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5)
이세계 골드리치-15화(15/256)
# 15
<– 이별과 휴식 –>
[ 어….. 선별인원님. 제가 그렇게 큰 골드를 드린 적이 있습니까? ]야타의 어투가 공손해졌다.
지금 칸이 저지른 일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기 때문.
[ 이상하다….. 지금까지 드린건 500골드가 채 안될텐데….. ] [ 어떻게 그런 큰 돈을 갖고 계셨던 겁니까? ]야타의 현재 심리 상태는 당황 그 자체였다.
어찌나 놀랐는지 머리를 긁다 못해 헝크러뜨려 놓았다.
수백 년간 시험관으로 활동했지만, 이런 사태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다.
이제 막 탑을 오르는 선별인원이 만이 넘는 골드를 가지고 있다니.
환상족도 못하는 일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천 골드만 가지고 있어도 상위 1%에 들어간다.
그런데 만 골드는, 애초에 선례 자체가 없었다.
지금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야타의 층에서, 만 골드를 모은 선별인원이 최초로 등장했다.
최초.
이 단어가 가져오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 아악! 성좌님들! 조금만 자제해주세요! ] [ 간접 메세지좀 그만 보내시고요! 지금 성좌님들이 선별인원에게 접근하는건 탑의 룰에 어긋난다고요! 지금 이래봤자 다 소용없어요! 뇌물도 보내지마세요! 저 뇌물 받으면 탑에서 쫒겨 납니다! ]야타가 허공에 대고 정신없이 이것저것을 만진다.
성좌들에게 송출되는 방송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방송은, 그야말로 난리가 벌어졌다.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선별인원, 칸을 화신(化身)으로 삼고 싶어하는 성좌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
칸을 화신으로 삼을 수 있는 ‘배후성 선택’은 야타의 층을 졸업하고 나서야 시작되건만, 간만에 나온 유망주의 등장에 성좌들이 흥분을 참지 못한 것이다.
성좌들은 탑에 폭풍을 불러일으키는 ‘유망주’들을 끔찍히 아꼈다.
[ 아아아악! ]때문에 현재 야타는, 고생을 제대로 치루고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뇌물 하나 하나를 공손히 거절하는데, 잘못 거절해서 성좌의 심기를 거스르면 시험관에서 짤리고, 그렇다고 뇌물을 받았다가 적발되면 또 짤린다.
뇌물로 짤리는 것은 시험관이 아니었다.
목숨이지.
[ 성좌님들! 제발 그만해주세요! 뇌물은 절대 못받습니다! ]야타가 당황하며 연신 고개를 숙인다.
“이거….. 기분 째지네…..”
“새끼! 꼴 좋다!…..”
“땅에 머리가 닿도록 인사해야지! 크하하!”
용암화산의 선별인원들이 야타를 보며 기뻐한다.
동료 한 명을 떠나보낸 오크팀은 야타의 비굴한 모습을 보며 울분을 털어버리는 듯 했다.
붉은 트롤을 사냥하며 큰 부상을 입은 수인족들도 꼴 좋다며 배꼽을 잡았다.
[ 다수의 선별인원들이, 당신이 행한 복수에 기뻐합니다! ]칸은 얼떨결에 그들의 복수 비슷한 것을 해준 모양이다.
[ 자, 잠깐만요! ]야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성좌들을 진정시킨다.
칸을 향한 성좌들의 열기는 식지를 않았다.
[ 이거 도저히 안되겠네! ]결국, 야타는 양 손 들었다.
지금의 사태는 두 팔 걷어붙이고 진압해야 했다.
선별인원들과의 잡담은 나중으로 미루고, 성좌들부터 진정시켜야 했다.
[ 선별인원님들에게 안내 말씀드립니다. ]하늘에서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지금부터 한 시간 동안 긴급 채널 조정이 있겠습니다. 모든 선별인원분들은 이 장소에서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시간이 지나면 여러분 모두를 제 2 쉼터로 모시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과 말씀 전합니다. ]미리 녹음되어 있던 안내방송을 튼 것이다.
그와 함께 야타가 발광하던 스크린이 꺼졌다.
이제 한 시간 동안 야타는 눈 코 뜰새 없이 바쁠 것이다.
선별인원들에게는, 한 시간의 자유가 찾아왔다.
‘다 끝났군.’
칸은 야타가 사라진 허공을 바라보며 두 번째 시험이 무사히 끝났음을 알았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조용히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저 인간족 맞지?…..”
“어. 맞아.”
“만 육천 골드를 가지고 있었다라…..”
“절대 평범한 놈은 아니군…..”
야타가 사라진 용암화산.
