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199)
이세계 골드리치-199화(199/256)
— 나타샤의 층을 위한 준비 —
“제 협상은 간단합니다. 골드, 혹은 집. 둘 중 하나를 고르십시오.”
하수인들 사이에서 아리송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칸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골드를 선택하면 부(富)를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집을 선택하면, 그대로 집에 보내 드리죠.”
나랑 같이 돈 벌래, 아니면 그냥 집에 갈래.
양자택일을 하라는 소리였다.
“인간이 지금 우리한테 선택을 강요한 거야?”
“야 입 닫아! 저 인간 방금 뭐했는지 못 봤어?”
“저거 배짱 있는 놈이야! 정령족까지 이겼다고!”
그러나 이상하게도 하수인들은 고르질 못했다.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모양. 칸은 부(富)에 대한 추가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부로 릴라데아 하수인들의 연봉을 2배로 인상할 겁니다. 하급 하수인은 600골드에서 1,200골드로, 중급 하수인은 800골드에서 1,600골드가 되는 것이지요. 이 정도면 가족을 부양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뒷짐을 진 채 하수인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연봉 인상의 효과가 어떨지를 지켜보았다.
“우아아!”
“새로운 상단주님이다!”
“칸이 우리의 상단주다!”
효과는 대단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연봉 2천을 4천으로 올려주는 격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연봉이 오르면 딸을 학교에 보낼 수 있어!”
“우리 마누라한테 드레스 한 벌 사줄 수 있다고!”
하수인들의 눈동자에 희망이 깃들었다. 이내 모두가 칸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연봉 두 배 만세!”
“칸님 만세!”
“우리의 왕이시다!”
자본주의란 이렇게도 위험했다.
‘태세전환 대단하네.’
칸은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혀를 찼다.
그는 크리스탈을 조작해 하수인들의 연봉을 2배로 인상했다.
“지. 진짜 1,200골드다!”
“만세다! 만세!”
하수인들이 감동에 벅차올라 소리를 질렀다. 칸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
“칸님! 믿습니다!”
“영원히 우리 상단에 계셔주십쇼!”
칸은 상단을 빠져나왔다. 하수인들은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감사를 전했다.
“오해해서 미안했네. 자네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칸을 해코지하려 했던 노인 용족은 고개까지 숙였다.
칸은 걸으면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제가 좀 바빠서…….”
“바. 바빴나? 이런, 자네를 귀찮게 했군!”
노인 용족이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칸을 뒤따라오는 하수인들에게 일갈했다.
“네 이놈들! 상단주님 바쁘시지 않으냐!”
제일 큰 소리로 욕했던 주제에 이젠 지켜주기 바쁘다. 역시 돈이 웬수다.
“전 가보겠습니다.”
칸은 크리스탈을 들고 상단을 빠져나갔다.
“상단주님!”
“이렇게 가버리시면 어떡합니까!”
하수인들은 칸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울부짖었다.
“상단주님 덕에 제 아버지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단 말입니다!”
“제 아들을 선별인원양성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었는데!”
거 사연도 참 다양했다.
*
[ 51층, 오리할콘 길드에 도착했습니다. ]칸은 길드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리스와 팬도라가 언제나처럼 방긋 웃으며 뛰어왔다.
“칸님!”
“칸!”
칸은 요정들의 인사를 받으며 테이블에 앉았다.
팬도라가 말했다.
“릴라데아의 상단주가 되셨다면서요!”
“맞아맞아. 우리 생중계로 봤어……!”
아리스가 끼어들어서 방긋 웃었다.
“맞아.”
칸은 옅게 웃으며 긍정했다. 그리고 미소를 유지한 채 이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
“오늘 오리할콘 길드를 폐쇄할 거야.”
“……네?”
“……어?”
요정들이 당황한 얼굴을 했다. 팬도라는 눈동자가 흔들렸고, 아리스는 목소리가 떨렸다.
아리스가 말했다.
“이제 우리가 필요 없어진 거야?…….”
“아냐아냐. 그 반대야.”
칸은 빠르게 상황을 바로잡았다. 그는 요정들의 손을 잡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너희를 릴라데아 상단에 영입하려고. 난 믿을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하거든.”
“……믿을 수 있는 동료?”
“응. 지금 내 상단은 믿을 자가 없어. 돈에 따라 움직이는 용병들뿐이지. 하지만 너랑 팬도라는 달라.”
“다르다니요?…….”
팬도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칸은 말했다.
“난 너희에게 110만 골드를 맡겼어. 그런데 너희는 1골드도 가져가지 않았고, 먹는 것과 자는 것 전부 너희 주머니에서 해결했지. 언제나 길드를 지켰고.”
