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60)
이세계 골드리치-160화(160/256)
<– 본 드래곤 –>
밤바람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사막. 베르몬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뭐하냐니까?”
“……아무것도.”
칸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답했다. 베르몬트는 멍한 얼굴로 칸을 보더니, 갑자기 칸처럼 딱딱한 얼굴을 만들고는.
“오늘부트 화르~ 들겠드~”
칸을 놀려먹었다.
칸은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고, 베르몬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쪽팔려?”
“……잠자다 말고 왜 여기 왔어?”
칸은 대화의 주제를 돌려서 질문했다. 베르몬트는 은근한 눈빛으로 칸을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질문을 받아주었다.
“사막이 좀 춥더라고. 스폰 지역에 걸려 있던 보온 마법이 없으니까.”
“그래서 나한테 온 거야?”
“응.”
“화염 마법 쓰지 그랬어.”
“에이. 자는 틈에 홀라당 타버리면 어떡하려고.”
베르몬트가 칸의 어깨를 때렸다. 아프지는 않지만 왜 때리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베르몬트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안 자려고?”
“아니. 잘 건데.”
“춥다며.”
“그래도 잠은 자야지.”
‘……?’
베르몬트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했다. 그녀 말은 마법이 아닌 수단으로 체온을 유지하면서 자고 싶다는 건데, 그런 방법은 없었다.
칸은 미간을 좁히고 물었다.
“잘 거면 어떻게 자게? 마법은 쓰기 싫다면서.”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해?”
“뭘?”
“……모르지는 않을 거 아냐.”
베르몬트가 갑자기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칸은 해석할 수가 없었다.
‘게임 중에 히로인 공략 좀 해볼걸…….’
탑만 공략한 스트리머의 한계였다. 그는 베르몬트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베르몬트 쪽에서 속이 터졌다.
“……너 진짜 모르냐?”
“…모르겠는데.”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칸은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에이 진짜.”
그녀는 칸의 손을 잡아서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칸의 몸이 딸려가며 베르몬트를 안은 모양새가 되었다.
칸이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이게 뭐하는 건데?…….”
“체온 유지!”
칸이 입을 벌리고 탄식했다. 그녀가 말한 체온 유지 방법은 두 사람이 껴안는 것이었다.
‘베르몬트 호감도가 70이상이면 이런 이벤트가 발생한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칸은 베르몬트와 몸을 붙인 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가만히 서 있기만 하니 베르몬트가 칸의 귀를 잡아당겼다.
그의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너 나랑 자는 거 싫어?”
베르몬트가 인상을 찡그리고 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칸은 순간 그녀와 잉그리드가 겹쳐 보였다.
‘……거절하지도 못하겠네.’
그렇게 모습이 겹쳐지니 약간의 동정심이 들었다. 왜 화염 마법을 안 쓰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베르몬트는 칸을 안고 자고 싶어했다.
칸은 베르몬트의 이마를 쓸어주며 말했다.
“춥다니까 어쩔 수 없네. 그렇게 하자.”
“…….”
칸의 말에 베르몬트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개미 기어가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불 깔아놨으니까 따라와.”
“……어.”
칸은 그녀를 따라 이부자리에 가서 몸을 눕혔다. 그리고 자신에게 안겨오는 그녀에게 몸을 내주었다.
칸은 그녀의 정수리를 보며 말했다.
“이제 안 추워?”
“…….”
베르몬트는 고개만 끄덕였다. 칸은 그녀의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그럼 잘 자.”
[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콧김을 뿜습니다. ]*
밤이 지나서 아침이 되었다.
“이제 돌아가자.”
“……으응.”
칸은 베르몬트와 함께 스폰 지역으로 돌아가서 팀원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5일 뒤 있을 보스급 성래족 대비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팀원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보스급 성래족이 ‘본 드래곤’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본 드래곤이라니!…….”
칸은 당황한 팀원들을 진정시키고 공략을 설명했다.
한 번의 실수가 사망으로 이어졌기에 3번이나 설명했다. 그쯤 되니 선별인원들도 공략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걸로 공략 설명은 끝. 남은 닷새 동안 열심히 포인트 벌자.”
“알았어!”
그렇게 B팀 팀원들은 던전과 미궁, 피라미드를 공략했고 사막의 성래족을 잡았다.