선별인원들의 주의가 칸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칸은 야타에게 대들었고, 인간족 최초로 시험 성적 3위를 달성했으며, 엄청난 빚을 단번에 청산했다.
비범한 인물이라는 증거였다.
대부분의 선별인원들이 칸을 주시한다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야야. 입 다물어. 정령족 지나간다.”
“흡!”
그리고, 정령족의 관심을 받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정령족 하르마노가 칸을 향해 걸어간다.
단지 걷기만 할 뿐인데 종족 서열 2위의 위엄과 품격이 느껴진다.
다른 종족들이 자연스럽게 하르마노가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찍히면 죽는다.
그들에게 하르마노는 죽음의 신과 같았다.
‘이번 회차는 하르마노인가…..’
칸은 자신에게 걸어오는 정령족 여인, 하르마노를 보았다.
‘다행이군.’
그리고 안심했다.
이번 회차의 시험에 하르마노가 걸린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기 때문.
‘종족 전쟁’은 매 회차마다 npc들이 랜덤으로 등장한다.
보나스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랜덤이다.
정령족 하르미노도 예외가 아니다.
하르미노의 자리는 시험 중 단 한 명, 독보적인 강자의 자리이다.
그 자리에 누가 걸릴지는 랜덤이다.
환상족, 정령족, 용족 모두 가능하다.
칸은 운이 좋았기에, 정령족 하르미노가 걸렸다.
하르미노는 정령족 중에서도 순하다고 알려진 물 속성의 정령족.
심기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적대하는 일도 없으며, 잘하면 시험 합격을 도와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좋은 npc였다.
‘먼저 인사드릴까.’
칸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하르미노를 향해 걸었다.
주변의 선별인원들이 숨을 죽이고 칸을 본다.
칸은 하르미노의 앞에 서서 걸음을 멈추었다.
“반갑다.”
그리고 덤덤하게 인사했다.
보나스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른 선별인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환상족 다음으로 가는 강자인 정령족에게 반말이라니.
정령족의 파도에 쓸려 나갈 일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나도 반가워.”
정령족 하르미노가 칸에게 악수를 건낸 것이다.
하르미노의 기품 있는 얼굴에 호기심이 배어 있다.
인간족임에도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야탸의 층에서 1만 골드 모으기를 해냈다.
이 인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좋았다.
처음부터 친한척하면 오히려 어색해지는 법이다.
“칸이다.”
칸이 하르미노의 악수를 받으며 말했다.
“하르미노다.”
하르미노도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둘 사이의 대화에는 종족명이 오가지 않았다.
서로를 동등하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
하르미노와의 짧은 대화가 끝나고, 칸은 곧장 보나스들에게 갔다.
제니아 왕국으로 돌아갈 보나스와 제임스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했고, 데이라를 다른 팀에 넣어줘야 했다.
칸이 하지 않아도 데이라는 스토리상 알아서 다른 팀에 들어가겠지만, 칸이 선별해준 팀에 들어가는 편이 나았다.
“칸님. 언젠가 제니아 왕국으로 오시면 칸님을 위한 축제를 열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보나스가 칸을 부둥켜 안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 그들은, 당분간 보지 못할 것을 알기에 남사스러운 짓을 했다.
칸이 보나스의 몸을 은근히 밀어냈다.
남자들끼리 이 정도 안고 있었으면 됐다.
“그럼 이제 바로 힘의 탑을 나가시겠군요.”
“예. 바로 왕위를 물려받을 준비를 해야지요.”
이제 보나스와 제임스는 제니아 왕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칸이 바꾼 미래의 결과였다.
“그럼 데이라. 따라오시지요.”
“네.”
이제 보나스와 제임스는 해결되었고, 남은 것은 데이라였다.
데이라와 고락을 함께하며 성장해줄 이종족팀을 찾아야 했다.
“이제부터 데이라가 들어갈 팀을 찾아봅시다.”
“..네…..”
뭔가 실망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그녀였지만, 칸은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데이라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종족들이 칸에게 몰려들었다.
칸을 영입하려는 종족들이 다가온 것이다.
칸은 그들에게 탐색(S)으로 레벨과 능력치를 확인하며 알맞은 팀을 찾았다.
“이보게. 발타바트라팀에 들어오지 않겠나? 우리 드워프들과 함께라면..”
“됐다.”
“인간이여. 우리 팀에 들어오게. 우리 엘프 궁수들과 함께한다면..”
“제안은 고맙지만, 됐다.”
드워프와 엘프팀은 보지도 않고 거절했다.
지금 팀을 구하는 것은 칸이 아니라 데이라였다.
