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12)
이세계 골드리치-212화(212/256)
파아-
빛가루가 휘날리며 눈앞의 정경이 보인다. 방금 전보다 한층 더 어두운 동굴이었다.
‘동굴은 어두울수록 위험한데……. 성래족 등장 확률도 올라가고.’
칸은 잉그리드의 손을 잡고 동굴을 탐색했다.
대략 5분 정도 걸었을까.
눈에 띄는 수확을 찾아냈다.
‘왠 연못?…….’
작은 크기의 연못이었다.
돌덩이들에 둘러싸인 연못이었는데, 문제는 칸이 처음 본다는 것이었다.
‘이런 연못은 처음 보는데.’
칸이 맵의 지형지물까지 달달 외우는 변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요지물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이 연못은, 81층엔 존재하지 않던 지형이었다.
‘희안한 연못이네. 퀘스트 끝나면 확인해보자.’
칸은 연못에서 주의를 거두고 앞을 보았다.
고블린 2마리가 보였다.
“!”
칸은 화들짝 놀라며 잉그리드를 잡아끌었다. 둘은 연못 바위에 숨은 모양새가 되었고, 2마리의 고블린을 염탐할 수 있었다.
“키헤헤.”
“크헤헤.”
배를 부여잡고 웃는 고블린들. 머리에 꼬깔모자를 쓴 것으로 보아, 지들이 마법사라 믿는 현상수배 고블린들이 확실했다.
“잉그리드. 공격루트 B로 간다.”
“알았어.”
현상수배 고블린이라는 것이 확인된 순간, 할 일은 정해졌다. 칸과 잉그리드는 자리를 박차고 고블린들에게 돌진했다.
“키엑?”
고블린들이 눈을 크게 떴다. 그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지만, 자비를 베풀만큼 사랑스럽지는 않았다.
칸은 프란베르크를 장비하고 두 고블린의 틈새를 통과했다. 두 고블린의 옆구리에 상흔이 새겨졌다.
푸화아악!
“키에?”
“크케케!”
별로 아프지 않은 공격. 고블린들이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특수능력, 지배 발동!]칸은 제자리에 서서 [지배]를 전개했고, 잉그리드의 보호 속에서 난사를 이어갔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지나갔고, 고블린들은 벌집이 되어서 바닥에 쓰러졌다.
“잘했어 잉그리드.”
“헤헤.”
잉그리드의 엄호가 없었다면 이렇게 쉬운 전투는 불가능했다. 칸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두 고블린이 소멸된 자리로 걸어갔다.
증거물인 지팡이가 떨어져 있었다.
‘시험 끝났네.’
칸은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A팀이 증거물 1개를 획득했습니다!] [현재 A팀이 획득한 증거물은 총 10개!] [A팀의 승리입니다!]시스템 메세지가 A팀의 승리를 알렸다.
“아빠! 우리가 해냈어!”
다짜고짜 안겨들어서 기뻐하는 잉그리드, 칸은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약간의 즐거움을 느꼈다.
* * *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나타샤의 음성 방송이 들려왔다.
칸은 잉그리드와 자리에 앉아 방송을 들었다.
[B팀도 증거물을 8개까지 모아서 나름 선전했는데, 정말 아쉽게 됐네요!] [그럼 아쉬움 가득한 B팀의 목소리, 잠깐 듣고 가볼까요?] [푸흡.]나타샤가 실소를 흘리며 음성 중계를 틀었다.
B팀 공동의 음성이 들려왔다.
[니들이 좀만 더 빨리 찾았으면 이겼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라.] [아악! 또 1년을 언제 기다려!] [야. 그냥 한 판 붙자.]분노가 가득한 멘탈 붕괴의 현장이었다.
“아빠. 나쁜 말 들으면 안 돼.”
잉그리드가 칸의 양쪽 귀를 막아버렸다.
뭔가 역할이 바뀐 것 같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칸은 잉그리드의 손을 내리고 방송 청취를 계속했다.
[B팀의 아쉬운 목소리, 잘 들으셨죠?] [1년이 지나면 더욱 훌륭한 선별인원들이 될 것 같네요!] [그럼 이제, 시험 클리어 보상을 지급하겠습니다!]딸깍.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퀘스트 보상이 도착했다.
[< 메인 퀘스트(17) – 현상수배 고블린 >을 클리어했습니다!] [5,000골드를 획득합니다!] [골드리치 스타터팩 발동!] [500,000골드를 획득합니다!]50만 골드.
이젠 푼돈에 불과했으며,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잉그리드에겐 아니었다.
“아빠! 나 처음으로 돈 벌었어!”
그녀는 첫 생활비를 벌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크게 기뻐했다.
‘이제 나도 아빠를 먹여살릴 수 있다!’
그 지극한 효심에, 모든 효녀들은 한 수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이히히.”
잉그리드가 방긋방긋 웃으며 칸에게 안겨들었다. 칸은 그녀를 안아주며 옅게 웃었다.
