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97)
이세계 골드리치-197화(197/256)
— 모든 것이 걸린 전쟁 —
“이렇게 내려다보니 인간은 너무나도 작구나. 흐흐…”
어느새 오우거만큼 비대해진 아스고르. 그가 칸을 비웃으며 걸어왔다.
[ 이건 끝난 것 같습니다! ] [ 아스고르가 비열한 술수를 쓰긴 했으나, 이미 너무 큰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주변을 가득 메웠던 주민은 죽어서 시체만을 남겼고, 수십 대의 카메라만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전투를 중계했다.
“이제 끝내주마!”
쿵! 쿵!
아스고르의 발걸음 소리가 땅을 울렸다. 칸은 그것을 들으며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이걸 지금 마셔야 한다니.’
그리고 한숨을 쉬며 발록의 피를 꺼냈다. 투명한 물병에서 검붉은 피가 넘실거렸다.
[ 세로스의 전사! 결국 포기한 겁니다! ] [ 목숨을 잃기 전에 술이라도 적시려는 걸까요! ] [ 정말 슬픈 일입니닷! ]그때 루비가 튀어나와 소리쳤다.
[ 포기하면 안 돼욧! 끝까지 해야 하는 거에요! ]그녀가 책상을 치며 칸에게 일어서라 말했다. 칸이 져야 세로스vs릴라데아를 중계할 수 있고, 더욱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데도, 루비는 칸을 응원했다.
‘왜 날 응원해…….’
칸은 피식 웃으며 물약병의 마개를 땄다.
‘101층 넘어가서 마실 줄 알았는데…….’
그리고 아련한 눈빛으로 발록의 피를 바라본 뒤, 마음을 다잡고 물약병을 마셨다. 발록의 피인지라 맛은 없었지만, 그 뛰어난 효과는 곧바로 적용되었다.
[ 발록의 피를 섭취했습니다! ] [ 특수능력, 발록 발동! ] [ 3분간 공격력이 1,000% 증가합니다! ] [ 3분간 방어력이 1,000% 증가합니다! ] [ 모든 공격에 대악마의 힘을 적용받습니다! ]수많은 상태 메세지가 떠올랐다.
육체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쩌저저저적-
[ 악마의 날개가 솟아납니다! ] [ 두 개의 뿔이 자라납니다! ] [ 발록의 팔과 다리를 얻습니다! ] [ 육체가 20배 거대해집니다! ]그오오오오오-
땅의 존재들과는 격이 다른 괴수, 고대의 영물들을 격퇴한 대악마. 보는 것만으로 공포에 질리게 하는 최강의 전투병기, 발록.
칸은 대악마가 되어 지상에 현현했다.
【 끝 을 내 릴 때 가 왔 다 】
의도한 건 아닌데 발성이 느려졌다. 성대 구조가 달라서 그런 듯한데, 별안간 이 느린 목소리도 또 하나의 공포가 되었다.
“저. 저저저건!…….”
트롤처럼 생긴 아스고르가 충격을 받고 공포에 떨었다. 그건 4명의 시험관도 마찬가지였다.
[ 저건 발록! 발록입니까! ] [ 칸 미쳐써 진짜! 저런 필살기를 숨겨두다니! ] [ …이젠 놀라움을 넘어서 당황스러운 수준이군요. ] [ 자막 방송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지금 제 심정은 자막으로는 표현이 안 되네요. 저건 대악마가 아닙니까……. ]시험관들은 칸의 발록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오오오오오-
칸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자. 잠깐! 잠깐만!”
아스고르는 두려운 얼굴로 자비를 구했다. 죽으면 부활하는데 왜 저러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칸은 붉은 안광을 빛내며 아스고르의 앞으로 걸어갔다.
“시. 싫어! 살려줘 제발!”
아스고르가 무릎을 꿇었다. 부활 여부와는 별개로, 공포가 정신을 잠식한 듯하다.
‘알아서 포기해주니 좋네.’
도망가면 추격전을 펼쳐야 했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칸은 아스고르 앞에서 흡혈검을 들었다.
