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30)
이세계 골드리치-130화(130/256)
<– 개전 –>
전황은 접전이었다.
A팀은 세 마리의 브라키오사우루스를 필두로 단단한 진형을 구축했고, B팀은 아르겐티노사우루스가 전장을 휘저었다.
랩터와 티렉스는 그 틈에서 서로를 물어뜯었고, 트리케라톱스와 스테고사우루스는 전장 이곳 저곳에서 소규모 교전을 이어갔다.
양팀의 우위를 비율로 논한다면 4:6, 아르겐티노를 길들인 B팀의 우세였다.
‘전황을 바꾸려면 아르겐티노를 처리해야 하는데..’
칸은 공중을 날며 B팀 선별인원들을 탐색했다.
전장이 난장판이라 B팀 팀원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환상족인가? 아니면 정령족?….’
그들 중 누가 아르겐티노의 주인인가였다.
‘환상족이 주인이면 큰일인데..’
환상족이 주인이면, 이번 시험은 망했다.
A팀의 유일한 환상족, 아슈리엘이 환상족 둘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령족이면 그나마 낫고..’
정령족이 주인이면 가능성이 보였다.
어떻게든 정령족을 처치하면 아르겐티노는 사라질 것이고.
압도적인 공룡을 보유한 A팀이 B팀을 밟아버릴 수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 아르겐티노의 주인 처치였다.
‘일단 나도 천족 하나는 잡아야겠다.’
천족을 잡는다고 전황이 바뀌는건 아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칸은 와이번을 타고 천족에게 날아갔다.
도착까지는 2분이면 되었다.
*
백발의 고고한 천족.
그가 자신에게 걸어오는 칸을 보며 말했다.
“무슨 자신감으로 나에게 오는 거지?”
“글쎄.”
칸은 흡혈검을 들고 천족 앞에 섰다.
천족은 칸을 비웃으며 말했다.
“인간. 그렇게까지 죽고 싶은가?”
“별로.”
“그럼 어째서 내 앞에 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못 느끼겠군.”
칸은 흡혈검을 들어 천족에게 겨눴다.
천족은 눈을 치켜 뜨더니, 낮게 읊조렸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그의 양 손에서 신성력이 빛났다.
“인간. 무지는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죽기 전 기억하도록.”
천족이 신성력을 흘리며 걸어왔다.
칸은 말 없이 사냥을 준비했다.
*
조지크라반과 바튼즈.
그들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커헉!…..”
“천족은 역시 강하군…..”
그들은 B팀 천족 암살을 실패했다.
천족 여인이 신성력을 흘리며 걸어왔다.
“네놈들을 죽이면 전황이 유리해지겠군.”
그녀가 드워프들의 뒤에 멈춰섰다.
그리고 신성의 창 두 자루를 만들어 양 손에 쥐었다.
“고통 가득한 죽음을 선사해주지.”
그녀가 백안을 빛내며 양손의 창을 내질렀다.
두 개의 창이 드워프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헉!……”
“끄허억!…..”
드워프들이 검붉은 피를 토했다.
결국 생명력은 ‘0’이 되었고, 그들은 사망했다.
그들의 몸에서 백색 가루가 흘러나오며 죽음을 알렸다.
‘우리 팀이 이겨야 부활하는 건가…..’
‘이겨주기를 바란다…..’
그들은 팀의 승리를 기원하며 의식을 잃었다.
[ A팀 선별인원 2명이 사망했습니다! ] [ 그들이 길들였던 공룡들이 초원으로 돌아갑니다! ]키에에에!
우워어어!
랩터 수십과 스테고사우루스 두 마리가 전장을 이탈했다.
천족 여인은 그 광경을 보며 자지러졌다.
“으흐. 으흐흐하하!”
“뭘 쪼개.”
그때, 그녀의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발생했다.
“뭣!……”
천족 여인이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늦었다.
작은 손에서 작열하는 염화가 터져나왔다.
푸화아아!-
“끄아아아악!”
천족 여인이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염화는 그녀의 심장을 완전히 녹여버렸다.
