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1)
이세계 골드리치-21화(21/256)
# 21
<– 에픽 정령석 –>
“그러니까, 결국 골드를 번 게 다 보물상자 덕이었다?”
“그렇지.”
칸과 베르몬트, 마족C와 하르미노는 거점으로 돌아왔다.
거점으로 돌아오는 동안 칸은 대부분의 변명을 끝낸 상태였다.
지금까지의 골드는 상자에서 나온 템을 팔아 마련한 것이다.
상자를 열려면 특별한 힘을 소모해야 하고, 그 힘은 재충전이 불가능하다.
이제 상자를 열 수 있는 힘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거짓과 사실을 적절히 섞어서 열심히 변명했다.
물론 중간중간에 하르미노의 날카로운 질문.
예를 들어,
상자를 열 수 있는 기회가 정해져 있고, 그렇게 힘들게 골드를 벌었는데, 만 육천 골드를 그렇게 쉽게 날려 버렸단 말이야?
이런 질문이 날아오면 식은 땀이 흘렀지만, 설득에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데이라가 인간 왕국의 공주이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어찌어찌 이야기가 통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몇가지 소소한 것들 뿐이었다.
베르몬트의 자잘한 호기심이 그것이었다.
“야. 그럼 그 동안 얼마나 벌었냐?”
“5만 골드 정도.”
“우와.. 이제 상자 몇 개 더 열 수 있는거야?”
“많아야 10번.”
“10번? 많네!”
호기심 많은 베르몬트가 칸의 등을 쳤다.
아프다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무력 D등급이면 자기 힘이 얼마나 센지는 알아야 했다.
베르몬트는 칸이 아파하는 걸 보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 나한테 뭐 좀 살래?”
“뭘 사.”
칸은 찌푸린 인상을 피지 못하고 답했다.
베르몬트는 약간 미안한 마음에 칸의 등을 살살 문질러줬다.
“아팠냐? 미안하다. 아무튼 그거 있잖아. 그거.”
“그게 뭔데?”
“상자 말이야.”
“…..너 상자 있어?”
베르몬트의 손길에도 펴지지 않던 얼굴이 상자라는 단어 한 방에 펴졌다.
“어. 있어. 여기서 성래족 많이 잡으면서 하나 구했지. 버릴까 싶긴 했는데 걍 가지고 있는게 나을 것 같아서 가지고 있었어. 어때. 살래?”
베르몬트가 살 거냐고 묻는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당연하지. 상자는 무슨 색이야?”
“색깔? 그게 중요한 거야?”
“중요하지.”
“알았어. 잠깐만.”
베르몬트가 인벤토리에 들어가 상자를 보고, 다시 나온다.
“금색인데?”
“아…..”
칸이 탄식한다.
역시 허튼 기대를 품어서는 안됐었다.
혹시 다이아인가 싶어 기대 했는데 실망감만 들었다.
“뭐야. 실망했냐?”
“..아냐. 그거라도 어디야. 그래서 판다고?”
“엉.”
“얼마에 팔건데.”
“흐음……”
칸이 선제시를 요구했다.
베르몬트의 고민이 깊어진다.
시세를 모르면 어쩔 수 없었다.
칸은 넓은 아량으로 베르몬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30초 정도 기다리자 베르몬트의 입술이 달싹였다.
그 얼굴에 작은 기대가 서려 있다.
‘잠깐.’
기대가 서려 있다는 건, 희망을 품고 있다는 의미였다.
칸은 저런 기분일때 하는 행동을 잘 알고 있다.
저건 터무니 없는 금액을 부르는 징조였다.
“만 골드?…..”
베르몬트가 손가락 하나를 들이밀었다.
칸은 순간, 베르몬트의 정수리에 꿀밤 한 대만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억누르며 등을 돌렸다.
“그만한 돈은 없어.”
“오, 오천 골드!”
바로 흥정이 들어온다.
자기도 양심이 없다는 건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칸은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걸었다.
저 가격은 아직도 양심이 없었다.
“아, 안 살거냐?”
베르몬트의 말에 칸이 걸음을 멈춘다.
“좀 더 낮춰봐.”
