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83)
이세계 골드리치-183화(183/256)
<– 드높은 서열을 위해 –>
아도니스는 엘프족 최강의 궁사다.
그의 주 무기인 ‘드루이드가 깃든 자연의 활’ 약칭, ‘자연활’은 엘프 전용 레전더리템이었고, 엘프 왕가의 전용 마법 ‘자연의 힘’을 마스터한 그는 엘프족 최강자임이 명백했다.
그런데 사실, 템빨 앞에는 별 소용이 없었다.
[ ‘잿빛 하늘의 지배자(+14)’를 장비합니다. ]잿빛 안갯속에서 태어난 지배자의 활. 손에 쥐는 것만으로 전율이 흘렀다.
이런 괴물 같은 템이 있는데 고작 엘프에게 움츠러든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칸은 올곧은 눈으로 아도니스를 응시했다.
“……겁을 먹지 않는군.”
아도니스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칸은 주눅이 들어야 했는데, 그러긴 커녕 야수와 같은 기세를 흘리고 있었다.
“쓰러트릴 맛은 있겠어…….”
아도니스는 입술을 비틀며 ‘자연활’을 들었다. 녹색 기운이 땅을 적시며 대자연의 힘을 드러냈다.
[ 이건 또 무슨 일이랍니까! ] [ 인간족 대표가 검이 아니라 활을 들었습니다! 이거 시작부터 흥미진진합니다! ]야타는 침을 튀기며 전투를 중계했다. 관객은 그것을 듣고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역시 숨겨둔 게 있었구나!”
“인간족 이겨라!”
칸에게 돈을 건 노름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엘프족 여인들은 그들을 째려보며 아도니스를 응원했다.
“아도니스님 멋져요!”
“인간 따위 빨리 해치워 주세요!”
그녀들의 목소리는 사내보다 강했고 아도니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저놈은 인간.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다.’
아도니스가 금발을 쓸어넘기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활시위를 당기며 소리쳤다.
“이곳이 너의 무덤이 될 것이다!”
칸은 기다렸다는 듯 [잿빛]을 전개했다.
콰아아아아!-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잿빛 안개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흙무더기와 돌멩이들이 허공으로 날았고 투기장이 자욱한 안개에 휩싸였다.
[ 이건 또 무슨 일이랍니까! ] [ 양 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방송이 망하게 생긴 상황.
야타가 경악하며 입을 벌렸다. 관객들은 머리카락 하나라도 보기 위해 일제히 일어났다.
“재밌는 일을 벌여주는군 그래.”
아도니스는 웃음기를 지우고 전투에 집중했다.
‘바로 찾아주지.’
그는 ‘자연의 눈’을 발동했다. 천리안과 비슷한 성질의 스킬이 전개되며 안개 속 광경이 보였다. 맨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화살이었다.
‘……뭐지?’
그런데 화살이 평범하지가 않았다.
매처럼 빨랐고 대포알처럼 단단했다. 저것을 맞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한 일이었다.
아도니스는 재빠르게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자연의 심장!”
콰아아앙!
푸른 방어막이 화살을 막았다. 생명력의 피해는 없었으며 약간의 마나만이 소모되었다.
‘별 건 아니군…….’
아도니스는 씩 웃으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런데 그때, 비슷한 모습의 화살 수십 발이 날아왔다.
칸이 [지배]를 전개한 것이다.
콰가가가가!
“뭐 이딴!…….”
화살은 한발 한발이 야포처럼 강력했다.
콰가가가가가!
“이런 미친!…….”
화살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평범한 연사가 아니었다. 빛과 같은 속사였다.
쩌저저적-
“크헉!…….”
자연의 심장에 균열이 생기고 이곳저곳이 떨어져 나갔다. 계속 버티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저 멀리서 감지되는 인간의 기척. 그곳에서 초당 대여섯 발의 화살이 연속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계속 맞기만 하는 아도니스는 미칠 지경이었다.