“그건 그냥 당연한 건데?…….”
“당연한 걸 못하는 놈들이 태반이거든.”
칸은 옅게 웃었다. 그리고 길드창을 조작해서 오리할콘 길드를 폐지했다.
[ 수수료 2,000골드를 소모하여 폐지 절차를 통과합니다. ] [ 오리할콘 길드가 폐지되었습니다. ] [ 골드 보물상자를 획득했습니다. ] [ 골드 보물상자를 획득했습니다. ]…….
…….
골드 펌핑에 사용되었던 오리할콘 길드는 이제 없었다.
“뭔가 아쉬워요…….”
“우리의 추억이 한가득 있던 곳인데…….”
요정들은 비 맞은 토끼처럼 풀이 죽었다. 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직장 이름만 바뀌는 거야. 다들 크리스탈 들어봐. 내 상단에 넣어줄게.”
“넵!”
“응!…….”
팬도라와 아리스가 크리스탈을 들었다. 칸도 크리스탈을 들었고, 유리잔 건배하듯 크리스탈을 부딪혔다. 짠-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들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칸은 그녀들을 릴라데아 상단에 수속시켰고, 부마스터의 자리에 임명했다.
[ 요정, 팬도라를 부마스터 직위에 임명했습니다! ] [ 요정, 아리스를 부마스터 직위에 임명했습니다! ]“카. 칸님!…….”
“내가 부마스터라니!…….”
릴라데아의 부마스터. 요정들은 그 이름값에 경악해서 칸을 바라보았다.
칸은 말했다.
“이제 연봉 협상을 시작해볼까?”
“협상이요?…….”
팬도라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첫 번째 제안을 말할게. 10년 계약에 연봉 5만 골드야. 총합 50만 골드지. 원한다면 계약금도 지불할 생각이 있어.”
“오. 오… 오오십만!…….”
“칸! 너 진짜 우리한테 왜 이래!”
요정들이 미치겠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아리스가 소리쳤다.
“너 진짜 우리 복상사시키려고 그래!?…….”
단어 뜻은 잘못되었지만, 그 뜻은 전달되었다. 지금 칸의 제안이 너무 좋아서 죽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칸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내 제안을 받아들일래?”
“무조건! 무조건 받아들여요!”
“칸! 그냥 우리한테 뭘 바라는지 말해!…….”
요정들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리스는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나랑 자고 싶으면 말해! 넌 진짜 좋은 남자니까…….”
수줍은 표정을 보니 진심이었다. 칸은 질겁하며 아리스를 말렸다.
“아냐. 거기까진 할 필요 없어.”
“너도 나 처음 봤을 때 나랑 자고 싶어했잖아?…….”
“그건 호텔에 뿌려진 페로몬 때문에…”
“어쨌든!”
아리스가 소리쳤다.
칸은 정신 차리라고 꿀밤을 먹여주었다.
“그만해.”
“……흐.”
아리스는 아프다는 듯 눈물을 글썽였다.
‘여기서도 시간을 너무 쓰네.’
칸은 그녀들에게서 주의를 거두고 창문을 보았다. 한 것도 없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오늘 하르미노 정령석 강화해줘야 하는데…….’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다. 요정들과의 이별을 앞당겨야 했다.
칸은 크리스탈을 터치했다.
[ 요정, 팬도라에게 3,000골드를 보냈습니다! ] [ 요정, 아리스에게 3,000골드를 보냈습니다! ]“이건 또 뭐에요!”
“칸 너 정말!…….”
요정들이 황당한 얼굴을 했다. 그녀들의 눈에서 감동의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칸은 다급하게 발걸음을 돌리며 작별인사를 전했다.
“그거 계약금이야. 다음에 또 보자!”
그는 나무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칸님!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해요!”
“칸! 내가 술이라도 따라줄게!…….”
요정들이 뒤로 따라나왔다. 그 모습이 흡사 좀비 같았다. 칸은 약간의 소름을 느끼며 크리스탈을 들었다.
[ 100골드를 소모합니다. ] [ 힙의 탑 1층으로 이동합니다. ]하르미노가 어딨는지를 모른다. 일단 요정들부터 피해야 했다.
“칸님! 왜 우리를 피하는 거에요!”
“가지마!…….”
“다음에 또 보자!”
칸은 애써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1층으로 이동했다.
*
1층에 도착하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칸은 하르미노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 하르미노.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1층 관리국 앞 광장으로 와줄래? 비용은 내가 대줄게.^^ ] -방금 전.대충 그런 메세지였다.