칸은 그들이 획득한 포인트로 상급 일꾼을 구입했고, 석재 채석장과 대리석 채석장을 건설했다.
일꾼들의 불만이 생기기도 전에 그렇게 해주었으니, 일꾼들은 불평 없이 곡괭이를 들었다.
그렇게 5일이 지났고, 시험 5주차 밤 9시 50분이 되었다.
본 드래곤 출몰 10분 전이었다.
“긴장되는구먼…….”
B팀 팀원들은 스폰 지역 앞에서 전투를 준비했다. 그들은 오늘 하루 포인트도 안 벌고 기력을 아꼈다.
‘그런 만큼 이겨야 할 텐데.’
칸은 스폰 지역 맨 앞에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실수만 안 하면 된다.’
그는 본 드래곤이 소환될 밤하늘을 보면서, 홀로 상태창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자.’
레벨 : 457
무력 : 45/999(S)
체력 : 45/999(S)
마력 : 57/999(S)
스킬 : 검술(S), 게오하르그의 비전검술(S), 용의 축복(S), 궁술(S), 난사(A+), 채광(A+), 공포(A+), 카리스마(A+), 압도(A+), 학살(A), 신뢰(A), 달리기(B), 발굴(B), 권력(C+), 희생(C+), 기적(C), 용기(C), 성인(D)
모든 스킬의 등급이 올랐다. 한 달 전보다 1.2배 강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근데 1.2배 가지고는 그닥 쓸모가 없지.’
그는 상태창을 닫고 환상활과 마법화살을 확인했다.
‘이걸 이렇게 하면…….’
5일간 실험을 거치며 유용한 공격 콤보 하나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잿빛 하늘의 지배자]와 [젠킨스의 화살]의 특수능력을 조합한 콤보였는데, 본 드래곤에게 300% 데미지 화살 수천 발을 꽂아넣을 수 있었다.이걸 이해하려면 [잿빛]의 특수 필드, ‘잿빛 하늘’의 상세 정보를 봐야 했는데.
[잿빛 하늘]시전자를 중심으로 잿빛 필드를 전개한다. 필드 내부에 있을 시 데미지가 100% 증가하고, 10초간 아무 행동을 하지 않을 시 절대 은신(상태)에 들어간다.
*절대 은신 : 그 어떤 대상에게도 발각되지 않으며, 첫 공격을 가할 시 은신이 해제된다.
*재사용 제한 : 첫 필드 전개 이후 일주일에 1회 사용할 수 있다.
필드 안에만 있으면 데미지 버프 100%를 항시 적용받는 효과였다.
이것으로 데미지 100%는 얻었고 나머지 200%는 [젠킨스의 화살] 특수능력 [사냥]에서 얻을 수 있었다.
[사냥] 보스급 성래족에게 가하는 데미지가 200% 증가한다.본 드래곤은 보스급이므로 데미지 200%의 효과를 받을 수 있었고, 이렇게 300% 데미지가 완성되었다.
이걸 실행하는 건 간단했다.
잿빛 필드를 전개한 후 [지배]를 발동해 수천 발의 화살을 발사하면 되었다.
그러면 300% 데미지 화살 수천 발을 꽂을 수 있었다.
물론, 이게 가능하려면 다른 선별인원들이 칸을 지켜주어야 했고, 칸은 모든 마나를 소모한 채 제자리에서 화살만 쏴야 했다.
‘불가능한건 아닌데…….’
혹시 몰라 베르몬트와 하르미노, 아스트리드에게 말해 놓았다.
내가 제자리에 멈춰서 활을 쏘면 지켜달라고.
“인간. 그러면 본 드래곤을 죽일 수 있는 건가?”
“이론상으로는.”
“그냥 다 같이 때려잡는 게 낫지 않나?”
“어디까지나 전면전이 안 통할 때의 작전이야.”
아스트리드의 말마따나, 불안한 요소가 많아서 실전에 써먹기는 힘들었다.
‘전면전으로 이겼으면 좋겠네.’
칸은 그리 생각하며 지평선을 보았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생성된 검은 게이트가 보였다.
‘시작이다.’