이후의 방송은 다 아는 내용이었고, 굳이 들을 필요가 없었다.
[3시간 후 다음 시험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동안 자유롭게 휴식해 주세요!]3시간의 휴식 타임이 주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언가를 하기엔 충분했다.
칸은 잉그리드를 슬쩍 밀어내며 말했다.
“이제 누워서 좀 쉴까?”
“진짜? 아빠랑 나랑 눕는 거야?”
잉그리드가 콧김을 뿜었다. 칸의 의도는 휴식이었는데, 뜻이 변질되고 말았다.
칸은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그…….”
그런데 말이 이어지지를 않았다.
“아니야?”
잉그리드가 고개를 갸웃하며 칸을 압박했다. 이대로 가다간 3시간 내내 잉그리드와 누워 있어야 했다.
그건 안 되었다.
칸은 연못을 조사하고 싶었다.
‘잉그리드랑 같이 가는 수 밖에 없나.’
그녀는 다음 시험을 대비해서 휴식을 취해야 할 텐데, 연못 탐색에 아까운 체력을 허비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잉그리드는 쉬어야 되는데…….’
칸은 잉그리드를 바라보며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문제의 해결책은 칸의 머리가 아니라, 하늘에서 도착했다.
[성신, 사막의 대제가 소녀의 전투가 훌륭했다고 말합니다.]사막의 대제가 잉그리드에게 간접 메세지를 보냈다.
“아빠. 나랑 누워서 쉬는 거 맞지?”
정작 잉그리드는 관심이 없었지만, 성신이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거다.’
칸은 잉그리드의 어깨를 쓸어주며 말했다.
“잉그리드. 성신님이 부르시면 대답해야지.”
“…꼭 그래야 돼?”
“당연하지.”
“아빠가 그렇다면… 알겠어.”
잉그리드는 못내 아쉬운 얼굴로 하늘을 보았다.
[성신, 사막의 대제가 널 아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성신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잉그리드는 칸에게 순종하기 위해 답했다.
“좋게 봐주셔서 갑사합니다.”
[성신, 사막의 대제가 넌 정말 대단하다고 말합니다.]칸은 잠시 서서 잉그리드와 성신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성신, 사막의 대제가 넌 아주 아름답다고 말합니다.]“지금 저한테 꼬리 치는 거에요?”
사막의 대제는 은근슬쩍 호감을 표했고, 잉그리드는 틱틱거리며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잉그리드가 존댓말을 쓴다는 것만으로 다행이었기에, 칸은 잉그리드를 터치하지 않았다.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아니라고 말합니다.]“아니면 뭔데요?”
[그저, 너의 전투 방식에 약간의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도움이요?”
‘저 대사는…….’
칸의 눈이 매섭게 떠졌다.
성신이 말한 ‘약간의 도움’이라는 단어는 계약자가 정말 마음에 들었을 때만 나오는 대사였다.
계약자에게 무료 스킬이나 선물을 주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그것들이 상당히 쓸만한 것으로 유명했다.
‘사막의 대제가 주는 스킬이라니. 잉그리드는 나랑 스타트부터 다르네.’
성신이 무료로 선물하는 스킬.
칸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고, 온라인 시절 한 번도 누리지 못한 호사였다.
‘부럽다. 잉그리드.’
칸은 잉그리드의 귀여운 두상을 쓰다듬어준 뒤,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성신님한테 좋은 이야기 많이 듣고 와. 공짜 스킬이나 아이템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몸을 일으켜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사막의 대제가 잉그리드와 둘만의 자리를 원하는 것 같아서, 배려해 준 것이었다.
[성신, 사막의 대제가 은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고 말합니다.]예상대로 사막의 대제가 만족하며, 긴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잘 된 일이지.’
성신의 애정보다 좋은 일도 몇 없었다. 칸은 편안한 마음을 품은 채 아까 봤던 연못으로 걸어갔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저 연못 조금 수상하다고 말합니다.]칸에게도 성신 메세지가 들려왔다.
[다이아몬드 보물상자 하나 줄까 하는데, 받을 거냐고 묻습니다.]“…아뇨.”
그간 칸에게 소홀했던 것이 찔리는 모양. 칸은 피식 웃으며 선물을 거절했다.
그는 연못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성신님도 저 연못이 수상하게 보이시나요?”
[그렇다고 말합니다.]기적의 창조자가 칼답을 보냈다.
뭔가, 상당히 귀여운 모습이었고, 한 번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칸은 칭호 [사랑]을 ON으로 바꿨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지금 무슨 짓 한거냐고 묻습니다.]“…아무것도요?”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속이 답답하다고 말합니다.]기적의 창조자가 가슴 아릿한 감정을 호소했다.
칸은 지금의 상태를 방관하기로 했다.
지금껏 자신에게 소홀했던 성신을 향한 소소한 복수였다.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미치겠다고 말합니다!]칸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연못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