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90)
이세계 골드리치-190화(190/256)
— 이권 분쟁 —
칸과 잉그리드는 성래족 평원으로 이동했다.
“레벨 금방 올릴게!”
잉그리드가 레벨 100을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칸은 세로스의 임무를 받으러 가야 했지만, 마중 차 그녀를 따라왔다.
“아빠. 집에 돌아오면 연락 줘!”
“알겠어.”
칸은 손을 흔들어주며 세로스 상단으로 이동했다.
“세로스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세로스 상단에 도착하자 수인 청년이 걸어와 칸을 안내했다.
칸은 그를 따라가 세로스 집무실에 도착했다.
“들어가십시오.”
칸은 안으로 들어갔다.
“왔군.”
눈길도 안 주고 인사하는 세로스가 보였다. 칸은 대꾸하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았다.
“다음부터는 너무 늦지 않도록.”
세로스의 불만 섞인 잔소리가 들려왔다.
“임무나 주지.”
칸은 잔소리를 무시하고 말했다. 그러자 세로스가 피식 웃더니 양피지를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칸과 마주 보는 소파에 앉으며 양피지를 던졌다.
“이게 임무다.”
무례한 태도였다. 그러나 칸도 반말을 찍찍해서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양피지를 들어서 임무를 보았다.
〈 서브 퀘스트 – 벼 농장 왕닭 소탕 〉
분류 : 서브
난이도 : D+
클리어 조건 : 세로스 상단 31층, ‘치유의 벼 농장’을 습격하는 왕닭 200마리를 처치하라.
보상 : 1,000골드
실패 시 : 세로스의 신임 하락
잡퀘스트였다. 1급 하수인에게 맡긴다고는 믿기 힘든 잡퀘스트.
“알겠다.”
그러나 칸은 받아들였다.
세로스의 신임을 받으려면 임무를 가려서는 안 되었다.
“다음 임무가 있다면 바로 말하도록.”
칸은 양피지를 내려놓고 집무실을 나갔다. 당분간은세로스의 개가 되어야 했다.
아주 커다란 뒤통수를 치기 위해서.
“……의외로 반항이 적군.”
세로스는 칸의 계획을 알지 못한 채 허브티를 홀짝였다.
*
[ 힘의 탑 31층, 치유의 벼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칸은 벼 농장에 도착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볍씨에서 고소한 향이 풍겨왔고, 지평선까지 펼쳐진 황금빛 벼 이삭들이 보였다.
그리고 왕닭들이 보였다.
꾸에에에에!
왕닭보다는 미친 닭에 가까웠지만, 그 크기만큼은 정말 왕만 했다.
몸집은 코뿔소처럼 거대했고, 닭발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이삭들이 으스러졌다.
“꺄아아아악!”
“살. 살려 주세요!”
세로스 상단 인부들이 칸을 지나쳐서 도망쳤다. 칸은 덤덤한 얼굴로 왕닭들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잿빛 활을 들었다.
“뭐…… 금방 잡겠지.”
그는 특수능력, [제왕]을 발동했다.
파바바바바!
수백 발의 화살이 들판을 가르며 왕닭들을 꿰뚫었다.
왕닭 200마리가 죽는 데에는 고작 10분이면 되었다.
꾸에에에에에!
200번째 왕닭이 눈을 까뒤집고 졸도했다.
[ 왕닭을 모두 처치했습니다! ] [ 〈 서브 퀘스트 – 벼 농장 왕닭 소탕 〉을 클리어했습니다! ] [ 1,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금방 끝났네.”
칸은 바로 세로스에게 돌아갔다.
“……빨리도 했군.”
세로스는 시가를 피우며 짧은 감탄을 표했다. 그리고 더욱 귀찮은 임무를 건네주었다.
“토끼 가죽 3천 개가 필요하다.”
“……지금 바로 하지.”
약간 화가 일었지만, 미래를 위해 감정을 다스렸다. 그는 토끼들을 잡기 위해 1층으로 이동했다.