[ 대악마의 힘이 흡혈검으로 스며듭니다. ] [ 검의 크기가 20배 거대해지고, 공격 시 200%의 힘을 방출합니다. ]특수능력 [발록]이 발동하면서 흡혈검이 대악마의 검이 되었다. 칸은 흡혈검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리찍기 전, 마무리 대사를 쳤다.
【 인 간 족 을 얕 보 지 마 라 】
루비의 응원에 대한 보답. 후원금 많이 걷으라는 소소한 도움이었다.
칸은 흡혈검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아!
“끄아아아아!”
흑빛 아지랑이가 터져 나오며 일대가 격폭에 휩싸였다.
[ 정령족, 아스고르가 사망했습니다! ] [ 이권 분쟁 2번 대진에서 승리했습니다 ] [ 세로스와 맺은 피의 맹약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칸은 피의 맹약을 지켰다.
그오오오오오!
시험관들이 찬사를 보냈다. 칸은 그것을 들으며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 보 상 을 내 놔 라 】
*
[ 보 상 을 내 놔 라 ]51층 외곽, 수천 명의 주민은 스크린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간이 이긴 거야?”
“세상에…….”
인간이 정령족을 압살하다니.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그건 베르몬트도 마찬가지였다
“칸이…… 이긴 거야?…….”
그녀는 멍한 얼굴로 두 눈을 비볐다. 대악마가 되어 승리를 거머쥔 칸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조금 많이 뜬금없지만, 그에게 무슨 선물을 줘야 할지도 알 수가 없었다.
‘보통 선물로는 안 되는데…….’
그녀는 미간을 좁히고 고민했다. 칸에 대해서 나름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그가 자신의 선물을 좋아할지도 내심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칸이 날 좋아하긴 하니까…….’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
칸은 인간으로 돌아와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극독과 대악마의 힘 탓에 모든 것이 무너져 있었고, 주민의 시체도 잿더미가 되어있었다.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는데.’
칸은 고개를 들어 야타를 보았다.
야타는 길고 긴 광고를 끝냈고, ‘분쟁 조건 이행’을 진행하고 있었다.
[ 분쟁 조건 이행을 시작해봅시다! ] [ 세로스와 릴라데아 상단주님들을 이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두 개의 빛무리가 피어나며 세로스와 릴라데아가 칸 옆에서 소환되었다.
그 둘은 명암이 확실했다.
“완패를 당한 소감은 어떻지?”
“묻지 마. 개같은 자식아…….”
세로스는 미소가 만연했고, 릴라데아는 절망이 가득했다. 수백 년을 일궈온 상단을 내주게 되었으니 오죽할까, 심정이 이해가 갔다.
‘자비를 베풀진 않겠지만.’
릴라데아 상단 먹겠다고 이 고생을 했다. 릴라데아가 아니라 잉그리드가 슬퍼해도 아량을 베풀 수는 없었다.
“수고했다. 칸.”
그때 세로스가 몸을 돌려서 칸을 보았다. 그가 옅게 웃으며 악수를 내밀었다.
“정말 수고했다.”
“고맙다.”
칸은 그 악수를 잡아주었다.
이제 상단주 대 상단주로 만날 사이이니 나쁜 관계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이제 놓지.”
“바라는 바다.”
칸은 손을 놓고 야타를 보았다.
[ 그럼 조건을 이행하겠습니다! ]야타가 씩 웃으며 금색 버튼을 눌렀다.
“아. 안 돼, 하지 마!……. 제발 부탁이야!…….”
릴라데아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수백 년간 쌓아온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환상족, 릴라데아의 상단주 자격이 박탈되었습니다. ] [ 마족, 세로스에게 릴라데아 상단주 자격이 부여되었습니다. ]…….
…….
끝을 모르고 떠오르는 메세지들.
릴라데아 상단의 사업부지와 부동산, 레전더리 아이템 등.
천문학적 규모의 현물이 세로스에게 넘어갔다.
“저. 전부 끝났구나…….”
릴라데아는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비처럼 흘렸다. 그걸 보자니 마음이 아릿아릿 저려왔다.
굳이 마음 아파할 필요도 없었는데.
‘전부 자업자득이지…….’
