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52)
이세계 골드리치-152화(152/256)
<–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여정 –>
“사겠다고? 얼마에 살거지?”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지.”
칸은 그 말을 끝으로 환상족에게서 멀어졌다.
그는 모래바닥에 쓰러져 있는 하르미노에게 걸어가 몸을 낮췄다.
“하으…….”
그녀는 복부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아직 고통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것.
마나 회로의 뒤틀림은 조금 많이 위험한 딸꾹질이었고 적절한 조치가 필요했다.
“끅…….”
칸은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복부에 손을 얹었다. 그녀가 칸의 손을 더듬거리면서 붙잡았다. 칸은 그 손을 뿌리치지 않고 조처를 시작했다.
그는 하르미노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좋은 말들을 해줬다.
할머니가 손주 배를 쓰다듬는 것처럼.
“흐아…….”
하르미노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마나 회로가 뒤틀렸을때 가장 필요한건 심리적 안정이지.’
평생 마나불구자가 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적절한 조치였다.
‘이게 이렇게 도움이 되네.’
초보자 시절 마법사 npc를 간호하는 퀘스트를 했는데 그걸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다.
“하아…….”
하르미노의 얼굴이 한결 편해졌다.
칸은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하기로 했다.
그는 하르미노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녀를 칭찬했다.
하르미노 예쁘다. 착하다. 기특하다……
“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칸……”
하르미노는 얼굴이 달라올랐지만 가빴던 숨은 눈에 띄게 진정되었다.
‘효과 좋네.’
칸은 그녀의 푸른 머리칼를 쓰다듬으며 낯부끄러운 말들을 계속 지껄였다.
하르미노는 뭐라 말하고 싶으나 말은 할 수 없는 듯, 입술을 달싹거리며 칸을 보았다.
“인간. 그쯤이면 됐다.”
그때 칸의 어깨에 손이 들어와 그를 뒤로 잡아당겼다.
칸이 어이쿠 하면서 위를 보니 불만스러운 얼굴의 아스트리드가 보였다.
그 상태에서 눈알을 굴리니 해괴한 얼굴을 한 베르몬트도 보였고, 눈을 가린 거인족도 보였다.
칸을 남사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죽어가는 애는 살리고 봐야지?’
칸은 떳떳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다른 이들도 그의 올바른 행동에 뭐라 할 수는 없어서 침묵을 지켰다.
‘그럼…… 이제 환상족 얼굴을 봐 볼까.’
칸은 몸을 돌려서 환상족을 응시했다. 다른 이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왜 다들 나를 노려보는거지?”
팀원 전원이 환상족을 노려보았다.
같은 팀원의 마나 회로를 망가트린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했다.
“어이가 없군.”
그런데 환상족은 책임을 지기는 커녕 사과 한 마디 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내 덕분에 오늘 밤을 넘겼건만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다니. 여기 놈들은 기본적 예의도 없는 건가?”
그는 오히려 불만을 드러냈다. 조금 더 자신에게 존경을 드러내라는 의사의 표현이었다.
정작 B팀 팀원들의 냉담한 얼굴은 풀릴 줄을 몰랐지만 환상족은 계속 높은 자세를 취했다.
‘저런 놈은 절대 사과 안하지.’
계속 노려봐도 부질 없었다.
“다들 이쯤하자.”
칸은 손뼉을 치면서 딱딱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모두 오늘도 수고했어.”
그는 선별인원들의 노고를 치하했고 다음 일주일 간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투사의 심장 매입 건으로 넘어갔다.
“투사의 심장을 천 골드에 사주겠다고?”
“그래.”
“이거 횡재구만!”
거인족이 바로 투사의 심장을 들어밀었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들은 오히려 더 했다.
“너한테 무슨 돈을 받냐?”
“그냥 가져라. 인간.”
“칸. 이런 거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베르몬트, 아스트리드, 하르미노.
이 세 명의 여인은 무상으로 투사의 심장을 내주었다.
환상족과 백발 용족도 마찬가지였다.
“이딴 잡템 따위 나에게는 필요 없다.”
“솔직히 이번 시험은 네 덕을 보고 있거든. 그냥 줄게.”
“……고맙다.”
칸은 예상치 못한 호의를 연속으로 받았다.
종족 전쟁은 이렇게 따스한 게임이 아닌데 이상했다. 괜히 마음 한 구석에서 이상한 감정까지 꿈틀거렸다.
“인간! 미안한데 난 골드가 없어서!”
“……누가 뭐라 그랬냐.”
거인족은 골드를 요구했다.
‘차라리 이게 편하다.’
다시 종족 전쟁으로 돌아온 기분.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거인족과 거래했다.