결국 여인은 눈을 까뒤집고 앞으로 쓰러졌다.
[ B팀 선별인원이 사망했습니다! ] [ 그녀가 길들였던 공룡들이 초원으로 돌아갑니다! ]키에에에!
우오오오!
랩터 수십 마리와 트리케라톱스 한 마리가 전장을 이탈했다.
베르몬트는 그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르겐티노 주인은 도대체 누구야?”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 다시 전장을 달렸다.
*
칸은 천족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 작태는 고고했으며, 지루했다.
그는 흡혈검을 들고 검식을 전개했다.
“데빌 슬레이어, 데빌 아우라.”
몸과 검에 마기가 씌워졌다.
그는 입을 벌리고 소리쳤다.
“데빌 로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기가 방출되었다.
“무슨!…..”
천족은 빠르게 발사된 마기에 직격당했다.
“크헉!…..”
몸이 휘청거렸고, 생명력이 상당량 줄어들었다.
천족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이런 미친!.. 신성 보호막!”
새하얀 방어막이 그를 감쌌다.
그러나 칸은 이미 천족 앞에 당도했다.
“데빌 소드.”
그가 검을 내지르며 말했다.
마기가 씌워진 흡혈검이 방어막과 부딪혔다.
파직!
방어막이 과도한 공격력을 버티지 못하고 부숴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천족의 눈이 부릅떠졌다.
칸은 그의 심장만을 응시하며 검을 내질렀다.
검은 심장에 닿았고, 가볍게 꿰뚫었다.
푹!
“허억!…..”
천족의 눈동자에 핏발이 서렸다.
칸은 조용히 흡혈검을 빼냈다.
“끄헉!…..”
천족은 생명력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 B팀 선별인원이 사망했습니다! ] [ 그가 길들였던 공룡들이 초원으로 돌아갑니다! ]“천족 하나 잡았네..”
칸은 서서히 소멸되는 천족을 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 와이번에 올랐다.
“이번아. 가자.”
다음은 사냥감은 거인족이었다.
*
[ 성신, 공허의 강탈자가 칸(인간)을 보며 경탄합니다. ] [ 성신, 핏빛 강의 아름다운 살인마가 칸(인간)을 보며 고혹적인 미소를 짓습니다. ] [ 소수의 성신들이 700골드를 후원했습니다. ]“성신님들. 아주 감사드립니다.”
아사신은 중계화면을 보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번 시험을 중계하면서 거액을 벌고 있었다.
‘인간의 활약이 아주 대단하군.’
성신들은 예외적인 상황을 좋아했다.
칸의 천족 승리는 성신들이 좋아하는 ‘예외’였다.
‘이거 보너스 두둑하게 받겠는데.’
아사신은 복면 속에서 웃었다.
이번 시험은 공룡도 많았고, 선별인원들의 수준도 높았다.
성신들의 감정 이입을 돕는 인간까지 존재했다.
[ 성신, 수행하는 사제가 콧물을 풀며 감동을 드러냅니다. ] [ 그녀가 2,000골드를 후원했습니다. ]“아이고. 사제님.”
이번 시험은 아주 좋았다.
결과의 좋과 나쁨을 떠나서, 이미 골드를 왕창 벌었다.
“성신님들. 여기 또 흥미롭습니다.”
그때, A팀 정령족과 용족이 전투에 들어갔다.
상대는 B팀의 정령족이었다.
*
“용. 넌 이 전투에 가담하지 마라.”
“웃기고 있군. 정령족 둘을 너 혼자 상대하겠다고?”
하르미노와 아스트리드.
그녀들은 B팀 정령족 앞에서 잡담을 떨었다.
“떠들기를 좋아하니 강한 상대는 아니군.”
“동감이야. 주피트.”
B팀 정령족들은 조소를 흘렸다.
그녀들은 불의 상급 정령과 계약한 강자들이었다.
“샐러맨더. 잠깐 우리 좀 도와줄래?”
그녀들 중 하나가 불의 중급 정령, 샐러맨더를 불렀다.