릴라데아가 지금껏 몰락시킨 상단과 길드,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주민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당장 칸도 에픽~레전더리템 유통을 마음대로 하지 못했고, 헐값이 팔아가며 골드를 벌어왔다.
릴라데아와 세로스. 두 상단이 시장 통제를 하지 않았다면, 칸은 진작에 수억 골드의 갑부가 되었을 수 있었다.
‘냉정해지자.’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정당한 방법으로 쟁취한 것뿐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칸은 몸을 돌려서 세로스를 보았다.
“맹약의 이행을 바라는 것인가?”
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보채지 않아도 된다.”
세로스는 피식 웃으며 크리스탈을 조작했다.
“릴라데아 상단의 권리를 이전하겠다.”
그러자 칸의 눈앞에 메세지들이 떠올랐다.
[ 릴라데아 상단을 획득했습니다! ] [ 믿을 수 없는 업적 달성! ] [ 당신의 명성이 탑 전역으로 퍼집니다! ] [ 업적 보너스를 획득합니다! ] [ 50,000골드 획득! ] [ 골드리치 스타터팩 효과 발동! ] [ 5,000,000골드 획득! ]여기까지는 보잘것없는 보상이었다.
진짜 보상은 릴라데아 상단에 있었다.
‘상단 상태창!’
칸은 릴라데아 상단의 상태창을 열람했다.
[ 릴라데아 상단 ]상단주 : 칸(인간족)
상단원 : 드라쿤(용족), 바실리아(용족), 디트로이어(거인족)….
상단 건물 : 릴라데아 스트리트 A-01, 릴라데아 스트리트 A-02….
상단 명성 : 25,786,300
상단 자금 : 8,865,678 (G)
상단 수익 : 1,271,230 (G)
‘대박이다.’
환상적인 상태창이었다.
상단 자금에 있는 880만 골드는 본인 소유로 인정되어서 골드리치 버프를 적용받을 수 없지만.
상단 수익에 있는 127만 골드는 골드리치 버프를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었다.
‘지금 바로 인출해보자.’
칸은 겉으로는 덤덤하게 속으로는 웃으면서, 상단 수익에 있는 골드를 인출했다.
[ 1,271,230 골드를 출금합니다. ] [ 관리국 세율 45%를 제하고 699,176.5 골드를 획득합니다! ] [ 골드리치 스타터팩 발동! ] [ 69,917,650 골드를 획득합니다! ]보유 골드 : 76,980,433 (G)
보유 골드 7천만의 갑부가 된 순간이었다.
[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릴라데아 상단의 주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고 말합니다. ]“감사합니다.”
칸은 새어나오는 미소를 꾹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7천만 부자다! 라는 말이 입을 나가려고 버둥거려서 미칠 지경이었다.
“평화 조약은 지금 바로 맺겠나?”
그때 세로스가 말을 걸어왔다. 평화 조약을 맺자는 것이었는데,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신속히 처리할수록 좋았다.
“좋지.”
칸은 고개를 끄덕이며 크리스탈을 내밀었다. 그런데 그 순간.
파아-
옆에서 빛무리가 피어나며 베르몬트가 등장했다.
’51층에서 보고 있었나 보네.’
아침 10시 이후 51층 입장이 제한되었으니, 쭉 지켜보고 있었다는 게 맞았다. 칸은 옅게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베르몬트는 답이 없었다.
평소같으면 성큼성큼 걸어와 어깨든 등이든 때려야 했는데, 칸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뭐 잘못했나?’
칸은 의아함을 느끼며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칸.”
베르몬트가 걸어와 칸의 앞에 섰다. 그리고 칸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발꿈치를 살짝 들어 올렸다.
“……으읍!?”
칸의 눈이 번쩍 떠졌다.
“베. 베르몬트! 지금 뭐하는 거냐!”
얼굴이 붉어진 세로스가 격노를 터트렸다. 그러나 베르몬트는 멈추지 않고 두 눈을 감았다. 칸의 숨결이 진정될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베르몬트! 지금 뭐하는 거야?’
그리고 칸의 눈빛이 당황해서 질문했을 때, 베르몬트는 입술을 살짝 떼고 수줍게 웃었다.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