‘답장이 와야 마리앙하고 약속을 잡는데…….’
칸은 발을 동동 구르며 답장을 기다렸다.
그때 크리스탈이 울렸다.
[ 지금 바로 갈게. 이동 비용은 안 줘도 괜찮아~~^^ ] -방금 전.긍정적인 메세지였다. 칸은 옅게 웃으며 마리앙에게 강화 예약 메세지를 보냈다.
[ 오케~ 한 20분 지나서 와. 나 지금 밥머겅! ] -방금 전.마리앙에게서도 좋은 답변이 도착했다. 시간은 없지만, 일은 술술 잘 풀렸다.
‘나쁘지 않네.’
칸은 얕게 웃으며 하르미노를 기다렸다.
시계탑의 시침을 바라보니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서 기분이 좋았다.
‘아직 1분밖에 안 지났네.’
분침이 한 바퀴밖에 안 돌았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칸은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며 광장을 보았다.
다양한 종족들이 노을빛을 받으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하르미노가 저 사이에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쉬운 일이었다.
파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광장 나무 아래에서 빛무리가 피어났다.
“칸! 나 왔어.”
푸른 머리의 아리따운 여인, 하르미노가 살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칸은 옅게 웃으며 그녀를 벤치로 이끌었다.
“여기 앉아.”
“응.”
하르미노가 앉았고 그 옆에 칸이 앉았다. 그때 광장 거리를 비추던 노을이 저물었고, 마법 가로등이 점등하며 광장 길거리가 은은한 빛을 띠었다.
‘……분위기 좋네.’
하르미노는 눈웃음을 지으며 칸을 보았다. 칸은 분위기고 자시고 그런 거 잘 못해서,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저번에 줬던 정령석 있잖아.”
“응? 아, 응.”
“그것 좀 줘볼래?”
“어…… 응. 잠깐만 기다려 봐.”
하르미노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의 배 속에 잠들어 있던 태초의 정령석이 밖으로 나왔다.
‘정령석은 마나 회로 안에 넣는구나.’
칸은 정령석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상태창을 확인했다.
‘역시 강화 안 했네.’
업그레이드 가능 횟수는 그대로 15.
다행이었다.
“하르미노. 이 정령석 있잖아.”
“응.”
“내가 강화해주고 싶은데 괜찮겠어?”
“…강화?”
하르미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이걸 15강까지 강화해줄게.”
“……어?”
하르미노의 얼굴이 해괴하게 변했다. 요정들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환상템은 15강까지 하려면 천만 골드가 필요한 거 아냐?……. 그, 그런 걸 선물을 대체 무슨 염치로 받아?…….”
“내 동료잖아.”
“도, 동료라도!…….”
하르미노의 귀가 달아올랐다. 칸이 천만 골드를 대주겠다는 사실에 놀란 듯하다.
칸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널 믿어서 해주는 거야. 넌 나랑 미개척층을 오르기로 약속해 줬잖아.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너 정말 왜 그래…….”
하르미노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천만 골드가 칸의 전 재산인 줄 아는 듯, 계속 미안해하기만 했다.
전혀 그럴 필요 없는데.
“하르미노. 난 릴라데아의 주인이야. 천만 정도는 언제든지 다시 벌어들일 수 있어. 네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야.”
“칸…… 내가 알기론 천만 골드는 상단에도…읍!”
“그만. 그만 해.”
칸이 하르미노의 입을 막았다. 하르미노는 부끄러운 듯 양볼이 복숭아처럼 달아올랐다. 칸은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설득을 시작했다.
“난 너랑 미래를 함께하고 싶어.”
“흐으읍!?”
“같이 탑의 끝을 보고 싶다는 말이야.”
“으읍…….”
하르미노의 눈동자에 실망이 물들었다.
약간 진정된 모양. 칸은 그녀의 입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하르미노.”
“응…….”
“네가 릴라데아 상단에 입단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부마스터가 되어서 나와 함께 해 준다면, 솔직히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내 부마스터가 많은 정령을 다스리면 좋잖아. 네가 강해지는 건 결국 나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야.”
“내가 강해지는 게?…….”
“넌 나 배신 안 할 거잖아.”
“널 배신하느니 차라리 목숨을 끊을 거야!”
“봐봐.”
칸은 피식 웃으며 하르미노를 보았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지만, 칸이 말한 논지를 이해한 것 같았다.
“하르미노.”
“응….”
“정령석 강화하러 가자.”
하르미노는 끝내 침묵했다. 지금껏 칸이 한 말을 되새기면,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 칸.”
하르미노는 결국,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칸은 방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태초의 정령석을 강화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