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56)
이세계 골드리치-156화(156/256)
<– 미스릴 수집 –>
“여기야?”
“어. 여기 맞아.”
칸과 베르몬트가 던전 게이트에 도착했다.
베르몬트는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말했다.
“여기 엄청 먼 것 같은데?”
“걸어서 8시간 거리야.”
“8시간?…….”
베르몬트 입이 떡 벌어졌다. 그녀가 까치 머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돌아갈 때 힘들 듯.”
“그러게.”
칸은 대충 맞장구치며 던전 게이트를 보았다.
[ 고대 신전 ]-종류 : 던전
-공략 난이도 : S
-입장 조건 : 2인
-공략 조건 : 고대 신전에 있는 보물을 획득하라.
-공략 보상 : 발굴 포인트 1,000P
“난이도 S등급…… 좀 위험한 거 아냐?”
베르몬트가 던전 정보를 보더니 미간을 좁혔다. S등급 던전은 무작정 들어갈 장소도 아니었고, 그녀는 하르미노나 아스트리드처럼 상성 보너스를 받지도 못했다. 그녀가 던전 공략에 확신이 없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칸은 확신하고 있었다.
“네가 있어서 가능해.”
신전을 수호하는 문지기를 베르몬트가 처리할 수 있었다.
칸이 게임 속에서 경험한 이 던전의 난이도는 문지기가 7할이었고 신전이 3할이었다.
문지기만 공략하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셈.
그는 몸을 돌려 게이트를 보며 말했다.
“가자. 베르몬트.”
“……아부는 잘해.”
그는 게이트에 한쪽 발을 넣으며 연인의 목걸이를 들었다.
[ 잉그리드. 나중에 아빠 좀 도와줘. ]일종의 보험이었다.
*
던전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백색의 신전이었다. 그리스 시대에 지어진 아르테미스 신전과 흡사한 모습이어서 신성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분위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신전 로비를 지키는 문지기, 유니콘이었다.
아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칸이 로비로 들어가면 나올 것이다.
“까리하네.”
긴장된 분위기를 헤치는 베르몬트의 발언은 제쳐놓고 칸은 로비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이 가.”
베르몬트는 칸의 옆으로 따라와 함께 걸었다.
“와. 이런 신전에서 살면 진짜 살 맛 나겠다.”
‘……이쯤이면 유니콘이 나올 텐데.’
칸은 베르몬트의 한담을 들으며 유니콘의 등장을 예상했다.
그리고 그게 맞았다.
[ 신전 문지기, 유니콘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전으로 가는 계단 앞에서 빛살이 피어났다. 그 빛살은 이리저리 얽혀들며 유니콘의 형상을 만들었다.
-…….
유니콘이 칸을 응시했다.
칸도 녀석을 바라보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괴물이네 괴물…….’
신화 속 생명체이니 당연할 수도 있겠으나 녀석은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레벨 1,200.
환상족 안겔루스가 와도 저 녀석은 못 이겼다. 그렇기에 베르몬트가 필요했다.
[유니콘은 젊은 처녀를 좋아해서 경계심을 풀고 접근한다. 그래서 젊은 처녀 npc를 동료로 데려가면 쉽게 공략할 수 있다.] [이 공략에서 설명하는 추천 npc는 베르몬트(★★★★★), 아리아(★★), 사라(★), 미네르바(★)……]칸의 머릿속에서 술술 떠오르는 공략집.
베르몬트는 추천 npc로 별 다섯 개를 받은 여인이었다. 그녀를 유니콘 앞으로 데려가면 신전 입구는 자동문이 되었다.
-히히히힝
유니콘이 베르몬트를 보며 콧김을 뿜었다. 베르몬트는 칸의 옷자락을 잡으며 경계를 드러냈다.
“쟤. 쟤 뭐냐?”
그녀의 얼굴에 황당이 떠올랐다. 칸은 그녀를 보며 마음속으로 사과한 뒤 연기를 시작했다.
“……유니콘이 여길 지키는 문지기였을 줄이야.”
“유. 유니콘?”
“……이건 다른 방법이 없네.”
“뭐. 뭐가 방법이 없다는 건데?……”
옷자락을 잡은 베르몬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칸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쓸며 말했다.
“베르몬트.”
“……응.”
“던전 공략은 내가 할게. 너는 유니콘을 상대해줘.”
“응…… 뭐?”
베르몬트의 얼굴이 해괴하게 변했다. 그때, 유니콘이 사라지더니 베르몬트 앞에 등장했다.
-푸흥.
유니콘이 베르몬트의 얼굴에 콧김을 뿜었다.
“으악!”
베르몬트가 놀라서 자빠졌다. 칸은 할 수 있는 최대한 미안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미안.”
그리고 유니콘을 지나쳐 신전으로 걸어갔다.
“어? 야! 자. 잠깐만!……”
-히히히힝
“이 미친 조랑말 새끼가 진짜!……”
-푸흐흐흥.
“하지마악! 으학!”
