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07)
이세계 골드리치-207화(207/256)
이렇듯 모두가 정진하는 이 순간, 베르몬트도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지옥의 염화!”
푸화아아!
―끄루루룩!
―우루루룩!
베르몬트가 위치한 곳은 힘의 탑 78층, 유령의 협곡이었다.
78층은 세로스 상단이 독점하고 있는 층이었고, 사냥의 권리 또한 마음대로였다.
그 덕에 베르몬트는 언제든 유령들을 학살하고 경험치를 쓸어담을 수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파멸의 불길!”
화아아아!
―우루루루룩!
―끄룩! 끄룩!
그녀는 칸이 준 완드를 휘두르며 마법을 난사했다. 화염 마법 숙련도는 날이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했고, 경험치 또한 쭉쭉 올라갔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지옥의 염화!”
푸화아아아!
사냥이 쉬우니 즐거울 수 밖에.
원래 마법 네다섯 번은 때려박아야 죽었던 유령들이, 화마의 군주를 장비한 지금은 한 발이면 충분했다.
오히려 과한 감도 있었다.
[마기]화 속성 흑마법의 데미지가 890% 상승합니다.칸에게 선물받은 [화마의 군주]는 상상 이상의 사기템이었다. 깡데미지를 9배나 올려주었는데, 이런 템은 베르몬트도 본 적이 없었다.
“칸 만나면 뽀뽀라도 해 줘야 되나?”
그녀는 씩 웃으며 완드를 휘둘렀다.
―우워어어!
78층의 보스급 성래족, 고스트 로드가 나와도 아무 문제 없었다.
“화염주박진.”
그녀는 8서클 흑마법을 마스터한 상태였다.
* * *
이후 시간은 흘러서 격상 전투 전날이 되었다.
[인간족 대표 vs 거인족 대표] [입장권 단돈 500골드!]탑은 격상 전투 홍보 메세지로 가득 찼고,
―인간이 이길 거라니까, 아스고르 구워 잡순 거 못 봤수?
―누가 뭐라 했나? 나도 인간족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디.
전투 결과를 예측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그것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집에 있는 칸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아빠. 내가 귀 막아줄게.”
잉그리드의 부드러운 손이 칸의 귀를 막았다. 그 따따한 손길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히히.”
잉그리드는 이제 15살 아이의 모습. 볼살은 아직 통통했지만 몸은 어른이 다 되어 있었다. 이따금 씻고 나오는 걸 보면 헛숨을 들이킬 지경이었다.
…살다살다 8등신 몸매를 볼 줄이야.
아무튼 그녀의 외모가 중요한 건 아니었고, 지금 그녀는 레벨 180을 찍은 상태였다.
나타샤의 층에서 조금만 구르면 레벨 200도 금방 이뤄질 것임이 분명했다.
“이히히. 안아주라.”
자신의 품으로 안겨드는 잉그리드를 보며 칸은 조용히 생각했다.
지금은 밤 12시가 넘었고, 앞으로 10시간 뒤면 격상 전투의 시작이었다. 100% 승리한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문제는 승리가 아니었다.
‘서열 혜택 기억이 안 나…….’
6위와 5위 혜택은 기억이 났다. 그러나 유독 4위 혜택만 머릿 속에서 지워져 있었다.
‘대체 4위 혜택이 뭐더라?…….’
“에헤헤…….”
칸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했다.
분명 아주 중요한 혜택이었는데, 기억나질 않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혜택 받을 때 기억이 나길 바래야지.’
머리 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 혜택에 대한 정보. 그것이 떠오르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때가서 생각하자.’
잊혀진 정보는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칸은 그 사실을 되새기며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아빠 힘내라고 귀요미 송 불러주께!”
천진난만한 잉그리드처럼, 가끔은 고민 가득한 머리를 쉬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일층 더하기 일층은… 으읍!”
“안 해도 돼.”
칸은 잉그리드의 입을 막고 짖궂은 미소를 지었다. 잉그리드는 얼굴이 벌게져서 양팔을 버둥거렸다. 그 과정에서 어깨뼈가 탈골된 건, 그닥 자랑스러운 기억은 아니었다.
* * *
지평선을 지난 태양이 하늘에 자리잡았다. 뜨거운 태양빛이 콜로세움을 내리쬈고, 수십 만 관객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드디어 오늘이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객 대부분은 근심과 우려, 걱정을 품고 있었다. 콜로세움 중앙에 위치한 두 대표가 어떤 결과를 만들고, 어떤 역사를 써내릴지 알 노릇이 없었다.
[전투를 시작하십시오!]서열 4위 격샹 전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2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이 지경이라니.’
중계실 속 야타는 팔짱을 낀채 한숨을 쉬었다.
칸이라는 인간을 본지도 어언 1년이 넘었다.
1년은 긴 시간이 아니었고 짧은 시간에 속했지만, 그동안 칸이 만들어낸 역사는 짧다고 할 수가 없었다.
오늘이 지나면 더욱 심할지도 몰랐다.
‘칼리파마저 이기면, 인간족은 서열 4위에 오르는군.’
서열 4위 인간족.
상상해본 적도 없었고, 누구나 개소리로 치부할 가정이었다. 그러나 그 가정은 현실이 되어 눈 앞에 다가왔다. 이제 인간족이 4위에 오른다는 건 개소리가 아니었다.
‘하… 엿같네.’
성신들 즐거우라고 진행한 승/퍠 예상 투표가 짜증이 났다,
칸의 승리를 예상한다! – 40.1%
칼리파의 승리를 예상한다! – 59.9%
칸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가 무려 40%.
10명 중 4명이 칸이 승리를 예측했다.
‘인간족이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렸구만…….’
