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70)
이세계 골드리치-170화(170/256)
<– 루비와의 전투 –>
‘또 무슨 일이 생겼나 보네.’
회랑으로 걸어가는 칸은 루비의 당황한 얼굴을 보았고, 그녀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필요하면 오겠지.’
그는 루비에게서 주의를 거두고 팀원들에게 걸어갔다. 아스트리드와 베르몬트, 지금 막 부활한 하르미노가 밝은 얼굴로 칸을 반기고 있었다.
그러나 칸은 그녀들에게 갈 수 없었다.
후웅!
“잠깐만!”
먼 거리를 달음박질한 루비가 칸을 잡아당겼다. 칸은 의아함을 느끼며 몸을 돌렸고, 다급한 얼굴의 루비를 보았다.
루비가 칸의 옷자락을 뜯으며 말했다.
“나 할 말이 있어!”
“…뭔데요?”
“나랑 싸워줘!”
“……예?”
루비의 뚱딴지같은 제안, 칸은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왜 시험관이랑 싸워야 합니까?”
“그. 그게 말이야!…”
“떨지 말고 천천히 얘기하세요.”
“아… 알았어!”
루비가 칸을 붙잡은 채 심호흡했다. 그리고는 진정이 된 듯 가슴을 쓸어내렸고, 칸을 보며 똑 부러지게 말했다.
“나랑 싸우자! 성신님들이 바라셔.”
“그게 이유입니까?”
“응.”
“그럼 안 하겠습니다.”
“응? 자. 잠깐만!…….”
칸은 뒤돌아 걸었고, 루비는 그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칸은 몸을 돌려서 그녀를 보았다.
“……서. 성신님들.”
그녀는 성신 채팅창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조. 조금만 고운 말, 바른 마……히이익!”
성신들이 무슨 채팅을 치는 건지, 루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달달 떨었다.
“관리국에 신고 넣지 말아 주세요! 제가 책임지고 칸이랑 싸울게요!”
침까지 꼴깍 삼키는 그녀를 보니, 약간의 동정심이 생겨났다.
‘이제 그만 튕길까…….’
이 정도 튕겼으면 원하는 조건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는 루비의 어깨를 건드리며 말했다.
“뭔가를 주시면 전투에 응할 수도 있는데요.”
“……진짜!?”
루비가 방긋 웃으며 소리쳤다. 칸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신나서 보상을 제시했다.
“나한테 이기면 1만 골드 줄게!”
“안 합니다.”
“좋아. 그럼 시작…… 어?”
“1만 골드는 안 합니다.”
“……잠깐만. 칸?”
루비의 동공에 지진이 났다. 1만 골드는 자기 주머니에서 지출하는 금액이었고, 상당히 큰돈이었다.
“……얼마를 바라는 거야?”
루비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나쁜 짓에 대항하는 소녀 같은 모습. 칸은 기왕 나쁜짓 하는 거, 제대로 해보기로 했다.
“골드 말고, 더 좋은 게 있지 않습니까?”
“……더 좋은 거?”
“듣기로는 관리국에서 주는 좋은 선물이 있다던데……”
칸이 귓등을 긁으며 모른 척 말했다. 루비는 그런 그를 보며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칸을 지그시 응시하며 말했다.
“……관리국의 선물이 뭔지 알고 있는 거야?”
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비는 그 반응에 침묵했고, 성신 채팅창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녀는 칸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알았어. 관리국의 선물을 줄게.”
“정말입니까?”
“대신 세 개 중 하나만이야!”
“좋습니다.”
칸은 그녀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 관리국의 선물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
〈 서브 퀘스트 – vs 루비 〉
분류 : 서브
난이도 : S+
클리어 조건 : 루비에게 승리하라.
보상 : 관리국의 선물 3중 1택
실패 시 : –
‘해 보자.’
칸은 퀘스트창을 닫고 고개를 들었다. 원래대로 복구된 평화로운 정원이 보였고, 화원 사이에 서 있는 루비가 보였다.
그리고, 스크린 속 야타가 보였다.
[ 인간과 시험관의 1대1 전투! ] [ 이것 참 놀라운 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는 칸이 두드려 맞겠다는 생각에 멘탈을 회복했고, 루비의 부탁을 받아서 특별 심판으로 참가했다.
[ 그럼 바로 시험을 진행해봅시다! ] [ 먼저, 시험관의 오버 밸런스를 조정해야겠죠? ] [ 도전하는 선별인원이 4명에서 1명으로 줄었으니까, 시스템이 잘아서 조정해줄 겁니다. ] [ 그럼 시작해 봅시다! ]야타가 책상의 버튼을 누르자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 선별인원 숫자 감소 확인……. ] [ 시험관, 루비의 전투력 측정 및 오버 밸런스 조정 중……. ] [ 1%……. ] [ 38%……. ] [ 100%……. ] [ 밸런스 조정이 완료되었습니다. ] [ 시험관, 루비의 전투력이 1/31로 감소합니다. ]1/31.
