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74)
이세계 골드리치-174화(174/256)
<– 성신과의 독대 –>
“근데 성신님에 대해서 궁금한 건 아니고요.”
“……뭐?”
칸이 궁금한 것은 이 세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신화템에 대한 정보였다.
‘일단 이 세계에 관한 이야기부터.’
칸은 질문을 시작했다.
“힘의 탑은 왜 세워진 겁니까?”
힘의 탑은 6천 년 전에 세워졌으나, 왜 세워졌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기적의 창조자라면 알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기적의 창조자는 질문에 답해줄 생각이 없었다.
“나에 대한 질문이 아니잖아.”
“……예?”
“세계가 돌아가는 이야기는 관심 없어. 너와 나 사이 관계에 관심이 있지.”
“……저와 성신님의 관계요?”
“응. 넌 내 유일한 계약자니까.”
기적의 창조자는 와인을 홀짝이며 칸의 색다른 질문을 기다렸다.
‘……정보를 주기 전에, 조금 놀자는 거네.’
칸은 하는 수 없이 조금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기적의 창조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이는 어떻게 되십니까?”
“……뭐?”
*
그 최악의 질문이 있은 후, 기적의 창조자는 토라졌고, 칸은 그녀를 달래기 위해 여러 질문을 퍼부었다.
“좋아하는 음식은요?”
“다이아몬드 후르츠.”
“좋아하는 운동은요?”
“그런 건 묻지 마.”
좋아하는 음식과 운동, 취미와 동물, 거기에 좋아하는 방송 채널과 왜 좋아하는지까지.
그렇게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기적의 창조자의 기분은 풀어졌고, 어느새 농담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들은 10만 골드짜리 와인으로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장난을 주고받았다.
“너 고자지?”
“아닙니다.”
“에이. 네가 마음만 먹으면 마족이나 정령족, 심지어는 용족까지 사귈 수 있는데 안 하고 있잖아. 그게 고자가 아니면 뭐야?”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안 하는 것뿐입니다.”
기적의 창조자는 코웃음을 치더니, 칸의 황금잔으로 와인을 따라주며 말했다.
“더 중요한 일이 뭔데?”
“인간족의 멸망을 막는 겁니다.”
“멸망은 막았잖아. 서열 10위까지 올렸으면 충분한 거 아냐?”
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인간족이 평화를 이루고 있는 건 지리적 이점, 그리고 타국들의 여유 때문입니다. 몇 년, 혹은 몇 달만 지나면 타국에서 선전포고가 들어올 겁니다.”
“근거는?”
“인간족이 그런 식으로 서열 꼴찌가 됐으니까요.”
기적의 창조자가 미간을 좁히고 물었다.
“그럼 어디까지 가야 인간족이 안전하다고 믿는데?”
“1위가 돼야죠.”
“그건 불가능할 텐데.”
“불가능해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칸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기적의 창조자는 그를 보며 와인을 홀짝이더니,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계약자를 데려온 건지 모르겠네. 서열 1위 할 생각을 다 하고.”
인간족이 1위가 되겠다니, 지나가는 마등어도 폭소할 소리였다.
그러나 기적의 창조자는 칸의 포부가 싫지 않았고, 그의 여러 질문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원래 궁금했던 거 물어봐도 좋아.”
이제 질의응답 시간이 왔다.
“힘의 탑은 왜 세워진 겁니까?”
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질문했고, 기적의 창조자는 아는 것만 말해주겠다며 답변을 시작했다.
“네가 사는 별보다 수만 배 강한 행성이 골드 장사하려고 세운 거야. 너희 별을 우주정복자들에게서 보호해주는 대신, 탑이라는 플랫폼으로 성신들에게서 골드를 벌어들이는 거지.”
“우주정복자에게서 보호해준다고요?”
“어. 이 우주는 넓은 만큼 우주정복자도 많아. 네 행성은 잘못 걸리면 훅 갈 수도 있어.”
보호를 받지 않으면 정복된다니.
확실히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실을 아는 것은 중요했고, 칸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
“힘의 탑이 6천년 동안 세워져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방송도 6천년 동안 진행됐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저희 행성이 6천년 동안 방송할 정도의 재미가 있습니까?”
“있지.”
즉답이었다.
이후 이어진 것은 기적의 창조자의 설명이었다.
“생각해봐. 용족 하나만 계약자로 삼아도 죽기까지는 2만 년이 걸려. 그럼 2천 년 정도는 재미가 보장된 셈인데, 아직 이 행성은 6천년 밖에 안 됐잖아. 한 10만 년은 더 땡겨 먹어도 될걸?”
‘……그런 거였구나.’
성신들의 시간 개념이 다르다는 사실을 잊었었다.
수억 년을 살아온 그들인데, 수천 년 정도는 방송 보면서 백수 생활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제야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되네.’
종족 전쟁 제작진들이 숨겨 놓은, 아니 기획도 안 했을 법한 외부 스토리는 ‘거대한 우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인간이든 뭐든, 결국 우주 앞에서는 먼지에 불과하구나.’
원래도 먼지였으니, 갑작스레 알게 된 상황에 감흥도 없었다.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지.’
탑을 오르고, 인간족의 서열을 올리는 일.
그것이 해야 할 일이었고, 지금도 그 일을 해야 했다.
“신화템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칸은 기적의 창조자를 보며 말했다.
그녀는 와인을 들이키더니, 테이블에 팔을 기대고 은은하게 웃었다.