‘일단 이것부터 벗어나야겠어!’
아도니스는 ‘자연의 비호’를 발동했다. 흙바닥에서 넝쿨 줄기가 콰드드 솟아나 그를 감싸안았고 땅속으로 끌어들였다.
‘인간의 뒤쪽으로 간다!’
아도니스는 땅속에서 칸의 뒤를 향해 움직였다
*
‘지금인가.’
칸은 [지배]를 중단하고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셋을 센 후, 꿀렁거리는 토양에 대고 [제왕]을 발동했다.
콰아아아앙!
반동에 어깨뼈가 떨렸다. 활에서 제왕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자연의 심ㅍ……”
콰아아아앙!
아도니스의 얼굴에 제왕의 화살이 적중했다. 지뢰를 연상시키는 자욱한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고 잿빛 안개는 구멍이 뚫렸다.
“끄아아아악!”
아도니스는 생명력 감소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어떡해!”
“아도니스님! 죽으면 안 돼요!”
엘프 여인들은 아연실색했다. 칸은 그것을 무시하고 [제왕]을 전개했다.
콰아아아아앙!
“끄아아악!”
아도니스는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제왕의 화살을 한 발 더 얻어맞았다.
“그만 해!”
“나쁜 인간 저리 꺼져!”
엘프 여인들이 분노해서 칸을 비난했다. 그러나 사내들은 아니었다.
“인간 저거 제대로 난 놈이군!”
“빌어먹을 낯짝을 제대로 조져버리는데!”
“이거 더럽게 재밌구만!”
남자들은 움켜쥔 주먹을 휘두르며 한 번 더 한 주먹 더를 외쳤다. 칸은 그것을 들으며 마지막 [제왕]을 발사했다.
“끝났다. 아도니스.”
“마. 말도 안!……”
콰아아아앙!
[ 아도니스의 생명력이 소멸되었습니다! ] [ ‘대자연의 수호자’ 효과 발동! ] [ 아도니스가 사망(상태) 대신 혼절(상태)에 빠져듭니다! ]아도니스는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칸은 활을 인벤토리에 넣고 관객석을 보았다.
“지금…… 인간이 이긴 거야?…….”
관객석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아도니스가 당해주는 것도 쇼맨십일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일어나서 인간족을 짓밟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던 모든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으아아아아!”
“오늘 내 집 장만한다!”
장난 삼아 칸에게 배팅했던 투전꾼들. 그들만이 칸의 승리 사실에 기쁨을 만끽했다. 나머지는 아니었다.
“인간이 서열 7위라고?…….”
미래를 보는 지성 있는 존재들. 그들은 깨닫고 있었다.
“서열 7위, 인간족…….”
더 이상 인간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견제 대상에 속한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족은 해인족, 그리고 엘프족과 동맹을 맺었다…….”
이제 인간족은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인간족에게 전쟁을 선포하면…… 엘프족, 그리고 해인족과 전쟁을 치르는 꼴이 되겠군…….”
인간족은 더 이상 최약이 아니었다. 서열 7위가 되어 온갖 혜택을 흡수하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대업을 이룰 수도 있었다.
“인간족은 이제 최약이 아니다…….”
한 마족이 중얼거린 문장. 그것은 탑의 모든 주민이 깨달게 될 진실이었다.
[ ‘관리국 미친 자식들아…….’ ]야타는 골을 부여잡고 관리국을 욕했다. 그리고 세상이 꺼져라 한숨을 쉰 뒤, 텅 빈 투기장을 보며 황금색 버튼을 눌렀다.
[ 엘프족의 종족 서열이 11위로 격하되었습니다. ] [ 인간족의 종족 서열이 7위로 격상되었습니다. ]“세상에…….”
“맙소사…….”
엘프들은 허망한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
“어떻게 한 거냐 인간!”
