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91)
이세계 골드리치-191화(191/256)
— 이권 분쟁 —
“그래서, 세실라가 암살당했다고?”
세로스가 말했다.
“……네.”
하미르는 죄인처럼 끄덕였다. 세로스는 그것에 침묵하며 눈을 감더니, 짧게 말했다.
“……알겠다.”
그리고 집무실을 나갔다.
*
세실라.
세로스 상단의 창단을 함께한 여인이었으며, 세로스를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여인이었다.
그녀가 이룬 업적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데, 세로스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상단과 길드의 중요인물들을 죽였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적을 갖게 되었고, 결국 릴라데아 하수인에게 암살되었지만.
그녀는 세로스에게 있어 절친한 친우였다.
‘릴라데아…… 세실라를 죽이다니…….’
세로스는 릴라데아 상단으로 향했다. 그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
“그 자식이 여기로 온다고?”
그건 릴라데아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가족을 전부 몰살해 놓고서 하수인 하나 죽은 걸로 따지러 온다, 그건가?”
그녀가 세실라의 암살을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그 암살을 자행한 것은 아끼는 부하의 소행이었다.
그리고 그녀도 세실라의 죽음을 바랐던 이 중 하나였다.
“웃기는 일이군…….”
그녀가 입술을 비틀며 일어났다. 그리고 하수인들에게 고했다.
“불청객이 온다.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
릴라데아 상단 응접실.
온갖 고급품이 가득한 이곳은 우아한 분위기가 흘러야 했지만, 릴라데아와 세로스의 존재로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세로스가 말했다.
“오늘 사망한 세실라의 심장에서 독이 검출되었다. 네 상단의 빌어먹을 맹독견, 아스고르의 독이지.”
“그걸 알면서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는?”
“알면서 묻나?”
“글쎄. 내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내 애인까지 전부 몰살한 상단주의 심리는 잘 모르겠어서.”
그녀가 시가를 한 모금 머금었다.
그 순간.
쾅!
“다시 묻겠다.”
세로스가 책상을 치며 말했다.
“네년의 개가 나의 친우를 죽였다. 상단 간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이 종결된 지금.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정녕 모르나?”
릴라데아는 말없이 눈썹으로 물었다.
“네가 나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는 소리다.”
세로스는 이를 갈며 말했다. 그 맹수 같은 모습에 릴라데아가 말했다.
“그래서 전쟁을 원하나?”
“네년이 빼지만 않는다면.”
“그래?”
릴라데아가 시가를 내렸다.
“그럼 해줄게.”
“겁쟁이는 아니군.”
세로스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양피지가 소환되었다.
「세로스-릴라데아 이권 분쟁 계약서」
1.위 계약서는 상단 간 피해를 최소화하며, 합리적인 방법으로 분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존재한다.
2.두 상단은 계약의 내용에 따라 분쟁을 해소해야 하며, 계약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3.내용을 어길 시, 모든 권리를 관리국에 넘기고 인도 조약에 따라 행동한다.
?〈 분쟁 조건 〉?
(조건을 작성하시오)
이제 두 상단주가 합의에 따라 조건을 작성하면, 이권 분쟁이라는 이름 아래의 전쟁이 시작된다.
릴라데아가 말했다.
“전쟁의 규칙부터 정할까? 아니면 보상부터?”
“보상부터 정하지.”
세로스가 말을 가로챘다.
“패자가 승자에게 상단을 넘긴다.”
패자의 상단이 멸망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수인 하나의 죽음으로 벌어졌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과한 감이 있었다.
“좋은 보상이네. 받아들일게.”
그러나 릴라데아는 승낙했다.
“대신, 전쟁 규칙은 내가 정하겠어.”
오히려 더욱 적극적이었다.
“규칙. 세로스 상단과 릴라데아 상단이 각각 3명씩 선출해서 3전 2승 승부를 겨룬다. 대신 너와 나는 세 번째 승부에서 붙는다.”