“신화템에 대해서 알고 싶어?”
“예.”
“그러면……”
기적의 창조자는 말끝을 흐리더니, 제안을 시작했다.
“신화템 알려줄 테니 부탁 하나만 들어줘.”
“물론입니다.”
부탁이 뭔지는 모르지만, 신화템에 대한 정보는 가치로 환산할 수 없었다. 그녀가 500만 골드나 1,000만 골드를 원한다면, 그것을 줘야 했다.
그런데 그녀의 부탁은 그런 게 아니었다.
“마족, 용족, 정령족이랑 한 번씩 데이트해. 네가 신청하고, 그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데까지 진행해 봐.”
“……예?”
“난 내 계약자의 인기가 많을 때 만족하는 타입이거든. 그러니까 그 여자들 애간장 좀 태워 봐. 나도 재미 좀 보자.”
맨날 고자 계약자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으니까.
“…….”
마지막 말을 들은 칸은 할 말을 잃고 멍한 얼굴을 했다. 기적의 창조자는 그런 그의 이마를 쿡 찌르며 말했다.
“해줄 거지?”
“……야죠.”
“응?”
“해야죠.”
칸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트만 하면 신화템 정보를 얻는다는데,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결정됐네?”
기적의 창조자는 씩 웃으며 만족했다. 그리고 신화템 설명을 시작했다.
“신화템은 ‘성신’들이 ‘업적’을 이루는 데 쓰인 아이템을 말하는 거야. 예를 들어 내가 나무막대로 창조신 똥구멍을 찌르면 신화템을 만들 수 있어.”
“…표현이 조금 적나라하네요.”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이해만 잘 되면 됐지. 아무튼, 설명을 계속하자면.”
신화템은 전 우주에 수만 개가 존재하고, 대행성들이 몇 개, 혹은 몇십 개씩 갖고 있어.
“어때, 이해됐지?”
설명을 끝낸 기적의 창조자를 보며, 칸은 재차 질문했다.
“이해는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한 건, 제 행성에 있는 신화템의 숫자와 정체,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얻느냐는 겁니다.”
“음……. 어떻게 얻는지는 모르지만, 숫자는 아니까 설명해 줄게.”
기적의 창조자가 기억을 끄집어내려는 듯 미간을 찡그리고 말했다.
“네 행성에 존재하는 신화템은 일곱 개야. 하나는 지팡이고, 또 나머지는 검…… 아니, 방패였나?…… 지팡이까지는 확실한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 나네…….”
그것이 기적의 창조자가 가진 지식 전부였다.
그녀는 더 이상 정보를 주지 못했고, 미간을 좁힌 채 고심했다.
“괜찮아요. 그 정도면.”
그러나 괜찮았다.
7개라는 정해진 숫자의 신화템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아무것도 모를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미안해. 계약자.”
“괜찮습니다.
칸은 그녀에게 옅게 웃으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제 계약 강화를 할 차례였다.
“기적의 창조자님. 이제 슬슬 계약 강화를 했으면 하는데요.”
“……벌써? 넌 나랑 같이 있는 게 즐겁지 않아?”
“예?”
“다음 시험도 6개월 뒤 시작인데, 한 달 정도 여기서 자고 가지?”
기적의 창조자가 침대로 눈짓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죄송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칸은 거절을 표했다.
탑으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고, 잉그리드에게 오늘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역시 안 돼? 그럼 어쩔 수 없네.”
기적의 창조자도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더 이상 칸을 붙잡지 않았다.
“그럼 우리 계약자님 원하는 대로 계약 강화를 시작해보자.”
그녀는 손가락을 튕겨서 [ 계약 강화 ] 권능을 사용했다.
칸 앞에 메세지가 떠올랐다.
‘볼 것도 없다.’
칸은 바로 ‘성신의 탐욕’을 선택했다.
[ ‘성신의 탐욕’을 선택했습니다! ] [ 성신의 공물 요구량이 상당량 하락하고, 특별한 제의를 받을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성신의 탐욕.
간단히 말해서, 성신이 계약자의 골드를 탐내게 하는 효과였다.
“……내가 신화템이라도 가져다주길 바라는 거야?”
기적의 창조자가 씩 웃으며 물었고, 칸은 미소와 공물로 대답했다.
[ 성신, 기적의 창조자에게 3,500,000골드를 바쳤습니다! ] [ 계약 강화 보너스! ] [ 1회에 한 해, 공물 효율이 100% 증가합니다! ]“……우리 계약자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이리도 잘 알지?”
기적의 창조자는 칸을 요물 보듯 바라보더니, 웃음을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만 기다려.”
그녀는 ‘보물 창고’로 가는 포탈을 열어서 그리로 들어가더니,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보물상자를 들고 와 칸 앞에 내려놓았다.
쿵.
“여기, 공물에 대한 보답이야.”
그 보물상자는 환상템을 확정적으로 주는 ‘환상의 상자’였다.
“감사합니다.”
350만 골드로 획득한 확정 환상템. 칸은 마음속으로 웃으며 상자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기적의 창조자와 이별의 악수를 했고,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끝으로 계약 강화를 종료했다.
[ 계약 강화가 종료되었습니다. ] [ 원래 있던 곳으로 소환됩니다. ]“계약자. 다음에 또 만났으면 좋겠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는 기적의 창조자와 기분 좋은 이별을 했고, 힘의 탑 51층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