불도마뱀 수십 마리가 땅 위에 소환되었다.
“저 오만한 자들을 태우거라.”
“깔끔하게 처리하렴.”
B팀 정령족들이 공격을 명령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주인님의 뜻대로.
수십의 샐러맨더가 명령을 받아들였다.
그들의 화염의 구체를 모아서, 발사했다.
푸화아아!-
단순한 화염이었지만, 그 위력과 크기는 아스트리드를 상회했다.
“이래서 정령이 사기라니까..”
아스트리드는 입술을 비틀고 방어마법을 준비했다.
그때, 하르미노가 손을 뻗었다.
“운디네들아. 공격을 막아줘.”
파아-
그녀의 주변으로 수백의 운디네가 소환되었다.
운디네들은 바로 물의 방벽을 전개했다.
콰아!-
물의 방벽이 화염을 틀어막았다.
“고마워. 운디네들아.”
하르미노는 감사를 전하고 다음 정령을 소환했다.
“시큐엘. 이 곳으로 와줘.”
그녀의 벽안이 푸르게 빛났다.
*
같은 시각, 초원의 다른 곳에서는 거인과 거인이 싸우고 있었다.
콰앙!-
두 개의 몽둥이가 부딪히며 굉음이 터졌다.
거인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다.
“우리는 친우였으나 이제는 싸우는구나!”
“크하하! 이런 날이 온다는 걸 알고 있었잖나!”
“부정은 못하겠군!”
“쓸데 없는 대화는 그만하고 승부를 겨루자!”
B팀 거인이 몽둥이를 빼서 휘둘렀다.
A팀 거인은 몽둥이를 들어 그것을 막았다.
콰앙!-
폭음이 터지며 땅이 진동했다.
“다음 층으로 가는건 나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두 거인은 몽둥이를 휘두르며 여러 번의 합을 겨뤘다.
그렇게 두 거인의 몽둥이에 금이 갔을 때, A팀 거인은 근육에 한계가 왔고, B팀 거인은 견딜만 했다.
결국 B팀 거인이 승기를 잡았다.
“이제 쉬어라!”
B팀 거인이 소리치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A팀 거인은 몽둥이를 들지 못했고, 몽둥이에 옆통수가 가격당했다.
콰앙!-
A팀 거인의 머리에서 대포 소리가 났다.
뇌가 박살난 것이 명확한 상황.
A팀 거인은 정신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쿠웅!-
[ A팀 선별인원이 사망했습니다! ] [ 그가 길들였던 공룡들이 초원으로 돌아갑니다! ]B팀 거인은 죽은 친우를 보며 말했다.
“와쿤가. 이제 하늘에서 편히 쉬어라.”
“..거 참 대단한 말을 하는군.”
그때, 거인의 어깨에 칸이 착지했다.
그는 B팀 거인의 귀에 대고 도발했다.
“죽여놓고 편히 쉬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뭐야?”
B팀 거인이 놀란 얼굴로 칸을 보았다.
칸은 무표정한 얼굴 흡혈검을 들었다.
B팀 거인은 그 모습을 보더니,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벌레가 날아왔군.”
그가 몽둥이를 들어 칸이 있는 어깨로 휘둘렀다.
후웅!-
칸은 어깨에서 뛰어내려 몽둥이를 피했다.
그러자 저 멀리서 와이번의 브레스가 날아왔다.
푸화아-
“크아아아악!”
거인이 브레스를 맞으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땅에 착지한 칸은 거인의 발목으로 걸어갔다.
“데빌 아우라, 데빌 소드.”
흡혈검에 마기가 씌워졌다.
칸은 그 검으로 거인의 발목을 내리찍었다.
푹! 푸삭! 푹!
총 세 번의 검격이 피부와 근육, 뼈를 베어냈다.
“크하아악!”
거인족이 고성을 지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칸은 반대족 발목으로 달려가 검격을 전개했다.
“데빌 소드!”
푸확!
검격 한 번에 근육이 베어졌다.
“크하아악!”
거인족은 계속해서 날아오는 브레스에 정신을 못 차리고 땅에 엎어졌다.
