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71)
이세계 골드리치-171화(171/256)
<– 루비와의 전투 –>
“칸.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잿빛에 휩싸인 루비는 여유로웠다. 그녀는 무투가 타입이었고, 순간적인 기습에 대응할 자신이 있었다.
표적이 되기 전까지는.
[ 당신은 ‘표적’이 되었습니다. ]“응?”
젠킨스의 화살, [표적]이 그녀를 사냥감으로 지정했고, 칸이 발사한 [제왕의 화살]이 그녀에게 날아왔다.
휘이이이!-
“빠르다!”
잿빛 안개를 헤치고 날아오는 화살은 벌새처럼 빨랐다.
“하지만 나한텐 안 되지!”
그녀는 씩 웃으며 몸을 틀었다. 활의 궤도는 그녀를 벗어날 것처럼 보였고, 그것이 그녀의 실책이었다.
화살은 [유도]효과를 받고 그녀에게 날아왔다.
푸확!
“끄하악!…….”
루비의 어깨에 화살이 박혔다.
*
‘생명력 50% 깠다.’
첫 번째 공격을 성공한 칸은 두 번째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다시 잿빛 속에 은신해서 루비를 주시했다.
“칸…… 계속 이럴 거야?”
그녀는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고,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계획대로다.’
그녀와 접근전을 시작하려면 핵심 스킬 2개를 빼둬야 했다. 그래야 승산이 올라갔고, 접근전에서의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칸. 우리 나와서 싸우는 건 어때?”
‘그럼 날 나오게 해봐.’
칸은 웃음기를 없애고 루비를 보았다. 그녀가 핵심 스킬을 써준다면, 칸은 기꺼이 안개 밖으로 나가줄 수 있었다.
정확히는, 강제로 나가야 했다.
“안 나오겠다는 거지? 그럼 내가 나오게 해줄게.”
그녀의 연분홍빛 머리가 불꽃처럼 타올랐고, 적안도 형형한 빛을 띠었다.
그녀가 적색 마법진을 그리며 소리쳤다.
“보석의 세계!”
화아아아!-
그녀의 첫 번째 핵심 스킬이었다.
마법진이 필드처럼 거대해지며 효과를 발동했다.
[ 루비가 특수 필드, 보석의 세계를 전개했습니다! ] [ 그녀에게 적의를 가진 존재는 [발각]되며, 1분간 [속박] 디버프를 받습니다! ] [ 당신은 루비에게 적의를 가진 존재입니다. ]화아-
붉은빛이 칸의 육체를 휘감았다. 이제 곧 발각될 것이고, 속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전에 화살 한 발 더.’
칸은 재빠르게 활을 들고 [제왕]을 발동했다. 잿빛 활에서 힘이 폭발하며 화살이 발사되었다.
“또 맞아줄 것 같아?”
칸의 위치를 확인한 루비는 씩 웃으며 소리쳤다.
“카오스 쉴드!”
화살 한 번에 생명력의 50%가 소모되었으니, 9서클 방어마법은 지당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칸이 노린 그대로였다.
콰아아앙!
“어떠냐!”
위풍당당한 루비를 보며, 칸은 옅게 웃었다. 핵심스킬 2개가 빠지며 접근전에 대한 준비가 완성되었다.
‘이제 속박 시간 동안 버티면 된다.’
그는 잿빛 활을 해제하고 흡혈검을 장비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걸어오는 루비를 보며 시간 끌기를 준비했다.
다행스럽게도, 루비는 시간 끌기에 적합한 상대였다.
“칸. 전투 끝났다!”
그녀는 칸을 제압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녀가 칸 앞에 서서 말했다.
“이제 어쩔 거야?”
그녀가 속박된 칸의 가슴팍을 쓰다듬으며 은근히 도발했다.
“칸이 부탁하면 아프지 않게 끝내줄게.”
“정말?…….”
칸은 말끝을 흐리며 연기를 시작했다. 인생을 살면서, 때로는 추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가 눈물을 찔끔거리며 말했다.
“무서워요.”
“……응?”
“살려주세요.”
