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09)
이세계 골드리치-209화(209/256)
종족 혜택이 주어지면, 그 결과는 종족 부대표인 보나스에게 전해진다.
[인간족의 종족 서열이 4위로 격상합니다!] [인간족의 마나 친화력이 200 증가합니다!] [인간족의 자연 친화력이 200 증가합니다!] [인간족의 최대 수명이 1,000년까지 확장됩니다!]수백 년간의 아픔이 녹아내리는 혜택들.
테라스 위의 보나스는 눈물을 삼켰다. 그의 눈 앞에 불의 하급 정령. 나비모양의 카사가 보이고 있었다.
“큽…….”
남자가 눈물이 많으면 안 되는데, 보나스는 이 기적 같은 상황에서 감정 제어가 안 되었다.
“하아…….”
그는 결국, 눈물 한줄기를 흘리며 테라스 난간을 잡았다. 산들바람이 몸을 긴장을 풀어주었고, 약간의 고양감을 주었다.
보나스는 수염을 들썩거리며 말했다.
“나의 수명이 천 년이라…….”
조상들 조차 누리지 못한 최고의 호사였다.
“칸님에게 데이라, 아니 왕국의 모든 여인을 바쳐도 일말의 아쉬움이 없으리라.”
보나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말해놓고도 웃겼지만, 수명 연장은 정말 기적같은 선물이었다.
“인간족 최대의 약점이 극복되었으니…….”
보나스는 감동 가득한 얼굴로 앞을 보았다. 녹색 들판이 바람을 타고 출렁거렸고, 저 멀리 지평선에서 산뜻한 풀냄새가 맡아졌다.
“저 먼 땅도, 원래는 우리의 것이었지.”
땅 뿐이 아니었다. 과거 인간족은 대륙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강대했었다.
호수와 강, 바다와 모래사장까지, 인간족은 모든 것운 다스리고 있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너무도 초라했다.
“나의 수명이 천 년으로 늘었으니, 조상들이 빼앗긴 영토를 되찾을 의무도 있겠구나.”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했다.
조상들이 저지른 실수, 그 과정에서 빼앗긴 모든 것을 돌려받아야 했다.
그것이 돌맹이 하나라도 말이다.
‘수 년 후엔 정복전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보나스는 옅게 웃으며 테라스를 빠져나갔다.
* * *
데이라는 방긋 웃으며 앞을 보았다.
참을 수 없이 귀여운 정령체, 불의 나비 카사가 날개를 팔랑거리고 있었다.
“너, 너 정말 불의 하급 정령이니?”
―파닥파닥!
“와아… 대답하는 것 좀 봐.”
데이라는 사랑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카사를 끌어 안았다. 따듯한 온기에 기분이 좋아졌고, 불의 정령과 계약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카사! 우리 계약할 수 있는 거지?”
―파닥파닥!
“역시 그렇구나!”
카사가 붉게 빛나며 어린 남아의 모습이 되었다. 귀여움은 배가 되었고, 카사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계약자 이쁘다!
카사가 날아와 데이라의 볼에 입을 맞췄다. 계약이 이루어졌다는 행동에 불과했지만, 카사의 깜찍한 외모 덕에 데이라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카사! 우리 평생 함께하자!”
불의 하급 정령과 함께라면, 지금 당장 사파이어의 층을 도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응!
“카사 너무 좋아!”
데이라는 카사를 꼬옥 안은 채 기쁨을 만끽했다.
그 감정은, 수천의 인간족이 현재 느끼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반가움이었다.
“땅의 정령이 보인다!”
“운디네! 운디네가 보여!”
제니아 왕국에서는 수천 명의 정령사들이 탄생하고 있었다. 그들의 수명이 천 년인 걸 고려하면, 인간족의 미래는 참으로 밝다고 할 수 있었다.
* * *
정작 칸은 정령과 계약할 생각이 없었지만.
―나랑 계약할래?
“아니.”
실프가 방긋 웃으며 물었지만, 칸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히잉…….
실프가 풀죽은 얼굴을 해도 소용없었다. 칸이 정령 계열로 나가기엔 이미 늦었고, 애초부터 정령은 하르미노에게 몰아주기로 합의가 끝난 사항이었다.
