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78)
이세계 골드리치-178화(178/256)
<– 세로스 상단에 입단하다 –>
베르몬트는 칸을 보며 생각했다.
‘얘 오늘 왜 이래?’
칸은 스테이크를 먹여줬고, 냅킨으로 입술까지 닦아줬다. 평소라면 상상하기 힘든 다정한 모습이었다.
‘날 놀려먹으려고 이러는 건가?’
칸이 자신을 놀리려는 건가 싶기도 했고, 단순한 변덕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냥 많이 친해져서 그런가?’
서로의 친밀도가 오르면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싶기도 했다.
서로 만난 지도 어언 1년이 다 되었으니, 입술을 닦아주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당장 칸만 봐도, 설렘이나 부끄러움 따위는 보이지를 않았다.
‘나 혼자 호들갑 떠는 건가?’
지금 칸의 행동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그건 또 그것대로 괜찮았다.
칸이 그만큼 자신을 편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였고, 앞으로의 관계가 친구를 넘어서 그 이상으로 진전될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헉.’
베르몬트가 헛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아직 처녀였고, 남녀 관계에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내가 칸이랑?’
환술사 지크를 상대하면서 확인한 칸의 호감도는 40이 넘었으니, 일단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미치겠네. 진짜.’
그녀는 테이블에 포크를 푹푹 찍으며 고민을 거듭했다.
대부분의 마족이 50살에 첫 연애를 시작한다는 걸 생각하면 그녀는 한참 늦은 상태였고, 인생을 낭비하고 있었다.
‘연애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녀는 입술을 꼬물거리며 칸을 보았다. 그는 어느새 식사를 마치고 입을 닦고 있었다.
‘그냥 한 번 물어나 볼까?’
칸이 연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약 누군가 사귀자고 하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한 번 물어보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물어보자.’
그녀는 목청을 가다듬고 창문 쪽을 보았다. 그리고 딴청을 피우면서, 최대한 관심 없다는 듯 말을 흘렸다.
“칸. 너는 연애할 생각 있어?”
“없어.”
너무나도 빨리 들려온 대답. 베르몬트는 평정심을 잃고 포크를 떨어뜨렸다.
“새것으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이 포크를 가져갔고, 베르몬트는 어색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칸의 질문이 들려왔다.
“그런 건 왜 물어보는데?”
“응? 뭐가?”
베르몬트는 애써 모른 척했다.
“……됐어.”
다행스럽게도 칸은 아무 말 않고 넘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져왔다.
둘은 그것을 먹으며 잡담을 나눴다.
대부분 주변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결국 얘깃거리는 금세 떨어졌고, 칸과 베르몬트는 침묵을 맞이했다.
‘……이런 분위기 별로야.’
베르몬트는 분위기를 풀기 위해 준비해둔 선물을 꺼냈다. 세로스에게 받았던 ‘무력 증강 반지 7강’이었다.
“손 줘봐.”
“어.”
칸은 순순히 손을 내주었다. 베르몬트는 그 손을 받았고 반지를 끼워주며 말했다.
“특별히 주는 거다.”
“고마워.”
칸은 감사인사를 전했다.
유저들에게 선물을 주는 베르몬트의 성격상 놀라운 순간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준 선물이 유니크 7강 반지라는 건 대단했다.
‘내가 베르몬트한테 뭐 좋은 일 해줬었나?’
그녀는 오늘 블루베리도 먹여주고, 여친 사귈 생각있냐고 물어보는 등. 호감도 75 이상의 행동을 자주 했다.
자칫 잘못하면 고백할 판이었다.
‘그건 안 되지.’
베르몬트가 고백을 하는 건 좋지 않았다.
칸이 거절했을 때 관계가 박살 나는 것은 물론, 인간족을 등에 업은 칸은 모든 걸 해결할 때까지는 절제할 필요가 있었다.
‘안 되지. 안 돼.’
칸은 고개를 흔들며 잡상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체리를 먹고 있는 베르몬트를 바라보며, ‘해야 할 일’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베르몬트. 내가 요즘 길드를 찾고 있는데 말이야.”
그것은 다섯 달 후 벌어질 ‘상단 이권 분쟁’을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그 분쟁에서 한 자리 해 먹으려면, 지금부터 상단 중 하나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었다.
“혹시 세로스 상단에 남는 자리 있어?”
“……자리?”
베르몬트는 체리를 삼키며 되물었다.
그런데 그때.
“마족 아가씨. 저와 저녁 한 끼 해주시겠습니까?”
왠 재수 없는 정령족 하나가 걸어와 작업을 걸었다.
베르몬트는 미간을 좁히고 거절했다.
“생각 없어요.”
“너무 예쁘셔서 하는 말입니다. 부디, 저와 함께…”
“가세요.”