야타는 찝찝한 얼굴로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코뿔소처럼 돌진하는 칼리파를 보며 소리쳤다.
“아! 엄청난 속도입니다!”
* * *
[아! 엄청난 속도입니다!]“으아아아아아!”
칸은 맷돼지처럼 달려오는 칼리파를 보았다. 다리근육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커다란 발자국을 만들고 있었고,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칼리파가 2배씩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천궁의 창이 머리 위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 전투는 나의 승리다!”
후우우우웅!
창이 바람을 가르며 쏘아져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칸은 그것이 슬로우화면처럼 느리게만 보였다.
‘그닥 빠르지도 않다.’
칸은 가볍게 땅을 박차서 창을 피했다. 창은 모래바닥에 박혔고, 전격을 발산하며 전장을 붕괴시켰다.
쿠과가가가가!
파지지지지지!
땅에 네 갈래의 줄기가 생겨났고, 하늘은 갈라지며 수천 개의 낙뢰를 번쩍였다.
칸은 그것을 무시하고 칼리파를 보았다.
“널 죽여버리겠다!”
칼리파는 흥분한 상태였다. 얼굴이 시뻘개져서 창을 마구 휘둘렀다.
그러나 칸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할 만 하겠네.’
그의 무력, 체력은 S등급 999.
창 한 대 맞는다고 죽을 일도 없었고, 기싸움에서 밀릴 일도 없었다.
오히려 칼리파를 기백으로 압도할 수 있었다.
‘정신 보조 스킬 열람.’
공포(S),카리스마(S),학살(A+),압도(A+)
칸은 아이템만 좋은 놈이 아니었다. 그는 본연의 스펙만으로도 강자였다.
공포(S) 같은 스킬들은, 그에게서 매서운 기백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아! 번개를 지배하는 거신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인간족 대표!] [그 모습만으로도 놀랍습니다!]‘놀랍기는 무슨.’
부산을 떠는 야타를 보며 칸은 피식 웃었다.
야타는 알고 있을 터였다.이 전투는 칸이 승리한다는 것을.
‘난 진적이 없다.’
칸은 승리하는 전투가 아니면 도전하지도 않는다. 칼리파에게 전투를 선포한 시점에서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끝내볼까.’
[‘볼테르의 프란베르크’를 장비합니다.]칸은 프란베르크를 들고 제자리를 박찼다.
“어딜 달려드는 거냐!”
푸화아악!
중간에 천궁의 창이 어깨를 빗겨쳤지만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칸은 매처럼 쇄도해 거인족의 등허리를 베었다.
푸화아아악!
“별로 아픈 공격도 아니군!”
상처는 얕았고 거인족은 방심했다.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면서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특수능력, 상흔 발동!] [거인족, 칼리파의 치유 효과가 99% 감소합니다!]이제 칼리파의 생명력 흡수는 봉쇄되었다. 이제 그의 생명력을 깎기만 하면 끝이었다. 칸은 잿빛 활로 무기를 교체한 후, [잿빛]을 발동했다.
콰아아아앙!
콜로세움 전체가 잿빛 안개에 잠식된 상황.
칸은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거인족, 칼리파가 ‘타겟’으로 지정되었습니다!]그는 칼리파를 사냥감으로 지정한 후, 안갯속에서 게릴라 전투를 펼쳐 나갔다.
“빌어먹을 인간 따위가!”
[제왕] 여덟 발이 칼리파의 등에 꽂혔을 때, 칼리파가 하늘의 분노를 전개하기도 했다.콰가가가가강!
수백 개의 낙뢰가 콜로세움으로 떨어졌고, 그 눈먼 공격에 콜로세움 일부가 붕괴되었다.
운이 좋았던 전격 한 줄기는 칸의 등을 꿰뚫었다.
파지지지-
‘이건 잘못 걸렸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전투의 긴장감 덕에 아프진 않았지만, 내장 하나 망가졌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전투의 끝을 내겠다!”
콰가가가가!
칼리파가 사슬 퍼런 안광을 빛냈다.
수백 개의 낙뢰가 칸에게 쏘아졌고, 명중했다.
파지지지지지!
“큭…….”
몸 전체가 망가졌다. 낙뢰의 고열에 근육이 파열되었고, 내장은 탄내가 날 정도로 익어갔다. 체력을 S등급 999까지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진즉 목숨을 잃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죽지 않았으니 괜찮았다.
‘텔레포트!’
칸은 신발 특수 능력을 발동해 자리를 벗어났다. 눈을 뜬 순간 보인 것은 칼리파의 상처투성이 등짝이었다.
‘이제 끝이다.’
칸은 피를 토하며 잿빗 활을 고쳐 들었다. 시위를 끝까지 당겼고 마법화살의 생성을 기다렸다. 그렇게 젠킨스의 마법화살 한 발이 생성되었을 때, 칸은 [제왕]을 발동했다.
투콰아아아앙!
[마나가 없습니다!]아홉 번째 제왕. 마나가 모두 바닥난 마지막 공격이었다. 이것으로 칼리파가 죽지 않아도 흡혈검의 무한 흡혈이 있었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과하게 축적된 피로 탓에 좀 죽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콰아아앙!
“크허어어억!”
다행스럽게도, 아홉 번째 제왕이 마무리 공격이었다. 칼리파는 몸에 누적된 데미지를 견디지 못한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쿠우우우웅!
[거인족 대표가 기절 상태가 빠졌습니다!]죽지는 않았지만 기절이 어디인가. 그가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건 누가 봐도 명확했다.
“…끝났네.”
칸은 잿빛 활을 집어넣고 풀썩 무릎을 꿇었다.
그도 육체적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이, 인간족 대표의 승리입니다!]야타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칸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