 오가는 건 좋은 징조다.
칸은 그녀들에게 친해보인다고 말할까 하다가, 그림이 예상되서 말을 아꼈다.
“칸. 너는 손목 안 아파?”
그때, 베르몬트가 칸의 어깨를 찔렀다.
아스트리드와 하르미노가 서로를 향해 불꽃을 튀길 때, 베르몬트는 칸과 대결을 벌였다.
칸은 그녀의 흥미를 돋우려고 10판 중 9판은 져 준 탓에 손목이 퉁퉁 부었다.
“응? 안 아파?”
베르몬트가 웃으며 칸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녀는 은근히 즐거워 했다.
‘그래. 이거면 됐다.’
칸은 즐거워하는 세 명의 여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은 많이 싸웠으니까, 많이 친해졌다.
내일 있을 성래족 사냥은 한결 수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