칸은 잿빛 활을 들고 전투를 준비했다. 팀원들도 부리나케 달려와 스폰 지역 앞에서 일렬로 섰다.
“저렇게 큰 게이트는 처음 보는군.”
“엄청나다!”
모든 팀원이 검은 게이트를 응시했다.
고오오-
게이트에서서 들리는 바람 소리는 뼈다귀가 가득한 황야를 연상케 했다.
“정말 음산하군…….”
아스트리드가 팔짱을 끼고 말한 순간, 게이트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푸오오오오오!
본 드래곤의 울음소리였다.
쿵!
뼈다귀로 된 용의 앞발이 게이트에서 빠져나왔다. 게이트가 뒤로 물러나며 본 드래곤의 형상을 드러냈다.
아스트리드보다 두 배는 거대한 저주받은 용족, 본 드래곤이 보였다.
[ 5주차 보스급 성래족, 본 드래곤이 등장했습니다! ]“저건 정말 괴물이군…….”
팀원들의 기세가 위축되었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본 드래곤에게 천천히 나아갔다.
-크르르……
본 드래곤은 선별인원들을 보며 푸른 안광을 빛내더니 공격을 시작했다.
녀석은 순간적으로 돌진하며 꼬리를 휘둘렀다. 그 꼬리는 거인족을 향해 날아갔다.
“우통가! 피해!”
칸이 소리쳤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커흐억!……”
우통가는 꼬리를 맞고 땅에 처박혔다.
“으어…….”
그는 죽지 않았으나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다. 공략을 무시한 대가였다.
‘거리를 벌리라고 알려줬건만!…….’
칸은 침음을 삼키고 본 드래곤을 보았다.
크오오오오오!
녀석은 이미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뭣들 해! 빨리 움직여!”
B팀 팀원들은 칸의 공략을 따르기 시작했다.
“파멸의 불꽃!”
“헬파이어!”
“환상포박진!”
그들은 각자의 자리를 잡고 공격을 전개했다.
푸화아아!
차라라라!
초고온의 불길과 정령의 힘이 날아갔고, 환상포박진이 본 드래곤을 결박했다.
크오오오오오!
본 드래곤은 공격을 맞으며 괴성을 질렀다.
겉으로만 보면 쉽게 공략될 것 같은 모습.
그러나 실상은 아니었다.
푸아아아아아!
본 드래곤의 브레스가 지옥을 선사했다.
“미친! 저 브레스 범위가!……”
“하르미노! 거인족을 보호해!”
“칸! 너도 보호해줄게!”
“안 돼! 그러면 못 버..”
푸화아아아!-
사막 일대가 푸른 불길에 휩싸였다. 일꾼들이 공격받지는 않았으나 지금 문제는 일꾼이 아니었다.
[ 거인족, 우통가가 혼절했습니다! ]땅에 처박힌 거인족이 푸른 불길 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빌어 처먹을 생명체구나!”
거인족을 본 안겔루스가 분노하며 땅을 박찼다. 그가 허공을 가르며 본 드래곤에게 쏘아졌다.
“환상의 심판!”
그가 수십 미터짜리 빛의 창을 만들어 본 드래곤에게 꽂아넣었다. 본 드래곤은 커다란 데미지를 입으며 괴성을 질렀지만 죽지는 않았다.
푸아아아아아아!
녀석은 브레스를 하늘로 발사했다. 하늘에서 푸른 불꽃이 떨어지며 선별인원들을 공격했다.
“운디네! 팀원들을 보호해!”
절대적 방어막을 자랑하는 하르미노 덕분에 죽음은 면했으나 이대로 가면 몰살 확정이었다.
‘지금이다.’
변화가 필요한 순간.
칸은 환상 활의 특수 필드, ‘잿빛 하늘’을 전개했다.
쾅!
칸을 중심으로 회색 연기가 터졌다. 그 연기는 사방으로 뻗어져 나가며 푸른 불길을 꺼트렸다.
화아아아-
일대가 잿빛으로 변했다. 푸른 불꽃이 떨어지던 하늘도 어둑한 잿빛으로 변했다.
‘브레스 2번이면 마나 절반은 썼겠지.’
잿빛 속에 은신한 칸은 본 드래곤을 주시하며 공격을 준비했다.
그의 공격은 본 드래곤을 파멸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