‘하르미노한테 4속성 정령왕을 몰아줘야 하는데, 내가 뺏어먹으면 안 되지.’
모든 선택은 미개척층 공략을 위해 결정된다.
그 결정은 번복해서는 안 되었다. 얼마나 큰 장애물이 있건, 밀고 나가야만 했다.
현재의 칸이 그랬다.
‘잉그리드를 뚫어야 하는데…….’
그는 집 앞에서 들어가기를 미루고 있었다. 앞으로 잉그리드를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잉그리드를 어떻게 설득하지?…….’
칸은 자신의 집에 세 여인을 불러모을 계획이었다.
베르몬트, 아스트리드, 하르미노.
미개척층 공략을 위해 손을 잡은 여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동맹 관계를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지금까지 전부 따로따로만 얘기했어…….’
2인 동맹이 아니라고 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사실, 세 연인을 한 자리에 규합하는건 아직도 무서웠다.
‘그런데 결국 해야할 일이니까…….’
이러나 저러나 언젠간 맞아야 할 회초리였고, 미개척층 공략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아픔이었다.
‘내가 오늘 맞아죽더라도, 해야만 한다.’
칼리파와 싸울 때보다 긴장이 되는 건 어째서일까.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칸은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 * *
“아빠는 내가 미개척층 공략을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지?”
“응.”
“좋아. 그건 나도 바라는 바야. 아빠랑 둘이서 위험지역을 개척하는 건 재밌을 것 같으니까. 그런데 말야.”
“응.”
“왜 다른 여자가 셋이나 끼는 거야?”
잉그리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분명 미소였다. 칸은 다행이라는 생각에 설명을 시작했다.
“왜 그러냐면 미개척층은 종족 당 한 명의 입장 제한이 있거든. 그래서 종족 별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아빠.”
“응?”
“그건 나도 알아.”
“진짜? 잘 됐네.”
“그치. 잘 됐지.”
잉그리드가 방긋 웃었다. 칸도 따라서 방긋 웃었다. 그녀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걱정이 가득했는데, 알고보니 자신이 문제였다.
‘잉그리드도 이제 다 컸지. 저렇게 마음이 넓어졌잖아.’
칸은 가벼운 마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세 여인에게 메세지를 보낸지도 10분이 넘었으니, 슬슬 도착할 때가 되었다. 다과와 꿀물 정도는 마련해 놓아야 했다.
‘쿠키가 낫겠지?’
칸은 그딴 생각을 하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 왔다!
높은 톤의 목소리, 베르몬트였다.
‘빨리도 왔네.’
칸은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은은한 미소가 걸린 베르몬트가 보였다.
그녀가 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나 네 전투 직관했어. 은근 멋지더라.”
그녀의 짙은 눈썹이 호선을 그리는 것으로 보아, 진심에서 나온 칭찬인 듯 했다.
칸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들어와.”
“누구 맘대로?”
그런데 그때,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보니 금빛 섬광이 날아가고 있었다.
“무슨…….”
정신을 차렸을 때, 금빛 섬광은 이미 베르몬트를 덮친 상태였다.
잉그리드가 베르몬트의 멱살을 잡고 짤짤짤 흔들며 말했다.
“왜 우리 아빠한테 자꾸 꼬리 쳐! 왜 그러냐고!”
“내, 내가 꼬리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칸은 그 광경을 보며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잉그리드는 아직 2살이 안 됐다.’
그녀가 넓은 아량을 가지는 건 10년은 더 필요한 일이었다.
“잉그리드, 혼난다.”
칸은 잉그리드와 베르몬트를 분리시키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명 모인 상태에서도 이 지경인데, 네 명이 전부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 * *
불길한 예상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
베르몬트, 아스트리드, 하르미노, 잉그리드.
이 네 명의 여인은 서로를 향한 적대감을 드러냈고, 칸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엔딩 보려고 참는다 진짜.’
엔딩이 현 상황의 실마리를 알려줄지도 모른다, 칸은 그딴 생각을 품은 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얘들아. 이것 좀 먹어.”
