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World Gold Rich RAW novel - Chapter (217)
이세계 골드리치-217화(217/256)
<의도치 않은 결전>
“아빠!……. 지금은 싸워야 해!”
잉그리드가 안광을 빛내며 기세를 드러냈다.
칸은 그것을 바라보며 두통을 느꼈다.
‘큰일이다.’
환상족과의 2대2 전투.
승리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항복할 수도 없었다.
‘돌겠네 진짜…….’
칸은 이를 악 물고 잿빛 활을 들었다. 그리고는, 달려나가는 잉그리드의 팔을 잡고 [잿빛]을 발동했다.
투콰아아앙!
잿빛 안개가 폭발했고,
‘은신!’
칸은 잉그리드와 함께 은신했다.
[사용자 이외의 대상과 은신합니다.] [은신 사용 가능 횟수가 2 감소합니다.]이제 즉발 은신은 사용할 수 없다. 칸은 버둥거리는 잉그리드를 붙잡은 채 안개의 끝자락으로 질주했다.
“아빠… 우리 도망칠 수 있어?…….”
그러나 굳어진 얼굴의 잉그리드가 말했을 때, 칸은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환상의 눈!”
창잡이 환상족이 소리친 순간, 금색 마법진이 전개되어 안개 밑에 자리했다.
‘…끝났다.’
칸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
“천리안!”
창잡이 환상족이 소리쳤고,
[환상족 고유 스킬, ‘천리안’에 감지되었습니다.]칸은 천리안의 타겟이 되었다.
이제 블랭크는 소용 없었고, 텔레포트도 쓸모 없었다.
“세리파, 천리안에 인간이 보이나?”
“지금 감지했어. 네가 보는 방향으로 300M 앞이야.”
“…그렇단 말이지?”
검잡이 환상족이 옅게 웃더니, 칸의 방향으로 내달렸다.
칸이 은신으로 몸을 감췄다 한들, 광역 스킬을 전개하면 은신이 해제되는 것을 아는 것이다.
“아빠…….”
“젠장!”
칸도 깨달았다.
더 이상은 도망도, 항복도 용납되지 않는다.
목숨 걸고 싸우는 수 밖에 없었다. 칸은 잉그리드를 땅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싸운다.”
“응.”
잉그리드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오래 전에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환상족에게 선빵을 날릴 각오도 있었다.
콰앙!
“커헉!”
칸의 옆에서 은신해 있던 잉그리드.
그녀가 날아오는 환상족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큭!…….”
환상족의 얼굴이 고통으로 찌푸려졌다. 달려오면서 육체를 강화했으나, 그것을 뚫고 들어온 데미지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잉그리드의 분노는 한참 남아 있었다.
“우리 아빠를 건드리는 놈들은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
잉그리드가 야수처럼 표효했다. 환상력이 전신에서 솟구쳐 나왔고, 백금발 머리는 양옆으로 휘날렸다.
그리고 그녀의 양주먹은 백색 프리즘처럼 빛나며 뜨거운 열기를 흘렸다. 그녀가 가진 천재적 재능이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전부! 전부 죽여버릴거야!”
잉그리드가 치아를 드러내며 지면을 박찼다. 환상족은 당황한 얼굴로 검을 들었다.
콰아아앙!-
환상력이 폭렬하며 백색 연기가 터졌다. 연이어 잉그리드의 주먹과 환상족의 검이 부딪히며, 서로의 합을 겨루기 시작했다.
‘난 엄호라도 해야겠어…….’
칸은 잿빛 활을 들었다.
근접전에 들어가도 잉그리드의 방해만 될 것이었고, 활잡이 환상족은 보이지도 않았다.
‘빌어먹을!’
칸은 시위를 끝까지 당긴 채, 검잡이 환상족을 [타겟]으로 지정했고 [제왕]을 발동했다.
손목의 근육에서 통증이 느껴지며, 화살 한 줄기가 쏘아져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명중이었다.
화살은 겁잡이의 미간에 꽂히며 압도적인 데미지를 우겨넣었다.
“…끄학!”
환상족이 휘청이며 뒷걸음쳤다.
잉그리드는 기회를 놓치지않고 밀어붙였다. 그녀의 빛 주먹이 환상족의 안면과 복부를 연속으로 타격했다.
“죽어!…….”
“…큭,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환상족은 분노했다.
잉그리드가 어려서 곱게 죽이려 했으나, 지금은 자신이 죽을 지경이었다.
“한 방에 끝내주마!”
콰앙!
검잡이가 검을 휘두르며 멀리 후퇴했다. 그리고는 정신을 집중하며, 환상력을 검으로 끌어모았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잉그리드는 틈을 주지 않았다.
