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38)
이세계 골드리치-138화(138/256)
<– 11위를 위한 준비 –>
“예. 격상 전투.”
칸은 옆의 드워프들을 무시하고 안내원을 응시했다.
안내원은 입을 달달 떨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으로 달려갔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칸은 그녀의 말대로 기다렸다.
드워프들의 시선을 받으며 기다린지 수십 초.
몰킹과의 전투를 중재했던 로브 차림의 정령족이 걸어왔다.
그가 칸 앞에 서서 인사를 건냈다.
“또 뵙는군요.”
악수가 내밀어졌다.
칸은 별 고민 없이 그것을 잡았다.
그러자 정령족이 손을 몇 번 흔들더니, 손을 놓고 말했다.
“그래서, 서열 격상 전투를 요청하신다고요?”
“예.”
“인간족의 서열 격상은 최근에 있지 않았습니까?”
“격상에 텀을 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요.”
정령족이 그 말을 끝으로 침묵했다.
그러기를 잠시, 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인간족과 해인족 간의 전투 일정을 잡도록 하지요.”
“언제 잡힙니까?”
“……글쎄요.”
정령족이 미간을 좁혔다.
“11위와 12위의 전투는 무게감이 다릅니다. 이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탑 전체가 들썩일만한 대형 이벤트죠. 게다가 지금은 포근한 계절이지 않습니까?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최고의 시즌이지요.”
“일정 잡는데 오래 걸린다는 말을 돌려서 하시는군요.”
“……저번처럼 신속하게 처리할 문제는 아니지요.”
“그래서 일정은 언제 잡힙니까?”
칸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정령족은 더 이상의 변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고, 일정을 말했다.
“2주 뒤에나 잡힐 것 같습니다.”
“확실합니까?”
“예. 2주까지는 어떻게든 맞춰 보지요.”
정령족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머지 설명을 이었다.
“그럼, 칸님을 협상의 장으로 모시겠습니다. 해인족 대표님과 그 곳으로 갈테니 조금 기다려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정령족이 손가락을 튕겼다.
칸은 빛무리와 함께 협상의 장으로 이동했다.
몰킹과 협상을 했던 그 어두운 방이었다.
*
‘대표’라는 직함은 아무나 가질 수 없었다.
오직 종족의 최강자만이 종족을 대표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대표’들의 무력은 종족의 평균을 상회했고, 상상 이상으로 강한 경우가 많았다.
해인족 대표, 무시카도 비슷했다.
그는 수천만에 달하는 해인족 중 최고로 강한 자였고, 해인족에서 두 번째가는 강자보다 압도적으로 강했다.
몰킹이 다른 강자들과 비슷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해인족에서 압도적인 최강자였다.
“부채질 좀 빨리빨리 해라.”
“네. 무시카님.”
“더 힘껏 부치겠습니다.”
무시카는 현재 해인족 도시 고급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하루 숙박비 80골드의 호텔이었는데, 그가 쓰는 돈은 전부 해인족의 도시에서 지원해줬다.
“무시카님은 어쩜 이렇게 잘생기셨어요?”
“맞아요. 무시카님. 복근이랑 가슴 근육이 너무 예술이에요.”
“니들도 나처럼 열심히 살면 돼.”
수영장 앞 나무 침대에 누워 있는 무시카.
푸른 머리의 미남인 그는 안락한 휴식을 즐겼다.
양 옆 아름다운 해인족 여인들은 계속해서 그의 비위를 맞췄다.
“그런데 무시카님. 저번에 마리앙이라는 대장장이에게 청혼 편지를 보낸건 어떻게 되셨나요?”
그런데 순간, 오른쪽에 있는 해인족 여인이 질문을 뎐졌다.
수 개월 전 마리앙에게 보낸 청혼 편지였다.
무시카는 해인족 왕국의 1왕자였고 본처 외에 수십의 첩을 둔 상태였지만, 마리앙이 마음에 들어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몇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오른쪽의 해인족 여인은 그것이 궁금했고, 질문했다.
왼쪽의 해인족 여인이 기겁을 하며 말했다.
“리. 릴라. 그런걸 왜 여쭙는거니? 마리앙이라는 천한 여자 따위, 무시카님의 첩이 되는건 당연하잖니.”
“소식이 없어서 그랬지요. 언니. 저도 그 여자가 첩으로 오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언제오는지가 궁금해서 그래요.”
“릴라. 그만하거라.”
“……왜요?”
오른쪽 여인이 눈치없이 물었다.
순간, 무시카가 들고 있던 오렌지 주스를 땅에 던졌다.
유리잔이 깨지며 주스가 이곳 저곳으로 튀었다.
“묻지 마라.”
무시카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죄송합니다.”
“릴라는 오늘 밤 훈계하겠습니다…….”
해인족 여인들은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무시카는 그것을 보고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나무 침대에서 일어났다.
“다 돌아가라. 나 홀로 몸이라도 담궈야겠다.”
“……명하신대로.”
“……지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해인족 여인들은 부리나케 자리를 피했다.
무시카는 멀어지는 그녀들을 보다가, 미간을 찌푸리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몸을 감싸며 그를 위로했다.
“이제 좀 낫군…….”
마리앙 생각이 나서 기분이 더러웠는데, 물에 들어오니 조금 나아졌다.
‘마리앙. 그 주제도 모르는 여자…….’
물론 완전히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청혼 편지가 거절당했다는 사실은 찢어버리고 싶은 과거였다.
