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73)
이세계 골드리치-173화(173/256)
<– 성신과의 독대 –>
“수행하는 사제요?…….”
“응응!”
똘망똘망한 갈색 눈으로 칸을 올려다보는 소녀, 이 소녀가 칸의 광팬. 수행하는 사제였다.
“칸. 너 실제로 보니까 은근 귀엽다!”
그녀가 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퍼부었다. 칸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떨어뜨리면서 말했다.
“저… 죄송한데……”
“아냐아냐. 아무것도 묻지 마!”
수행하는 사제는 칸의 말을 끊고는, 자신이 칸의 궁금증을 설명했다.
“내가 왜 널 납치했는지 궁금한 거지?”
“그렇긴 한데, 사실 다른 것도…”
“그럴 줄 알았어. 전부 설명해 줄 테니까 따라와!”
수행하는 사제가 칸의 손을 잡아끌었다.
“…예.”
칸은 그녀를 따라서 걸었고, 그녀가 건넨 검은색 후드를 받았다.
“일단 이거부터 써.”
“사제님의 축복이 걸린 후드네요.”
“그걸 써야 다른 성신들한테 안 걸릴 수 있어.”
다른 성신들한테 걸리면 위험한 모양. 칸은 그녀를 믿고 후드를 썼고, 그녀를 따라서 카페에 도착했다.
“여기 앉아. 누나가 맛있는 커피 사줄게.”
그들은 테이블에 앉았고, 커피 두 잔이 나왔을 때 이야기를 시작했다.
“존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첫 질문은 이름 묻기였다. 아주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왜인지 수행하는 사제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말해도 돼?”
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은 제니아야.”
그 말이 끝이었다.
칸은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입에 머금은 커피를 삼키며 말했다.
“…제니아 왕국의 제니아를 말씀하는 건가요?”
“응!”
고개를 끄덕이는 제니아를 보며, 칸은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다.
‘제니아 왕국을 개척한 여황제가 수행하는 사제였을 줄이야…….’
수행하는 사제가 지금까지 한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왜 그렇게 칸을 편애하고, 칸이 잘 되기를 바랐는지. 칸이 인간족을 먹여 살리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왜 널 납치했는지 설명해줄게.”
그때, 제니아가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내가 왜 널 납치했냐면…….”
그녀가 테이블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너한테 작은 부탁을 하나 하고 싶어서 그랬어.”
“부탁이요?”
“응. 너 계속 종족 서열 올릴 거지?”
“그래야죠.”
“역시!”
제니아가 칸이 예쁘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칸이 미간을 좁히자, 그녀는 조용히 팔을 거두었다.
그리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하는 얘긴데, 나중에 인간들이 강해지면 탑에 들어올 거잖아.”
“그렇죠.”
“그럼 그 친구들한테 날 세례자로 삼아달라고 말해주라. 너는 그럴 힘이 있잖아.”
“……그게.”
칸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 말고도 좋은 성신은 많았고, 그녀는 서포터계 성신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했다.
두세 명 정도야 그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테니 추천할만하지만, 그 이상은 인간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칸?…….”
제니아가 눈을 깜박거리며 칸을 보았다. 무언가 문제 있냐는 듯한 시선. 칸은 미안함을 느끼며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나중에 왕국 한번 들를게요.”
“역시 칸이야!”
제니아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칸은 그런 그녀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가봐도 될까요? 기적의 창조자님이랑 계약 강화를 해야 해서요.”
“응? 당연히 되지! 후드는 입고 가. 여기 나쁜 성신들 엄청나게 많거든.”
제니아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칸도 옅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나야말로!”
칸은 그녀가 건넨 악수를 잡은 후, 카페를 떠나서 호텔로 향했다.
몇 분만 걸어가면 기적의 창조자를 만날 수 있었다.
*
‘여긴데.’
칸은 계약의 힘이 이끄는 대로 걸어왔고, 기적의 창조자가 숙박 중인 3007호에 도착했다.
‘조금 긴장되네.’
반년 넘게 대화한 사이인데, 막상 얼굴을 보려니 긴장되었다.
‘긴장이 밥 먹여주나.’
칸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문을 두드렸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문고리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화아-
처음으로 느껴진 것은 코로 들어온 다이아몬드의 향기였다. 왜 다이아몬드인지는 모르겠으나, 칸은 냄새를 맡자마자 다이아몬드가 연상되었다.
‘대체 왜 다이아몬드?…….’
칸은 의문을 품고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자 향기 다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은발의 머리카락이 보였고, 믿기 힘들 정도로 투명한 피부가 보였다.
그리고 끝내 보인 것은, 전신이 새하얀 여인이었다.
‘여. 여신체!…….’
칸은 자리에 선 채 굳어버렸다. 그 기적의 창조자가 여신체인 것도 놀라운 일인데, 그 외모도 말이 안 되었다.
잉그리드가 성인이 돼서 은발로 염색하면 이런 모습일까.
아니, 잉그리드는 어른이 되어도 이 정도로 세련되고 절제된 미를 뽐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건 마치 다이아몬드에서 태어난 여인, 그 자체였다.
“왜 보고만 있어?”
기적의 창조자가 미소 지으며 물었다. 칸은 평소대로 대답하고 싶었지만,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여신체에 놀랐기 때문이었다.