로봇처럼 딱딱한 음성이었지만,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 서. 성신님들 지금 보셨죠! ] [ 저 선별인원 완전 거품입니다! ]야타는 마이크에 침을 튀기며 소리쳤고.
[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너 갑자기 왜 그러냐고 말합니다! ]기적의 창조자는 칸의 돌발 행동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루비는, 눈물을 찔끔거리는 칸을 보면서 어버버 말을 잇지 못했다.
“그. 그러니까…… 미안해!”
그녀는 결국 사과하고 칸을 달래기 시작했다.
“넌 내 부탁 때문에 싸우는 것뿐인데, 내가 널 끝내니 마니, 나도 참 바보! 내가 바보야 칸! 그러니까 기분 풀어줘. 응?”
칸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방송 수익의 감소를 뜻했다. 그러면 욕을 먹는 건 칸이 아니라 루비였다.
“살려주세요.”
“……허억.”
루비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렸다. 그녀는 칸을 달래야겠다고 결심하며 따듯한 행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칸을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미안해. 칸.”
그녀는 너무나도 순수했다.
[ ‘속박’이 풀렸습니다. ]‘이렇게 쉽게 될 줄이야.’
칸은 자신이 악마, 아니 마족으로 태어났으면 어울렸을 것이라 생각하며 흡혈검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복부로 내지르기 전, 양심상 일러주었다.
“시험관님 덕분에 속박이 풀렸네요.”
“……!”
루비가 눈을 부릅뜨고 아래를 보았다. 음산한 기운을 흘리는 흡혈검이 복부를 향하고 있었다.
“너……!”
루비가 경악하며 뒤로 물러났다. 칸은 그녀가 물러날 시간을 줬다는 사실에 양심을 갈무리했고, 흡혈검을 들어서 땅을 박찼다.
“나 화났다!”
루비가 얼굴을 찌푸리며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칸이 당도한 순간, 그의 얼굴로 내질렀다.
칸은 흡혈검으로 그것을 막았다.
쾅!
[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그리고 흡혈검으로 루비를 밀쳐냈고 검식을 시전했다.
“다크 필드, 데빌 슬레이어, 데빌 아우라.”
화아아-
[ 마나가 부족합니다! ]그의 검과 육신이 마기로 타올랐고 마나는 바닥을 쳤지만, 마나는 다크필드로 회복할 수 있었고 생명력은 흡혈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근접전 준비가 끝을 맺었다.
“칸 너 후회할 거야!”
쾅쾅쾅!
루비가 주먹과 발차기를 섞으며 공격을 시작했다. 칸은 막을 건 막고, 맞을 건 맞으며 검격을 전개했다.
푹! 푸확!
“크흑!…….”
흡혈검이 루비의 팔과 다리, 복부를 스쳤고 칸도 이곳저곳에 피멍이 들었다.
그러나 칸은 공격할수록 회복했고, 루비는 상처를 회복할 수단이 없었다.
결국 수십 차례의 합이 이어진 끝에, 루비는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고, 그녀가 일격을 날릴 기회는 없었다. 이 싸움은 누구 한쪽이 죽어야만 끝나는 처절한 전투였다.
“칸! 이쯤이면 할 만큼 했잖아!”
“아직 멀었어!”
칸과 루비는 서로를 향해 공격했고, 서로의 공격을 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승부는 흡혈검을 가진 칸에게 기울었고, 루비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녀의 다리와 팔, 복부에 수십 개의 상처가 났고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을 때, 그녀는 주먹질을 멈추고 말했다.
“……네가 이겼어. 칸.”
그녀가 양팔을 벌려서 복부를 드러냈다.
“미안하다.”
칸은 비겁한 술책을 썼음을 인정했고, 그녀의 복부를 향해 흡협검을 내질렀다.
푹!
“……분하다!”
루비는 어린애 같은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 시험관, 루비가 패배했습니다! ] [ 전투는 칸의 승리입니다! ]‘이기긴 이겼는데.’
썩 개운하지는 않은 승리였다.