“……알겠습니다.”
정령족은 뒤돌아 멀어졌다.
‘뭐야?’
불량배A 이벤트가 흔하긴 한데, 정령족이 와서 작업을 걸다니.
그런데 베르몬트는 그런 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칸이 말한 상단 입단 건을 말했다.
“남는 자리 있냐고 물었지?”
칸이 고개를 끄덕이자, 베르몬트가 재차 물었다.
“그런데 우리 아빠 길드 들어와서 뭐하게?”
“그게……”
칸은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세로스 상단을 좋게 봤고, 거기서 너랑 같이 활동하면 좋을 것 같다는 둥, 나쁜 건 쏙 빼놓고 장점만을 말했다.
“우리 상단이 그렇게 좋아?”
베르몬트는 거듭된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고, 칸의 입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녀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아빠한테 말해줄게!”
“그럼 지금 바로 가자.”
칸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베르몬트와의 데이트는 여기서 끝이었다.
*
[ 힘의 탑 71층, 세로스 스트리트에 도착했습니다. ]칸은 베르몬트를 데리고 세로스 본점에 도착했다.
“지. 지금 바로 입단하게?”
“안 될 거 있어?”
“아니, 안 될 건 없는데…….”
베르몬트는 한껏 멋을 낸 상태였고, 누가 봐도 남친이랑 데이트하는 소녀처럼 보였다.
이 상태에서 세로스와 만난다면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베르몬트는 걱정이 되었다.
“아빠가 내 모습을 보고 비웃을 수도 있잖아.”
그 걱정이 반대였긴 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칸의 야심도 진짜였다.
‘지금 입단해서 부마스터까지는 올라가야, 릴라데아 상단을 먹을 수 있다.’
세로스 상단의 입단 시기는 빠를수록 좋았다. 그렇게 입단해서 상단을 위해 공적을 쌓고 고속 승진을 하는 것. 그것이 릴라데아 상단을 먹는 최단코스였다.
그러므로 굼벵이처럼 있을 시간은 없었다.
“세로스는 널 비웃지 않아.”
“그걸 어떻게 알아?”
“널 비웃으면 내 손가락을 잘라줄게.”
“…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무섭게시리!”
베르몬트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칸은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나만 믿고 가자. 너는 세로스한테 말 만 잘해 줘.”
베르몬트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칸은 픽 웃으며 말했다.
“들어가자.”
이제 세로스의 면접을 볼 때였다.
*
“아빠. 나 왔어.”
베르몬트가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책상에 앉은 세로스가 보였다.
“들어가자.”
베르몬트는 칸의 팔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문이 닫혔고, 칸과 베르몬트는 세로스와 마주 보는 자리에 섰다.
“무슨 일이지?”
냉랭한 얼굴의 세로스가 물었다.
그는 한껏 꾸민 베르몬트를 보며 미간을 좁혔는데, 칸을 보고는 아예 얼굴을 구겼다.
칸이 입을 열면 책상을 부숴버릴 기세. 칸은 입을 다물었고, 베르몬트가 대화를 시작했다.
“아빠. 부탁이 하나 있는데…”
“그 원피스랑 화장, 머리에 들어간 웨이브는 뭐지?”
그러나 세로스는 베르몬트의 말을 끊고 그녀의 외모를 지적했다.
“설마, 남자친구라도 생긴 건가?”
“아. 아니……?”
베르몬트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세로스는 멈추지 않고 분노를 쏟아냈다.
“그럼 지금 그 모습은 도대체 뭐지?”
“그. 그냥 멋 좀 부린 건데?”
“멋?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한 거지? 네 모습을 보고 발정할 남자들 좋으라고 그렇게 했나?”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베르몬트가 수치심에 휩싸여 빽 소리쳤다.
하지만 세로스가 이런 데 굴할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칸 앞으로 걸어왔다.
“인간. 네가 내 딸을 저런 모습으로 만들었나? 만약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널 죽여도 될 것 같군.”
그가 칸을 내려다보며 살기를 흘렸다.
“아빠 왜 이래! 하지 마 진짜!”
베르몬트는 어쩔줄 몰라하며 세로스의 어깨를 때렸다. 정작 칸은 덤덤한 얼굴이었고, 그것을 본 세로스는 더욱 노기에 차올랐지만, 베르몬트는 계속 세로스를 말렸다.
그러나 전부 소용없었다.
세로스가 형형한 살기를 흘리며 말했다.
“여기 온 목적을 말해라. 그 목적이 딸과의 교제, 혹은 결혼일 경우, 이 자리에서 네 목을 치겠다.”
“아. 진짜 하지 말라고 아빠!”
칸은 그 살기를 받으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 온 목적을 말했다.
“날 상단에 넣어줬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