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06)
이세계 골드리치-206화(206/256)
칸과 칼리파의 협상이 타결된 직후, 시간은 쏜살처럼 흘러서 다음날이 되었다.
“인간족이 거인족에게 도전했다는데?”
“뭐? 그게 진짜야?”
인간족과 거인족의 전투 소식은 삽시간에 탑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주민들은 놀라기보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젠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거인족까지 지면, 우리도 인간 아래라는 거잖아.”
“1년 전만해도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마족, 천족 등 중상위 서열 종족들이 인간족의 성장세에 우려를 표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볼때, 인간족이 거인족을 밀어내고 서열 4위가 되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껏 인간족이 진다 진다 했지만.”
“막상 진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이번에도 모를 일이지.”
인간족과 거인족.
인간족의 승리는 불가능해 보였고, 허무맹랑한 소리로만 들렸다.
그러나.
“그 인간족 대표가 칸이니까…….”
인간족 대표가 칸이라는 점.
릴라에다 상단의 부마스터, 아스고르를 쳐죽인 칸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인간족이 이기면 어떡하지?…….”
“그렇게 되면 견제를 하긴 해야 할 거야.”
인간족의 폭풍같은 성장세.
올라가는 종족이 있으면 내려가는 종족이 있으며, 그에 따라 피해를 받는 종족이 생긴다.
단적인 예로 엘프족의 서열이 내려가면서, 엘프족은 서열 혜택을 되찾기 위해 드워프족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드워프족이 서열 11위에 내려앉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인간족의 전투는 우리랑은 관계없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막상 열어보니 모든 종족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었어.”
힘의 탑은 우려 가득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 * *
반대로 제니아 왕국은,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게 마나야! 마나!”
“와 대박이다!”
마나 덕분이었다.
“농민 여러분 보세요. 이렇게 마나를 섞은 비료를 넣어주면 어떻게 될까요?”
“더 잘 자라나요?”
“그렇죠! 무려 2배나 크게 자랍니다!”
“오오!”
마나결합비료의 도움으로 작물 재배량이 크게 상승했고,
“이제 우린 괴이족 따위 두렵지 않다!”
“검에 마나를 불어넣어라!”
“으아아아아!”
수백에 달하는 소드 유저 덕분에 괴이족과의 전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사실, 겨우 우위 수준이 아니었다.
“퇴각! 퇴각하… 키에에엑!”
“인간족! 강하다!”
압승이었다.
괴이족 중 마나를 쓰는 변종은 없었고, 인간족은 마나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엘프족과 해인족의 동맹 관계도 유지되고 있었으니, 사실상 주변국에선 인간족을 건드릴 종족이 없었다.
“아르벨 후작님! 이거 계속 진군해서 괴이족 왕자의 멱을 따버리는 건 어떻습니까!”
“옳소! 옳소!”
“이제 인간의 복수를 할 때가 왔습니다!”
인간족 병사들의 사기는 극에 달했고, 칸을 찬양하는 목소리는 나날이 높아졌다.
“이게 다 국부님의 은총 덕분이지.”
“암암. 그렇고 말고.”
인간족은 활기가 넘쳤다.
* * *
같은 시각, 하르미노.
그녀는 33층 원시의 숲에 있었는데,
높은 자연의 기운을 받고 정령왕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물의 정령왕이여, 부디 저를 봐주십시오.”
하르미노는 자연적으로 가장 지고지순한 상태,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풀숲에 무릎을 끓고, 두 손을 포개안은 채 하늘을 보며 간청했다.
“저에게 숨결 한 번만 불어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이 상태로 있은지도 어느새 10시간이 넘었다. 하르미노는 정령왕의 숨결을 위해 이토록 고생하고 있었다. 칸이 준 정령석을 헛되이 할 수 없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부디…….”
하르미노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정령왕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휘이이이이-
커다란 나뭇잎이 바람에 따라 흔들렸고, 숲 전체가 위대한 기운에 따라 움직였다.
‘이건!…….’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를 복종시키는 힘, 정령왕의 숨결이었다.
[특수 스킬, 엘라임의 숨결을 획득했습니다!]“드, 드디어…….”
하르미노의 눈동자에 눈물 한 방울이 맺혔다. 모든 정령족의 꿈이자 목표인 정령왕의 숨결을 받다니, 열시간 내내 무릎 꿇은 보람이 있었다.
하르미노는 머리를 조아리며 소리쳤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자 더 큰 선물이 주어졌다.
【자연의 사랑을 받는 아이로구나】
뼈와 살을 분리하고 심장에 닿는 소리, 정령왕의 목소리였다.
‘이, 이건!…….’
이 말도 안되는 사태에 하르미노는 혼이 빠졌다. 정령왕의 목소리는 정령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었다.
하르미노는 빠르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크게 외쳤다.
“정령왕이시여!”
자신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닿는다면,
정령왕의 자비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목놓아 소리쳤다.