[ 거인족, 우통가에게 1,000골드를 보냈습니다. ] [ 투사의 심장 1개를 획득합니다. ]그렇게 해서 투자의 심장 7개를 성공적으로 모았다.
이제.
미스릴 원석 7개
강철 500개
백금 500개
드래곤 하트 1개
이렇게 네 종류의 아이템만 모으면 환상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칸은 기대감을 가득 품었다.
그는 자리를 깔고 누운 선별인원들을 보고는 혼자 피라미드 건설지로 걸어갔다.
그리고 듀라칸을 처치하며 획득한 포인트로 하급 일꾼 20마리를 구매했다.
-!
하급 일꾼 20마리가 부리나케 피라미드로 달려갔다.
칸은 그들이 곡괭이를 찍는 것까지 보고 시선을 거두었다. 그도 이제 잘 시간이었다.
“하암.”
그는 하품을 하면서 이부자리를 편 뒤 몸을 눕혔다.
‘이제 일주일 동안 또 포인트 모아야겠네. 환상템 재료도 모으고.’
그는 별무리를 구경하며 다음 일정을 고민했다.
“……인간.”
그런데 그때, 갑작스러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아스트리드가 그를 보고 있었다.
“어쩐 일이야. 아스트리드?”
“…내 마나 회로가 조금 꼬인 것 같다.”
어눌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칸은 황당한 발언에 미간을 좁히고 몸을 일으켰다.
“……마나 회로가 꼬였다고?”
“…그렇다. 인간.”
칸은 아무래도 이상해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답답한 듯 자신의 상태를 재차 알렸다.
“마나 회로가 꼬였다.”
“…정말?”
“……많이 꼬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뭐지.’
그녀의 상태는 딱 봐도 건강했다. 마나 회로가 꼬였다면 배를 부여잡고 뒹굴어야 했다.
그런데 그녀는 배를 만지기만 할 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칸은 그녀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어서 어색하게 말했다.
“…그럼 편안한 자세로 푹 자. 그러면 나아져.”
“…….”
아스트리드의 표정이 나빠졌다. 그녀의 입꼬리가 내려갔고 눈동자에서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다.
“그렇게 하지.”
그녀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모래가 신경질적으로 튀겼다.
‘아스트리드가 왜 저러지…….’
칸은 멍한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칸! ]그때, 칸 옆에서 스크린이 띄워지며 루비가 나타났다.
‘얘는 또 왜…….’
그녀는 양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 있었는데 칸을 보자마자 꾸짖음을 날렸다.
[ 너 때문에 후원금 팍 줄었짜나! ]“그건 뭔 소리……”
[ 몰라몰라! 칸 때문에 내 방송 다 망해써! ]“……뭐?”
방송이 다 망했다니.
칸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루비를 보았다.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칸을 향해 일갈했다.
[ 요즘 성신님들은 달달한 로맨스를 좋아해! 그게 트렌트라고! ] [ 픽- ]그리고 스크린이 꺼졌다.
“?…….”
칸은 황당한 얼굴로 루비가 사라진 허공을 보았다.
*
그 뒤로 일주일이 지났다.
“비야. 내려라 제발.”
칸은 스폰지역에서 비가 오기를 간청하고 있었다.
2주 내내 태양 수정구만 보니까 피부와 안구가 나날이 건조해졌다.
차가운 빗줄기가 전신을 때려주는 것이 그의 소원이었다.
“…에흐. 이런다고 와주는것도 아니고.”
그는 3분 정도 하늘을 향해 청하다가 몸을 거두었다. 다 부질 없는 짓이었다.
“쓸모 있는 일이나 해야지.”
그는 신발 특수능력, 이동을 발동해서 스폰 지역에서 2분 거리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 이젠 뭐하는 거야? ]어느새 나타난 루비가 스크린에 얼굴을 가까이하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보면 알잖아.”
칸은 퉁명스럽게 대꾸하고 오아시스에 발을 담궜다.
[ 칸 나쁜 남자구나! ]루비는 칸의 뒷모습을 보며 나쁜 남자라 칭했다.
‘지치지도 않나보네.’
칸은 그녀를 무시하고 오아시스에서 발을 씻었다.
요즘 루비가 하루 3번씩 와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대체 왜 인간을 중계하러 오냐고 물어봐도.
[ 그치만…… 칸이 후원금을 제일 많이 벌어주는걸! ]귀여운 척을 하면서 애정을 표현하기 일쑤였다.
21층에서도 자기를 위해 평생 곡괭이질을 해달라더만, 무서운 애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 칸. 나는 선별인원 중에서 칸이 제일 좋다? ]“시험관이 선별인원 좋아하면 안 되지.”