그건 칸도 마찬가지였다.
[특수 능력, 제왕 발동!]칸은 첫째 화살을 발사한 직후, 시위를 당긴 채 공격 순간을 엿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다.
콰아아앙!
“…커헉!”
검잡이가 심장에 화살을 맞고 피를 토했다.
이어서 날아간 잉그리드가 그의 안면에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환상 방어막과 환상 주먹이 부딪히며 백색 연기가 터져나왔다. 이어서 잉그리드의 공격을 알리는 폭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쾅! 쾅! 쾅!
저 정도의 공격이라면, 제 아무리 환상족이라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가보자!’
창잡이가 보이지 않았으나, 일단 하나를 처치하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었다.
칸은 백색 연기로 내달렸다.
자욱한 연기가 옅어지며 피를 토하는 검잡이가 보였고, 무아지경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잉그리드가 보였다.
“죽어! 죽어!”
환상족의 안면은 찌그러지지 않았으나, 잉그리드는 멈추지 않았다. 데미지가 누적되어 언젠가 죽는다고 믿었다.
그것이 실책이었다.
‘이런…….’
검잡이가 입꼬리를 올렸다. 덫에 걸린 것이다.
칸은 알 수 있었다.
종족 전쟁으로 단련된 경험, 수많은 전투로 노련해진 육감이 말해주었다.
당장 옆을 보라고.
‘…젠장.’
패배였다.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창잡이가, 빛의 화신체가 되어 걸어오고 있었다. 환상족 고유 스킬 ‘환상의 화신체’ 발동이 끝난 것이었다.
‘졌다…….’
환상의 화신체는 10분 간, 공격력 방어력을 다섯 배 상승시킨다. 검잡이와 전투하며 마나를 소모한 칸과 잉그리드는, 창잡이를 이길 수 없었다.
“주먹을 한 번만 더 휘두르면, 인간의 목을 자르겠다.”
창잡이가 말했다.
주먹을 내지르던 잉그리드는 흠칫 떨더니, 분노를 누르고 주먹을 내렸다.
그러자 검잡이가 말했다.
“지금껏 잘도 때려주셨어. 그렇지?”
복수의 시간이 도래했다는 듯 진한 미소였다.
그러나 잉그리드는 칸을 바라보기만 할 뿐, 대꾸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검잡이의 분노를 초래했다.
“…이젠 아예 무시하는 거냐?”
검잡이가 어이 없는 얼굴을 하더니, 검을 들어서 잉그리드의 목에 겨누었다.
잉그리드는 그제야 말했다.
“죽여도 돼.”
“뭐?”
“날 죽여도 된다고.”
그녀는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우리 아빠만 살려줘. 불평 없이 죽어줄 테니까.”
오직 칸만 살려주면 죽어도 된다.
그리 말하고 있었다.
“…허.”
“…웃기는 동족이군.”
환상족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멍한 얼굴을 지었다. 그 멍함은 이내 의아함이 되었다.
창잡이가 말했다.
“저 인간은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 그런데 대신 죽어주겠다는 거야?”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그때, 이질적인 목소리가 공간을 갈랐다. 환상족들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갈색 머리의 인간을 발견했다.
그 인간이 말했다.
“왕은 나다. 날 죽여라.”
본인이 왕이라는 사실. 그리고 잉그리드 대신 죽음으로써 상황을 종결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칸은 잉그리드가 벌어준 시간 동안 상황을 파악했고, 죽지 않고 항복할 방법을 알아냈다.
수 km 밖에서 날아오는 중계 카메라였다.
‘나타샤가 보는 앞에서 항복을 말하면 된다.’
“나만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칸은 환상족들의 앞에 서서 말했다.
잉그리드에게 분노한 겁잡이가 천천히 죽여줄지는 모를 일이었으나,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칸은 재차 말했다.
“날 죽여라.”
“진심인가?”
그러자 검잡이가 대답했다. 그는 의외라는 듯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얼마 안가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조금 많이 맞아서…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꽤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그래도 괜찮아?”
“잉그리드를 위해서라면 아무 상관없다.”
칸은 시간을 끌기 위해 딸까지 들먹였다.
그것은 의외의 반응을 가져왔다.
“진짜?……. 그럼 들고 있는 활 내려놓고, 저기 어린애한테 너클 벗고 내 친구 앞에서 무릎 꿇으라고 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 보자고.”
검잡이는 칸을 고통스럽게 죽이면서,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풀 작정이었다.
“뭐,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활잡이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동족인 잉그리드를 죽이기 싫어했고, 칸만 죽고 끝나는 상황을 반겼다.