본격적인 흥정의 시작이었다.
“나, 낮추라고? 그럼.. 사천 오백 골드!”
“오 백 골드.”
“오, 오 배액? 너무 한 거 아니야?”
“오 백.”
“……사 천.”
“오 백.”
“……삼 천!”
“오 백.”
“……이 천!”
“콜.”
흥정이 끝났다.
[ 마족, 베르몬트에게 2,000 골드를 보냈습니다. ]칸은 2,000골드가 될 때까지 가격을 내렸다.
골드 보물상자의 평균 거래가가 2,000골드였기 때문이다.
칸은 거래에 있어서는 본인이 양심적이라고 자부했다.
2,000골드가 되자마자 바로 거래를 끝맺었다.
베르몬트도 기분 좋고, 칸도 기분 좋은 윈-윈 거래였다.
“이거 짭짤하네…..”
베르몬트가 입맛을 다시며 골드 저장 크리스탈을 본다.
그녀도 골드 상자를 이 천 골드에 판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원래라면 길가에 내다 버렸을 바보상자였다.
그런데 2,000골드라는 거금을 받았으니 기분이 좋았다.
2,000골드면 메인 스토리(1)을 20번 클리어해야 벌 수 있는 거액였다.
“야. 근데 그럼 너 좀 있으면 평범해지는거야?”
그때, 크리스탈을 지켜보던 베르몬트가 말했다.
칸이 말이 진실이라면, 칸의 골드 수급 능력은 조금 뒤면 사라졌다.
“어. 이제 얼마 안남았어.”
칸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거짓말로 약함을 위장할 때였다.
남들이 약하게 평가해주면 해줄수록 칸은 유리했다.
그런데 그게 쉽게 될리가 있나.
“구라치고 있네.”
베르몬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칸이 보여준 모습은 단순 골드빨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베르몬트는 생각했다.
칸은 분명히 힘을 숨기고 있을 거라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칸에게는 골드 획득량 10,000%가 있었다.
‘어찌 어찌 끝났군.’
결국 따지고 보면 전화위복인 셈이었다.
보물상자 까는 모습을 들켰을 때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에 골드 획득량 10,000%를 숨길 수 있었다.
원래 큰 치부를 숨기려면 작은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법이었다.
‘오히려 잘된 걸 수도 있겠어.’
시작과 과정은 뭐같았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칸은 유료 상점에 들어가서 골드 마스터키를 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작은 치부로 큰 치부를 숨김과 동시에 자신의 가치 ‘성좌’들에게 보여줬다.
성좌들은 칸의 상자 개봉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칸의 가치가 한 계단 더 오른 것이다.
칸은 후에 있을 ‘배후성 선택’에서 좋은 위치에 있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까볼까.’
칸은 자기 할 일을 이어갔다.
칸은 자신의 거점으로 들어가 골드 보물상자를 꺼냈다.
상자가 땅 위에 놓여졌다.
[ 골드 마스터키 1개가 소모됩니다. ]칸은 마스터키를 바로 꽂아넣었다.
미약한 빛이 떴다 사라지며 상자가 열렸다.
[ 에픽 아이템 획득! ]‘역시 에픽인가…..’
유니크템이 뜨는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 자연의 기운이 담긴 정령석 ]수천 년 동안 자연의 기운을 흡수한 정령석이다.
정령 공격력 + 50
정령 소환력 + 50
남은 강화 횟수 : 5
[제한]레벨 40이상.
정령 관련 스킬 보유.
[ 특수 능력 ] [강화]소환한 정령의 공격력 및 지속시간이 50% 증가한다. [기운]정령 친화력이 50% 증가한다.상자에서 나온 것은 정령석이었다.
“이런.”
칸의 얼굴이 실망감으로 물든다.
정령석은 ‘꽝’이었기 때문이다.
얻기는 힘들면서 아이템 효율도 나빠서, 정령 소환 지팡이를 가진 유저들도 안쓰는 템이 정령석이었다.
레전더리 정령 소환 지팡이가 유니크 활보다 약하니 쓸 이유가 없었다.
정령족 npc에게 선물해서 대량의 호감도를 얻는다면 모를까, 유저에게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 모 는 템이었다.