‘마리앙’이라는 단어만 들리면 드높은 자존감에 상처가 났다.
이 더러운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럴때는 한판 싸워야 풀리는데…….’
그는 물속에서 주먹을 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기분이 꿀꿀하니 뭐가 됐든 부수고 싶었다.
’71층이나 다녀올까…….’
71층에 가서 성래족이나 때려잡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이자벨의 층-현재 루비의 층-을 오른 선별인원이었고, 71층에 갈 자격이 있었다.
70층 아래와는 차원이 다른 성래족들을 사냥하면 스트레스도 순식간에 풀렸다.
‘그래. 갔다오자.’
무시카는 기분이 꿀꿀해서 안되겠다 싶었다.
그는 수영장에서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수건을 들어 몸 구석 구석을 닦으며 옷 갈아입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때.
파아-
그의 옆에서 빛무리가 발하며 정령족이 등장했다.
보랏빛 장발에 새하얀 로브, 관리국의 높으신 분이었다.
무시카가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너는…….”
“반갑습니다. 해인족 대표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네가 왜 여기에 왔지?”
무시카가 미간을 좁혔다.
관리국의 높으신 분이 좋은 일을 가지고 왔을 리가 만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인간족이 서열 격상을 도전했습니다.”
“……뭐?”
정령족이 가져온 것은 이례적으로 좋은 소식이었다.
“인간족 대표의 도전이라……”
무시카의 기분을 풀어줄 좋은 일이었다.
그가 씨익 웃으며 정령족을 보았다.
“그 겁대가리 없는 놈이 나한테 도전했다. 그걸 말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이거 환상적이군. 아주 멋진 소식이야.”
“……그럼 지금 바로 가시겠습니까?”
“..뭐?”
무시카가 미간을 좁혔다.
그가 정령족의 어깨를 잡고 열변조로 말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수십 만의 관객들 앞에서 인간족 대표를 밟아버린다. 이거 정말 재밌는 일이잖아. 내가 이걸 어떻게 안하겠나. 응?”
“……그냥 간다고 말하십시오.”
정령족이 무시카의 팔을 떼어냈다.
그리고 무시카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협상의 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이 되겠군! 내가해인족 대표로서! 서열 전투를 승리하는 날이..”
무시카의 말이 한창 진행 중인 그때, 정령족이 손가락을 튕겼다.
파아-
정령족과 무시카는 칸이 있는 ‘협상의 장’으로 이동했다.
*
양초 하나만이 존재하는 어두운 방.
그 곳에 칸과 무시카, 그리고 정령족이 있었다.
칸과 무시카는 진지한 얼굴로 서로를 응시했고, 정령족은 숨 막히는 분위기를 뚫고 말했다.
“지금부터 대표님들의 전투 전 합의를 보겠습니다. 도전을 받은 쪽에게 우선 발언권이 있으므로, 해인족 대표 무시카님. 도전을 받아들이는데 필요한 조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도전을 받은 해인족 대표, 무시카.
그가 발언권을 얻고 입을 열었다.
“글쎄. 우리 해인족 사정이 안좋아서 말이야. 조금 많이 받아야겠어.”
그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에 더해서, 해인족의 사정을 나아지게 할 심산이었다.
“최근에 괴이족에게서 빼앗은 영토 있지? 그거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가 바라는 것은 인간족이 빼앗은 괴이족의 영토.
실제 비율로 따지면 인간족 영토의 60%를 뜯어가겠다는 말이었다.
무시카의 승리가 당연해보이는 이 상황에서, 그의 요구는 과한 감이 있었다.
‘또 길어지겠군…….’
정령족은 길어질 협상에 한숨을 쉬고, 칸에게 말했다.
“인간족 대표님. 해인족 대표님의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까?”
거절하는 것이 당연한 요구였다.
정령족은 다음 멘트를 준비하며 칸의 거절을 기다렸다.
그러나 칸의 답은 승낙이었다.
“받아들이죠. 대신…….”
그가 무시카를 응시하며 말했다.
“제가 말하는 조건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조건?”
무시카가 인상을 찡그렸다.
칸은 계속 말했다.
“인간족의 요구 조건은 하나, 해인족과 인간족이 십년동맹을 맺는 것입니다. 그러면 영토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10년동맹.
그것이 칸이 바라는 요구조건이이었다.
괴이족의 영토는 뺏어도 괜찮지만, 해인족은 위험했다.
해인족은 1서클 마법을 기본으로 쓰는 종족.
그들이 인간족에게 영토를 뺏기면 전면전을 선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족은 버티지 못하고 멸망한다.
그러니 10년의 동맹을 맺고, 종족 혜택을 받는 편이 나았다.
11위가 되서 받는 종족 혜택은, 인간족의 무력을 1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었다.
“뭐야. 겨우 그거?”
무시카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승리하면 광활한 영토를 손에 넣는데, 패배하면 동맹 한번 맺어주면 끝이라니.
이보다 좋은 협상은 없었다.
“좋아. 받아들이지.”
무시카는 칸의 제안을 기분좋게 승낙했다.
‘……놀랍군.’
그들의 협상을 지켜보던 정령족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렇게 평화적인 협상이 이뤄질 줄은 몰랐다.
그는 두 종족의 선한 태도에 감사하며 협상을 마무리했다.
“좋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대표간 계약이 완성되었습니다. 다음 시험은 오늘로부터 2주 뒤 치뤄지겠습니다.”
인간족과 해인족 간의 서열 전투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