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33)
이세계 골드리치-133화(133/256)
<– 인간족을 위한 참전 –>
아사신의 층이 종료되고 어느덧 2주가 지났다.
그간 탑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 아사신의 층 상급자 시험이 개설되었고, 11월이 되면서 탑의 계절이 바뀌었다.
태양 수정구가 얼음 수정구로 바뀐 것이다.
“눈 내린다!”
“춥다 추워.”
탑의 주민들은 이 시기, 11월에서 12월을 ‘포근한 계절’이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시험이 열리지 않는, 평온한 나날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탑 속 주민들은 포근한 계절에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냈고, 탑 바깥 고향으로 돌아가 좋은 시간을 보냈다.
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집에서 잉그리드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빠. 내가 먹여줄게!”
지금은 점심 시간이었다.
식탁 위에 차려진 간단한 밥상.
잉그리드가 의자를 딛고 일어서서 칸에게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숟가락에는 마등어 한 조각이 올려져 있었다.
“아빠. 앙~.”
잉그리드가 칸에게 ‘먹여주기’를 시전했다.
칸은 기꺼이 입을 벌려 주었다.
그러자 잉그리드가 방긋 웃으며 숟가락을 밀어넣었다.
“맛있어?”
“…..응.”
칸은 마등어를 삼키느라 대답이 늦었다.
잉그리드는 칸의 ‘응’ 한 마디가 그저 기쁜지 헤헤 웃었다.
“아빠가 구워준 마징어도 맛있당~”
마징어 구이를 오물거리는 잉그리드.
그녀는 2주일이 지나면서 4살 아이의 모습이 되었다.
팔다리도 조금 길쭉해졌고, 통통하던 볼살도 살짝 빠졌다.
비약적인 차이는 없었지만, 별안간 예쁨이 더해졌다.
사실 아름답다고 말해도 되는 수준이었다.
이곳 저곳에서 쓰인 묘사를 빌려오자면, 아역 배우로 세계를 정복할 외모였다.
닭살이 오소소 돋는 묘사였지만, 이보다 나은 표현법이 없었다.
잉그리드는 비정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칸은 여느때와 똑같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줬다.
“잘 먹네. 잉그리드.”
“이히히.”
잉그리드는 배시시 웃으며 칸의 손에 머리를 맡겼다.
칸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잉그리드도 많이 컸으니까, 제니아 왕국 가서 괴이족 좀 잡으러 갈까.’
현재 영토를 빼앗긴 괴이족은, 영토를 되찾으려 인간족에게 전면전을 선포했다.
영토를 다시 탈환하는 것은 불법 행위였지만, 인간족을 멸망시키면 합법적 탈환이 가능했다.
이 세계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호적 영토의 무력 보너스 100%를 제공했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지는 않지.’
괴이족이 그런 걸 신경쓸 종족은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족을 말살하고 영토를 집어삼키기 위해 전쟁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번 갔다 와야겠다.’
그렇기에 칸은 제니아 왕국에 가야 했다.
괴이족 전체를 없애는건 불가능하지만, 적절한 타격을 줘서 인간족에게 여유를 주는건 가능했다.
지금은 인간족을 도울 때였다.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잉그리드. 나는 고향 좀 갔다 올게.”
칸은 식탁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잉그리드도 식사를 끝냈으니, 문제될건 없는 행동이었다.
그는 식기구를 차곡차곡 쌓으며 잉그리드를 보았다.
그녀는 접시를 잡고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 가?…..”
“응?”
“어딜 또 가?…..”
떨리는 금안이 칸을 응시했다.
칸은 어깨를 으쓱하고 재차 말했다.
“말했잖아. 고향.”
“..아빠.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음?”
“지금 중요한건 아빠가 가버린다는 거야.”
잉그리드는 억울한 얼굴이 되었다.
“아빠.. 가지 마.”
그녀가 식탁에서 폴짝 뛰어서 칸의 다리에 붙었다.
그리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가지 말라고…..”
전형적인 떼쓰기였다.
칸은 그녀를 안아들고,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아니. 갈 거야.”
“왜…..”
잉그리드는 더욱 간절한 얼굴이 되었다.
칸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너도 데려갈 건데. 가면 안 돼?”
“…..어?”
잉그리드의 입술이 떨렸다.
“나. 나도 같이?…..”
“응.”
“…..진짜?”
잉그리드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칸은 옅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헤집었다.
“그래. 같이 가자.”
“아빠 짱 좋아!…..”
잉그리드는 빵긋 웃으며 칸을 안았다.
그리고 자신의 볼을 칸의 얼굴에 비벼댔다.
“그래그래.”
칸은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며 생각했다.
‘잉그리드 데려가도 별일 없겠지?’
사실 잉그리드를 안 데려가는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올스탯 S등급.
트롤 따위, 잉그리드 주먹 한 방에 턱이 날아갈 거다.