‘상황이 잘 돌아가네.’
전부 칸이 원하는 그대로였다.
그는 잿빛 활을 땅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잉그리드. 너클 벗고 무릎 끓어.”
“아빠!…….”
잉그리드는 동공에 지진이 났다.
그러나 칸은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아빠 말 들어.”
“왜… 왜 그래?…….”
잉그리드는 칸의 판단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허망한 얼굴이었다.
칸이 죽음은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저 환상족들이 칸을 죽이려 한다면, 지금 당장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할 작정이었다.
“믿으라니까.”
그러나 칸은 연인의 목걸이를 터치했다.
잉그리드의 눈 앞에 메세지가 띄워졌다.
[난 안 죽어.] [그러니까 날 믿고 따라줘.]“그런…….”
잉그리드는 떨리는 눈으로 메세지를 보다가, 결국 입술을 깨문 채 너클을 벗었고,
창잡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잘 선택했다. 꼬마.”
그녀는 칸을 신뢰하며 그를 보았다.
그는 검잡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내가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거든?”
검잡이는 실실 웃으며 검을 들었다.
서늘한 칼날이 칸의 어깨에 얹어졌고, 칸은 말했다.
“잉그리드가 보고 있다. 너무 심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런가?……. 뭐, 최대한 배려해 보지.”
환상족은 턱을 쓸으며 검을 들었다.
그리고는 덤덤한 얼굴로, 칸의 어깨를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안 돼!…….”
잉그리드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 * *
그렇게 칸의 죽음을 빙자한, 환상족의 스트레스 해소가 수 분간 이어졌다.
칸은 전신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잉그리드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하지 말라고! 나쁜 놈아!”
그녀가 검잡이를 죽일 듯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러나 검잡이는 즐길 뿐이었다.
“흐흐.”
검잡이가 잉그리드를 비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푸확!
칸의 허벅지에 상흔 한 줄이 더해졌다.
“나쁜 새끼야! 정도껏 하라고!”
잉그리드는 목까지 시뻘개진 채로 소리쳤다. 그녀는 이미 이성을 잃었고, 칸에 대한 슬픔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조금만 참아라. 잉그리드.’
칸은 젖먹던 힘을 다해 제정신을 유지했다.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카메라가 어느새 수백 미터 안쪽으로 들어와 있었다.
조금만 더 참아내면 항복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이상했다.
‘카메라는 저렇게 느린 물체가 아닌데.’
빈혈 증세 탓에 상황 파악이 잘 안 되었는데, 이제 보니 카메라가 날아오지를 않았다.
‘…뭐지?’
카메라가 오지 않는다.
칸은 서늘한 공기를 느끼며 침을 삼켰다.
* * *
83층 방송 중계실.
나타샤는 10개의 중계 스크린을 모니터링하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정령족과 용족의 전투! 정말 짜릿하네요!”
그리고 동시에, 방금 막 날아온 관리국의 메세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인간족 대표에 대한 대책이 내려왔습니다.] [그가 시험 도중 죽을 위기에 처한다면, 그를 도와주지 마십시오. 항복도 받으시면 안 됩니다.] [그에게 암살자를 고용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기에 어쩔 수 없는 판단입니다.] [그가 죽을 위기에 처한다면, 무조건 방관하십시오.]칸에 대한 처분 메세지였다.
“흐응…….”
나탸사는 마이크를 OFF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숲의 동물을 중계하면서, 성신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각도로 칸을 보고 있었다.
“…도와주면 안 된다고?”
천성이 착한 그녀로서는, 지금 당장 칸의 항복을 받아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니…….”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었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 사라진 선별인원들을 다수 보았다. 그들은 성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탑에 많은 골드를 안겨주지만, 관리국의 눈에 밟히는 존재가 되어 눈을 감았다.
나타샤는 그들을 좋아했다.
“…그냥 관리국 무시해버릴까.”
칸을 구출한 뒤, 관리국에 가서 죄송합니다! 하면 될 일이었다.
연봉이 절반은 까이겠지만…
“저 인간이 죽으면 루비 언니도 슬퍼할 텐데…….”
그녀는 아쉬운 눈빛으로 칸을 바라보았다.
“으……. 상황만 맞으면 구해주고 싶다.”
누군가 깎이는 연봉을 주머니에 넣어준다면,
자신의 감봉을 커버해준다면,
못 구해 줄 것도 없었다.
우웅!ㅡ
그런데 그때, 크리스탈이 울렸다.
“응?”
나타샤는 의아한 얼굴로 크리스탈을 터치했다.
[성신, 기적의 창조자가 개인 대화를 요청합니다.](다음 화에서 계속)