*
그렇게 석 달이 흘러갔다.
일수로 따지면 90일이니 나름 긴 시간이었지만, 3일처럼 짧게 느껴졌다.
임무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칸이 토끼를 잡으러 떠난 시점에서, 그는 잡일을 시켜도 된다는 이미지를 얻고 말았다.
그 덕에 그는, 다른 하수인들이 꺼리는, 동시에 높은 실력이 요구되는 임무들을 맡게 되었는데.
여체화 물약을 마시고 암살목표에 접근해서 복부를 찌른다든가.
과일 재배지 개척을 위해 성래족을 쓸어버리고 습지를 개간한다든가.
그런 일들을 세 달 동안 해왔다.
그 덕에 레벨은 557이 되었고, 상단 하수인들의 신용을 받았지만, 그가 고생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지금도 고생 중이었다.
현재 그는 불법 길드에 잠입한 상태였는데, 세로스 상단을 좀먹는 마약 길드, 헤카인의 보스를 암살하기 위해서였다.
‘저놈이 보스인데…….’
칸은 천장에 난 구멍으로 보스를 보았다. 그는 길드 건물에 수영장을 지은 또라이였는데, 또라이답게 마약을 먹으면서 실실 웃고 있었다.
‘……친구 한 명도 없네.’
혼자 쪼개고 있다. 여자 한 명 안 끼고.
그점이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죽여야지.’
하지만 불쌍하다고 해서, 암살을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칸은 쭈그려 앉아서 잿빛 활을 장착했다.
[ ‘잿빛 하늘의 지배자 +14’를 장비합니다. ]그리고 활시위를 당긴 상태에서, 마법 화살을 실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구멍으로 화살촉을 밀어 넣고 [제왕]을 발동했다.
콰아아아앙!
“끄허어어어!”
보스는 심장이 뚫려서 즉사했다.
-뭐야? 방금 뭔 소리야?
-가보자! 누가 쳐들어왔나 봐!
-이런 니미럴!
칸은 크리스탈을 들고 세로스 상단으로 이동했다.
세로스 상단에 도착하자 하수인들이 수건과 음료수를 들고 달려왔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 차가운 주스로 목 좀 축이세요!”
칸은 수건을 받고 음료수를 마셨다. 그리고 세로스 집무실로 직행했다.
“야! 오늘도 수고 많았다!”
중간에 배꼽을 훤히 드러낸 수인족 대표, 하미르가 칸의 어깨를 퍽 때렸지만, 칸은 대충 대꾸하며 세로스에게 걸어갔다.
“무시하지 말고 대련 한 번만 하자!”
‘언제 또 이렇게 친해졌대…….’
사실 하미르의 궂은일을 대신 해주니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해줄게.”
칸은 하미르를 밀어내고 세로스 집무실로 들어갔다.
*
그렇게 두 달이 더 지났다.
칸은 1급 하수인 중 가장 많은 업적을 이루었고, 부마스터로 진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판을 받았다.
특히, 칸과의 대련에서 7연패를 한 하미르는 칸이 무조건 부마스터가 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그 덕에 세로스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부마스터 셋과 베르몬트를 소집해서, 칸을 부마스터로 진급해야 할지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찬반 투표를 해보지. 진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손을 들어라.”
원탁에 앉은 존재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난 찬성.”
첫째는 베르몬트였다.
그녀는 세로스의 시선을 피하면서도, 꼿꼿이 든 손을 내리지 않았다.
“…좋아. 한 명.”
세로스는 불쾌한 듯 입술을 비틀었지만, 개수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은 세 명의 부마스터들을 응시했다.
수인족 대표, 하미르.
환상족 검사, 아슬란.
불의 정령족, 세실라.
그 세 명의 부마스터들은 세로스의 눈치를 슬금슬금 피하다가, 한 명씩 찬반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일단 난 찬성이야……요.”
하미르가 어색하게 손을 들었다.
이것으로 4표 중 2표가 찬성으로 나왔다. 나머지 2표가 반대표로 나오지 않는 이상, 칸은 부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난 반대야.”