유니콘을 상대하는 베르몬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미안하다. 베르몬트.’
칸은 작은 애도를 표하고 신전 계단을 올라갔다.
*
[ 고대 신전에 입장합니다. ]신전에 들어가니 내부 모습이 보였다.
고대 문양이 적힌 기둥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기둥이 끝나는 지점에 대리석 제단이 있었다.
그 대리석 제단에는 여신의 조각상이 있었고, 조각상 앞에서 명상하는 수도승이 있었다.
[ 신전을 지키는 수도승, 화랑이 당신의 기척을 감지합니다. ]칸은 그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걸을 때마다 나는 또각 소리가 신전을 잔잔하게 울렸고, 전투를 위한 행진곡처럼 들렸다.
그렇게 칸이 제단의 앞에 도달한 순간, 수도승 화랑이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무슨 일로 이 곳에 왔는가?”
“…….”
칸은 말하지 않고 흡혈검을 들었다. 검의 차랑 소리가 화랑에게 명확한 답을 해주었다.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군.”
화랑이 피식 웃으며 눈을 떴다. 그가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칸을 응시했다.
“여신님의 보물을 약탈하러 온 도둑이군.”
그가 칸을 도둑이라 칭하며 일어섰다. 칸은 덤덤하게 말했다.
“도둑은 네놈이지.”
화랑은 그의 말에 허허 웃고는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난 그래도 착한 도둑이다.”
그의 양손에서 황금빛 기운이 일렁였다.
“보물을 훔치러 온 건 아니니까.”
그의 금안도 형형한 빛을 띠었다.
“난 수련을 위해 이곳을 훔친 것뿐이다.”
그가 어느새 계단을 내려와 칸 앞에 섰다.
“네가 나에게서 이곳을 훔칠 수 있을까?”
“못할 거면 오지도 않았다.”
칸은 그 말을 끝으로 흡혈검을 내질렀다.
“어이쿠!”
화랑은 공중으로 뛰어올라 공격을 피했다. 칸은 게오하르그의 검식을 전개했다.
“데빌 슬레이어, 데빌 아우라, 다크 필드.”
그의 몸과 검, 신전이 마기에 휩싸였다.
“헛도둑은 아닌가 보군?”
땅에 착지한 화랑이 말했다. 그는 칸을 응시하더니, 땅을 박차고 돌진해 주먹을 날렸다.
“!…”
칸은 순간적으로 검을 들어 주먹을 막았다.
쾅!
강한 충격음이 터지며 칸이 밀려났다. 그는 간신히 넘어지지 않고 화랑을 응시했다.
‘무력S 550…… 역시 보통은 아니다.’
“흐흐.”
화랑의 전신이 금처럼 빛났다. 저것은 금강불괴였다
“내 금강불괴는 누구도 못 뚫어.”
그가 자만하며 걸어오더니, 순간적으로 땅을 박차고 날아와 발차기를 날렸다.
칸은 몸을 숙여 발차기를 피하고 흡혈검을 휘둘렀다.
“데빌 소드!”
푹!
화랑의 옆구리가 베이며 금강불괴에 흠집이 났다.
“!…”
자신만만했던 화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가 순간적으로 몸을 회전하며 칸의 옆구리에 발차기를 날렸다.
‘이런!…’
찰나의 시간만 있으면 자세를 정비하겠으나 화랑의 발차기는 빛처럼 빨랐다.
쾅!
“커헉!”
발차기에 맞은 칸이 신전 벽으로 날아가 꽂혔다. 그의 등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 생명력이 70% 남았습니다! ]그는 상태 메세지를 치워버리고 화랑을 응시했다.
‘아프긴 더럽게 아프네.’
그가 신전 벽에서 빠져나와 자세를 정비했다. 화랑은 금강불괴의 흠집 덕에 방심을 거두었다.
“넌 보통 도둑은 아닌 것 같군.”
그가 매서운 눈초리로 칸을 응시했다. 그가 두 주먹에 금빛을 새기며 말했다.
“제대로 죽여주지.”
그의 다리에서 강한 금빛이 흘러나온 순간, 그가 대리석을 박차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왼쪽!’
칸은 왼쪽으로 흡혈검을 휘둘렀다. 화랑이 눈을 부릅뜨고 검을 찼다.
콰앙!
‘더럽게 세네 진짜!’
선공한 것은 칸이었으나 정작 밀려난 것도 그였다.
[ 생명력이 50% 남았습니다! ]흡혈검을 잡은 두 손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화랑은 데미지도 입지 않아 흡혈이 발동하지를 않았다.
“…이거, 정말 보통이 아니군.”
화랑이 인상을 쓰고 칸에게 걸어왔다.
‘…이건 내가 처리할 생각을 버려야겠다.’
칸은 그를 보며 혼자 처리할 생각을 포기했다. 왠만하면 잉그리드를 참전시키지 않으려 했으나 그의 힘이 부족했다.
‘잉그리드가 막타 치게 금강불괴만 부숴야지.’