‘오히려 잉그리드가 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네.’
칸은 참된 진리를 깨닫고 집을 나갔다.
그는 의복점에서 검은색 후드 하나를 사서 잉그리드에게 씌워주고, 분수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잉그리드. 내 손 잡아.”
“응!”
분수대에 도착한 칸과 잉그리드.
칸은 그녀에게 여러가지 주의를 줬다.
누군가 너의 종족을 물으면 인간이라고 말해라.
누군가 너의 신분을 물으면 입양아라고 말해라.
후드는 벗지 마라.-괜찮다고 할 때는 벗어도 된다.-
이렇게 3개였다.
인간족의 정세같은 지루한 이야기는, 같이 잘때 설명해 줘서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제니아 왕국으로 갈 채비가 끝났다.
칸은 잉그리드의 손을 잡고 왕국 크리스탈을 들었다.
[ 제니아 왕국으로 이동합니다. ]*
파아-
칸과 잉그리드는 제니아 왕궁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가 아빠 고향?…..”
“응.”
진짜 고향은 아니지만, 세계관을 따지면 맞았다.
“너무 삭막해…..”
잉그리드가 칸에게 몸을 붙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왕국 입구는 탑 51층, 릴라데아 스트리트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가자, 잉그리드.”
“응…..”
칸은 잉그리드의 손을 잡고 왕국 입구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의 얼굴을 본 경계병들이 허리를 숙였다.
“위대한 국부님을 뵙습니다!”
“위대한 국부님을…..”
“…..그래.”
칸은 닭살이 올라와서 그들을 지나쳐 보나스에게 걸어갔다.
최근 닭살이 너무 자주 왔다.
*
알현실 왕좌에 앉은 보나스.
그는 턱수염을 만지며 대신의 말을 듣고 있었다.
“국왕님. 어젯밤 니네베 마을 송수로가..”
“국왕님!”
그때, 대신의 말을 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흔한 병사A였다.
왕국의 체계적인 훈련에 따라 양성된 병사가 국왕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이건 중대한 소식이 있거나,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리였다.
보나스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그. 그것이 말입니다! 지금 구구구, 국님이 오고 계십니다!”
“…..국님?”
“아. 아니 국부님이 오고 계십니다!”
“무어라!”
보나스가 왕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옆 대신에게 말했다.
“데이라 공주를 이 곳으로 오도록 명하게! 지금 당장!”
“..예!”
대신은 고개를 숙이고 떠나갔다.
보나스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제자리를 돌았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생각으로 가득했다.
‘국부님이 오시면 뭐부터 말씀드려야 하지? 아니, 애초에 내 말씀이 가당키나 한가? 국부님은 인간족의 종족 서열을 올리고 축하도 받지 않으셨다! 그런 성인이신데, 내가 말을 해도 되는 건가!’
그는 너무 앞서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를 진정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국왕님?”
그때, 그를 진정시켜줄 존재가 도착했다.
어젯밤 왕궁에 도착한 공주, 데이라였다.
편안한 평상복을 입은 그녀가 보나스에게 와서 말했다.
“국왕님. 어쩐 일로 저를 부르셨나요?”
그녀는 시녀들이 있기에 체통을 지켰다.
그런데 보나스는 그녀만큼 침착하지가 못했다.
그가 데이라의 어깨를 부여잡고 말했다.
“데이라! 지금 국부님이 이 곳으로 오고 계신다!”
“…..네?”
“국부님이 오고 계신다고!”
“…..헐.”
데이라도 체통을 잃었다.
시녀들 앞에서 헐이라니, 공주고 뭐고 갖다버린 언사였다.
‘국부님이 오신다니까.’
‘이해해 드리자.’
착한 시녀들은 왕족들의 실수를 눈감아 주었다.
그들이 말한 국부는 국왕과 재상, 공주를 살렸으며, 종족 서열을 올린 위인이었다.
국왕과 공주의 반응은 당연했다.
끼익.
그때, 알현신의 문이 열리고 붉은 머리의 남자가 들어왔다.
보나스와 데이라는 그 남자를 보더니, 체통을 던지고 걸어갔다.
‘칸님……’
특히 데이라는 칸에게 안기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했다.
그러나 막상 보니 부끄러워서 그럴 수는 없었고, 결국 칸 앞에서 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냈다.
“국부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으하하! 국부님이 오시니 왕궁이 훤해집니다!”
보나스도 입을 벌리며 진심으로 웃었다.
칸은 옅게 웃으며 답했다.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악수를 건냈다.
보나스는 그 손을 보고는.
“악수까지…..”
두 손을 공손히 모아 잡았고.
데이라는.
“너무 반가워요!…..”
칸에게 방긋방긋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그렇게 기쁘고, 어쩌면 감동적인 재회가 이뤄졌다.
잉그리드만 아니었다면 정말 완벽한 재회였다.
“아빠. 저 여자 뭐야?”
알현실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