“그게 다인가?”
“응.”
릴라데아가 웃으며 도발했다.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이 엿보였고, 세실라의 죽음으로 피어난 분노에 불을 지폈다.
“받아주지.”
세로스는 분노가 이끄는 대로 말했다.
“너와 나의 승부, 받아주겠다.”
릴라데아의 하수인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마족인 그가 릴라데아에게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세로스에게는 히든카드가 있었다.
‘칸…… 그 재수 없는 자식이라면…….’
괴물급 성래족 처치와 까다로운 목표의 암살, 그 연속적인 임무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칸.
그를 투입한다면 가능성이 있었다.
“전쟁은 내일이다.”
*
[ 긴급회의다. ] [ 부마스터들은 지금 당장 회의실로 모이도록. ] -방금 전.“……아히으어?”
양치질을 하고 있는 칸.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메세지를 읽었다.
그러나 다음 메세지에 눈을 크게 떴다.
[ 세실라가 암살당했다. ]“……오늘이네.”
칸은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을 나갔다.
“아빠~ 오늘도 일 나가?”
이제 중2 모습이 된 잉그리드가 소파에 누운 채 물었다.
“응. 아침부터 조금 바쁘네.”
칸은 대충 대꾸하고는 바로 침실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세실라가 암살당했다니…….’
세실라 암살.
그녀의 암살이 정해진 사건은 아니었다. 원래라면 릴라데아 최대의 적, 아슬란이 암살당하는 것이 게임 내 스토리였다.
‘……원래부터 랜덤 스토리였던 건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누가 암살당하는지가 중요한 사건은 아니었고, 중요한 건 상단 간 전쟁의 불씨를 지피는 것이었으니.
암살 피해자를 랜덤으로 때우는 건 가능한 일이었다.
‘제작진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칸은 착복을 끝내고 방을 나갔다.
“아빠! 잘 다녀와~”
“알겠어.”
그는 세로스 상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세로스 상단 회의실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눈물 가득한 장례식장에 가까웠다.
“세실라가! 세실라가 죽었어!”
하미르는 원탁에 엎드려 대성통곡했고, 아슬란은 입술을 짓이기며 눈물을 삼켰다.
“…빌어먹을 릴라데아 놈들…….”
그만큼 세실라의 죽음은 충격이었으며, 릴라데아와 전쟁을 시작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역시 전쟁으로 가는구나.’
칸도 그것을 잘 알았다. 그러나 세실라와 동료 관계는 아니었기에, 하미르와 아슬란의 감정에 깊은 공감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세로스는 언제 오는 거지?’
세로스는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 언제 오냐고 물어보고 싶어도, 분위기가 무거워서 그럴 수는 없었다.
‘오늘 좀 많이 바쁘겠네…….’
칸은 주먹을 입에 대고 침묵을 지켰다.
*
세로스는 건물 옥상에서 격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상단 간 이권 분쟁을 중계하겠다고!?”
“아니 뭐……. 워낙 큰 사건이니까요. 관리국에서도 꼭 중계하라고 입김을 불어넣는 상황이고, 무엇보다도 성신님들이 관전하고 싶어 하시니까…….”
뒷짐을 지고 딴청을 피우는 야타가 원인이었다. 정확히는 그에게 명령을 내리는 관리국이 문제였지만, 야탸의 뻔뻔한 태도도 세로스의 분노에 한몫 거들었다.
“릴라데아 상단주님은 중계에 동의하셨거든요. 내일 오전 10시에 있을 이권 분쟁……”
“이 개자식이!…….”
세로스는 분노하며 야타의 멱살을 잡아 쥐였다. 야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허락해 주세요. 세실라님의 죽음은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만 이 탑은 돌맹이 하나 안 빼놓고 관리국의 소유거든요. 모든 것이 방송 송출을 위한 컨텐츠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사실 세로스님한테는 선택권이라는 게 별로 없……”
짝!
거친 손바닥이 야타의 볼을 때렸다.