해볼 만한 밸런스였다.
루비가 괴물처럼 강한 것은 맞지만, 저 정도의 디버프를 받았으면 그녀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고, 빈틈을 보일 수 있었다.
[ 이걸로 밸런스 조정은 끝난 것 같군요. ] [ 그럼 바로 전투를 시작해 봅시다! ]야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성신 채팅창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선별인원들도 흥미로운 얼굴을 했다.
“인간이 이길 수 있나?”
“모르겠다. 그런데 저 녀석 정말 보통은 아니야.”
안겔루스와 마르시아는 어느새 화랑 끝까지 나와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 칸vs루비는 그 정도로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그러나 모두에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칸.’
가슴에 손을 얹은 하르미노, 그녀는 칸을 걱정했다. 칸이 성신들의 볼거리가 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난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는 걸까.’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정원을 바라보았다. 단지, 칸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면서.
*
“칸. 미안한데 조금 아플 수도 있어”
전투 전, 루비가 경고를 보냈다.
“괜찮습니다.”
칸은 공손하게 답하며 잿빛 활을 들었다.
스크린 속 야타는 씩 웃으며 전투를 진행했다. 그는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적색 버튼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런데 그때.
“잠시만요.”
칸이 손을 들었다. 아직 손봐야 할 것이 있었다.
[ …뭡니까? ]“제 힘을 전부 써버렸습니다. 저와 루비의 모든 상태를 100%로 회복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그의 특수 필드는 재사용 시간이 돌고 있었고, 그게 사라져야 루비와 해 볼 수 있었다.
[ 음. 그건 안 되겠는데요? 아쉽게도 제 권한 밖의 일인지라… ]“시험의 재미를 위한 일입니다.”
[ 예? ]“하늘에 거하는 분들에게 박빙의 승부를 보여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 ……. ]“그게 시험관님 할 일이니까요.”
칸은 마지막 말로 못을 박았다. 야타는 떨떠름한 얼굴로 성신 채팅창을 보았고, 칸의 말이 맞다며 외치는 성신들을 확인했다.
‘어이가 없네.’
그는 또 한 번 칸에게 놀아났다. 그러나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는 그저 따라야 했다.
[ …알겠습니다. 특별 권한을 사용해서 그리하도록 하지요. ]야타가 녹색 버튼을 눌렀다. 칸과 루비의 몸에서 녹색 빛무리가 요동쳤고, 둘의 컨디션이 100%가 되었다.
[ 이제 됐습니까? ]야타의 한숨 섞인 질문. 칸은 잿빛 활을 듦으로서 대답을 대신했다.
[ 좋습니다. 그럼 인간과 시험관의 1대1 대결을 시작해보죠! ] [ 그럼……. ]야타가 한 타임 쉬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는 성신들의 애간장이 극에 달했을 때, 자리를 박차며 소리쳤다.
[ 전투를 시작하십시오! ]*
“난 칸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어!”
콰앙!
전투 개시 직후, 루비가 땅을 박차고 날아왔다.
“관리국의 선물은 함부로 줄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후웅!
그녀의 발차기가 바람을 가르며 쏘아졌다. 칸은 활을 넣고 아이스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콰앙!
아이스 블레이드와 루비의 다리가 부딪쳤다.
쩌저저적-
쯔즈즈즈-
1/31로 감소한 루비의 공격은 견딜만했다. 칸은 루비의 얼어붙은 다리를 밀쳐내며 거리를 벌렸다.
“그때 그 검이구나?”
루비는 한 발로 땅에 착지했고 다리를 흔들어 얼음을 부쉈다.
그리고 얼굴에서 웃음기를 없앴다.
“이제 진짜로 갈게.”
그녀의 두 손이 네모를 만들었다. 그 네모에서는 붉은빛 강옥, ‘루비’가 생겨났고, 마법을 발동했다.
[ 시험관, 루비가 ‘루비의 힘’을 발동했습니다! ] [ 그녀의 무력과 체력이 500% 상승합니다! ]‘제대로 나오는구나’
칸은 아이스 블레이드를 넣고 잿빛 활을 들었다. 그 순간, 루비는 빛처럼 쏘아져서 칸 앞에 당도했고, 오른 다리로 발차기를 날렸다.
‘안 늦었다!’
그러나 칸의 특수 필드 전개가 먼저였다.
[ 특수 필드, ‘어둑한 잿빛 하늘’을 전개합니다! ]콰아아아!-
잿빛 힘이 폭발하며 루비를 저지했다. 그녀는 입과 코를 틀어막고 뒤로 물러났다.
[ 은신을 발동합니다. ] [ 즉시 은신의 남은 횟수는 1회입니다. ]칸은 잿빛 속에 숨어서 본 전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