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86)
이세계 골드리치-186화(186/256)
— 술주정 —
공연이 시작된 지 3분이 지났다.
빠바바밤! 빠바바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빠른 템포로 악기를 연주했고, 합창 단원들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소리쳤다.
【글로리아!】
【글로리아!】
【글로ㅡ리아!ㅡ】
그것은 칸이 가져다준 영광, 그리고 인간족의 앞날을 축복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빠바바밤!
큰북 소리가 공연의 끝을 알렸다.
짝짝짝짝짝ㅡ
귀족들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전부 칸을 향한 것이었다.
“국부님을 위하여!”
“”위하여!””
보나스가 잔을 들었고, 귀족들도 칸을 연호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아빠가 짱이라는 거지?”
잉그리드는 방긋 웃었다.
칸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대연회장을 보았다.
수백 명의 귀족이 열띤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개중에는 흠모하는 시선도 있었고 질투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것들은 전부 뜨거운 열기를 담고 있었다.
‘이건 이벤트가 아니다…….’
작금의 상황은 칸의 행보에 감동한 npc들의 감사인사였다.
[ 인간족을 감동시켰습니다! ] [ 특별 업적 보너스! ] [ 30,000골드를 획득합니다! ] [ 골드리치 스타터팩 보너스 발동! ] [ 3,000,000골드를 획득합니다! ]놀라운 보상이 연달아 터졌다.
‘대박이네…….’
칸은 얼떨떨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데 그때, 잉그리드가 칸의 옆구리를 찌르며 보나스를 가리켰다.
“아빠. 저 남자 좀 봐봐.”
칸은 보나스를 보았다.
“국부님!”
보나스는 히로인마냥 칸에게 뛰어들고 있었다. 턱수염 덥수룩한 사내가 덮쳐오니 보통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자. 잠깐!”
“칸님!”
칸은 보나스에게 안기고 말았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보나스가 눈물을 질질 짜며 감사를 전했다. 귀족들은 그것을 보며 박수를 쳤다.
“역시 아빠가 짱이네!”
잉그리드는 뭔지도 모르고 좋아했다. 칸은 떨떠름한 얼굴로 보나스를 밀었다.
“……나와 주십시오.”
“헛! 죄송합니다!”
보나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칸을 놓아주었다.
그는 칸에게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전한 뒤, 뒤돌아서서 귀족들을 보았다.
그리고 소리쳤다.
“대신들은 들어라!”
그가 오른팔을 들며 힘차게 외쳤다.
“여기 있는 국부님은 우리의 영웅이며 우리의 빛이다!”
“영웅이다!”
“우리의 빛이다!”
귀족들도 기뻐하며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짝짝-
“국부님!”
보나스는 다시 뒤돌았다. 그는 칸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피곤하시겠지만, 부디 왕국에서 준비한 연회를 즐겨주십시오!”
“예….”
칸은 어색하게 웃으며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보나스가 호탕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기악을 연주하라!”
동시에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둘렀다.
따라란! 따라란! 딴딴딴!
연주가 시작되었고, 부드러운 선율이 대연회장을 감싸 안았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보나스는 환히 웃으며 칸을 안내했다.
그는 음식이 있는 테이블을 알려주었고,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는 전용 자리를 보여주었다.
전용 자리는 U형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비유하자면 프랑스의 귀족 살롱처럼 생긴 곳이었다.
“여기에 앉아 편히 쉬시면서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 드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보나스가 방긋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칸은 그러지 말라며 그를 일으킨 뒤, 잉그리드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아빠. 여기서 뭐 하면 되는 거아?”
잉그리드가 테이블에 놓인 과자를 오물거리며 물었다.
“그냥 편하게 즐기면 될 것 같아.”
“뭘 즐기는데?”
“뭘 즐기냐면…….”
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녀가 즐길만한 것을 탐색했다. 그리고 발견했다.
저 멀리에, 14살배기 영식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저기 남자애들 보이지.”
“응.”
“저 애들 심심해 보이니까, 한번 가서 놀아줘 봐.”
“……내가 쟤들을?”
잉그리드가 미간을 좁혔다.
칸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빠 한번 믿어 봐.”
잉그리드의 미모를 본 영식들은 놀랄 것이고, 그녀를 칭송할 것이다.
‘잉그리드도 꽤나 재밌어하겠지.’
칭찬을 싫어하는 소녀는 없다. 칸은 잉그리드의 등을 두드리며 가볼 것을 재촉했다.
“……아빠 말이니까 한번 가볼게.”
잉그리드는 입술을 삐죽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너무 귀엽다, 여신의 강림이다. 그런 말들이 잉그리드에게 집중되었다.
‘……내가 그렇게 이쁜가?’
잉그리드는 백금발을 찰랑거리며 영식 무리에 도착했다. 영식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입을 떡 벌렸다.
“누구……세요?”
그들은 잉그리드가 누군지도 몰랐고 천사 같은 미모를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들 모두는 내로라하는 가문의 장자였지만, 잉그리드 앞에서는 어벙이에 불과했다.
‘얘네 왜 이래?’
잉그리드는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소개했다.
“난 국부님의 딸이야.”
“……그런!”
