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01)
이세계 골드리치-201화(201/256)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잠에서 깨어난 칸이 처음으로 한 일은, 사냥 나가는 잉그리드를 마중하는 것이었다.
“레벨 200 만들고 올게!”
“잉그리드. 너클은 주고 가.”
“응? 아, 강화해준다 그랬지?”
잉그리드는 선뜻 너클을 내어주었다. 맨주먹으로 수도승도 박살 냈었으니, 사실 현재의 너클은 장식품에 불과했다.
‘강화하면 달라지겠지만.’
무기 효율 2배를 받는 잉그리드. 안 그래도 강한 그녀에게 레전더리 너클 10강을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잘 안 되었다.
“그럼 아빠, 다녀오기 전에 뽀뽀!”
잉그리드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 * *
그렇게 잉그리드가 집을 나갔고, 칸은 혼자가 되었다.
“시작해볼까.”
집에 혼자 있으니 바로 일을 시작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는 오늘 일에 필요한 성신을 불렀다.
“기적의 창조자님.”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왜 부르냐고 묻습니다.]“오늘 조금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알겠다고 말합니다.]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는 뻔히 아니까,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칸이 원하는 도움은 상자.
기적의 창조자도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칸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원하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합니다.]그런데 그때, 기적의 창조자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니. 그런 건 불가능……
[별에게 사랑받는 자]하지 않았다.
환상급 칭호를 장착 중인 칸은 성신이 부르면 갈 수 있었고, 온다면 맞이할 수 있었다.
그걸 깨달은 칸은 어벙이가 되었다.
“제, 제 행성에 내려오시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안 들키면 된다고 말합니다.] [지금 네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보고 싶다니.
‘기적의 창조자가 날 괜찮게 여기나 보네.’
걱정스러운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문제는 ‘성신’이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점이었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지금 내려간다고 말합니다.]“자. 잠깐만 성신님!”
칸이 당황하며 소리친 그때, 눈앞에 선택지가 펼쳐졌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당신 앞에 내려오기를 바랍니다.] [예, 또는 아니오로 의사를 결정해 주십시오.] [예][아니오]여기서 아니오를 생각하는 바보는 없었다. 칸은 일단 예를 누르고 보았다.
[‘예’를 선택했습니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당신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본래라면 상자 개봉만 열심히 할 생각이었는데, 이젠 ‘성신과 함께하는’ 상자 개봉이 되어버렸다.
‘행운인지 불운인지 모르겠네.’
칸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성신을 기다렸다. 그의 눈앞에 환한 빛살이 피어났고, 신의 형상이 만들어지며 기적의 창조자가 등장했다.
“안녕, 내 계약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설녀처럼 새하얀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인사했다.
“간만에 얼굴 보니까 좋네.”
그녀가 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칸은 그것을 보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성신 칭호는 절대 ON으로 두지 말자.’
특수 능력 [사랑]이 ON으로 바뀌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몸을 사리는 것이 좋았다.
“계약자, 오늘 네가 할 부탁은 상자 맞지?”
“네, 맞습니다.”
“이번에도 요상한 상자?”
“환상의 상자입니다.”
환상의 상자.
성신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자신의 계약자가 개당 350만 골드짜리 상자를 원한다니 기뻤지만, 한 편으론 놀랍기도 했다.
물론 그걸 티 내지는 않았다.
“몇 개나 필요한데?”
기적의 창조자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칸은 담담한 얼굴로 답했다.
“다섯 개가 필요합니다.”
“다섯 개……씩이나?”
기적의 창조자의 얼굴에서 미소가 달아났다. 환상의 상자 5개면 1,750만 골드인데, 그런 거액의 골드를 받으리라곤 상상도 못한 것이다.
그러나 칸은 진심이었다.
“얼마나 바쳐야 할까요?”
그는 순박한 얼굴로 물었다. 1,750만 골드를 바쳐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혹시나 싶어 흥정을 시도해 본 것이다.
‘10만 골드라도 깎아 보자…….’
릴라데아의 대부호가 되어도 골드 아까운 건 마찬가지였다. 칸은 눈까지 깜빡거리며 기적의 창조자를 보았다.
기적의 창조자는 골똘한 얼굴로 고민을 거듭하더니, 칸을 바라보며 말했다.