그는 흡혈검을 들고 파멸의 시간을 전개했다.
그의 몸과 검에서 검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 정도면 금강불괴를 깨부수기에 충분했다.
“그건 또 무슨 잡기술이지?”
화랑이 칸을 폄하하며 걸어왔다. 칸은 땅을 박차고 화랑에게 돌진했다.
“데빌 소드!”
“성질 하나는 더럽게 급하군!”
화랑이 인상을 쓰며 발차기를 내질렀다. 칸은 몸의 궤도를 비틀어서 그의 옆으로 쇄도했다.
“뭣!……”
화랑의 얼굴에 당황이 떠올랐다. 칸은 흡혈검을 횡으로 베었다.
푸확!
“큭!”
흡혈검이 그의 상반신을 사선으로 베었다. 그 과정에서 금강불괴의 원천인 심장에 데미지가 들어갔고 금강불괴가 파괴되었다.
“…이런!”
화랑이 땅에 손을 짚고 다리를 휘둘렀다.
‘여기서 끝이구나.’
칸은 자세가 무너져서 피할 길이 없었다. 그는 발차기를 피하지 않고 [유령]을 기다렸다.
“죽어라! 도둑!”
-우워어어!
화랑이 소리친 순간 유령이 소환되어 공격을 무마시켰다.
퍼엉!
“크아악! 이건 또 뭐냐!”
유령이 폭발하며 대리석 바닥이 원형으로 패였다.
펑!
칸과 화랑은 신전의 양 벽으로 날아가 꽂혔다.
[ 생명력이 2% 남았습니다! ]‘이러다 진짜 죽겠네!’
잘못하면 환생의 물약이라도 먹어야 할 판이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일. 칸은 연인의 목걸이를 들고 잉그리드를 불렀다.
[ 잉그리드. 지금 와줘. ] [ 당장 갈게! ]공중에서 분홍색 빛무리가 피어나며 잉그리드가 등장했다. 그녀는 땅에 착지해서 칸을 보고는 경악하며 달려왔다.
“아빠!”
그녀가 만신창이가 된 칸을 보며 입술을 떨었다.
“아. 아빠아!…….”
“난 괜찮아. 괜찮으니까 저 자식 좀 잡아 줘.”
칸은 그녀를 달래며 손가락을 들어 화랑을 가리켰다. 잉그리드는 바로 그곳으로 고개를 돌려 화랑을 확인했다.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저 자식이 아빠 이렇게 만들었어?”
“……어.”
“그렇구나.”
그녀의 눈동자에서 분노가 피어올랐다.
“내가 저 새끼 죽여버릴게.”
쾅!
환상족의 살기가 터져 나왔다. 칸은 1% 남은 생명력에 경악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금만 기다려. 아빠.”
잉그리드가 땅을 박차고 화랑에게 쏘아졌다.
“저 꼬마는 뭐지?”
벽에서 떨어져 나온 화랑은 잉그리드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나 그에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죽어. 이 새끼야!”
야수의 눈을 한 잉그리드가 그에게 날아와 발차기를 날렸다.
“무슨!……”
화랑은 그 발차기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발차기가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쾅!
“켁!”
화랑이 다시 벽에 처박혔다. 잉그리는 지체없이 땅을 박차고 날아가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쾅!
환상력이 부딪히며 충격파가 터졌다. 화랑은 자기 복부에 처박히는 힘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 어찌 이런 힘이!…….’
그러나 경악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칸과 싸우며 기력을 소진한 그는 맞아 죽는 수밖에 없었다.
“죽어!”
잉그리드가 환상력을 양손에 모으고 화랑의 복부에 연타를 날렸다.
쾅쾅쾅!
“크하아악!”
화랑은 그녀의 공격에 맥을 못 췄다. 그는 그저 비명을 지르며 자기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3,200년의 수련을 이어온 화랑. 오늘은 그가 죽는 날이었다.
쾅!
“컥!……”
화랑이 핏물을 토하며 몸을 늘어뜨렸다. 그의 팔과 다리 어떤 부위에도 힘이 들어간 부분이 없었다.
그는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다.
[ 수도승, 화랑이 사망했습니다! ] [ 제단 뒤쪽의 보물을 획득하십시오! ]첫 번째 클리어 조건이 이루어진 순간.
“아빠!”
잉그리드는 지면을 박차고 칸에게 달려갔다.
‘……해냈구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칸은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그녀를 보며 옅게 웃었다. 그녀는 금세 칸의 지척에 당도해서 칸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칸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아빠 괜찮아?…… 나 안겨도 돼?”
“……그럼.”
칸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잉그리드는 입술을 깨물고 칸의 품에 안겨들었다.
“아빠!…….”
칸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 그렇게 서글플까.
“아빠! 내가 평생 아빠 지켜 줄게!”
잉그리드는 연인이 죽기라도 한 것처럼 서럽게 울었다.
칸은 그녀의 등을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마워. 잉그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