자존심 높은 드워프와 엘프들은 데이라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칸이 눈여겨보는 것은 수인족과 해인족이었다.
그들은 드워프나 엘프보다 자존심은 낮고 친화력은 좋다.
데이라를 잘 대해줄 것이 분명했다.
“안녕!”
팀 대여섯을 걸러낸 즈음, 수인족 소녀 한 명이 칸에게 인사했다.
칸은 그 수인족 소녀를 빠르게 스캔하고는,
“안녕.”
미소를 지어보였다.
레벨도 데이라와 비슷하고, 스탯도 골고루 잡혀 있다.
게다가 옆에 수인족이 한 명 뿐이었다.
원래 3인팀이었던 모양이다.
데이라와 친밀한 동료가 되어줄 것 같다.
“우리랑 팀 맺을래?”
수인족 소녀가 활짝 웃으며 악수를 건낸다.
“좋아.”
칸은 그 소녀의 악수를 잡았다.
“근데 난 안될 것 같아.”
그리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잉? 무슨 소리야?”
수인족 소녀가 소개를 갸웃한다.
“나 말고, 이 옆에 있는 여자애를 데려가.”
“……왱?”
“이 여자애도 쓸만해.”
“너보다 강해?”
“아니. 근데 너처럼은 강해.”
“……진짜야?”
“어.”
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은 안한다.
데이라가 레벨 40을 찍고 몰락한 황제의 장창을 장비한 뒤 배후성을 잘 고른다면, 수인과도 붙을 수 있을 거다.
그녀는 누가 뭐래도 칸 이전 최고의 재능이니까.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믿어도 돼?”
“그럼.”
“아니면?”
“날 때려 죽이러 와도 돼.”
“좋아. 네 말대로 할게.”
수인족 소녀가 미소짓는다.
칸은 수인족 소녀에서 시선을 거두고 데이라를 보았다.
그녀는 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데이라. 전 데이라가 이 팀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칸님 결정에 따를게요.”
데이라가 나름 비장하게 대답한다.
“고마워요. 칸님.”
그리고, 자신을 위해 계속 힘 써준 칸에게 활짝 웃는다.
칸은 그녀를 계속 보고 있다가는 감정적이 될 것 같았기에, 일부로 시선을 피했다.
‘이제 다 끝났네.’
데이라의 팀 찾아주기가 마무리되었다.
칸의 일은 다 끝났다고 봐도 좋았다.
칸은 먼 산을 바라보며 나름의 감성에 젖었다.
푹
그런데 그때, 먼 산을 바라보던 칸의 눈이 떠졌다.
가슴팍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진 것이다.
고개를 내려 아래를 보니, 얼굴을 파묻은 데이라가 있었다.
“데이라?……”
멍한 눈으로 데이라의 정수리를 본다.
옆에서 들려오는 수인족 소녀의 휘파람 소리는 무시하고 그녀를 본다.
데이라 히로인 루트가 떴기는 했었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니.
칸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조금만….. 이렇게 있게 해주세요…..”
데이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 순간, 칸은 깨달았다.
자신은 이 곳을 아직 게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게임과 똑같았으니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곳은 현실이다.
모두가 감정을 가진 인격체이다.
데이라는 혼자서 힙의 탑을 올라야 한다.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인 그녀가, 인류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을 지고 탑을 오르는 것이다.
칸은 순간, 그녀가 느낄 두려움을 가늠 조차 할 수 없었다.
칸은 이 세계의 숨은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고, 골드 버프까지 받고 있다.
어떤 배후성이 좋은지, 어떤 시험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데이라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두려워하는 것이 당연하다.
기댈 곳을 찾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
‘하…..’
몸을 뒤로 뺄 수 없었다.
데이라의 두려움을 잠시나마 받아주는 것이다.
팔로 안아주지는 못했지만, 칸은 그대로 그렇게 서 있었다.
[ 1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하늘에서 안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탑은 잠깐의 휴식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 야타의 층 시험관 야타는 이 자리에 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약속한대로 여러분을 쉼터로 모시겠습니다. ] [ 이번 쉼터는 7층에 위치한 해인족의 도시입니다. 기간은 3일, 3일 동안 피로도 푸시고, 마음의 안정도 얻기를 바랍니다. ]“칸님….. 이제 또 떨어지겠네요.”
데이라가 슬픈 눈빛을 한채 칸을 올려다본다.
어차피 다음 시험 가면 다시 만날 수 있는데, 너무 감정에 젖은 듯 했다.
“또 만나면 됩니다.”
칸은 데이라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 그럼, 여러분을 해인족의 도시로 모시겠습니다. ]그 순간, 용암화산의 선별인원 전원이 자리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