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85)
이세계 골드리치-185화(185/256)
— 왕궁 방문 —
[ 정령의 길을 걷다니, 놀랍군요. ] [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겁니까? ]야타는 웃었지만, 눈은 울었다. 자신이 통과시킨 칸이 인간족을 부흥시키려 작정한 것이다.
[ ‘관리국 개 같은 놈들…… 니들이 관리를 안 한 거야!’ ]‘쟤 멘탈 나갔네.’
칸은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처음 왔을 때는 활 하나 들고 도망치던 신세였는데, 어느새 서열 7위까지 왔다.
‘여기서 나가면, 제니아 왕국이나 방문해볼까.’
서열 7위가 된 인간족. 그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 한 번 가자.’
간만에 사람들 사는 모습도 구경하고, 잉그리드하고 탑 바깥나들이도 다니고.
괜찮아 보였다.
[ 원하는 층을 선택해주십시오! ]“51층.”
그는 빛살의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
눈을 뜨니 집 앞이었다.
문을 여니, 잉그리드가 방긋 웃으며 달려왔다. 칸은 그녀를 안아서 주방으로 걸어갔다.
“아빠! 내가 밥 차려놨다?”
“장하네.”
그는 잉그리드와 함께 밥을 먹었고, 지저분해진 몸을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나도 같이 씻을래!”
“오늘은 안 돼.”
잉그리드가 옷을 벗어 던지려 했지만, 칸은 그녀를 멈춰 세웠다. 그녀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오늘 제대로 한번 얘기해야겠어.’
올바른 생각을 심어주는 건 보호자의 책임이자 의무였다.
“아빠! 나도 같이 씻을 거야!”
“오늘은 안된다니까.”
일찍 바로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자신의 탓이었다. 칸은 한숨을 푹푹 쉬며 욕실로 들어갔다.
*
“오페라 관현악단 빨리 불러와!”
“토끼합창단도 데려오고!”
“포도주 300통 준비해!”
제니아 왕궁은 귀족 시녀할 것 없이 부산을 떨고 있었다.
“국부님이 오신다! 빨리빨리 움직여!”
칸이 오기 전에 환영식 준비를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케스트라 공연을 준비했고, 귀족들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아리아! 국부님한테 눈도장을 찍을 기회다!”
“젠킨스! 너는 우리 가문의 장남이다! 국부님의 제자가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귀족들은 칸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바삐 했다.
그것은 평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국부님의 눈에 띄어서 귀족이 될 절호의 기회다!”
“나는 실프를 보았다! 이걸 국부님에게 알려 드려야 해!”
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인생을 역전하기 위해, 그도 아니면 인류의 보탬이 되기 위해.
그들은 왕궁으로 달렸다.
하늘에서 보는 왕국의 정경은, 알록달록한 개미들이 왕궁으로 모이는 것과 같았다.
“데이라. 저녁때까지 칸님을 모셔 오거라.”
“네. 오라버니.”
데이라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힘의 탑으로 이동했다.
*
“알겠지? 여성이 지조를 지키는 건 중요한 일이야.”
칸은 소파에서 잉그리드를 교육하고 있었다. 잉그리드는 입술을 삐죽였다.
“……이제 아빠랑 못 씻어?”
“응. 습관은 무서운 거거든. 다른 남자한테 아빠 대하듯 할 수도 있고.”
“안 그래! 나 절대 안 그럴 거야!”
잉그리드가 빽 소리치며 반항했다.
‘애 키우는 게 어려운 거구나.’
칸은 식은땀을 느끼며 잉그리드를 감싸 안았다.
“나쁜 아빠!”
잉그리드는 분이 안 풀린 듯 뚱한 얼굴을 했다. 칸은 그녀를 달래기 위해 어깨를 쓸어주었다.
‘이제 슬슬 왕국에 가야 하는데.’
지금쯤 보나스가 국부님!ㅡ 외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어서 가야 했다.
“잉그리드. 인간 왕국에 같이 갈까?”
“……아빠가 원하면.”
칸은 옅게 웃으며 일어났다.
“그럼 잠깐 기다리고 있어. 인간족한테 줄 선물 사올 테니까.”
잉그리드는 칸에게 반항하기는 싫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 쉬고 있어~”
칸은 집을 나가 오리할콘 길드로 이동했다.
인간족에게 줄 선물ㅡ에픽템 5개 정도ㅡ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칸님 오셨어요!”
오리할콘 길드로 들어가니 요정들이 칸을 반겼다. 그녀들은 엘프족을 깔아뭉갠 덕에 신 난 상태였다.
칸이 말했다.
“다들 오랜만이네. 골드 보물상자 5개만 꺼내줄래?”
“물론이지.”
아리스는 2층으로 올라가 골드 보물상자 5개를 가져왔다.
“여기 있어.”
“고마워.”
칸은 옅게 웃으며 감사를 전했다.
“아리스. 우리 잠깐 나갔다 올까?”
“그러자.”
요정들은 눈치 좋게 밖으로 나갔다. 짤랑ㅡ 종소리가 울리며 문이 닫혔다.
칸은 저번에 남은 골드 마스터키 5개를 사용해 보물상자를 열었다.
에픽 검 2개, 활 1개, 지팡이 2개가 나왔다.
“이쯤이면 됐다.”