수제 초콜릿, 쿠키 등을 계속해서 가져왔고, 네 여인의 기세가 잠잠해질 때마다 끼어들어서 동맹의 목적을 상기시켰다.
그렇게 칸의 몸이 녹초가 되고, 시침이 저녁 8시를 가리켰을 때.
네 여인들은 죽을상인 칸을 보고 이 짓거리를 계속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칸이 불쌍해.’
‘인간이 이렇게까지 고생하다니.’
‘계속 다툴 수는 없어.’
‘아빠를 위해서.’
그녀들은 서로를 보며 잠시 휴전할 것을 합의했다. 그녀들은 짜기라도 한 듯, 어색한 미소로 쿠키를 가져오는 칸에게 걸어갔다.
“칸 그만해. 배불러.”
“너무 많이 먹었다 인간.”
“이제 좀 쉬어.”
“아빠 배게 가져다 줄까?”
칸은 그제야 자신의 고생길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해방감이 온몸을 적셨다.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파에 좀 앉을게.”
칸은 좀비처럼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 앉은 네 여인을 보았다.
‘이제야 준비가 된 건가.’
여인들은 6시간의 기싸움 끝에 칸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었다.
칸은 오자세를 고쳐서 바르게 앉았다. 그리고 네 여인을 찬찬히 흝으며 말했다.
“우리는 미개척층을 공략할 동맹이야.”
지금껏 수십 번을 말한 문장인데, 모두가 들어주니 분위기가 달랐고, 청자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조금 재밌어 보이네.”
“나름 스릴이 넘치겠군.”
칸은 쉬지 않고 입을 나불거렸다.
“101층부터는 종족 당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어. 그래서…….”
그는 동맹 관계의 필요성, 팀원간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부 말해주었다.
“우리가 나타샤의 층을 통과하면, 바로 미개척층으로 도전할 거야.”
그 계획은 간결했고,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설명하는데 5분이면 충분했다.
“목숨을 걸어야 할 거야. 다들 괜찮겠어?”
칸은 마지막 주의사항을 말하고 분위기를 살폈다.
네 여인들은 호의적인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미개척층을 공략하면 압도적인 힘을 얻는다는거지?”
“엄청난 골드와 권력은 덤이고.”
“원하는 소원까지 들어준다는 거잖아.”
“소원! 나 소원 말할래!”
그녀들은 칸이 말한 희망에 초점을 맞췄다. 종족의 영웅이 되느니, 위대한 개척자의 칭호를 얻는다느니.
그런 부수적인 것들이었다.
‘전부 사실이긴 한데…….’
그것이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은 몰랐다.
‘뭐, 잘 된 일이지.’
2시간은 더 연설해야할 줄 알았는데, 5분으로 끝나서 다행이었다.
이제 진짜 설명을 시작할 때가 왔다.
“지금부터 나타샤의 층에 관한 정보를 말해줄게. 우린 동맹이고 서로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내가 알고 있는 핵심 정보를 전부 말해 줄거야.”
칸은 아사신의 층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자칫 잘못하면 세 여인이 전부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 바보같은 도박은 다시 행해져셔는 안 되었다.
“우리 집에 이불하고 베게 되게 많거든? 메세지에서 말한대로 넷 모두 우리 집에서 자자. 나타샤의 층 모든 것을 설명하려면 밤을 새야할 수도 있어.”
“…헉.”
베르몬트가 놀란 얼굴을 했다.
밤 새 이어지는 설명 때문일까,
아니면 밤을 샌다는 사실 자체 때문일까.
이유는 모르겠으나, 네 여인 전부 비슷한 얼굴이었다.
“음……. 설명 계속 시작할게.”
놀람의 이유가 궁금하긴 한데, 그것보단 설명이 먼저였다.
지혜는 금은보다 귀하니 그것을 줄 의무가 있었다.
“나타샤의 층 안전수칙 첫 번째.”
칸은 밤샘 설명을 시작했다.
설명의 절반이 끝났을 때는 새벽 2시가 넘어 있었고, 네 연인 모두 헤롱거리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제 자자.”
더 이상의 설명은 불가능했다. 칸은 그녀들에게 이불과 베게를 배분했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나타냐의 층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