“위대한 목소리를 한 번 더 들려주십시오!”
그러자 [태초의 정령석]이 힘을 발휘했다.
[특수 능력, [만남]이 발동합니다!] [특수 능력, [태초]가 발동합니다!] [특수 능력, [관심]이 발동합니다!]정령왕 알현에 도움을 주는 특수 능력 3개가 연달아 터졌다.
기적이 일어났다.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마음에 드는 아이로구나.
“어, 어떻게…….”
하르미노는 감격해서 울음을 터트렸다.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 그녀의 눈 앞에서 미소짓고 있었다.
* * *
힘의 탑 21층 요정의 도시.
“데이라~ 너 칸이랑 찐한 사이인거지?”
“아니거든!”
“부끄러워 하는 거봐. 진짜네~”
데이라는 수인족 소녀들에게 놀림을 받고 있었다. 아이스 블레이드가 문제였다.
그녀는 성래족 사냥에서 아이스 블레이드를 빼들었고, 히란과 히룬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그것이 끝이었다.
“이 멋진 검을 칸이 줬단 말이야?”
“대박이다. 완전 마음 있나 봐.”
데이라는 그 날로부터 쭉 놀림을 당했다.
“아니라니까 진짜!”
오늘도 어김 없었다. 진도 어디까지 뺐냐고 묻는 말에 데이라는 부정하기 바빴다.
“칸이 싫은 거야?”
“그건 아니야!”
칸이 싫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얼굴 들기가 힘들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저 여자가 인간족 대표의 애인이라고?”
“풉, 웃기고 있네.”
“인간족 대표는 환상족 여자를 끼고 다닌다던데.”
“저런 인간족 여자가 성에 찰 리가 없지.”
칸 주변 여자들의 스펙이 문제였다.
하나는 세로스 상단의 외동딸이었고, 또 하나는 탑 전역에 악명이 자자한 용족이었다.
거기에 정령족은 낫냐 하면 또 아닌 것이, 정령족은 종족 최고의 재능이라며 떠받들어지는 실정이었다.
그에 비해 데이라 본인은?
아직 사파이어의 층도 졸업하지 못한, 비유하자면 촌구석 여자에 불과했다.
“데이라는~ 칸이랑~”
“뽀뽀했대요~ 뽀뽀했대요~”
“하지말라고 진짜!”
길거리 수치를 당하는 것도 정도 있는 법, 데이라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아직까지 사파이어의 층을 도전하지 못한 자신이 화가 났고, 칸과 떨어진 후로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 자신의 작태에 열불이 났다.
“미, 미안.”
“이제 안 놀릴게.”
“너네들 때문에 못 살아 진짜!”
데이라는 몸을 돌려서 멀어졌다.
지금 자신은 칸을 볼 면목이 없었다.
‘빠른 시일 내에 사파이어의 층을 올라야 해.’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문 채 성래족 사냥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아스트리드도 입술을 깨물었다. 스스로의 성장에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9서클에 올랐구나.”
그녀는 오늘까지, 휴식 시간을 제하곤 수련에만 정진했다. 그 결과, 1001살의 나이로 9서클을 마스터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주 기쁘군.”
평소의 도도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의 아스트리드는 영락없는 소녀에 불과했다.
“역시 나야.”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대평원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한 번 마법을 시험해볼까?”
그녀는 칸이 준 골든스태프를 들었다.
파지지-
스태프에서 흘러나온 힘이 전신을 흝었다. 엄청난 양의 버프 스킬이 몸에 깃들었고, 마나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어마어마하군…….”
10강 환상급 스태프가 주는 힘은 보통이 아니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열 배는 강해진 느낌이었다.
“지금의 나라면 용족 최강과 붙어도 승산이 있겠구나.”
전신에서 흐르는 마나의 기운.
이 기운을 온전히 쏟아낸다면 용족 최강과 붙어도 승산이 있었다.
“이런 스태프를 선물했으니, 칸도 나에게 연정이 있다는 게 확실하군.”
정작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렴 별 상관없었다.
“한 번 시험해보지.”
그녀는 골든스태프와 9서클이 합쳐진 마법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평원을 향해 골든스태프를 치켜들었고, 수십 마리의 슬라임을 보며 마법을 전개했다.
“루인 오브 그라운드.”
지각을 변동시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마법이었다.
쿠가가가가-
땅이 지진난 것처럼 흔들렸다. 지각이 번개 모양으로 갈라졌고, 그 사이에서 돌덩이들이 튀어나왔다.
―삐에에에!
이미 슬라임은 몰살당했다. 문제는 평원이었다.
콰가가가가가!
모두가 이용하는 사냥터, 성래족 평원.
그 땅이 무너지며 지옥도로 변하고 있었다.
“…중지!”
아스트리드는 다급하게 마법을 중지했다. 멈추지 않으면 평원 절반이 날아갈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