자연의 축복을 받고 정신을 차린 아도니스. 그가 조각 같은 얼굴을 망가뜨리며 칸에게 물었다.
“정해진 승부였다.”
칸은 그를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정해진 승부라고?…… 커헉!…….”
아도니스는 몸을 일으키다가 피를 토했다. 작은 연민이 드는 불쌍한 모습. 칸은 위로 한 문장을 건네주었다.
“내 활이 더 좋았을 뿐이다.”
환상템 14강.
엘프가 특수스킬과 특수스탯을 덕지덕지 붙였다 한들, 템빨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활? 그것이 끝이란 말인가!”
아도니스는 핏대를 세웠다.
칸은 턱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리고 하늘의 야타를 보며 말했다.
“이제 마무리합시다.”
*
[ ……그러죠. ]야타는 감정을 가다듬은 듯, 마이크를 조정하고 마무리를 시작했다.
[ 중태에 빠진 아도니스님을 안전지역으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아도니스의 이동이었다. 야타는 녹색 버튼을 눌러서 아도니스를 원래 장소로 돌려보냈다.
“젠장…….”
아도니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해는 갔다.
모든 엘프에게 손가락질당하는 것은 물론, 그의 명성도 바람처럼 흩어져 없어질 테니.
‘뭐, 나랑은 관계없지.’
칸은 야타를 보았다. 야타는 소란스런 관객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 세상 살다 보면 새옹지마! 별에 별일이 다 일어나는 법 아니겠습니까! ] [ 이런저런 고민은 털어버리고, 앞으로 벌어질 즐거운 이벤트를 계속 진행해 봅시다! ]관객석의 분위기가 미세하게 풀어졌다. 아직 어둡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우중충한 공기를 벗어나니 훨씬 나았다.
[ 이제 대표간 계약을 이행하겠습니다! ]야타는 우렁찬 외침으로 중계를 이어나갔다.
[ 인간족이 승리했으니 인간족의 조건을 이행하겠습니다. ] [ 엘프족과 백년 동맹을 맺는 것을 지금 바로 시작해보죠! ]야타가 책상을 두드려서 양피지를 띄웠다.
[ 인간족 & 엘프족 백년 동맹 ]1.인간족(7위)과 엘프족(11위)은 백년 동맹을 맺는다.
2.두 종족은 서로에게 전쟁을 선포할 수 없고, 약탈 및 그 외 강제 행위를 할 수 없다.
3.타국이 전쟁에 휘말렸을 경우, 자동으로 전쟁에 돌입한다.
…….
주의깊게 봐야 할 조항은 하나. 선전포고와 관련된 3번 조항이었다.
[ 두 종족은 백년 동안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게 되었군요. ] [ 다른 종족들은 엘프와 인간, 둘중 하나를 건드릴 때 많이 신중하셔야겠습니다. ]이제 다른 종족들은 인간족을 쉽사리 건드릴 수 없었다.
사실상, 8위부터 13위까지의 전쟁 걱정은 사라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위협은 전부 없어졌네.’
인간족에게는 괜찮은 선물이었다.
[ 그럼 다음! 엘프족이 누려온 4가지 혜택을 회수하겠습니다! ]이제 엘프족의 혜택이 회수될 차례였다. 야타가 검은색 버튼을 눌렀다.
“아. 안 돼!”
“내 자연친화력이!”
관객석 곳곳에서 회색빛이 번쩍이며 엘프들의 혜택이 회수되었다. 그들은 절망한 얼굴을 했고, 요정들은 히죽거리며 엘프를 놀렸다.
이제 인간족이 혜택을 고를 시간이었다.
[ 인간족 대표는 지금까지 좋은 선택을 이어왔는데요, 과연 오늘도 그럴 수 있을까요?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 인간족 대표님. 서열 10위의 혜택을 선택하십시오! ]칸은 눈앞에 떠오른 혜택들을 보았다.
그리고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