“1,750만 골드가 맞는 가격이지만…… 내가 너에게 돈 뜯어먹으려고 이 자리에 온 것도 아니니 조금 깎아주는 게 맞겠지.”
그녀는 구구절절 맞는 말만 했다.
“간만에 계약자 얼굴 봐서 기분도 좋겠다, 대충 뒷자리 걷어서 1,500만 골드에 해줄게.”
1,500만 골드.
자비가 넘치는 제안이었다.
“감사합니다.”
기적의 창조자 마음이 바뀌기 전에, 칸은 크리스탈을 터치했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에게 15,000,000 골드를 보냈습니다!] [환상의 상자 5개를 획득합니다!]성신의 보답은 바로 돌아왔다.
칸은 옅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성신님의 자비는 잊지 않겠습니다.”
“……뭘 이런 것 가지고.”
기적의 창조자는 딴청을 피웠다. 필요할 땐 항상 도와주면서 은근히 츤츤거린다.
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개봉 시작할 건데, 보실 건가요?”
“그러려고 온 건데 당연히 봐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거실 소파에 앉아서 봐주세요.”
“알았어.”
칸과 기적의 창조자는 거실로 걸어갔다.
칸은 거실 카펫에 환상의 상자 5개를 일렬로 늘어놓았고, 기적의 창조자는 소파에 앉았다.
“이것이라도 드세오.”
“이게 뭔데?”
“황금고구마라고 하는 건데, 맛이 꽤 괜찮습니다.”
“흐음……. 고맙게 먹을게.”
다리를 꼰 기적의 창조자가 고구마를 야금 베어먹었다. 그리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맛 좋네. 돌아갈 때 몇 개 가져가도 되지?”
“물론이죠. 갈 때 싸드릴게요.”
그녀가 만족하니, 칸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도 뭔가 느낌이 좋다.’
다섯 개의 환상의 상자.
이곳에서 대박이 터지리라는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뭐,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환상템에도 잡템이 있지만,
‘반대로 잘 될 수도 있으니까.’
소위 말하는 1티어 템도 존재했다.
‘나올 때까지 까보자.’
보유 골드는 넉넉하다. 칸은 1티어 환상템을 얻기 위해 개봉을 시작했다.
‘일단 맨 왼쪽부터.’
칸은 첫째 상자를 열었다.
[상자가 열립니다!]화아아아-
백색 빛깔이 물감처럼 터져 나왔고, 환상템이 찬란한 자태를 드러냈다.
[타르타노스의 골든스태프]전설적인 골드 드래곤, 타르타노스가 남긴 골든스태프다. 수만 년 전 세계를 호령한 그의 강대한 마나가 이 스태프 안에 깃들어있다.
[등급 : 환상] [종류 : 스태프]마법 공격력 + 1,200
남은 강화 횟수 : 15
[제한]레벨 200이상
[특수 능력] [용족]용족이 이 스태프를 장착했을 시, 마나 효율이 50% 마법 효율이 50% 증가합니다. [마나]마나 재생량이 300% 증가하며, 마나 회로의 내구도가 300% 증가합니다. [서클]상위 서클 마법 습득에 필요한 경험치가 50% 감소하며, 서클 숙련도 상승 속도가 50% 증가합니다. [강화]불/물/바람/흑마법/신성력 등, 환상력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마법 중 하나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강화 시 데미지가 100% 증가합니다.‘어…….’
1티어 템이다. 그런데 스태프다.
‘왜 하필 스태프…….’
스태프가 아니라 활이나 검이었다면 기쁨에 차올라 소리를 질렀을 텐데.
하필 스태프다.
‘아스트리드한테 주면 되니까 상관은 없지만…….’
스태프가 나왔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하…….”
그나마 내쉬는 긴 한숨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었다.
“계약자, 무언가 잘못된 것인가?”
“아뇨. 아닙니다. 괜찮아요.”
기적의 창조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지만, 칸은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은 4개의 상자를 보았다.
‘4개는 한 번에 까자.’
하나씩 깐다고 좋은 게 나오진 않는다. 칸은 4개의 상자를 동시에 개봉했다.