“다시 한번 지껄여봐 이 자식아!”
야타는 벌겋게 달아오른 볼을 매만지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또 맞을 테니까 말은 안 할게요. 그냥…… 동의나 해주세요.”
“뭐라고?”
“애초부터 상단주님에게 선택권 따위는 없거든요. 그냥 체면치레에요. 상단주님이 승낙하고 분위기 좋게 중계하는 그림을 만드는…… 뭐, 그런 거죠.”
야타가 어색하게 웃었다. 세로스는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었지만, 시험관 폭행죄는 사형이라는 것을 상기하고 간신히 주먹을 내렸다.
그리고 불쾌한 얼굴로 야타의 목을 놓았다. 놓았다기보다는 던진 것에 가까웠고, 야타는 옥상 난간에 처박혔지만.
어쨌든 야타는 목을 갈무리하고 말했다.
“내일 오전 10시, 51층 콜로세움에서 진행될 이권 분쟁 중계에 동의해주십시오.”
“……릴라데아도 이딴 식으로 동의했나?”
야타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아꼈다. 세로스는 그것을 보며 스트레스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몸을 돌리며 말했다.
“동의한다.”
그것이 전부였다. 세로스는 야타에게 눈길도 안 주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 참 매몰차구만.”
야타는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
문이 열리며 세로스가 들어왔다.
‘드디어 왔네.’
칸은 입을 막던 주먹을 떼어냈다.
“늦어서 미안하군.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어 와서 어쩔 수 없었다.’
세로스는 칸과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다들 진정하고.”
그리고 끅끅 우는 하미르와 침울한 얼굴의 아슬란의 등을 두드렸다. 그것이 부드러운 모습의 끝이었다.
“이제 회의를 시작하지.”
세로스가 냉정한 목소리로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하미르와 아슬란은 눈물을 갈무리하고 회의에 집중했다.
세로스가 말했다.
“오늘 새벽. 우리의 벗이자 친우, 세실라가 암살당했다. 릴라데아 상단의 부마스터 아스고르의 소행이다.”
“역시 그 자식이 한 건가?”
“그의 세례자 고유의 독이 검출되었다. 그런 극독을 쓰는 녀석은 아스고르밖에 없지.”
“빌어먹을…….”
아슬란이 분하다는 듯 주먹을 쥐었다. 세로스는 그의 손을 잡아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 사태에서 아스고르만을 암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나?”
그가 눈썹을 까닥이며 칸에게 물었다.
“전쟁을 선포했겠지.”
칸은 즉답했다.
“우리의 친우, 세실라를 죽인 녀석들이니까.”
“말은 잘하는군.”
세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세로스 상단에 전쟁을 선포했다. 세간에서는 이권 분쟁이라고 부르겠지만, 이건 두 상단 중 하나가 멸망하는 전쟁이다.”
그가 전쟁의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쟁은 3전 2승, 양승제다. 3번 대진은 나와 릴라데아로 고정되어 있으니, 1번과 2번 대진에서 최소 1승을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지 않은 설명이었다. 요점도 간단했다.
“그러므로, 1번과 2번 대진에서 최강의 하수인 둘을 내보내야 한다.”
아슬란이 손을 들며 말했다.
“내가 1번으로 나가지. 나보다 강한 하수인은 이 상단에 존재하지 않는다.”
“네 말이 맞다.”
세로스는 아슬란에게 동의했다.
“네 말이 맞아.”
그리고 양피지 1번에 아슬란을 기재했다. 이제 2번만이 남았다.
“그럼 2번은 제가 나갈게요.”
하미르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너는 아니다.”
세로스에게 거절당했다.
“왜. 왜요?…….”
“넌 적임자가 아니야.”
“하. 하지만!…….”
“논의는 끝났다. 더는 말하지 마라.”
세로스는 하미르를 보지 않았다. 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칸. 할 수 있겠나?”
칸은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세로스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릴라데아를 박살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