그는 A팀 거인과의 전투로 스태미너가 바닥났고, 그를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칸은 그의 종아리와 허벅지, 등을 타고 달려서 목에 당도했다.
“너도 친우와 함께 쉬어라.”
그는 그 말을 끝으로 흡혈검을 찔러넣었다.
푹!
흡혈검이 목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거인족은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졌고, 이내 숨을 거두었다.
[ B팀 선별인원이 사망했습니다! ] [ 그가 길들였던 공룡들이 초원으로 돌아갑니다! ]“..끝났네.”
칸은 검을 빼내고 목의 상처를 보았다.
피부의 단면, 잘라진 혈관, 잔뜩 고인 핏물..
“어우..”
오래 보니 정신 건강에 안 좋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서 공룡들의 전장을 보았다.
크아아!
우워어!
전장은 공룡 절반이사라져 있었다.
전투 중에 죽거나, 선별인원의 죽음으로 이탈한 것.
남은 것은 B팀의 아르겐티노사우루스.
A팀의 티렉스와 트리케라톱스, 자이언트사우로스 정도였다.
이제는 공룡보다 선별인원들의 전투가 눈에 띄었다.
펑-
칸은 초원 한 곳에서 터지는 환한 빛을 보았다.
“저건…..”
눈을 가늘게 뜨니, 전투 중인 세 명의 환상족이 보였다.
A팀 환상족 아슈리엘과, B팀 환상족 2명이었다.
“..아슈리엘이 하나는 데려가야 할텐데.”
칸은 침음을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
“다음 교전으로 가야겠네.”
그는 와이번에 올라타 다음 교전을 찾았다.
*
같은 시각, A팀과 B팀의 정령 대전이 끝났다.
결과는 B팀의 승리였다.
하르미노와 아스트리드는 힘을 합쳐 대항했지만, 두 명의 정령족을 이길 수는 없었다.
호수에서 싸웠다면 승산이 있었겠지만, 물 한 방울 없는 초원에서 싸운 하르미노는 결국.
“죽어라. 물의 정령족.”
B팀 정령족에게 심장을 뚫렸다.
하르미노는 피를 토하며 죽음을 맞이했다.
‘결국….. 졌네…..’
그녀는 전투로 모든 마나를 소진했다.
모든 정령은 역소환되었으며, 더 이상의 정령 소환은 불가능했다.
그녀는 심장이 불타며 사망했다.
“후…..”
하르미노를 죽인 정령족, 리아스는 한숨을 쉬고는, 불바다가 된 주변을 둘러보았다.
“쉽지 않은 전투였어…..”
불에 타 죽은 아스트리드, 익사당한 주피트가 보였다.
2대2로 시작한 전투는 세 명이 죽고 나서야 끝났다.
“이러다 죽겠네…..”
리아스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도 하르미노를 죽이며 모든 마나를 소진했고, 아무런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이겼으니 다행이야. 쉬면서 마나를 휴식하면 되겠어.”
리아스는 불에 휩싸인 초원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것은 그녀의 마지막 미소였다.
푸화아!-
지옥의 염화가 리아스를 집어삼켰다.
“끄아아악!”
리아스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마나가 없기에, 대항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염화에 불타며 사망했다.
[ B팀 선별인원이 사망했습니다! ] [ 그녀가 길들였던 공룡들이 초원으로 돌아갑니다! ]푹.
사망한 리아스가 풀바닥에 엎어졌다.
그녀의 옆으로 염화의 주인, 베르몬트가 걸어왔다.
그녀는 걸어오면서 하르미노와 아스트리드의 시체를 보았다.
‘..다 죽은 거야?…..’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러나 하르미노의 몸에서 피어나는 하얀 가루는, 죽음의 명백한 증거였다.
베르몬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왜 다 죽고 난리야…..’
그녀는 다음 전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다음 전장 중 하나인 환상족의 전장.
이곳도 마무리 단계였다.
“아슈리엘! 너 설마 그걸 하려는 건 아니겠지!…..”
