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21)
이세계 골드리치-121화(121/256)
<– 환상족의 알 부화 –>
칸의 제안과 세로스의 반응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세로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상인이었고, 자기 아내도 무자비하게 대하는 폭군이었다.
인간의 ‘베르몬트 만남’ 제의는 가당치도 않았고, 어이도 없었다.
그러나 세로스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베르몬트의 유아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시절 베르몬트는 세로스를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었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힘이었다.
그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가 상단을 키우고 골드를 축적하는 이유는 하나.
자신의 딸에게 평생 써도 못 쓸 골드를 선물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베르몬트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세로스에게 베르몬트란, 보물이면서 약점이었다.
“기다려라.”
세로스가 낮게 읊조리고 크리스탈을 들었다.
그의 몸에서 빛무리가 피어나더니, 이내 자리에서 사라졌다.
‘환상 성수 가지러 갔나 보네.’
칸은 빛무리를 보면서 긴장을 풀었다.
천만 골드를 지불했는데 안 준다고 하니 약간 떨렸었다.
그러나 베르몬트를 이용해 먹은 결과, 세로스는 초식동물이 되었다.
‘얼마나 기다리면 되려나.’
칸은 세로스를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로스의 행동에 경악한 하수인들이 보였다.
칸은 그들의 놀란 시선을 받으며 잠시 기다렸다.
이윽고 두 개의 빛무리가 피어났다.
파아-
빛무리가 사라지며 세로스와 이름 모를 환상족 여인이 나타났다.
그런데, 세로스가 환상족 여인을 달래고 있었다.
“릴리아. 유산은 이미 지나간 일이야. 너의 앞날을 위해 해줘야 해.”
“세로스. 너도 알잖아! 우리 환상족은 알을 낳았을 때 한 번만 모유를 짤 수 있어.”
“그러니까 400만 골드를 주잖아. 자존심을 한 번만 낮추면, 평생 풍요롭게 살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모유는 안 돼!”
세로스는 모유를 짜라고 설득했고, 환상족 여인은 본인의 자존심을 피력했다.
환상족 여인의 눈빛에서 강력한 의지가 보였다.
‘..모유가 있는지부터 물어볼걸.’
칸은 그 광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로스 상단이라 넉넉하게 가지고 있을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었다.
‘환상 성수’가 얼마나 귀한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릴리아. 인간이 이미 골드를 지불했어. 한 번만 자존심을 포기하면 돼.”
환상족 여인은 고개를 돌려 칸을 보더니, 더욱 안 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세로스. 미안하지만 안 되겠어. 모유를 짜는 것만으로 내 자존심 전부를 버려야 해. 그런데 그 대상이 인간이라니. 내 아이가 먹을 예정이었을 모유가 인간에게….. 차라리 죽고 말겠어!”
그녀가 세로스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세로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찼다.
그가 환상족 여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릴리아.”
“..왜. 세로스.”
“12년 전 5만 골드 빚지고 가져간 레전더리 스태프 기억나지?”
“…..그게 왜.”
환상족 여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세로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여인을 응시했다.
“20년 전 3만 골드 빚지고 구매한 레전더리 구두는?”
“..그런 얘기를 왜 꺼내는 거야?”
“8년 전 7만 골드 빚지고 가져간 유니크 환상석은 기억나?”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를 왜 꺼내는 거야!”
환상족 여인이 소리쳤다.
세로스는 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릴리아. 너 지금까지 빚 안 갚았어.”
“..그래서?”
“400만 골드 벌어서 빚 갚아야지.”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
환상족 여인이 미간을 좁히고 물었다.
세로스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더니, 얼음처럼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
환상속 여인의 얼굴이 굳었다.
세로스가 지독한 상인이라고 해도 자신을 협박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가 났고, 입술을 깨물었다.
“세로스….. 지금 너는 도를 넘었어.”
“빚 갚으라고 한 것뿐인데.”