[환상의 상자가 열립니다!] [환상의 상자가 열립니다!] [환상의 상자가 열립니다!] [환상의 상자가 열립니다!]다채로운 빛깔이 번쩍이며 상자들이 열렸고, 환상템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대악마의 목걸이] [등급 : 환상] [종류 : 목걸이] [불패용사의 엑스칼리버] [등급 : 환상] [종류 : 두손검] [거신병의 미스릴 방패] [등급 : 환상] [종류 : 방패] [영겁의 수호자의 지팡이] [등급 : 환상] [종류 : 지팡이]‘망했다!’
4개 전부 3티어 템이다. 1,500만 골드가 하늘로 증발한 느낌이 들었고. 극심한 허무감이 마음을 채웠다.
“으어….”
칸은 좀비처럼 휘청거렸다. 잿빛활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4개의 템을 보자니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칸은 5개의 망템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이렇게 망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근데 답은 정해져 있는 거 아냐?’
충격이 서서히 사라지고 제정신이 돌아오자 해결책이 떠올랐다.
‘더 많이 질러야지.’
현질이 망했을 때는 더욱 커다란 현질로 메꾸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과금러들의 게임 방식이었고, 언제나 승리하는 최선의 공격법이었다.
‘지르자.’
칸은 기적의 창조자를 바라보았다. 기적의 창조자는 아까부터 너 괜찮아? 표정이 되게 안 좋은데? 같은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래서 일이 편해졌다.
“기적의 창조자님.”
“응?”
“부탁드립니다. 환상의 상자 5개에 1,500만 골드. 가능할까요?”
칸은 굳은 얼굴로 자비를 구했다.
“1,500만 골드라…….”
기적의 창조자는 미간을 좁힌 채 고심했다. 그녀는 칸의 서글픈 얼굴을 보았고, 자신의 아공간을 열어서 상자의 개수를 확인했다.
‘……내가 손해지만, 그래도 해주자.’
그리고 자비를 베푸리라 마음먹었다. 그녀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지막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칸은 고개를 숙이며 자비를 받아들였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에게 15,000,000 골드를 보냈습니다!] [환상의 상자 5개를 획득합니다!]카펫 위에 5개의 상자가 놓여졌다. 기적의 창조자가 250만 골드를 손해 보며 만들어준 선물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고마우면 나중에 어깨나 한번 주물러 줘.”
창조자의 눈썹이 호선을 그렸다. 지금의 그녀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칸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꼭, 주물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낮춰서 5개의 상자를 보았다. 이번 개봉에서 1티어급 템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개봉했다.
[환상의 상자가 열립니다!] [환상의 상자가 열립니다!]…….
…….
섬광이 번쩍이며 템들이 등장했다.
[여인을 사로잡는 사랑의 묘약] [등급 : 환상] [종류 : 소비] [크레아토르 성 건설 주문서] [등급 : 환상] [종류 : 소비] [아다만티움 원석] [등급 : 환상] [종류 : 원석] [화마의 군주] [등급 : 환상] [종류 : 완드] [볼테르의 프란베르크] [등급 : 환상] [종류 : 두손검]“이, 이건…….”
칸의 눈이 부릅떠졌다. 맨 마지막으로 등장한 아이템, [볼테르의 프란베르크]가 환상등급 최강의 무기였기 때문이다.
‘상태창!’
칸은 바로 아이템 상태창을 열었다. 나머지 4개의 템도 신기한 것이 여럿 보이지만, 일단은 프란베르크가 우선이었다.
[볼테르의 프란베르크]가장 위대했다고 전해지는 대장장이, 볼테르가 제작한 프란베르크다. 칼날이 파도치듯 휘어진 형태이므로, 한 번 상처를 입으면 치유 불능 상태에 빠진다.
[등급 : 환상] [종류 : 두손검]공격력 + 1,500
남은 강화 횟수 : 15
[제한]레벨 200 이상
[특수 능력] [상흔]이 검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줄 시, 상대는 모든 계통의 치유 효과가 99% 감소합니다. [전설]환상등급 검법 스킬의 데미지가 100% 증가하고, 마나 사용량이 30% 감소합니다. 단, 레전더리 이하 등급 검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떴다…….”
칸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건 3천만 골드를 쓴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과분한 보상이었다.
‘신이 나를 돕는구나…….’
칸은 소파에 앉은 성신을 보며 방긋 웃었다.
“왜 그렇게 웃는 거야?”
성신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