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15)
이세계 골드리치-215화(215/256)
라우라 산림.
월계수 숲이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대량의 수목이 밀집된 초대형 생활 군계였고,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라우라’라는 월계수의 정령이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
관리국도 어찌하기 힘든 정령왕급 강자인지라, 그녀와 협상을 타결하고 로열티를 지급하는 실정이었다.
별안간 이 울창한 삼림은 라우라가 지키는 아름다운 생태계였고, 성래족이 없는 유일한 층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선별인원들을 위한 시험 스테이지로 활용되고 있었다.
파앗- 파앗-
지평선을 따라 펼쳐진 숲.
그 곳곳에서 빛살이 번쩍이며 선별인원들이 소환되고 있었다.
그 중 두 개는 칸과 잉그리드의 것이었다.
파아-
칸은 빛살의 번짐을 느끼며 눈을 떴다. 시야 왼쪽의 83층 지도가 보였고, 그 뒤로 펼쳐진 월계수들이 보였다.
‘너무 큰데.’
월계수는 8~20m 크기가 정상일텐데, 여기 월계수들은 40m가 기본이었다.
“…아빠 나 이런 데 처음 와 봐.”
칸은 지도를 보았다.
[ 83층 지도 ] [ 선별인원 위치 공개까지 남은 시간 ] [ 11 : 59 : 41 ]‘예상대로네.’
지도는 칸의 위치를 빨간 점으로 표시했고, 모든 선별인원의 위치 공개까지 12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현재 시각이 오후 3시니까, 새벽 3시에 위치가 공개되겠네.’
한창 졸릴 때 위치 공개라니, 타이밍이 영 안 좋았다.
‘뭐, 다른 선별인원들도 힘드니까 불평할 일은 아니지.’
칸은 지도를 닫고 고개를 들었다.
“와…… 나무 진짜 크다…….”
자연에 매료된 잉그리드가 보였다.
‘평소에 이런 데 좀 데려와 줄걸…….’
앞으로 더 잘 해주자고 생각하며, 칸은 잉그리드에게 걸어갔다.
“잉그리드.”
“……응?”
“앞으로 나무는 질리도록 볼거야. 움직이자.”
“…응.”
잉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말했다.
“그럼 이제 다른 팀 사냥하러 가는 거야?”
“그건 아니야.”
사냥이라니, 등골이 오싹해지는 발언이었다.
칸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밥?”
“응. 밥.”
이번 시험은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12시간에 한 번씩 선별인원 위치가 좌표로 공개되는 것은 물론, 왕을 처치한 팀만 합격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시점에서 다른 선별인원팀을 찾는 것은 하책이었다. 12시간이 지나고 좌표가 공개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약한 선별인원팀을 찾아서 싸우는 것이 베스트였다.
‘애들이 내 말대로 해야 할 텐데…….’
어젯밤 내내 83층 공략법을 설명했는데, 세 여인이 그대로 해 줄지 걱정이었다.
“근데 아빠, 밥이라니?”
잉그리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밥이 뭔지를 말해줘야 했다.
칸이 말했다.
“햄버거 먹자.”
“……햄버거?”
“응. 오늘 한 번 만들어줄게.”
칸의 인벤토리엔 먹고 남은 식빵 수천 개가 있었다. 맷돼지 한 마리 사냥하면, 햄버거 만드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맷돼지 사냥하러 가자.”
“으응…….”
칸은 잉그리드의 손을 잡고, 때아닌 맷돼지 사냥을 나섰다.
* * *
꾸엑!
화살을 맞은 맷돼지가 월계수에 처박혔다. 칸과 잉그리드는 아자! 하이파이브를 쳤고,
무성한 수풀을 지나 맷돼지 앞에 도착했다.
“엄청 크네.”
“맛있겠다…….”
뱃살이 토실토실한 것이, 달콤한 살결을 보유한 맷돼지임에 틀림이 없었다.
칸은 맷돼지를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다.
“내가 좋은 은신처를 아니까, 거기서 햄버거 만들어 먹자.”
“응!”
잉그리드가 빵긋 웃으며 대답했다.
칸은 피식 웃으며 길을 나섰다.
벌레떼가 가득한 숲을 벗어나 연안에 도착했고, 물줄기를 따라 바위를 밟으며 계속 걸었다.
“으악!”
“위험해!”
“안 빠졌지롱~”
중간에 잉그리드가 미끄러지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그녀가 물에 빠지다니…….
걱정도 유분수였다.
열받은 칸은 잉그리드의 손을 꽉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것이 잉그리드의 설계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그렇게 긴 이동이 지속되었고, 노을이 지나 달이 휘영청 밝은 오밤중이 되었다.
“아빠…… 왜 이렇게 멀어?”
“힘내. 거의 다 도착했어. 바로 여기야.”
칸은 목적지, 깊은 골짜기에 도착했다.
바로 이곳에서 특별 강화 주문서를 얻을 수 있었고, 라우라의 보석도 획득할 수 있었다.
‘…….안전하기도 하고.’