“..환상족을 협박한 일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니 릴리아. 빚 갚으라고.”
세로스는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환상족 여인은 그것이 마음에 안 드는 듯 팔짱을 끼고 말했다.
“세로스. 환상족은 탑을 지배하는 존재야. 너에게 골드 몇 푼 빚진 건 인정하지만, 그게 협박받을 이유는 아니야.”
“릴리아. 너는 전부 틀렸어. 탑을 지배하는건 관리국이고, 네가 나에게 빚진 골드는 80만이 넘어. 80만 골드를 빚 져놓고 1골드도 갚지 않은 네가 협박 받는 건 당연한 거야.”
“…..이렇게 나올 거야?”
팩트 폭격을 당한 환상족 여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세로스는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공포의 세로스’라는 이명에 걸맞은 행동을 했다.
“릴리아. 젖 한 번 짜자.”
“…..”
환상족 여인이 충격에 휩싸여 입술을 떨었다.
세로스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수유실」이었다.
*
“수고했다 릴리아. 빚을 제하고 320만 골드를 주지.”
“..앞으로 나한테 말 걸지 마.”
“네가 먼저 내 상단에 오게 될텐데.”
“..빌어먹을 개자식.”
환상족 여인이 세로스를 째려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수치심 가득한 얼굴로 세로스 상단을 나갔다.
‘환상족의 자존심이란..’
칸은 그녀의 빠른 걸음걸이를 보며 탄식했다.
320만 골드는 일반 노동자가 6,400년 일해야 버는 골드.
그 거액을 모유 한 번 짜고 벌었는데, 저렇게 불만이 가득했다.
‘뭐. 짜줬으니 큰 상관은 없지.’
칸은 환상 성수만 받으면 되었다.
그는 세로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세로스는 대리석 벽에 기대고 있었는데, 하수인 하나가 고급 포션을 들고 그에게 왔다.
“세로스님이 명령하신 대로 모유를 담아왔습니다!”
“알겠다. 네가 한 방울이라도 훔쳤다면, 네 가족 전체를 몰살시켜주지.”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꺼져라.”
“넵!”
세로스는 모유를 들고 칸에게 걸어왔다.
“네가 부탁한 물건을 가져왔다.”
“..투명한 거래에 감사하지.”
[ 환상 성수 1개를 획득했습니다! ]칸은 환상족의 반항, 굴복, 수치를 모두 보고 ‘환상 성수’를 손에 넣었다.
아직도 따따한 성수가 양심을 푹푹 찔렀다.
“인간. 네가 한 약속은 지켜라.”
세로스는 그 말을 끝으로 칸을 지나쳐 걸어갔다.
‘베르몬트와의 만남’을 성사시키라는 소리였다.
“..그렇게 하지.”
칸은 베르몬트에게 메세지 한 번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로스가 떠나면서 평화로워진 상단을 한 번 둘러보고, 다시 수인족 접수원에게 걸어갔다.
“고. 고객님.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
접수원은 아직 정신이 안 들었는지 말을 더듬었다.
“아이템 강화를 접수해 주십시오.”
“..넵.”
접수원은 소심하게 대답하고는, 책상 아래쪽을 뒤적거려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여기. 성명이랑 날짜, 그 외 전부 적어주시면 돼요.”
“예.”
칸은 양피지를 받아서 작성했다.
〈 세로스 대장간 이용 예약 신청서 〉
이름 : 칸
종족 : 인간
날짜 : 익일 아침 10시
예상 사용 금액 : 400,000 골드
강화 예정 아이템 : 흡혈검(레전더리)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접수원이 양피지를 받아들었다.
“이름이랑 종족 등 전부 잘 적으셨네요. 그런데….. 흡혈검이요?”
접수원이 칸을 올려다봤다.
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접수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죄송한데 흡혈검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의심하는건 아니고 그냥 확인 차…..”
“알겠습니다.”