“..잠깐.”
칸이 쓸모없는 정령석을 멍하니 내려다본다.
정령석을 써먹을 방법이 생각났다.
“이거 잘만하면..”
그 방법을 쓴다면 일주일간의 쭈구리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쭈구리가 무엇인가.
한 정령족에게 ‘윗사람’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크흠.”
칸이 크게 헛기침한다.
그 소리에 베르몬트와 하르미노가 칸을 바라본다.
칸은 그녀들의 시선을 은근히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상하 관계가 뒤바뀔 때가 왔다.
중간에 애매하게 끼어서 성래족 하나 잡지 못하던 시절은 끝난 것이다.
서쪽 숲의 권력자로 군림할 때가 왔다.
“정리 좀 해볼까.”
권력자가 되기 전에 품위를 차릴 필요가 있었다.
칸은 주변에 나뒹구는 생선 뼈를 인벤토리에 넣어서 치워버렸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겨 호수로 향했다.
호수에 도착한 칸은 온 몸을 말끔하게 씻었다.
머리에 지어진 새집은 윤기 흐르는 생머리가 되었고, 퀘퀘한 냄새가 나던 몸에서는 기분 좋은 물 냄새가 났다.
“개운하네.”
이제 칸에게서 폐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멀쩡한 모습의 칸이 돌아왔다.
칸은 자신에게 권력을 선물해줄 아이템.
정령석을 손에 쥔 채 거점으로 돌아갔다.
*
“흠흠.”
거점으로 돌아온 칸이 목에 힘을 주며 하늘을 보았다.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하르미노가 시선을 준다.
그러나 시선은 금새 돌아갔다.
하르미노는 다시 나무에 기대어 부족한 낮잠을 청했다.
칸은 그런 하르미노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하르미노에게 걸어갔다.
칸이 하르미노의 거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하르미노.”
칸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왜?”
나무에 기대고 있는 하르미노가 눈만 살짝 뜨고 되묻는다.
칸은 그런 하르미노에게 정령석을 내보였다.
정령석에서 빛무리가 흘러나왔다.
“…..이건?”
하르미노가 홀리기라도 한 듯 멍한 얼굴로 정령석을 본다.
“너 이걸 도대체 어떻게……”
정령석의 등급이 에픽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에픽 정령석은 탑에서 수십 년을 활동한 선별인원들도 구경하기 힘든 것이었다.
정령석이 수천 년간 자연의 기운을 흡수해야만 에픽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에픽 정령석은 다이아몬드보다 귀한 광물이었다.
“하르미노. 이 정령석을 너에게 주겠다.”
“뭘.. 원하지?..”
하르미노의 태도가 조심스럽게 변한다.
나무에 기댄 몸을 일으켜서 칸의 앞에 똑바로 선다.
공손하다고 말해도 될 정도의 모습이었다.
이게 다 골드 때문이다.
종족 서열 2위라 하더라도 초반에 가난한 것은 다른 선별인원들과 똑같다.
지금의 하르미노에게 정령석은 그림의 떡이었다.
에픽 정령석만 있으면 물의 상급 정령 시큐엘과 계약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정령석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하르미노의 얼굴에 전부 드러났다.
“내가 원하는 건 간단하다.”
칸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제안할 조건을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뭐지?”
하르미노가 정색한 채 말한다.
칸은 그런 하르미노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시험에서 나에게 복종해라.”
“……어?”
하르미노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든다.
잘못 들었나 싶어 인상까지 찌푸린다.
하지만 그녀는 잘못 듣지 않았다.
이것은 현실이다.
하르미노가 에픽 정령석을 받으려면, 이번 시험이 끝날 때까지 칸에게 복종해야 했다.
“할건가?”
어차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지만, 칸은 예의상 한 번 더 물어봐 주었다.
하르미노가 고심하는 척을 한다.
그녀는 에픽 정령석의 가치를 알고 있다.
거절이라는 말은 나올 수 없었다.
“..좋아. 받아들일게.”
하르미노가 입술을 깨물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럼 바로 명령을 시작하지.”
복수의 때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