[ 와. 그걸 어떻게 알아? ]“……당연한 거잖아.”
[ 헤헷. ]칸은 루비와 잡담하면서 발을 씻었고 목과 얼굴까지 깔끔하게 씻었다.
[ 그런데 칸. 왜 씻는 거야? 오늘 아침에 씻었자나. ]“신에게 나아가려고.”
[ 시. 신에게 나아간다고?…… 성신님들 이리 와서 같이 칸 구경해요! ]“…….”
칸은 루비의 장사성 멘트를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는 몸을 단정하게 하고 자기 할 일, 성신에게 재료 구걸하기를 시작했다.
“성신님. 지금 독대를 청해도 될까요?”
[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근 일주일간 백금 500개를 모았다.
이제 환상템 제작에 남은 재료는.
미스릴 원석 7개
강철 500개
드래곤 하트 1개
이렇게 3개였다.
강철이야 개당 10골드에 상단 가서 사면 되었지만, 미스릴 원석과 드래곤 하트는 그럴 수 없었다.
칸은 지금부터 기적의 창조자에게 드래곤 하트를 부탁할 예정이었다.
미스릴은 환상 등급 금속이라 공물을 바쳐서 얻기에는 효율이 안 좋았고, 74층의 S등급 던전과 피라미드를 공략하면 얻을 수 었었다.
드래곤 하트만 받는 것이 좋은 판단이었다.
“성신님. 숨기지 않고 청하겠습니다.”
칸은 무거운 단어들로 입술을 치장했다. 드래곤 하트를 위함이니 그럴 가치가 있었다.
“저는 드래곤 하트를 원합니다. 성신님이 제게 바라는 호의를 말씀해 주십시오.”
[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평소답지 않은 간접 메세지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칸은 겸손해 보이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답변을 기다렸다. 잔잔하게 퍼지는 오아시스를 보며 3분을 기다린 순간, 성신의 대답이 돌아왔다.
[ 성신, 기적의 창조가가 적절한 호의를 보이라고 말합니다. ]“……적절한 호의, 알겠습니다.”
칸은 성신이 말한 호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골드, 호의 앞에 붙은 형용사에 따라 필요 골드가 달라지는 시스템이었다.
이것을 기적의 창조자 유저가 표로 정리하기도 했는데.
쓸만한 호의 = 100만 골드
마땅한 호의 = 200만 골드
적절한 호의 = 300만 골드
기꺼운 호의 = 500만 골드
대충 이런 식이었다.
칸은 710만 가량의 골드를 갖고 있었고 기적의 창조자가 말한 적절한 호의, 300만 골드를 바칠 수 있었다.
[ 성신, 기적의 창조자에게 3,100,000 골드를 공물로 바칩니다. ]성신의 합격 기준을 널널하게 통과하기 위해 10만 골드까지 끼워 넣었다.
드래곤 하트 하나 얻자고 300만 골드를 바치는 것부터가 심각한 무리수였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기적의 창조자의 요구에 토를 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오아시스에 발을 담군 채 성신의 답변을 기다렸다.
답변은 곧바로 돌아왔다.
[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당신이 바친 적절한 호의에 흡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 [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옵니다. ]‘선물 보따리라고?…….’
그 단어가 들려온 순간 칸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선물 보따리는 성신이 크게 만족했을 때에만 뜨는 단어였다.
[ 선물 보따리가 열립니다! ] [ 강철 100개를 획득합니다! ] [ 강철 100개를 획득합니다! ] [ 강철 100개를 획득합니다! ] [ 강철 100개를 획득합니다! ] [ 강철 100개를 획득합니다! ] [ 궁술 경험치 비약(상급) 5개를 획득합니다! ] [ 궁술 경험치 비약(상급) 5개를 획득합니다! ] [ 궁술 경험치 비약(상급) 5개를 획득합니다! ] [ 궁술 경험치 비약(상급) 5개를 획득합니다! ] [ 난사 경험치 비약(전설) 1개를 획득합니다! ] [ 난사 경험치 비약(전설) 1개를 획득합니다! ] [ 전설 등급 아이템, 드래곤 하트 1개를 획득합니다! ] [ 환상 등급 아이템, 환생의 비약 1개를 획득합니다! ]“허어…….”
수 백개의 광물과 수십 개의 비약, 드래곤 하트와 환생의 비약이 하늘에서 떨어져나와 모래바닥을 뒹굴었다.
환생의 비약은 오아시스로 떨어져서 둥둥 떠다니며 반짝이는 자태를 과시했다.
칸과 루비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 서. 서서성신님들! 저건 환생의 비약인 거에요! ]칸과 루비는 기적의 창조자의 넓은 속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