영식들이 헛숨을 들이켰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잉그리드는 여신처럼 이쁜데 국부까지 아버지로 둔 역대급 신붓감이라는 소리였다.
잉그리드가 노비 신분이라도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텐데, 이건 뭐 게임 끝이었다.
“이름이 뭐에요?”
영식들이 잉그리드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올리브유를 바른 혓바닥으로 그녀를 칭송했다.
“정말 예쁘십니다!”
“피부도 우유 빛깔이 따로 없습니다!”
귀족의 체면 따위는 벗어던졌다. 그들은 오직 잉그리드만을 바라보며 칭찬을 쏟아냈다.
‘……이상하다. 왜 기분이 좋지.’
잉그리드는 떨떠름한 얼굴로 칭송을 받아들였다.
‘역시 괜찮아 보이네.’
소파에 앉은 칸은 앞을 보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포도주, 무대에서 곡을 연주하는 관현악단이 보였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마련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
‘나도 좀 즐겨볼까.’
그는 포도주를 잔에 따랐다.
주량은 소주 3잔에 불과했고 술주정도 심각했지만,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는 즐겨줄 필요가 있었다.
“일단 한잔.”
칸은 가볍게 포도주를 들이켰다.
*
제니아 왕국 산 포도주는 도수가 높았다.
절망적인 식량난 속에서도 술을 사랑한 주조가들 때문이었다.
“끄어어.”
칸은 포도주 한잔으로 맛탱이가 갔다. 그는 딸꾹질하며 대연회장을 응시했다.
“어머, 국부님 취하셨나 봐.”
“도와드려야겠는데.”
기회를 감지한 영애들이 칸에게 다가왔다.
금발, 은발, 적발…….
‘……이상하네.’
평소같으면 아무 생각 없었을 텐데. 이상하게 영애들이 예뻐 보였다.
‘내가 취했나?…….’
칸은 고민했다.
‘설마 취했을 리가.’
그러나 빠르게 기각되었다.
포도주 한잔으로 취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국부님.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그때, 금발 영애가 은은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제정신이 아닌 칸이 말했다.
“그러든가.”
“감사합니다!”
금발 영애는 환히 웃으며 칸의 옆자리에 앉았다. 다른 영애들도 똑같았다.
“저도 도와드리겠사와요.”
“국부님은 저의 영웅이랍니다.”
그녀들은 소파에 앉아 칸을 유혹했다. 귓전을 간질거리며 호 불기도 했고, 허벅지가 탄탄하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칸은 헤실헤실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제가 따라 드릴게요!”
적발 영애가 바로 튀어나와 포도주를 따라주었다. 칸은 별 생각 없이 그것을 들이켰다.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 순간이었다.
‘……얘네 왜 이렇게 예뻐 보이냐.’
추녀도 미인으로 만드는 술의 힘.
안 그래도 준수한 영애들이 여신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영애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국부님. 저랑 즐거운 놀이 하나 하시겠어요?”
금발 영애가 치맛자락을 슬쩍 올리며 요염하게 웃었다. 다른 영애들도 지지 않겠다는 듯 칸에게 몸을 붙이며 애교를 떨었다.
“다들 왜 그래~”
제정신을 놓아버린 칸은 그녀들을 밀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술 취한 아저씨 마냥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좋아요!”
영애들은 아쉬운 듯 입술을 물었지만, 말을 튼 것이 어디냐며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내가 최근에 본 드래곤을 잡았는데 말이야!”
“우와! 본 드래곤 대단해요!”
“……본 드래곤이 뭔지는 알아?”
“…아니요.”
은발 영애가 실수를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잔뜩 취한 칸은 모든 것이 귀엽게만 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그는 실실 웃으며 은발 영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발 영애는 얼굴이 화악 붉어져서 손으로 감싸안았다.
칸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자기자랑을 시작했다.
“그 전투는 정말 어려웠어. 환상족, 정령족, 용족, 거인족, 거기다 마족까지. 그들 모두가 합세해서 싸워야 했거든!”
“”우와!””
온실 속 화초인 영애들은 무슨 소린지도 못 알아들었지만, 일단 칸이 즐거워 보여서 따라 웃었다.
칸은 절제력을 잃고 계속 떠들었다.
“거인족이 땅에 처박혔고!…….”
이야기는 금세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치달았고, 결말만을 남겨놓았다.
칸이 씩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순간, 어떤 무기가 날 승리로 이끌어줬는지 궁금하지?”
“물론이에요!”
“알고 싶어요!”
영애들이 두 손을 모으며 칸을 재촉했다. 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콧김을 뿜었다.
그리고 잿빛 활을 꺼내 들었다.
*
“……아까부터 뭔 소리야?”
미소년 영식들에게 둘러싸인 잉그리드. 그녀는 입안 가득 들어있던 푸딩을 삼키고 시끄러운 곳을 바라보았다.
“거인족이 땅에 처박혔고!”
팔불출 행세를 하는 칸이 보였다.
“뭐야?…….”
자연스레 미간이 좁혀졌다. 영식들에게 둘러싸여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그 사이에 칸이 저 지경이 되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빠 지금 대체 뭐하는 거야?…….”
칸이 잿빛 활을 들었다.
“아… 아빠!…….”
잉그리드는 입을 떡 벌리고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