“할 거다. 멍청한 놈들아.”
B팀 환상족이 당황해서 소리쳤고, 아슈리엘은 덤덤하게 말했다.
“변사의 결계가 뭐 어때서 그래?”
변사의 결계.
자기 목숨을 바쳐서 전개하는 환상계 자폭 마법이었다.
그 효과는 결계 안의 모든 생명체 소멸.
그 덕에, B팀 환상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슈리엘! 환상족이 이런 짓을 하면 어떡하나!….”
“맞다 아슈리엘! 네가 죽으면 마족과 인간이 용을 이겨야 한다! 설마, 인간 따위가 용을 이길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B팀 환상족들은 아슈리엘에게 현실을 말했다.
현재 A팀의 생존자는 환상족, 마족, 인간족이었고.
B팀의 생존자는 환상족, 환상족, 용족이었다.
아슈리엘이 환상족들과 자폭하면, 인간족과 마족이 용족을 이겨야 하는 상황인 것.
아슈리엘의 자폭은 자충수였다.
“니들이 그러니까 더 확신이 든다.”
그러나 아슈리엘은 확신을 굳혔다.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과 자폭하면 아르겐티노는 도망가잖아?”
순간, 환상족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내 환상족 하나가 평정심을 유지하며 소리쳤다.
“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닐텐데! 네가 죽으면 인간과 마족이 용을 이겨야 한단 말이다! 그런 일이 가능할거라 생각하나!”
칸과 베르몬트의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남들이 봐도 그 논리는 정확했다.
그러나 칸을 봐온 아슈리엘에게는 아니었다.
“어. 이길걸”
그는 덤덤한 얼굴로 긍정했다.
“인간이랑 마족이 용을 이길거라고?…..”
“…..미쳤군. 아슈리엘.”
환상족들은 아슈리엘을 미친놈 취급했다.
그러나 아슈리엘은 확고했다.
그가 금안을 빛내며 소리쳤다.
“변사의 결계!”
“이런 미친!…..”
“아슈리엘..! 너는 자기 무덤을 판 거다!”
콰아앙!-
변사의 결계가 폭발했다.
휘이이이-
초원은 거대한 빛 폭발에 휩싸였다.
[ ‘변사의 결계’ 효과 발동! ] [ 5km 반경의 모든 생명체를 30분간 기절시킵니다! ]결과, 중생대 초원의 모든 생명체들은 30분간 기절되었다.
*
중생대 초원은 많이 달라졌다.
푸르렀던 들판은 황량해졌고, 공룡도 눈에 띄게 줄었다.
키에에-
우우웅-
들판에 남아 있는 공룡은 칸의 트리케라톱스 5마리가 전부였다.
선별인원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 A팀 생존자 목록 ]1.베르몬트(마족)
2.칸(인간족)
[ B팀 생존자 목록 ]1.다이애나(용족)
A팀 2명, B팀 1명.
총 3명 밖에 남지 않았다.
“..칸. 몸은 좀 괜찮아?”
“그럭저럭…..”
베르몬트와 칸은 트리케라톱스 5마리, 와이번 1마리와 함께 생존했다.
그들은 변사의 결계에 정신을 잃고 30분 만에 깨어났다.
“환상족이 자폭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러게..”
그들은 서로의 몸을 일으켜주고, 들판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황량한 들판을 보며 작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칸. 우리한테 모든 게 달린거지?”
“..어. 우리가 이겨야 다 살아.”
그리고 들판 중앙에 도착했을 때는, 상황 정리가 끝났다.
베르몬트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이겨야겠네?”
“..그렇지.”
칸도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 곳으로 걸어오는 B팀 용족, 다이애나를 보았다.
다이애나는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어쩌다 우리만 남았네?”
죽음을 건 상황과 대조되는 가벼운 분위기였다.
“우리한테 모든 게 걸렸어. 그렇지?”
그녀가 팔짱을 끼고 손가락으로 바람을 돌렸다.
칸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네 말이 맞다. 그러니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군.”
그리고 흡혈검을 꺼내들었다.
마지막 전투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