인간족에게 가져갈 선물로는 충분했다.
아이스 블레이드나 흡혈검을 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건 그닥 내키지 않았다.
‘내 꺼니까.’
레전더리템 10강을 공짜로 주기는 아깝다는 아이같은 생각. 그것이 발목을 잡았다.
‘안 줘도 큰 상관 없기도 하고.’
레전더리템이 인간족 부흥의 열쇠가 되지는 못했다. 결국 2명만 강해지는 꼴이니까. 인간족이 제대로 부흥하려면 서열 혜택이 유일한 해답이었다.
‘데이라한테는 줘도 될 것 같긴 한데.’
그런데 데이라한테는 줘도 괜찮았다.
워낙 재능이 뛰어나니 칸의 발목을 잡는 일도 없을 것이고, 사파이어의 층을 통과해서 인간족의 2인자가 될 수도 있었다.
‘데이라한테 상황 봐서 주자.’
칸은 그것을 끝으로 생각을 끊어냈다. 그는 요정들에게 또 보자고 메세지를 보냈고, 오리할콘 길드를 나가기 전에 크리스탈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그때, 크리스탈이 울렸다. 데이라였다.
[ 칸님! 정말정말 죄송한데 21층 광장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100골드가 없기도 하고, 칸님이 몇 층에 있는지도 알 수가 없어서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꼭 좀 부탁할게요. 죄송해요……. ]“길게도 보냈다.”
그냥 와달라고 한 문장이면 되는데.
칸은 크리스탈을 들고 21층으로 이동했다.
*
그리고 광장에서 데이라와 만났다.
“칸님! 서열 격상 너무 감사드려요!……”
그녀는 칸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괜찮아요. 괜찮아.”
칸은 그녀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그녀는 훌쩍 콧물을 삼키더니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저랑 같이 왕궁에 가주시겠어요?”
칸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갈 생각이었어요.”
“와 그러시군요! 그러면 밤에 출발하는 건 어떠세요?”
“그러죠 뭐.”
데이라가 만족스러운 듯 방긋 웃었다.
“그나저나 데이라. 100골드가 없다고 했죠?”
“네? 네.”
“그럼 이거 받아요.”
칸은 데이라에게 만 골드를 보냈다.
“마. 마마만 골드!…….”
데이라는 경악했지만, 칸은 상관하지 않았다.
“51층으로 갑시다.”
그는 데이라의 손을 잡고 크리스탈을 들었다.
“저. 저는 51층에 갈 자격이 없는데요?”
데이라가 소심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문제는 안 되었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는 자격 없는 선별인원을 동행시키는 특수한 방법을 사용했다. 골드는 조금 깨졌지만, 잉그리드와 만나려면 별수 없었다.
[ 500골드를 소모합니다. ] [ 인간족, 데이라에게 51층 이용권 1일을 부여합니다. ]“이런 방법이!…….”
시골에서 올라온 소녀같은 데이라. 칸은 그녀의 손을 잡고 51층으로 이동했다.
그는 데이라에게 이를 가는 잉그리드를 진정시켰고,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을 때웠다.
이제 제니아 왕국으로 이동할 시간이다.
“아빠. 나 저 여자 맘에 안 들어.”
“조금만 참아.”
“피…….”
양볼이 빵빵한 잉그리드를 왼손에 잡았고, 어쩔줄 몰라하는 데이라를 오른손에 잡았다.
칸은 그 상태에서 말했다.
“데이라. 이제 가죠.”
“……네.”
데이라는 잉그리드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며 크리스탈을 들었다.
*
파아-
빛살이 사라지며 왕궁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휑한 분위기였다. 창을 든 문지기도 없고, 빗자루를 든 시녀도 없었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데이라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일 없었어요…….”
“……희안하네.”
몇 명쯤은 있어야 정상인데 말이다.
“칸님. 일단 들어가실까요?”
칸은 데이라의 제안에 따라 왕궁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에서도 사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전부 어디로 간 겁니까?”
“이… 일단 계속 가보죠!”
데이라가 어색한 반응을 보였다.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 칸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왜. 왜 그렇게 보세요?”
데이라가 당황해서 고개를 피했다. 역시 뭔가를 알고 있다. 칸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아니, 물으려 했다.
“저 여자 보지 마아!”
잉그리드가 칸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그는 넘어질 뻔했다.
“……미안해 아빠.”
잉그리드가 있는 이상, 데이라와 5초 이상 대화할 수는 없었다.
“……그냥 갑시다.”
그는 데이라를 따라서 다시 걸었다. 데이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서 의문은 더욱 커졌지만, 어차피 물어볼 수도 없었다.
‘계속 걷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그는 데이라를 따라서 대연회장에 도착했다. 갖은 문양이 그려진 거대한 문이 보였다. 사람은 역시나 한 명도 없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칸이 다시 한번 물었다.
“지금 알려 드릴게요.”
데이라는 대연회장으로 걸어가 대문을 두드렸다. 순간 대문이 알아서 열리며 내부 풍경이 보였다.
화려한 대연회장.
수백 명의 귀족이 무대를 보고 있었다. 그 무대 위에는 관현악단이 있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하프…….
수십의 연주자들이 그 악기를 든 채 지휘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설마?…….’
배불뚝이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둘렀다.
빠바밤! 빠바밤! 빰빰빰!
칸을 위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