칸은 흡혈검을 꺼내 들었다.
검붉은 칼이 형형한 기운을 흘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허억…..”
접수원은 헛숨을 들이키더니, 이내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세. 세로스 상단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접수가 완료되었다.
칸은 접수원에게서 몸을 돌렸다.
환상 성수도 샀고, 흡혈검 강화도 접수했다.
다음 할 일은 내 집 장만이었다.
‘관리지부로 가야지.’
칸은 51층 관리지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칸이 건물을 샀던 51층 관리지부는 여전히 바쁜 모습이었다.
창구 직원들은 손님을 받았고, 손님들은 대기석에 꽉 채워져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칸은 번호표 「985」를 뽑고 대기석에 앉았다.
-985번 고객님!
그렇게 1시간을 기다리니 자신의 차례가 왔다.
칸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구로 걸어갔다.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부동산 구매하려고 왔습니다.”
“아 넵. 어떤 지역을..”
“릴라데아 스트리트와 가까운 곳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부동산 지도를 들고 돌아왔다.
그녀가 지도를 펼쳐서 칸 쪽으로 보이게 했다.
부동산 위치와 가격 등, 세세한 정보가 들어있는 지도.
칸은 릴라데아 스트리트와 가까운 주택 하나를 손으로 찍었다.
“여기가 좋습니다.”
“릴라데아 스트리트 바로 옆 2층 주택이네요. 가격은 2만 골드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문제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판매자분과 연결해 드릴게요.”
직원이 방긋 웃으며 크리스탈을 조작했다.
잠시 기다리니 스크린이 띄워졌고, 엘프족 아주머니가 등장했다.
[ 아이고. 우리 구매자분 반갑습니다. ]아주머니는 20대 여인처럼 젊은 외모였다.
칸은 그녀의 눈가에 난 작은 주름으로 아주머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런데 그런 건 어찌 되든 상관없었고, 집만 사면 되었다.
칸은 본론으로 넘어갔다.
“지금 바로 집을 구매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 네? 집 구경 안 시켜 드려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엘프족 아주머니의 이름은 오르망.
세 명의 엘프 딸을 키운 부잣집 부인이었다.
칸은 퀘스트를 깨다가 오르망의 집에 들어간 적이 있었고, 그녀가 가꾼 포근한 집을 보았다.
세 명의 딸을 키우며 꾸민 공주님 방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그러니까 구경할 필요는 없었다.
[ 어쩜 좋을까. 이렇게 좋은 구매자님을 만나니까 너무 좋네요. ]엘프족 아주머니는 바로 사겠다는 칸에게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방긋 웃었다.
“그럼 바로 골드 보내드리고 입주해도 될까요?”
칸은 다시 한번 구매를 재촉했다.
[ 바로요? ]엘프족 아주머니는 토끼눈을 뜨더니, 허겁지겁 입을 열었다.
[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가구랑 애들 장난감 정리하려면 이틀은 필요해서요. ]“예?”
칸은 그녀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꾸며놓은 인테리어 때문에 2만 골드를 지불하는 것인데, 그게 사라지면 메리트가 없었다.
“정리는 안 하셔도 됩니다. 저는 집을 그대로 구매하고 싶어서요.”
[ 그대로요? ]엘프 아주머니가 입을 가렸다.
칸은 계속 말했다.
“가구랑 주방용품, 그 외 소품 전부 사겠습니다. 얼마면 될까요?”
엘프 아주머니가 눈을 깜박거렸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그게.. 오래되서 전부 버릴 생각이었어요 그냥 전부 드릴게요. ]“정말인가요?”
횡재했다.
[ 물론이죠. ]엘프 아주머니가 방긋 웃었다.
칸은 주머니 속 크리스탈을 터치했다.
[ 거래 대금으로 20,000골드를 지불했습니다. ] [ ‘릴랑 스트리트 C-481’을 획득했습니다! ]칸은 내 집 장만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