그러나 그때, 불의 정령족 세실라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렇군.”
세로스는 이유도 묻지 않고 반대표를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것은 환상족의 여명으로 불리었던 전설적 검사, 아슬란이었다.
아슬란이 날카로운 턱선을 만지며 입장을 표했다.
“무효표다.”
2대 1대 1.
칸이 부마스터가 된 순간이었다.
“진급은 내가 맡지.”
세로스는 원탁을 박차고 일어났다.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그의 얼굴이 심히 어두웠다.
“너네 아빠는 왜 저렇게 칸을 싫어해?”
“……나라고 알겠냐.”
하미르와 베르몬트는 의아한 얼굴로 세로스가 나간 문을 보았다.
“어린 것들.”
아슬란은 그런 그녀들에게 꾸중을 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
칸은 세로스에게 메세지를 받았다.
[ 할 말이 있으니 집무실로 오도록. ] -방금 전.‘진급인가 보네.’
칸은 피식 웃으며 집무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특별히 예의를 갖춘 채 집무실로 들어갔다. 불만 가득한 얼굴의 세로스가 보였다.
“무슨 일이지?”
칸은 세로스의 앞에 섰다. 세로스는 그런 칸을 올려다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내가 너를 믿어도 되겠나?”
그것은 일종의 마지막 테스트였다. 칸이 배신자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테스트.
‘난 따지고 보면 배신자인데…….’
세로스의 뒤통수를 때릴 예정이니 배신자가 맞았다. 그러나 깊게 들어가면 또 애매했다.
그가 세로스 상단에 줄 피해는 없을 테니까.
‘배신자 아니네.’
칸은 자신이 배신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유롭게 말할 수 있었다.
“난 배신자가 아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하지?”
반문은 즉시 들려왔다.
그러나 신뢰의 증거도 곧바로 내밀어 졌다.
“난 베르몬트를 살리기 위해 죽은 적이 있다.”
죽기 직전에 부활했지만, 전신이 난도질당했으니 죽은 것과 같았다.
칸은 말했다.
“네 혈육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 나다. 그런 나를 믿을 수 없다면, 세상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네놈이 내 딸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쳤다고?”
그러나 세로스는 또다시 반문했다.
“그것이 사실이냐?”
아예 손찌검까지 하며 칸을 압박했다. 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베르몬트를, 살렸다.”
그리고 크리스탈을 들었다.
“정 못 믿겠으면 물어봐라. 베르몬트든 사파이어든, 내 말의 증인들은 많다.”
그것은 세로스의 반문의 봉쇄하는 철의 벽이었다.
“네가 내 딸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라…….”
그 철의 벽을 뚫지 못한 세로스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칸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난 네놈이 더럽게 싫다. 내 딸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니, 지금 당장 목을 비틀어서 창문 밖으로 던지고 싶다.”
칸은 조용히 세로스의 분노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분노는 금세 사그라졌다.
“너는 내 신뢰를 얻었다.”
칸은 딸의 마음을 빼앗은 빌어먹을 녀석이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네놈을 내 상단의 부마스터로 임명하마.”
세로스가 보석으로 세공된 훈장을 던졌다. 그 훈장은 책상의 끝에서 멈췄다.
“열심히 일해주지.”
칸은 피식 웃으며 훈장을 잡아 쥐었다. 그리고 미련 없이 집무실을 나갔다.
“죽도록 굴려 주마.”
끝까지 적의를 드러내는 세로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칸은 집무실을 문을 닫았다.
그리고 상단을 나갔다.
[ 세로스 상단 부마스터로 임명되었습니다! ] [ 업적 보너스 획득! ] [ 10,000골드를 획득합니다! ]“안 알려줘도 돼.”
그는 눈앞에 떠오르는 메세지를 닫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몸을 침대에 던진 뒤, 극심한 피로를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
*
그리고 그날 밤.
푹.
세로스 상단 부마스터, 세실라가 릴라데아 암살자에 의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