“계약자?”
기적의 창조자가 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칸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말 안 했습니까?”
“뭘?”
“여신체라는 거요.”
“그게 중요해?”
“사람 놀래킬 정도는 됩니다.”
“…음. 알았어 미안. 들어와.”
……?
“들어오라니까?”
“…예.”
이번 독대는 피곤할 것 같다.
칸은 그리 생각하며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
호텔 방은 테이블과 두 개의 소파가 있었다.
기적의 창조자는 소파에 앉았고, 칸에게 나머지 소파에 앉으라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칸은 그녀의 말대로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을 보낸 뒤,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혹시 남신체 아니십니까?”
“뭐?”
“하렘을 좋아하신다고 노래를 부르셨는데, 여자는 하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적의 창조자가 침묵했다. 그녀는 은발을 어깨 뒤로 넘기며 말했다.
“좋아할 수도 있다만?”
칸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녀의 취향이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처음부터 계약으로 넘어가면 속물처럼 보일까 봐 양념을 친 것뿐.
이제 두 번째 양념, 이름 물어보기로 넘어갈 차례였다.
“이름은 어떻게 되십니까?”
“말하기 싫은데.”
말투를 보니 기적의 창조자 맞다.
“이유가 있으신 겁니까?”
“부끄러운 사정이 있어.”
“그렇군요. 이름이 다이아몬드라도 되시는 건 아닐 테고, 다른 부끄러운 이유가 있겠…”
쾅!
기적의 창조자가 테이블을 찍었다. 칸은 조용히 얼굴을 쓸어내렸다.
‘진짜 다이아몬드였을 줄이야…….’
냄새와 머리카락, 그 외 요소들이 이 성신의 이름은 다이아몬드다! 라고 말하길래 대뜸 던져봤는데, 그게 정답이었다.
‘……어떡하지.’
기적의 창조자는 입술을 깨물고 침묵을 지켰다. 칸은 하는 수 없이 아부라도 시도했다.
“…성신님이 다이아몬드처럼 아름…”
“닫아.”
“……예.”
그렇게 긴 침묵이 시작되었다. 침묵이 끝난 것은 30분이 흐른 뒤, 기적의 창조자가 나잇값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였다.
“지금부터 영원히, 나를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줘.”
“명심하겠습니다.”
칸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기적의 창조자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해주는 게 없었네. 조금 기다려. 간식거리와 마실 것을 가져올 테니.”
칸은 알겠습니다라 답하고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튕겨서 아공간을 열더니, 딸기 푸딩 2개와 황금잔에 담긴 술 2잔을 꺼내서 테이블에 올렸다.
“먹어.”
“예.”
칸은 자신 앞의 푸딩을 들었다. 먹기 전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순간, 칸은 현기증을 느끼며 푸딩을 내려놓았다.
“안 먹어?”
태연하게 푸딩을 먹는 기적의 창조자. 칸은 그녀를 보며 한 마디 했다.
“다이아몬드 갈아 넣은 푸딩을 어떻게 먹습니까?”
“못 먹나?”
“못 먹습니다.”
“난 네가 예뻐서 주는 것뿐인데.”
기적의 창조자가 은은하게 웃으며 푸딩을 입에 넣었다. 칸은 다이아몬드가 사라지는 광경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오는 ‘다이아몬드’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어느 행성을 관리하십니까?”
성신들은 말 그대로 별에서 태어났거나, 별처럼 거대한 위업을 이룬 존재들.
기적의 창조자가 거대한 위업을 이뤘을 것 같지는 않으니, 결국 그녀는 별에서 태어났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칸은 물었다. 그녀가 태어난 별이 ‘다이아몬드’와 관련 있을 거라 생각하며.
“내가 관리하는 행성?”
기적의 창조자는 푸딩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DIV968이야. 크기는 네가 사는 별의 만 배 정도 되고, 전부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져 있어.”
“……역시 그랬군요.”
이제야 그녀가 가진 거대한 재력의 정체가 드러났다.
지구별 만 배 크기의 다이아몬드.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돈줄이었다.
‘어쨌건, 궁금한 건 다 해결됐네.’
이제 계약 강화를 진행할 차례였다. 기적의 창조자도 이야기를 오래 끌면 좋아하지는 않을 테니, 계약 강화 후딱 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칸은 푸딩을 먹는 기적의 창조자를 보며, 계약 강화 이야기를 꺼냈다.
“기적의 창조자님. 이제 계약 강화를 했으면 하는데요.”
“계약 강화?”
“예.”
“조금 천천히 하면 안 되나?”
기적의 창조자가 푸딩을 입에 넣으며 물었다. 칸은 그녀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천천히라니요?”
“말 그대로. 조금 천천히 가자는 거지.”
“괜찮긴 합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있지.”
기적의 창조자가 푸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계약 강화가 끝나면 넌 여기서 추방되잖아. 지금이 너랑 내가 얼굴을 보며 하는 마지막 대화일 수 있는데, 굳이 빨리 가야 해?”
“그게……”
“난 내 계약자랑 조금 오래 있고 싶은데.”
기적의 창조자의 미소가 진해졌다.
“나에 대해서 궁금한 거 많지 않아?”
칸은 잠시 침묵하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몇 개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