잉그리드를 6시간이나 걷게 한 것이 양심에 찔렸지만, 다 잉그리드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칸은 잉그리드의 손을 잡은 채 골짜기 위로 걸어갔고, 여정의 끝을 알렸다.
“여기서 밥 먹자.”
“드디어!”
잉그리드는 반색하며 기쁨을 표했다.
칸도 배고픈 탓에 그녀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그럼 조금 쉬면서 기다리고 있어.”
“응!”
칸은 프란베르크를 들고 맷돼지 손질을 시작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맷돼지 손질]눈 앞에서 둥둥 떠오르는 메세지만 누르면 만사 해결, 몸이 알아서 움직이며 맷돼지를 손질해 주었다.
‘이래서 게임이 좋은 거지.’
칸은 옅게 웃으며 [손질]버튼을 눌렀다.
붉은 피가 바위를 적셨을 때, 손질은 깔끔하게 끝나 있었다.
등심, 안심, 뒷다리, 삼겹살 등…….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부위들이 예쁜 자태를 뽐내며 바위 위에 놓여졌다.
“잉그리드. 불 부탁할게.”
“맡겨만 줘!”
잉그리드는 벌떡 일어나 정신을 집중했다. 환상력이 스멀스멀 피어나 근처의 월계수를 잘랐고, 땔깜을 한아름 가져왔다.
이후는 특별할 것도 없었다.
“환상의 불꽃!”
잉그리드의 불꽃이 모닥불을 피워냈고, 칸이 손질한 돼지고기가 그 위에 올라갔다.
프스스
고기 구워지는 소리가 귓전을 울렸고, 절묘하게 구워지는 살코기 냄새가 노리착지근하게 풍겨왔다.
이 냄새는 솔직히 말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흐아…….”
잉그리드가 옷자락을 쥐며 코를 쨍긋거렸고, 칸은 식빵을 자르며 고기를 주시했다.
‘다 익기만 해라…….’
숲을 내려다보며 구워먹는 돼지고기는 꿀맛임에 틀림이 없었다.
“아빠. 지금 다 구워진 거 아니야?…….”
잉그리드가 애절한 목소리로 말한 그 순간.
칸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먹자.”
* * *
“꺼억.”
이 소리는 칸의 것이 아니었다.
배가 빵빵하게 올라온 잉그리드가,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만족한 얼굴로 트름한 것이었다.
‘엄청나다.’
10인분 양의 고기를 두 명이서 먹어치웠다. 잉그리드가 8인분이었고 칸이 2인분이었는데, 굶주림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아빠……. 나 엄청 배불러…….”
잉그리드가 낑낑거리며 수풀에 드러누웠다. 저러는 도중에 적팀과 마주치면 낭패를 보게 될텐데……
칸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잉그리드를 공주님처럼 안았다.
‘왜 이러고도 좋은 냄새가 나지.’
잉그리드의 입에선 고기 냄새는 커녕, 향긋한 냄새만 풍겨왔다. 기름으로 반들반들한 입술이 되려 건강미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종족 자체가 사기구만 아주.’
칸은 태생의 한계를 실감하며 숲으로 들어갔다. 그는 사람 두명이 눕기 좋은 자리를 탐색했고, 수풀에 감싸여진 괜찮은 터를 발견했다.
“잉그리드. 여기 눕자.”
“으응…….”
잉그리드는 칸의 품에서 빠져나와 힙겹게 바닥에 누웠다. 환상족의 소화는 빠르기에 10분이면 원상태로 돌아오겠지만, 지금 그녀는 영 힘들어보였다.
“이거 덮어.”
칸은 땅에 떨어진 월계수 가지를 덮어주었다. 잉그리드는 그것을 넙죽 받아서 목까지 끌어올리더니, 칸을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고마워 아빠.”
“뭘.”
“사랑해.”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
칸은 민망한 기분을 느끼며 몸을 돌렸다.
“아빠는 맨날 저래.”
잉그리드는 칸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 * *
칸은 뒤돌아 걸으며 생각했다.
‘슬슬 움직여볼까.’
현재 시각은 밤 12시. 3시간 후면 선별인원 좌표가 공개되니까, 주문서든 보석이든 찾으려면 지금이 최적의 순간이었다.
‘가보자.’
칸은 협곡을 내려갔다.
튀어나온 나뭇가지를 잡고, 돌맹이를 밟으며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하강을 계속했다.
탁.
두 다리가 땅에 닿았고, 게임에서 봤던 풍경이 보였다.
협곡 물줄기를 따라 패인 작은 굴, 그곳에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가는 구멍이 있었다.
‘찾았다.’
칸은 그 구멍으로 들어갔다.
구멍은 깊지 않았다. 이것은 단지 하나의 존재를 위한 출입구에 불과했다.
칸은 구멍을 빠져나와서 고개를 들었다.
텅빈 굴.
그 끝에 앉은 월계수잎 머리의 소녀가 보였다. 그 소녀는 칸을 보고는 표정을 굳히더니,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넌 누구지?”
화아아-
그러자 굴 곳곳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와 칸을 감싸기 시작했다. 칸은 그것을 피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월계수의 정령, 라우라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