*
[ 성신, 화염을 사랑하는 여인이 인간이 매력적이라고 말합니다. ] [ 성신, 수행하는 사제가 너무 감동적이라고 말합니다. ] [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조금 야비했다고 말합니다. ]‘말도 안 돼.’
중계실의 야타는 경악하며 스크린을 보았다. 인간의 전투 방식은 야비했지만, 중요한 건 그가 루비에게 승리했다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관리국은 뭐하는 거야. 내가 인간을 주시하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쾅!
야타가 책상 부술 기세로 내리쳤다.
[ 소수의 성신들이 이상한 폭발음에 당황합니다. ]“죄송합니다 성신님들! 제가 뭘 떨어트려서. 히히…”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야타는 일개 시험관, 그가 할 일은 루비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것뿐이었다.
“나와. 야타.”
“……벌써 왔냐.”
시험을 끝내고 중계실로 돌아온 루비, 야타는 그녀의 목소리에 의자를 비웠다.
“이제 가.”
루비는 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야타는 그녀의 정수리를 보다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시험 마무리 잘해라.”
야타는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중계실로 돌아갔고, 루비는 혼자 남았다.
그녀는 복귀 멘트도 안 치고 멍한 얼굴로 앉아있더니,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터트렸다.
“으하앙! 내가 졌어!…….”
그녀는 책상에 엎드려서 대성통곡을 했다. 칸에게 져서 우는게 아니라, 그에게 줘야 하는 아이템 때문이었다.
“관리국의 선물을 주면!…… 으하아앙!”
관리국의 선물. 그것은 부정부패에 쓰이는 불법템이었다.
*
회랑에 도착한 칸은 팀원들에게 걸어갔다.
“너 대박이다!”
“멋졌다. 인간.”
“축하해!”
베르몬트와 아스트리드, 하르미노가 칸을 보며 미소 지었다. 특히 베르몬트와 아스트리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승리했기에, 칸에게 절을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물론 칸이 그런 걸 바라는 건 아니었고, 그는 그저 받은 축하를 되돌려 주었다.
“다들 축하해. 이제 80층을 오른 선별인원이 됐네.”
“칸…….”
그녀들은 칸의 말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닭살이 돋는 분위기였다.
“이제 보상이나 받자.”
칸은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세 명의 여인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거렸다.
[ 치직. ]그리고 회랑 벽에서는 루비가 등장했다.
[ 축하드려요! ]그녀는 활기차게 인사했지만, 얼굴에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 탈락한 분들은 밖으로 보내드리고…… ] [ 이제 시험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녀는 탈락자들을 추방하면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어냈고, 방긋 웃으면서 시험 마무리를 진행했다.
[ 그럼, 메인 시험에 대한 보상을 드리기 전에! ] [ 작은 이벤트에 대한 보상부터 지급해 드리고 넘어갈게요! ]첫 번째 순서는 작은 이벤트, 칸vs루비에 대한 보상지급이었다.
[ …보상을 받으실 칸님은 나와주세요. ]그녀는 칸의 얼굴을 보자마자 또 서글픈지, 목소리가 콩알만 해졌다.
[ 보상을 드릴… 드릴게요……. ]그녀는 속 터지는 진행을 했다.
[ 성신님들 죄송합니다. 빨리 진행할게요!……. ]‘……또 운다.’
루비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불쌍해 보이는지, 선물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관리국의 선물은 반드시 필요했고 받아야만 했다.
[ 칸님에게 관리국의 선물을 드립니다! ] [ 부디 좋은 곳에 써… 써주세요!……. ]루비가 눈을 질끈 감고 선물을 보냈다.
[ 관리국의 선물 ] [ 마등어 한 상자 ] [ 기분 좋은 약초 ] [ 자격 복사 티켓 ]‘선택은 정해져 있지.’
칸은 마음속으로 미소 지으며 선물을 골랐다.
[ ‘자격 복사 티켓’ 1매를 획득합니다! ]자신의 선별인원 자격을 다른 존재에게 복사해 줄 수 있는 일회용 티켓이었다.
다른 유저들은 절대 안 고르는 비효율 템이었지만, 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이 티켓을 잉그리드한테 써주면…….’
다음 시험을 잉그리드와 함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